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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정령사-219화 (219/241)

00219  상견례  =========================================================================

삼광(三光) 셰실리코프, 루드밀라 왕국에 이름을 널리 알린 기사이자 검사인 소드익스퍼트 상급의 무력을 지닌 자.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그에게 있어 여인은 남자보다 열등한 종족‘이었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사랑, 왜인지 모르겠으나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처했던 그에게 무언가를 느꼈었는지 루드밀라 제일세력의 5공녀인 션샤인 폰 투툰이 다가왔다.

그리고 마치 동화속의 이야기처럼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은 신분의 격차로 인해 잠시 헤어지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나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애가 달파오던 그들은 오늘날 불릿과 투툰 후작의 극적 타결에 의해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

* * *

“…….”

“…….”

“……….”

쿠구구구구-

이러한 배경음이 들리는 것처럼 긴장감이 감도는 곳, 이 자리가 바로 만남의 주선장소가 아니겠는가?!

……음식 먹다가 체하겠다.

둘둘씩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서 5공녀만이 밝은 기운을 뿌리며 입을 열었다.

“바람님, 드디어 만나게 됐어요!”

“으, 으음. 만나게 됐구려, 샤인.”

“너무 기뻐요! 정말 고마워요, 아버님!”

“그, 그러냐?”

“네!”

“허허허허….”

투툰 후작은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면서도 눈은 날카롭게 빛내며 셰실리코프를 노려봤다.

이에 셰실리코프는 장인 될 사람에게 기세를 내뿜을 수는 없었기에 그저 담담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스윽-

“투툰이여, 당신은 나와 대화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바포 백작.”

어른은 어른끼리(?) 대화를 나누고 청춘남녀는 그들끼리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웃어른으로서의 자세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만난 둘을 배려해준 불릿은 자연스럽게 투툰 후작에게로 말을 주고받았다.

“본인의 제안은 잘 생각해 보셨소?”

“우리 아가로 거래를 하겠다?”

불쾌한 투툰 후작의 퉁명스런 대꾸에 불릿은 고개를 저었다.

“그저 두 사람을 이어줬으면 싶었을 뿐이네. 셰실리코프가 본인의 가신이긴 하지만 이런 자리를 주선할 정도로 노력할 필요는 없지.”

“…내가 나이도 더 많은데 말 좀 올려서 하지?”

둘의 나이 차는 그리 많이 나진 않는다. 기껏해야 10살 남짓, 그러나 외관상으로는 불릿이 셰실리코프와 해후를 나누는 5공녀와도 나이대가 비슷해 보였다.

그러니 투툰 후작도 그가 젊어진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셰실리코프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그동안 루드밀라의 군주들 중에서 유일하게 인정해준 불릿 조차 나쁘게 보이는 모양.

“이러려고 만난 건 아니지 않나?”

“작위도 낮은 게….”

“자넨 공작한테 말을 올려서 했나?”

“이 자식이?”

“이거나 받게.”

스윽.

불릿은 미리 준비했던 고풍스런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고, 투툰 후작은 의심스런 눈초리를 하면서도 불릿이 내민 상자를 받아들었다.

“분말형 독이라도 들어있는 건 아니겠지?”

“투툰 후작도 한물 갔는가? 겁이 많아졌어.”

“주둥이만 살아선, 칫.”

단 한마디도 지려하지 않는 불릿을 노려본 투툰 후작은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았다.

달칵.

상자를 열어본 그는 안에 든 내용물을 불릿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바포 백작, 자네 진심이었군?”

“그럼 농으로 왔을까.”

그가 내민 것은 불릿의 풀네임이 음각된 단검, 그것은 불릿이 숲속에서 오크를 죽일 때 사용했던 바로 그 단검이었다.

귀족을 증명하는 데엔 반지와 펜던트처럼 몸에 걸고 다니는 장신구도 있지만 이렇게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와 같은 검도 있었다.

이러한 검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지만 원래부터가 보검 또는 명검이었기에 무기로 사용해도 문제없었다.

뭐, 이게 가보정도의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가 대영주의 자리에 즉위하며 제작된 상징적인 물건이었다.

가문은 아니지만 개인의 명예를 건다는 의미였기에 대영주라는 위치에 있는 불릿이 어떤 각오를 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각하, 설마 그걸 내거신 겁니까…?!”

“어머나, 세상에….”

검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검사인 셰실리코프는 물론이거니와 대귀족의 영애인 션샤인 또한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귀족이 명예를 중시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그런 귀족 중에서도 선두에 달리는 불릿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검을 가져온 것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심인 건 알겠지만 그대가 자신만만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지금 여기서 자네들을 여신의 곁으로 돌려보내고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네만.”

“아버님!”

“조용하라, 5공녀. 투툰의 이름이 가벼우느냐?”

투툰을 들먹이며 반발하는 션샤인을 내리누르는 투툰 후작.

불릿은 그의 발언에 어찌 대답하면 좋을지 상념에 잠겼다.

‘자식을 거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싫다했으면서 뭔가를 더 내놓으라는 태도이다. 이게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아직 자신이 그가 혹할 만큼의 조건을 내놓지 못했기에 투툰 후작은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투툰 후작에게 무언가를 더 준다고 해봤자 새 발의 피 수준이었고, 지금 바포 변경백은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줄만한 게 없었다.

그러다 불릿은 그가 왜 이런 자리까지 왔었는지를 깨닫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릴사위는 무리지만 5공녀가 원할 때면 언제든 투툰 후작령을 방문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소.”

“…크흠.”

“백작님…….”

불릿의 말에 투툰 후작은 속내를 들켜서 그런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뱉었고, 5공녀 션샤인은 감동이라도 했는지 두 손을 모으고서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

대개 여자들은 시집을 가면 본가로 돌아가기 매우 힘들다.

그것은 아무리 높은 집안의 여식이라 할지라도 변함은 없었고, 자칫 여자가 친가에 정보를 물어다줄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에 외출에도 제한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불릿의 발언은 숨김없이 모든 것을 개방하겠다는 의미였기에 왕국의 방패역할인 변경백의 주인이 내뱉기엔 큰 결심이었다.

“크흥!…네가, 자네가 그리 나오니 나도 뭔갈 보여줘야겠지.”

투툰 후작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품을 뒤적거리더니 탁상에 단검을 내려놓았다.

탁!

“가져가! 교환이다!”

투툰 후작의 호통에 불릿의 표정은 미묘해졌다.

“진(眞)을 걸고?”

그가 내려놓은 것은 불릿이 내놓았던 것과 비슷한 양식의 증표였다.

개인의 명예를 건다는 것으로, 이 또한 서로간의 의사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거기에 개국공신과 나라가 이어지기 전부터 존재했던 투툰가의 명예까지 들먹이니 버럭 소리를 지르는 투툰 후작.

“알았다고! 둘의 결혼을 허락한다! 됐냐, 이 어린놈아!”

“이로써 바포 변경백의 삼광(三光) 셰실리코프 실라이온 퓨처 실피드와 투툰 후작령의 5공녀 션샤인 폰 투툰의 약혼이 성사됐음을 밝히는 바이오. 이의 있는가?”

이번엔 불릿이 당사자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묻자 두 사람은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각하!”

“고맙습니다, 시아버님!”

“…시아버님은 아니네만. 어쨌든 간에…투툰이시여?”

“또 뭔가, 장인어른?”

“젠장, 아니라니까.”

“?? 각하?”

“제가 잘못 들었나요?”

“뭐, 뭐야, 바포 백작 맞는가…?”

‘아니라니 그러네, 쓰읍.’

핏줄도 안 이어져 있고 양부모도 아닌데 시댁이니 시아버지니 그러니까 살짝 기분이 상한 불릿.

자신도 아직 결혼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그런 소릴 들으니 더욱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야 젊지만 41살이니 그도 그런 부분에서 민감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수습하긴 해야 했기에 입을 열었다.

“나도 예비신랑인데 시부모라거나 장인어른이라고 하면 좋겠는가?”

“아…….”

셋이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타이밍에 탄식을 늘어놓으니까 불릿은 괜히 구시렁거렸다.

“빨리 혼인을 하던가 해야지 원….”

* * *

불릿의 만남주선은 수확제를 틈타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소란스러운 때야말로 은밀한 만남을 가지기엔 더욱 좋은 법이다.

오히려 숨는답시고 로드를 뒤집어쓰거나 어두컴컴한 곳에서 만남을 가지려고 하면 금방 들키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렇게 수확제가 끝나고 복귀한 불릿을 맞아준 것은 역시나 그라면 죽고 못 사는 흙덩이였다.

와락!

“오빠! 불릿 오빠!”

“기다렸구나.”

“쓰다듬어줘, 안아줘!”

“그래그래.”

스윽스윽-.

“헤헤헤….”

복귀하자마자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허리를 흔드니 그에 따라 새하얀 원피스의 자락이 꼬리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에 동했는지 한쪽 손으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남는 손은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더니 살랑살랑 흔들리는 원피스자락을 쓰다듬는 척하면서 엉덩이를 살살 문질렀다.

이에 불릿을 껴안고서 얼굴을 부비고 있던 흙덩이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흥분돼?”

“각하, 저희는 정비를 하러 이만 복귀하겠습니다.”

때마침 크레파토스가 보고를 올리자 불릿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나이 지긋한 크레파토스는 그 와중에도 흙덩이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지 않는 불릿의 손을 보더니 자리에서 멀어져갔다.

마침내 복도엔 불릿과 흙덩이 두 사람만이 남게 되자 그는 참았단 욕구를 드러내었다.

주물럭주물럭-.

떡을 주무르듯 흙덩이의 엉덩이를 만지던 불릿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그쪽 손을 아래로 내리더니 그녀의 가슴이 자신의 아랫배에 닿을 수 있도록 더욱 세게 껴안았다.

손가락은 은밀한 부위로 슬슬 내려가는 중, 이윽고 좁은 구멍을 찾아낸 손가락은 얇은 천 쪼가리를 옆으로 넘기고서야 주름진 동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움찔.

“으, 응, 으으응….”

오랜만의 손길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느껴주는 흙덩이.

참기 힘들었던지 고개가 아래로 내려가 머리를 불릿의 가슴팍에 묻고서 간신히 참아낸다.

“흐잇…, 여, 여기서 할 거야?”

그녀도 흥분됐는지 불릿의 아랫배를 짓누르는 가슴에서 뜨거움이 전해져오기 시작한다.

찔-걱, 찔걱…

좁은 구멍을 사이로 물과 살이 부닥치는 소리를 듣던 불릿은 공주님안기로 흙덩이를 들어 올리고선 혀를 빨아먹었다.

“쭙, 쭈웁, 츄르릅-.”

“응읏, 하앙! 에에에….”

이제는 달뜨다 못해 안달이 났는지 흙덩이 스스로가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살을 부닥치는 소리를 냈으니, 불릿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침실로 들어섰다.

평소 흙덩이에겐 언제나 부드러운 손길로 대하던 불릿이 옷도 벗지 않고서 살이 불거워질 정도로 격하게 해가는 모습은 굶주린 짐승을 연상케 만들었다.

셰실리코프와 5공녀를 이어주고 나니 그녀들이 더욱 그리웠기에 그랬던 것 같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니 단순히 굶주려서 그랬던 건지, 더욱 사랑에 불타는 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퍽퍽퍽-.

얼굴도 보지 않고 격하게 찔러가기만 하는 불릿.

흙덩이도 그를 보지 못한 채 엎드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중이었지만 얼굴은 쾌락에 젖어 잔뜩 일그러진 상태였다.

입에선 침이 잔뜩 흘러나면서 아랫입에서도 불릿의 타액과 뒤섞여 이불보를 더럽혀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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