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2화
“복슬이를 구해 주세요!”
“복슬이?”
소녀의 말에 신유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혈랑의 모습에 비해 귀여운 이름이지 않은가?
아우-----!
길게 포효를 내지른 혈랑이 신유현과 스켈레톤들을 내려다봤다.
몸길이 3미터, 몸높이만 약 2미터. 머리엔 적색 뿔이 솟아 있는 붉은 털을 가진 늑대였다.
크르르.
혈랑의 붉은 눈이 살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건…….’
그때 신유현의 눈에 혈랑이 차고 있는 목걸이가 보였다.
목걸이에는 익숙한 크리스탈 수정이 달려 있었다.
‘게티아 놈들의 마수 조종 크리스탈 장치로군.’
아무래도 혈랑은 목걸이에 달려 있는 크리스탈 장치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크아아아아!
순간 혈랑이 움직였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스켈레톤 세이버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방어 진형!”
신유현의 외침에 전방에 있던 세이버 10기가 밀집 대형을 취했다.
5마리가 한 열씩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방어진을 짰다.
그 직후, 카이트 실드를 앞세운 세이버들 앞에 다가온 혈랑이 앞발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각!
혈랑의 앞발이 카이트 실드를 할퀴고 지나갔다.
다행히 세이버들의 진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1열에 있던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는 종잇조각처럼 갈가리 찢겨 나갔다.
크아앙!
콰득! 쾅!
하지만 혈랑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앞에 카이트 실드를 잃은 세이버 한 마리를 물 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이다.
“투창!”
그때 신유현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명령을 내렸다.
슈슉! 쌔애액!
그러자 세이버들 뒤에서 랜서들이 장창을 내던졌다.
10개의 본 스피어들이 마치 화살처럼 혈랑을 향해 쏘아졌다.
즈즈증!
그 순간, 혈랑의 눈앞에 붉은 역장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터터터텅!
이윽고 본 스피어 10개는 붉은 역장에 충돌하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마나 역장이라고?”
그 모습을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늑대 주제에 마나 역장 스킬을 사용할 줄이야!
“까망아!”
신유현은 까망이에게 의사 전달을 통해 세이버 10기, 아처 20기를 추가로 소환했다.
스스슥.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스켈레톤들.
신유현의 등 뒤에서 푸른 안광을 피어올리며 회색 갑주와 무기로 무장한 스켈레톤들이 나타나더니 전방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이제 디아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세이버 10기를 제외하면 전방에 세이버 19기와 랜서 20기, 아처 20기가 있는 상황.
그리고 아직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는 100마리가 넘게 스켈레톤들이 남아 있었다.
키메라들의 시체를 활용해서 추가적으로 스켈레톤들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놈을 압박해라!”
신유현은 세이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세이버들이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좌우로 넓게 퍼지며 혈랑을 향해 다가갔다.
1기가 물려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지만 나머지 19기로도 충분히 혈랑을 압박할 수 있었다.
2미터에 육박하는 세이버 19기가 동시에 카이트 실드를 밀어붙이는 장면은 나름 장관이었다.
그사이 랜서 10기들은 투창한 본 스피어를 회수했다.
키이잉!
그때 혈랑의 앞발에 붉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방어!”
[스켈레톤 세이버들이 프로텍트 가드를 발동합니다.]
신유현의 외침에 혈랑의 전방에 있던 세이버들이 바닥에 카이트 실드를 박으며 방어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 혈랑이 앞발을 지면에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그러자 어마어마한 붉은빛의 충격파가 터지면서 전방의 지면이 터져 나갔다.
혈랑의 공격 스킬, 블러드 임팩트였다.
덮쳐 오는 충격파를 세이버들은 어떻게든 버텨 냈다.
신유현의 외침에 방어 스킬을 발동시킨 덕분이었다.
“공격해라.”
티티팅! 쌔애액!
신유현의 명령에 이번에는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아처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시설의 복도였다면 아처들을 활용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 이곳은 투기장처럼 공간이 넓은 실험실이었다.
아처들이 활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
회색 뼈로 이루어진 10발의 화살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혈랑을 향해 날아갔다.
화살에는 마나가 실려 있었기 때문에 포격과도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우------!
그때 별안간 혈랑이 길게 포효했다.
그러자 혈랑의 등 위로 붉은 마나 역장이 또다시 생겨나는 게 아닌가?
텅! 텅! 텅!
비처럼 쏟아진 10발의 화살들을 마나 역장에 맞고 튕겨 나갔다.
“원거리 방어 스킬인가? 성가시네.”
투창에 이어 화살까지 막아 내는 마나 역장에 신유현은 혀를 찼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음.”
1열 아처가 10발의 화살을 쏘고 난 다음, 뒤에서 대기 중이던 2열의 아처 10기가 앞으로 나서며 활시위를 당겼다.
“쏴.”
티티팅! 쌔애액!
이어서 또다시 10발의 화살이 혈랑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지상에서 20기의 랜서들이 장창을 앞세우고 찔러 들어갔다.
쿵!
그러자 혈랑이 지면을 박차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 움직임은 마치 바람과도 같았다.
파바바박!
이윽고 혈랑이 있던 자리에 화살들이 떨어져 박혔다.
랜서들의 창 역시 허공을 찌를 뿐이었다.
“움직임도 좋네.”
역시 5성급.
스킬과 움직임으로 보면 보스급이었다.
하지만.
“케이론!”
부우우웅!
신유현의 외침에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케이론이 솟구쳐 날아올랐다.
이곳은 공간이 넓었기 때문에 케이론도 전투에 참가 시킬 수 있었다.
“충각돌진!”
키이잉!
신유현의 외침에 케이론의 크고 검은 뿔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들의 머리 위에서 곧바로 혈랑을 향해 빠르게 내리꽂혔다.
흑빛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케이론.
그 벼락과 같은 속도에 혈랑은 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나 역장을 전개했다.
즈즈증!
눈 깜짝할 사이에 혈랑의 전방에 마나 역장이 세 개가 생겨났다.
콰창! 와장창창!
하지만 첫 번째 역장과 두 번째 역장은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이어서 케이론이 세 번째 역장과 부딪쳤다.
마지막 역장은 상당히 두터웠다.
그 때문일까.
찰나였지만, 케이론의 회전하는 뿔을 잠시나마 막았다.
쩌적!
하지만 이내 세 번째 마나 역장도 금이 가더니 유리처럼 부서졌다.
콰콰콰쾅!
뒤이어 케이론의 뿔이 바닥과 격돌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바닥이 터지면서 콘크리트와 흙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 것이다.
“재빠른 놈이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혀를 찼다.
세 번째 역장에서 케이론이 잠시 주춤한 사이에 혈랑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케이론이 바닥에 충돌했을 때 이미 혈랑은 그 자리에 없었다.
부우웅!
그때 케이론이 날갯짓을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케이론의 날개가 일으킨 바람이 치솟아 올랐던 콘크리트 조각들과 흙먼지를 사방으로 날렸다.
이윽고 케이론이 격돌한 지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케이론을 중심으로 무려 반경 5미터 정도 되는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케이론 너머로 혈랑이 낮은 자세로 경계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크르르!
그 앞에서 케이론은 날갯짓을 하며 지면 위로 낮게 떠 있었다.
“밀어붙여!”
부우웅!
신유현의 명령에 케이론이 혈랑을 향해 돌진했다.
충각돌진과 초진동파는 이미 쓴 직후였기 때문에 한동안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케이론은 뿔 길이까지 합하면 3미터가 넘는 거체였다.
혈랑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크기였기에 단순히 돌진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터.
크허어어엉!
콰아아아앙!
잠시 후, 케이론과 혈랑이 서로 맞붙었다.
혈랑은 케이론의 뿔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했다.
그리고 서로 맞붙은 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부우우우웅!
케이론은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혈랑을 밀어붙이려고 했다.
그그극!
하지만 뒷발로 지면을 버티고 앞발로 케이론을 미는 혈랑이 더 강했다.
조금씩 혈랑이 케이론을 밀어내고 있었으니까.
힘 승부에서 케이론이 혈랑에게 밀린 것이다.
‘역시 케이론만으로는 밀리는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혈랑이 5성 보스급의 힘을 가진 존재인 반면 케이론은 4성 보스급이었으니.
다만 단단한 갑각을 가진 만큼 방어력만큼은 혈랑보다 우위에 있었다.
콰각! 콰가각!
그 때문에 혈랑이 휘두르는 발톱을 버텨 내고 있었다.
갑각 위로 흠집들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현재 케이론의 뿔은 혈랑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상황.
그 때문에 뿔로 공격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케이론이 딱 맞붙어 있었기 때문에 혈랑도 움직일 수 없었다.
혈랑이 움직이는 대로 케이론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기동성 또한 혈랑 못지않았다.
그렇게 케이론이 혈랑을 붙잡아 두고 있는 사이, 랜서들이 움직였다.
랜서들이 혈랑을 가운데에 두고 사방을 포위한 것이다.
그야말로 퇴로가 차단된 상황.
슈슈슉!
랜서들은 혈랑에게 장창을 내질렀다.
터터텅!
하지만 혈랑은 끝까지 저항했다.
마나 역장을 자신의 몸 주위에 전개해서 랜서들의 장창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신유현은 마나 역장이 원거리 공격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속적으로 마나 역장에 힘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대로 밀어붙여라!”
신유현의 명령에 랜서들은 장창을 든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조금씩 붉은 마나 역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 역장이 뚫렸다. 신유현의 생각대로 마나 역장은 지속적으로 힘을 줄 경우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푸푸푹!
크허어어어엉!
드디어 랜서들의 장창이 혈랑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케이론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던 혈랑은 몸에 10개가 넘는 본 스피어가 박혀 들어오자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투두둑!
고통을 참으며 배에 힘을 주자 혈랑에게 박혔던 본 스피어들이 튕겨 나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본 스피어에 꿰뚫려 상처가 난 부분이 빠른 속도로 재생되어 가고 있었다.
‘초회복과 초재생인가?’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사령안으로 혈랑의 정보를 확인했다.
[블러드 울프, 혈랑]
이름: 혈랑
등급: 5성
고유 스킬: 초회복(S), 초재생(S), 블러드 브레스(S)
일반 스킬: 상세 항목 참조
무려 S급 고유 스킬이 무려 세 개나 있었으며, 혈랑이 보여 주었던 마나 역장과 붉은 충격파는 일반 스킬에 포함되어 있었다.
‘장기전이 되겠군.’
거기다 초회복과 초재생의 조합은 사기였다.
초재생은 어떤 상처가 생겨도 바로 회복할 수 있었고, 초회복은 생명력과 체력, 마력을 회복시킨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전개 하이라이트로 싸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지치지를 않으니까.
하지만 지치지 않는 건 스켈레톤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신유현은 전투를 오래 끌 생각도 없었다.
거기다 언데드 소환수들로 혈랑을 압박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상황.
“그럼…….”
신유현은 자세를 낮추며 허리에 차고 있는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움켜쥐었다.
“가 볼까.”
스팟!
순간 신유현의 모습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