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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91화 (9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1화

아무도 없는 추운 밤거리.

하얀 눈이 내리는 길거리에 강아지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끼잉.

길거리에 쓰러진 강아지는 배고픈 몸을 웅크리며 구슬프게 울어 본다.

하지만 추운 밤거리에는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나른한 졸음.

눈에 뒤덮인 하얀 강아지는 배고픔과 추위에 몸을 떨며 힘없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떤 방 안에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안겨 있었다.

“털이 푹신푹신해.”

“복슬이다, 복슬이!”

어느 틈엔가 복슬이가 되어 버린 하얀 강아지.

아이들은 복슬이를 귀여워했다.

방에서 나갔다가 울면서 돌아와도 복슬이를 보면 울음을 참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복슬이는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슬플 때도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한두 명씩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럴 때면 함께 나간 아이들은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안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몸을 내맡긴 복슬이는 얼굴을 핥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슬이는 하얀 가운을 입은 어른들의 손에 끌려 나갔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복슬이가 끌려간 날.

방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복슬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 복슬이 어디 갔어요?”

“복슬이 돌려주세요.”

“실험 아파도 더 열심히 받을게요.”

“밥 조금만 먹어도 되니까 복슬이 돌려주세요.”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실험을 받으며 울지 않던 아이들이 복슬이가 사라지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하얀 가운을 입은 어른은 말했다.

“그럼 이제 실험을 받는 시간을 더 늘리겠다. 성과가 나온다면 복슬이를 돌려주마.”

아이들은 하얀 가운을 입은 어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복슬이는 아이들에게 있어 귀여운 막냇동생 같은 존재였으니까.

복슬이를 보면 아프고 힘든 실험을 받고 돌아와도 힘이 났다.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들에게 끌려간 복슬이는…….

* * *

신유현은 거주 구역에서 구출한 아이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신유현이 구한 아이들의 숫자는 넷이었다. 원래는 더 많았지만 방에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그저 말없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 뿐이었다.

‘쳐 죽일 놈들.’

속으로는 철화단 놈들을 욕을 하면서.

“언니! 귀 만지고 싶어!”

“꼬리도 귀여워!”

“복슬복슬해.”

그리고 디아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귀! 귀는 안 됑! 꼬리도 안 됑!”

디아는 묘인족이었다.

귀여운 고양이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귀엽다고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디아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고양이 귀와 꼬리를 쓰다듬으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 마스터어…….”

결국 디아는 울상이 되어 신유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신유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 좀 잘 부탁할게.”

“마스터어어어…….”

신유현은 등 뒤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디아를 뒤로했다.

그렇게 디아는 아이들의 손길에 파묻혀 갔다. 이미 머리는 물론 턱과 얼굴까지 아이들에게 맡긴 채 모든 걸 포기했다.

뀨?

하지만 디아의 구세주는 따로 있었다.

디아를 귀여워해 주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까망이에게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뀨, 뀨?

그 모습에 까망이는 흠칫 놀란 이모티콘 같은 표정을 떠올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울었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의 손은 까망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몰캉몰캉!”

“몰캉몰캉!”

아이들은 까망이를 마구 만지며 신기한 감촉에 귀엽게 웃었다.

장소에 맞지 않는 분위기와 상황이었지만 신유현은 개의치 않았다.

이전 삶에서 만나 왔던 아이들은 마음이 죽어 있었다.

희망을 잃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 보던 아이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이렇게 아이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신유현은 보기 좋았다.

그리고 저 미소 뒤에는 슬픔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니까.

“이쪽이에요.”

아이들 중에서 나이가 많은 소녀가 신유현의 코트 자락을 끌었다.

디아 또래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신유현을 이끌며 동생이 있는 장소로 안내했다.

신유현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움직였다. 아이들만 뒤에 남겨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디아와 세이버 몇 마리에게 호위를 시키면 돼.’

비록 대부분의 힘을 잃었다고 해도 디아는 불사왕 직속 세븐 아크스들 중 한 명이며 어둠의 성녀였다.

그리고 묘인족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초인보다는 강하며, 호위로 붙인 세이버들에게 버프를 걸어서 강력한 존재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니 디아에게 맡겨 놓으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방으로 스켈레톤 세이버들과 랜서들을 전개한 상황이었다.

그 상태로 신유현은 소녀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다.

‘이제 슬슬 거주 구역이 끝나 가는 것 같은데…….’

거주 구역에는 철화단의 연구원들과 단원들이 살고 있었던 것 같았으며, 납치한 아이들도 한 구역에 같이 살았던 모양이었다.

아마도 바로 옆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현은 거주 구역 끝에 도착했다.

* * *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에게 끌려간 이후, 복슬이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니,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복슬이 또한 실험을 당하기 시작했으니까.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거나, 이상한 붉은 돌을 몸속에 삽입당했다.

그때마다 복슬이는 죽어 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실험은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복슬이는 아파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버텼다.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었으니까.

자신을 귀여워해 주고 쓰다듬어 주던 작은 아이들을.

그렇게 복슬이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실험에 적응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크르릉?

복슬이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눈뜬 방에서 자신을 귀여워해 주던 소녀 한 명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옆 실험실의 창문을 통해서.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만나게 된 반가운 소녀의 모습에 복슬이는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소녀는 복슬이를 보지 못했다.

두려운 표정으로 실험실 침대에 누워서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꺄아아아악!”

실험실 침대 위에서 소녀는 경련을 일으키며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소녀는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울면서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크르르?

처음으로 아이들이 받는 실험을 보게 된 복슬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는 복슬이의 눈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고 있는 작은 소녀가 비쳤다.

자신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귀여워해 주던 소녀.

툭.

얼마 지나지 않아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던 소녀의 몸이 멈췄다.

그 순간 복슬이는 깨달았다.

어째서 방에서 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떤 짓을 당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들은 몰랐다.

지금까지 실험을 받아 온 복슬이의 머리가 좋아져 있다는 사실을.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모든 상황을 이해한 복슬이는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어, 어?”

그 모습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들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태껏 어떤 가혹한 실험을 해도 끙끙대기만 하던 녀석이 위협적인 포효를 할 줄은 몰랐으니까.

콰득! 콰드득!

복슬이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목줄을 뜯어냈다.

“헉!”

“도, 도망쳐!”

뒤늦게 복슬이를 대상으로 실험하기 위해 실험실에 들어와 있던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들은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크아앙!

복슬이는 가장 먼저 바로 옆에 있던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득! 콰지지직!

“으아아아악!”

그러고는 그 목과 어깨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의 목에서 피 분수가 솟구쳐 올랐다.

“히, 히이익!”

나머지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은 두려운 눈으로 복슬이를 바라봤다.

복슬이 또한 붉은 눈을 번뜩이며 하얀 인간을 내려다봤다.

퉤.

입에 물고 있던 놈을 고개를 흔들어 내던졌다.

그리고 나머지 한 놈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나머지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은 두려운 표정으로 실험용 가위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푸욱!

눈 깜짝할 사이에 복슬이의 앞발이 명치를 꿰뚫었다.

“컥! 커허억…….”

복슬이는 천천히 앞발톱을 긁으면서 빼냈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서.

“꺼억! 꺼거걱!”

복슬이의 의도대로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 갔다.

그건 제일 처음 목과 어깨를 물어뜯은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피 분수를 내뿜고 있는 그도 천천히 죽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받았던 고통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기 위해서.

“이 괴물 자식이!”

그때 실험실 문이 열리며 장비로 무장한 초인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복슬이는 붉은 눈을 빛냈다.

이 지옥에서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복슬이는 앞을 막아서는 존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칼에 발이 잘려 나가고 화살에 몸이 꿰뚫렸다.

해머에 발이 박살이 나기도 했으며, 초고열에 몸이 태워졌다.

하지만 복슬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험으로 인해 손에 넣은 고유 스킬들이 있었으니까.

고유 스킬, 초회복과 초재생.

그 덕분에 복슬이는 빠르게 몸을 회복하며 싸웠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하지만 복슬이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계속되는 물량 공세에 복슬이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날, 철화단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간부들을 전부 동원한 끝에 겨우 복슬이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철화단은 프로토타입 복슬이를 영구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실험의 부작용으로 복슬이는 무슨 수를 써도 죽일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까.

* * *

스켈레톤 세이버들과 랜서들을 앞세운 신유현은 아이들과 함께 거주 구역의 끝에 도착했다.

그곳은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투기장 같은 곳이군.’

거대한 실험실은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아마도 철화단이 실험체들끼리 전투를 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소 같았다.

그리고 실험실 한쪽 끝에는 몸길이가 3미터에 달하는 존재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너희들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

신유현은 디아와 아이들을 뒤에 두었다. 물론 호위를 위한 세이버들도 10마리 정도 남겨 두고서.

준비를 마친 신유현은 바닥에 누워 있는 존재를 향해 다가갔다.

<5성 키메라 프로토타입, 혈랑>

‘프로토타입이라.’

눈앞의 존재는 키메라들의 프로토타입인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생긴 건 거대한 늑대와 흡사했다.

하지만 머리에는 뿔이 나 있었고, 아가리엔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짝 드러나 보였다.

크르릉. 크르릉.

거기에 한창 잠을 자고 있는 모양.

그 순간.

파지직!

크허어어엉!

한참 잘 자고 있던 키메라 프로토타입, 혈랑의 목에서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혈랑이 차고 있는 목걸이에서 전격이 튄 것이다.

그 때문에 혈랑은 눈을 번쩍 뜨고 괴성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르르르!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내가 깨운 게 아닌데.”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혈랑은 신유현이 자신을 깨웠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그때, 아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소녀가 신유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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