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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97화 (97/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7화

“철화단의 거점을 치고 왔습니다.”

“뭐?”

순간 신유현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철화단의 거점을 치고 왔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신유현은 그런 그들을 향해 웃어 보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슈브.”

“예.”

신유현의 부름에 슈브가 누군가의 목덜미를 꽉 붙들고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설마?”

순간 신성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에게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철화단의 단장입니다.”

“뭐라고?”

신유현의 폭탄 같은 말 한마디에 회의실에는 경악이 퍼져 나갔다.

* * *

파천검가는 또다시 난리가 났다.

신유현이 혼자 철화단의 거점을 털고 왔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파천검가에서 초인들을 파견할 계획이었다.

파천검가를 건드린 철화단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신유현이 혼자 가서 털고 올 줄이야.

무모했다며 신유현을 나무라는 소리도 있었지만, 모든 건 결과였다.

신유현은 최상의 결과를 이루어 냈다.

철화단을 혼자서 쳐부수고 절반이나마 정보 자료를 USB에 담아 왔다. 거기에 무엇보다 단장인 오르카를 생포해 왔으니 엄청난 실적이 아닐 수 없었다.

‘전리품도 장난 아니지.’

신유현은 현무전의 집무실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철화단의 거점을 전멸시키면서 간부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을 회수해 왔다.

익셉셔널 레어 등급의 무기인 저주독창, 서리궁, 뇌명검과 레어 등급의 무기인 진격창, 브레이브 하트를 입수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다테 헤이타로와 이시이 히데키의 무기도 있었다.

하나는 전사 계열이 주로 사용하는 흔한 할버드였고 다른 하나는 건틀렛이었다.

둘 다 레어 등급이긴 하나 그냥 성능이 좋을 뿐, 옵션 능력이나 스킬은 붙어 있지 않았다.

차라리 진격창 브레이브 하트가 훨씬 더 좋았다. 무려 브레이브 오버 드라이브라는 돌진 스킬이 붙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간부 놈들의 수급도 챙겨 왔다.

헌터 협회에 넘기면 현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흠.’

신유현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슈브는 신유현의 명령을 착실히 이행했다.

섬 지하에 숨겨져 있는 잠수함 도크를 찾아서 퇴로를 차단한 것이다.

그 덕분에 철화단의 연구원들과 단장을 생포할 수 있었다.

이제 그놈들로부터 잿빛 교단과 관련된 정보를 캐내면 될 터.

‘가문에 심어 둔 스파이도 잡아냈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가문 내의 정보가 새는 느낌에 신지아와 이시아에게 예의 주시해 달라고 부탁한 인물이 있었다.

신지아에게 부탁한 이유는 그 인물이 무기고에 속해 있는 무사였고, 이시아는 이전 소속이 첩보 전문인 흑영대 소속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들로부터 용의자가 스파이 행위를 하는 걸 확인하고 현장에서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무기고 입구를 지키는 경비 무사일 줄이었을 줄이야.’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기고를 방문할 때마다 입구의 지문 인식 장치가 자꾸 고장이 난다고 난감해하는 경비 무사가 있었다.

그래서 신유현은 신지아에게 보안 장치가 좋지 않다면서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설마 지문 인식이 잘 되지 않았던 그 경비 무사가 스파이였을 줄이야.

‘좀 의심스럽긴 했어.’

한두 번이면 모를까, 매번 갈 때마다 같은 고장이 반복되었기에 신유현은 혹시나 싶어서 의심했다.

그랬는데 정말 스파이였던 것이다.

‘그것도 거물이었지.’

신유현은 책상 위에 있는 나름 세련된 느낌의 은색 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눈 가면을 바라봤다.

[천의 가면, 페르소나]

타입: 가면

등급: 익셉셔널 레어

상태: 좋음

설명: 천 가지 얼굴을 가진 가면

헤어스타일과 색상, 눈, 코, 입, 머리 형태 등등 모든 것을 변형시켜 준다.

‘설마 페르소나였을 줄이야.’

신유현은 실소를 지었다.

이전 삶에서도 유명했던 스파이로, 마수 연구가와 함께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나이, 국적 등등.

알려진 게 없는 전설적인 스파이로, 코드 네임 페르소나로 불렸다.

그리고 그의 비밀은 바로 이 가면이었다. 천의 가면, 페르소나는 착용자의 얼굴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무기고의 신지아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신지아를 필두로 한 무기고의 보안 요원들과 이시아가 흑영대를 이끌고 비밀 통신을 보내던 페르소나를 현장에서 붙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면을 입수한 신지아는 신유현에게 몰래 넘겨주었다.

신유현에게 도움을 받은 답례로.

‘지아 누나는 센스가 좋다니까.’

신유현은 가면을 바라보며 웃었다.

신지아는 페르소나 가면을 무기고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그 덕분에 가문에서는 페르소나 가면을 무기고에 보관 중인 줄 알고 있었다.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면 되겠군.’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신성일은 조만간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고 가문으로 돌아올 터.

그리고 신유현의 예상대로 이틀 뒤, 신성일이 가문으로 귀환했다.

* * *

가문으로 돌아온 신성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가문이 습격을 받았고, 둘째인 신철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가문의 후계자 쟁탈전으로 죽었다면 납득할 수 있었다.

역대 후계자 쟁탈전에서 목숨을 잃은 후보자들이 없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세의 공격으로 자신의 아들이 살해당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보고를 들은 신성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분노를 표출했다.

가문의 장원 바깥, 아무도 없는 산을 향해 그저 검을 한번 그었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산이 좌우로 갈라졌으니까.

그 직후, 파천검가의 가주는 조용히 물었다.

“누가 감히 내 아들을 죽였느냐.”

이에 다들 기생 마수라고 답하며 철화단과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철화단이 신철진을 죽였다고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철화단은 가문의 삼남인 신유현이 전부 정리했다고 했다.

그렇게 가주 대리를 맡았던 신성현에게 모든 보고를 들은 신성일은 조용히 한마디 했다.

“신유현을 불러라.”

* * *

가주전의 집무실.

그곳에서 신유현은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신성일과 처음으로 독대를 했다.

“신성현에게 보고를 들었다. 전부 사실이냐?”

“네.”

아버지의 물음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버지인 신성일이 조용히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가문의 명예 때문이겠지.’

신유현은 속으로 시니컬하게 웃었다.

신성일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지극히 가족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가주인 자신이 없을 때 가문이 습격을 받고 사상자가 나왔으며 차남인 신철진까지 사망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될 테니까.

“신철진은 잘 갔느냐?”

“예?”

“네가 마지막을 지켜보았다고 들었다. 신철진은 잘 갔느냐?”

순간 신유현은 곤혹스러웠다.

신성일이 이런 질문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어째서 신철진의 마지막에 대해 묻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신유현은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신철진은 기생 마수에 의해 의식이 날아간 상태로 폭주 중이었다.

그 때문에 신철진이 마지막에 잘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좋지는 않았겠죠.”

신철진은 자신을 싫어했으니까.

신유현은 마지막 말은 속으로 삼켰다.

어차피 그 정도는 신성일도 알고 있을 테니.

“그런가.”

신유현의 대답에 신성일은 잠시 눈을 감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 모습은 마치 신철진의 죽음을 잠시 애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슬퍼하는 건가?’

신유현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아버지는 철혈의 피를 가진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이전 삶에서 마나의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을 가문에서 내쫓았기에.

그런데 신철진이 죽었다는 사실에 슬퍼하다니.

‘재능이 있는 자가 죽는 건 슬프고, 재능이 없는 자가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까?’

그 생각에 신유현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유현아.”

“네.”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신유현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가 철진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네 손에 죽었다면 철진이도 만족할 테지. 가문 외의 다른 자의 손에 죽는 것보다.”

“……!”

그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니까 놀랐느냐? 하지만 너희는 내 자식들이다. 자식이 걱정되지 않는 부모는 없고, 자식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을 부모도 없지.”

그렇지 않은 부모가 있다면, 부모 이전에 그저 덜떨어진 놈일 뿐.

“그럼…… 그럼 어째서 저를 가문에서 쫓아내려고 한 겁니까?”

아버지의 말에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격정적으로 소리치며 물었다.

부모가 자식이 걱정된다면 어째서 자신을 버리려고 했단 말인가?

“그건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우리 가문이 어떤 곳인지. 마나의 재능이 없는 네가 과연 가문 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까?”

“……!”

그 말에 신유현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런 신유현에게 신성일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를 가문에서 쫓아내려고 했던 사실은 변명하지 않으마. 하지만 네가 정말 재능이 없다면 가문에서 쫓아낼 뿐만이 아니라 초인들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할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너도 잘 알겠지.”

초인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파천검가도 마찬가지.

그 속에서 힘이 없으면 잡아먹힐 뿐이다.

실제로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끝까지 초인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하급 헌터로 살면서 수모를 겪은 적도 있었다.

힘이 없었기에.

그래서 자신을 버린 가문을 원망했다.

가문이 뒤에 있었다면 자신이 수모를 겪지 않았어도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설마 아버지가 자신이 초인 사회에서 벗어나길 원했었을 줄이야.

“일반인으로 살길 원했었는데, 설마 뒤늦게 마나의 재능이 열릴 줄은 몰랐다. 거기다 네크로맨서의 재능까지 있었다니.”

아버지는 기쁜 웃음을 지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가문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설마 뒤늦게 재능이 개화할 줄은 몰랐다.

“저도 재능이 이렇게 늦게 발현될 줄은 몰랐죠.”

재능은 개뿔.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는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불사왕의 계승자가 되지 못했다면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가문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기력 개방을 하지 못했으니까.

‘설마 나를 생각해 주고 있었다니.’

아버지가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그저 버림받았다는 생각밖에 못했다.

그 당시 신유현은 어렸으니까.

지금은 이전 삶의 경험 덕분에 아버지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지.’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다고 해도 단지 그뿐이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려 했었고, 이전 삶에서는 실제로 그러했다.

그 사실에 변함은 없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초 계획대로 최대한 가문에서 얻을 건 얻고 이용할 건 이용할 생각이었다.

미래에 있을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

“이번에 가문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보상을 해 줘야겠지. 원하는 게 있느냐?”

그때 신성일이 신유현에게 보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 물음에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최대한 가문, 아니 아버지로부터 많은 걸 뜯어 낼 생각이었으니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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