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5화
“복슬아, 인사해야지.”
크앙.
그 말에 복슬이는 한 차례 울며 신유현을 한번 핥았다.
그 후 사소리를 바라보더니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그리고 냅다 사소리를 물었다.
콰드득!
“끄아아아악!”
사소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콰득!
복슬이는 다시 아가리를 벌렸다가 사소리의 다리를 물었다.
“꺼흐윽!”
다리를 물린 사소리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 순간, 복슬이는 고개를 마구 흔들며 사소리를 바닥에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쾅!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사소리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복슬이.
그 탓에 사소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바닥에 연거푸 처박히면서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고 망신창이가 되어 갔으니까.
비명은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여러 번 바닥에 패대기를 친 복슬이는 사소리를 아가리 밖으로 내뱉었다.
전신 골절에 부러진 뼈가 폐를 찔렀는지 입에서는 검붉은 색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달아 이어진 충격 때문에 사소리는 얼이 빠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고통을 겪어 보니 어때?”
신유현은 사소리의 머리맡에 서서 말을 걸었다.
그 말에 사소리의 초점 잃은 눈이 신유현을 향했다. 이미 사소리는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남은 건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
“버러지 같은 새끼…… 혀, 혀랑만 아니었으면 너 같은 새끼에게 다하지 안았을 테데…….”
이빨이 몽땅 부러진 사소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바람 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결코 자신이 신유현보다 아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맞는 말이었다.
초인 등급만 놓고 본다면 사소리는 4성 최상급이었고 신유현은 4성 중급이었으니까.
“아, 뭐라고 말하는 거야? 발음 똑바로 안 하냐?”
딴청을 부리는 신유현의 말에 사소리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 때문에 이빨이 죄다 부러진 탓에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까 나한테 두들겨 맞은 건 기억 안 나? 처맞으면서 기억까지 날아간 건가?”
“그, 그건 바심해서 그러 거다. 바심만 하지 안았으면 네까짓 노한테 당하지 안았을 거다.”
“지랄하네.”
어눌한 사소리의 말에 신유현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사소리의 저주독창을 집어 들었다.
상대에게 저주와 독을 걸어서 천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흉악한 창.
마수를 상대로 사용한다면 최고의 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소리는 인간을 고문하는 데 즐겨 썼다.
그 사실을 알아내는 건 너무나 쉬웠다. 사령안으로 보는 사소리의 주위에 처참한 모습의 인간의 원혼들이 모여 있었으니까.
“무, 무슨 짓을 할…….”
푸욱!
“크아아아악!”
신유현은 저주독창을 사소리의 어깨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는 사소리의 어깨.
“끄허어어억! 그, 그만……! 하, 하지 마!”
사소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비틀었다.
저주독창은 상대에게 저주와 독을 건다. 문제는 그때 어마어마한 고통이 수반된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저주를 걸어서 몸이 산 채로 썩어 들어가게 한다거나, 강한 산성 독으로 녹인다거나.
상대에게 다양한 고통을 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고문용으로도 사용하기 좋은 창이었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한번 사용하면 저주와 독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사소리는 저주독창을 고문용과 처형용으로 자주 사용했다.
“하지 말라고? 네놈에게 살해당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도 똑같이 말하지 않았나? 그만하라고, 하지 말라고. 그때 너는 어떻게 했지?”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사소리를 내려다봤다.
사소리는 테러범이었다.
일반인이나 초인들을 인질로 잡아서 잔인하게 죽였다.
그 때문에 헌터 협회에서 현상금을 걸었다.
물론 사소리뿐만이 아니라 철화단의 주요 핵심 간부들에게.
그 때문에 철화단의 숙청이 끝나면 간부들의 시체를 헌터 협회에 일괄로 넘길 생각이었다. 철화단 간부들의 현상금은 적어도 수억씩은 했으니까.
“크, 크으윽!”
신유현의 말에 사소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저주와 독, 과다 출혈로 사망할 테지.
“주, 죽여라! 이 개 같은 새끼야!”
사소리는 악에 받친 얼굴로 신유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미 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고통 없이 빠르게 죽는 게 나을 터.
실제로 지금 사소리는 고통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깨에서 시작된 저주와 독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면서 끔찍한 고통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져 왔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소리의 귓가에 신유현은 입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싫어.”
“……!”
그제야 사소리는 깨달았다.
신유현이 자신을 쉽고 빠르게, 고통 없이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네놈이 저지른 죄를 세면서 죽어라.”
신유현은 사소리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저주독창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익셉셔널 레어 등급의 무기는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커억! 컥!”
더 이상 사소리는 신유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렸다.
그런 사소리를 뒤로하고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복슬이가 나온 시점에서 철화단의 창술사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들은 복슬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과거 복슬이의 탈출 소동은 철화단 내에서 아주 큰 사건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전의를 상실한 그들을 스켈레톤들이 거의 제압해 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 철화단의 단원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놈들인가?”
신유현은 가늘게 눈을 뜨며 전방을 노려봤다.
2차선 도로를 울리며 달려오고 있는 검은색 후드 코트 차림의 초인들이 보였다.
그 숫자는 100명 정도.
기습이 통하지 않으니 나머지 인원들을 총동원해서 전면전을 걸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철화단의 간부들도 있었다.
서리궁, 아리사.
뇌명검, 카즈마.
진격창, 혼다.
전원이 4성 최상급에 다다른 강자들이었다.
그들이 각자 자신들의 부대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사소리를 구하려고 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복슬이였다.
“복슬아, 인사해 줘라.”
크앙.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복슬이는 자신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는 철화단 놈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키이잉!
그러자 복슬이의 아가리에 하얀 마나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혈랑이었을 때는 붉은 구체였지만 백랑이 되면서 바뀐 것이다.
투확! 슈아아아아악!
잠시 후, 하얀 구체에서 차가운 하얀 섬광이 공간을 가르며 쏘아졌다.
공기 중의 수분을 얼리면서 나아가는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
이윽고 하얀빛이 철화단 놈들에게 닿았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큰 얼음이 생겨났다.
혈랑이었을 때는 작열하는 폭발이 일어났다면, 백랑으로 변하며 모든 것을 얼어 붙이는 브레스를 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철화단의 절반은 얼어붙은 채 얼음 속에 갇혔다.
그 때문에 나머지 철화단 단원들이 당황하며 주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복슬아, 물어.”
아우-----!
신유현의 명령에 백랑, 복슬이는 길게 포효를 한 차례 하더니 철화단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었다.
* * *
전투는 신유현 쪽이 유리했다.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병력 절반이 얼어붙는 모습을 본 철화단 단원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나마 간부들이 악을 쓰면서 철화단 단원들을 강제로 움직였다.
하지만 신나게 철화단의 단원들을 물어뜯고 씹어 먹는 복슬이와 흑염의 오러를 피어 올리며 단원들을 베고 다니는 신유현을 막을 수 없었다.
애초에 복슬이는 철화단 간부 6명과 단원들 수십이 달라붙어서야 겨우 제압할 수 있던 존재다.
거기다 이번에는 간부가 절반 밖에 없는 데다가 신유현까지 있었다.
‘한 놈도 살려 두지 않는다.’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흑염의 오러가 솟구치는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촤아악!
“끄아아악!”
철화단 단원들 중 한 명이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신유현이 단원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팔을 날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레바테인을 휘감고 불타오르는 흑염에 상처가 지져지면서 지혈이 되었으니까.
문제는 잘려 나간 팔에 붙은 흑염이 어깨와 머리를 향해 뱀처럼 기어올라 온다는 사실이었다.
“히, 히이익!”
팔을 타고 오르는 뜨거운 흑염에 철화단 단원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기겁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서걱!
단원의 뒤로 돌아간 신유현이 곧바로 목을 날려 버렸으니까.
“이 새끼가!”
동료의 죽음을 옆에서 본 또 다른 단원 한 명이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더니 검을 내려쳤다.
까앙!
하지만 신유현은 건틀렛으로 변한 퀴네어로 단원의 공격을 튕겨 냈다.
화르륵!
그리고 흑염의 오러가 타오르는 레바테인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서거걱!
뼈와 살이 베이는 감각과 함께 철화단 단원은 두 동강이 났다.
“커헉, 끄르르륵…….”
흑염에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단원은 입에 피거품을 물며 절명했다.
“괴, 괴물인가……?”
“어떻게 저런 짓을……!”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철화단 단원들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신유현은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괴물이라고? 그럼 네놈들이 한 짓은 뭐지?”
살인, 납치, 감금, 인체 실험 등등.
철화단 놈들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해 왔다.
더 짜증 나는 점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될 걸 각오하고 했겠지?”
누군가에게 저주를 걸면 그 저주는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그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 누구도 인과응보의 법칙에서는 벗어날 수 없으니까.
철화단은 물론이고 신이라고 자처하는 게티아들까지도.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게티아 놈들에 한해서는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네놈들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그러니 받아들여라.
신유현은 자신을 괴물이라고 불렀던 철화단 단원들을 향해 파천신법을 펼치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기세 그대로 흑염의 오러가 불타오르는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번쩍! 슈아아악!
레바테인은 허공에 검은 궤적을 남기며 철화단 단원 두 명을 스치고 지나갔다.
“끄르르륵!”
“으아아악! 내 팔! 내 팔이!”
흑염의 칼날은 그대로 철화단 단원들의 목을 날리고 팔을 날렸다.
신유현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철화단의 단원들은 신유현을 막을 수 없었다.
대부분이 3성급인 데다가 실력이 좀 있다고 해 봐야 4성 최하급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식이!”
“더 이상 날뛰지 마라!”
결국 보다 못한 철화단의 간부 놈들이 신유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우-----!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백랑, 복슬이가 있었다.
철화단의 단원들을 물어뜯고 할퀴며 날뛰던 복슬이는 철화단 간부들을 증오에 찬 눈빛으로 노려봤다.
간부 놈들 때문에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으니까.
신유현은 철화단의 간부들을 향해 비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물어.”
크아아앙!
신유현의 명령에 복슬이는 포효를 내지르며 간부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신유현 또한 복슬이의 뒤를 따랐다.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에 흑염의 오러를 피어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