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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54화 (5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4화

샤로테 호텔에서 출발한 남연아의 스포츠카 포르쉐 박스터는 그녀의 연구소에 가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서울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연구소가 좀 머네요?”

“네. 보안을 위해서 신경 좀 썼어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어느덧 그들이 탄 차는 북한산 근처까지 왔다.

그리고 북한산 아래에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연구소가 이 근처에 있습니까?”

“네. 아직 더 가야 되지만요.”

“그럼 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가 보면 알아요.”

신유현의 물음에 남연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현은 남연아가 지은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지하 주차장 가장 안쪽에 도착하자 출입 제한 표시와 함께 차량 차단기가 있었다.

그리고 차량 차단기를 넘어서 지하로 한 층 더 내려가자,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작은 크기의 주차장이 나왔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주차장을 바라보며 신유현이 입을 연 찰나.

쿠궁! 우우우우웅!

정면에 막혀 있던 벽에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치 영화 속 비밀 기지 입구처럼 벽이 좌우로 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놀랍게도 지하 주차장에 숨겨진 비밀 통로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제 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남연아는 다시 통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비밀 기지 같죠?”

“네. 이건 예상하지 못했네요.”

신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이런 비밀 통로가 있었을 줄은 몰랐으니까.

“아까 전 들어온 아파트도 사실 저희 연구소 직원들이 사는 아파트예요. 지금 가는 길은 연구소로 갈 수 있는 비밀 통로들 중 하나고요.”

“규모가 상당한가 보네요?”

“뭘요, 다섯 층 규모밖에 안 돼요.”

남연아는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면적만 놓고 본다면 상당한 규모일 터.

지하 통로를 어느 정도 달린 후에야 남연아의 비밀 아티팩트 연구소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 * *

아티팩트 연구소에 도착한 후 신유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련된 느낌의 인테리어와 아티팩트를 연구하고 개발 및 개조를 하는 실험실들이 층마다 존재했다.

그리고 지하 건물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하얀 가운을 걸친 연구원들이 남연아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연구원들의 숫자도 제법 많아 보였다.

‘예상보다 상당하군.’

설마 남연아가 이런 연구소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신유현은 남연아가 남민혁의 암살 위협에도 연구소에만 있으면 안전하다고 한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티팩트 연구소는 어마어마한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안전하겠네.’

그렇게 연구소를 둘러보며 감탄하는 사이 남연아는 신유현을 데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예요.”

연구소 지하 5층

배리어 코트 개발부

남연아는 신유현과 함께 배리어 코트 개발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제 개인 실험실이에요. 혼자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실험실 내부는 제법 넓었다.

그리고 남연아는 실험실 중앙으로 신유현을 데려갔다.

“제가 선물하려고하는 코트는 이 아이예요.”

중앙에 위치해 있는, 직경 2미터 정도의 원통형 유리로 된 실험관.

그 안에 붉은색 안감에 세련된 디자인의 칠흑의 코트가 걸려 있었다.

“디스토션 필드 코트. 통칭 DF코트로, 기존의 배리어 코트인 B코트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방어복이죠.”

“디스토션 필드요?”

“네. 기존의 B코트가 방어막을 전개해서 공격을 막았다면, DF코트는 착용자의 주변에 공간왜곡장을 발생시켜서 공격을 흘려 낸다는 개념이에요.”

“막지 않고 흘려 낸다라…….”

신유현은 DF코트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건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말에서 한 가지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마나 효율이 좋아지겠군요.”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공격을 정면에서 막는 게 아니라 비켜 흘리기 때문에 마나 소모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어요.”

남연아는 신유현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DF코트의 최대 장점을 한눈에 알아볼 줄은 몰랐으니까.

“실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면으로 막기보다는 흘려 내는 게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거든요.”

거기다 적의 공격을 흘려 낼 수 있으면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만큼 마나와 체력을 줄일 수 있고 말이다.

“그렇군요.”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B코트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연구한 끝에 나온 결과가 DF코트였으니까.

“아무튼 공격을 비켜 낼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원거리 공격에 특히 효과적이겠는데요?”

“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화살이나 원거리 공격 마법 같은 경우에는 특히 효율이 좋아요.”

남연아는 놀란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DF코트를 보고 마나 효율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그런데 설마 원거리 공격에 면역이라는 사실까지 알아낼 줄이야.

“그리고 DF코트에는 4성 마정석을 베이스로 고성능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을 장착했어요. 이론적으로는 4성 마수들의 공격은 자동적으로 방어해 낼 수 있을 거예요. 실제 4성 마수들의 공격을 가정한 실험에서도 성공적이었고요.”

배리어 코트는 등급에 따라 성능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보급형은 착용자가 직접 수동으로 물리 보호를 발동시켜야 했다.

그래야 코트에 내장된 배리어 마법이 발동하면서 방어막이 생성된다.

착용자가 물리보호를 발동시키고 방어막이 생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0.001초 미만.

하지만 중급형 코트부터는 특정 조건하에 배리어 마법이 자동 발동된다.

착용자를 향해 일정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다가오거나, 주변 온도가 변하거나 등등.

착용자에게 신체적 위해를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코트에 내장된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이 자동적으로 배리어 마법을 발동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칩의 성능에 따라 감지 범위와 발동 시간이 다르다. 보통 반경 2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감지하며, 발동 시간은 0.001초 정도 걸린다.

고성능일 경우는 0.0001초도 걸리지 않고 거의 즉발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발동한다.

즉, 소총탄도 자동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물론 중급형도 착용자가 직접 발동시킬 수 있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보다 착용자의 감각이 더 뛰어난 경우도 있으니까.

서로 호환이 가능한 것이다.

“4성 마수의 공격을 흘려 낼 수 있을 정도면 성능이 좋네요.”

“그럼요. 그리고 공격을 흘려 낼 수 있는 코트는 세계에서 이 아이밖에 없어요.”

남연아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디스토션 필드 코트의 등급은 고급형으로 4성 레어급이었다.

오늘 경매장에 나왔던 신형 코트와 동급이지만 기본 설계 개념이 달랐다.

그 때문에 DF코트가 더 유니크했다.

“마음에 드시나요?”

“네. 정말 마음에 드네요.”

남연아의 질문에 신유현은 DF코트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본적으로 배리어 코트들은 방어 마법을 사용할수록 마정석의 마나가 소모된다.

그 때문에 마나가 완전히 소모되면 더 이상 배리어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에 충전을 해야 했다.

그런데 DF코트는 마정석의 마나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여 주기에 좀 더 안정적으로 마수들과 싸울 수 있었다.

“그럼 약속대로 이 코트를 선물로 드릴게요.”

“정말 받아도 괜찮습니까?”

“네. 제 생명의 은인인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그리고 이 아이는 제가 개발한 아이들 중에서도 역작이니 잘 사용해 주세요.”

남연아는 실험관 안에 있는 DF코트를 꺼내더니 신유현에게 직접 입혀 주었다. 그런데 막상 입어 보니 DF코트는 사이즈가 꽤 컸다.

“좀 큰 것 같은데요?”

“일부러 좀 크게 만들었어요.”

신유현의 물음에 남연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 직후.

[사용자 등록을 시작합니다.]

[스캔 시작.]

코트에서 여성적인 기계음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이건 뭔가요?”

“DF코트에는 보조 AI가 설치되어 있어요. 전투 정보를 수집해서 최대한 유현 씨의 스타일에 맞게 코트를 최정화시킬 수 있거든요.”

“그런 기능도 있나요?”

남연아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코트에 전투 보조 AI까지 있을 줄이야.

기존 코트는 물론, 이전 삶에서도 이런 기능은 없었다.

“네. 그래서 최적화가 완료되면 디스토셜 필드의 생성도 더 빨라질 거에요. 이론적으로는 0.0001초까지 가능해요.”

“그건 굉장하네요.”

0.0001초 만에 발동하는 등급은 6성 최고급형은 되어야 가능한 수치였으니까.

[사용자 신유현 님의 등록을 완료하였습니다.]

이윽고 사용자 등록을 완료했다는 소리와 함께 DF코트가 변형되기 시작했다. 신유현의 체형에 맞게.

“등록이 완료되면 사용자의 체형에 맞게 맞춤형으로 조절이 돼요.”

“이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이 아이는 다재다능하니까요.”

남연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다가 신유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착용감은 어떤가요?”

그녀의 물음에 신유현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편안했다.

“좋은데요?”

“그럼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코트에 장착된 마정석도 탈착식으로 교환이 가능해요.”

“허…….”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본적으로 B코트에 장착된 마정석은 교환이 불가능했다.

일체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착이 가능하다니?

그 말은 곧.

“4성 이상의 마정석을 구해서 박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네.”

신유현의 질문에 남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DF코트에 5성이나 6성 마정석을 박아서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대체 언제부터 이 코트를 개발한 겁니까?”

“개발을 시작한 지는 이제 3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완성은 며칠 전에 겨우 했지만요.”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구나.’

남연아의 말에 신유현은 처음으로 회귀를 한 후,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다.

이전 삶에서는 디스토션 필드 코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걸 개발했어야 할 남연아가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서 암살당했으니까.

그 때문에 완성을 하지 못했고 끝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다.

‘남민혁만 아니었으면 새로운 방어 코트들이 개발되었을지도 모르겠군.’

지금은 신유현이 가진 DF코트 하나뿐이지만 머지않아 양산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남연아라면 DF코트를 기반으로 더욱더 개량된 방어 코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전 삶에서 DF코트가 양산되었더라면 게티아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DF코트가 있었다면 게티아들뿐만 아니라 전 지구를 휩쓸었던 카오스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초인들의 피해를 줄여 주었을 것이다.

그건 곧 게티아들을 상대하는 데 DF코트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만큼 신유현이 보기에 DF코트는 B코트보다 획기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DF코트에 대해 생각하던 신유현은 남연아에게 물어볼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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