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정령사-211화 (211/241)

00211  몬스터 웨이브  =========================================================================

그의 외침에 식당의 문이 꽝 소리가 나도록 열리며 높은 하이톤이 울려 퍼졌다.

벌컥!

“그렇게 많이는 못 낳는다고!”

“??? 올리비아?!”

“이 바보변태야!”

갑작스런 올리비아의 난입에 불릿은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이우우스와 벤젼스도 그럴 줄 알았는데 웬걸, 그들은 불릿에게 쩔쩔매긴 했어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큰 감정변화를 보이진 않고 있었다.

그녀의 차림은 불릿과 마찬가지로 용병시절 때 하고 다녔던 차림새, 이에 불릿이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것인가?”

“대영주님, 알려드릴 말씀이….”

“이우우스 아저씨! 됐어요, 제가 말할게요! 너, 내가 용서할 줄 알았어? 잘난 척 하지 마. 네가 그렇게 이 땅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래, 까짓 거 지켜줄게. 하지만 우리를 버려놓고 갔으면서 원하는 데로 행동해줄 줄 알았냐고?!”

“그렇지 않….”

“내말 아직 안 끝났어! 잘라먹지 마아아앗!!”

“…….”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그녀의 외침에 불릿은 입을 싹 닫아버렸다.

슬그머니 자리에 착석하며 민망한 나머지 시선을 돌리니 한쪽 구석엔 언제 들어온 것인지 유실리아가 갑옷을 착용한 모습으로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아니, 관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처럼 활활 불타는 눈을 빛내는 상태였다.

그렇게 대영주인 불릿을 얌전하게 만든 올리비아는 허리에 손을 척하니 얹고서 말을 이어갔다.

“흥, 남편이 애를 데리고 집을 나갔으니 얌전히 기다릴 올리비아님이 아니시지! 네가…. 이익, 오빠가 밖에 싸돌아다닐 때 나도 유실리아랑 같이 단 둘이서 몬스터를 썰고 다녔어.”

너라고 하려다가 그래도 자기사람이라는 생각이었는지 오빠라고 높여 불러주는 올리비아.

그녀의 말에 이번엔 불릿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위험한 시기에 어찌 여인끼리만 단 둘이서 다닌단 말….”

“허이구, 그걸 아는 사람이 우리 귀여운 예쁜이가 실신할 때까지 울고불고 매달려도 끝끝내 거부하고 억지로 데려가셨어?”

“끄응….”

“게다가 바스톤이라는 곳에서 4천이나 되는 몬스터 군단을 쓰러뜨리셨다고? 그게 자랑이야? 누누이 말했었지? 너 죽으면 나도 죽고 흙덩이도 죽는다고! 유실리아는 뭐 바보병신이야? 가만히 있는다고 가만이로 보이냐고!”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설마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불릿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설마 복수를 한답시고 불릿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다니, 이 무슨 기상천외한 방법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상한 점도 있었다.

“난 올리비아나 유실리아를 발견한 적이 없었는데….”

“하! 애를 그 위험한 곳에 데리고 다니더니 머리까지 굳어버린 거야? 당연히 반대방향으로 다녔지!”

“아….”

‘그래서 발키리란 소문이 나왔던 건가?’

올리비아가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정황을 알 수도 있었는데 단순히 사람들의 착각이라 여긴 불릿의 패착이었다.

그렇다곤 하지만 가신들 앞에서 너무 위신을 깎아내리는 올리비아였기에 불릿이 이를 자제시키려 앞으로 나섰다.

“올리비아, 일단 진정하는 게 어떻겠나?”

“진정? 지인저엉? 와, 오빠 완전 밥맛이다. 유실리아 들었어? 우리보고 진정하래. 누가 이 사태를 만들었는데, 그치?”

올리비아는 유실리아의 팔을 잡고서 불릿의 앞에 내세웠는데, 그녀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더니 말을 뱉었다.

“오라버니 나빠요.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우셨는지 아세요? 신분의 격차 때문에 차마 항의도 하지 못하시고, 지금 앓아누워 계신답니다.”

“장모님이 편찮으셔?”

처음 듣는 소식이었기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불릿. 설마 유실리아의 어머니인 배리나까지 그리 됐을 줄은 몰랐다.

듣는 족족 머리가 어지러운 이야기였기에 불릿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들을 요량으로 그녀들을 침실로 옮기려 했다.

“화가 난 건 알겠는데 그래도 모처럼 만났으니 흙덩이랑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와, 너 진짜.”

기가 막히다는 듯한 올리비아의 반응. 그녀는 자신의 팔을 붙잡으려는 불릿의 손길을 뿌리치며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처음이잖아?! 근데 왜 자꾸 흙덩이만 감싸 돌아? 정령력? 치유능력? 뭐, 밤새도록 떡치는 게 그리도 좋아? 이 개변태새끼야아!!”

양주먹을 꽉 쥐고선 파르르 떠는 올리비아에게 불릿은 한마디 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

“우리도 좀 봐달란 말이야…, 나도 그렇지만 유실리아는 대체 뭔데? 첩이라도 좋다 해서 진짜 밤시중 대상으로만 여겼던 거야?”

“미안하다.”

“대체 우린 뭐냐고….”

“미안해.”

“이 바보 멍청아…….”

“미안.”

“흑, 흐흐흑…, 우아앙! 오빠는 바보멍청이 발정난 늑대야!”

마지막 말에 움찔했지만 불릿은 그녀를 품에 안아주고선 등을 토닥여주었다.

한동안 자신의 품에서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올리비아를 토닥여주던 불릿은 유실리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작게 속삭였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유실리아는 올리비아처럼 대성통곡하진 않았지만 홀로 슬픔을 삭이는 모습이 오히려 더 가슴에 와닿았다.

어쩌면 그녀야말로 불릿이 강행한 여정에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붉어진 눈시울을 팔로 닦으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정말 너무하세요. 가정이 우선 아닌가요? 영지민도 중요하지만 저희를 먼저 생각해주셔야 하잖아요?”

“…….”

“우앙, 우아앙!”

여전히 올리비아는 울어재끼고 있었고 유실리아는 그를 타박하며 자그마한 눈물방울을 팔로 훔쳐내었다.

이런 상황에서 뒷전이 된 벤젼스와 이우우스가 할 일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었다.

“이우우스 행정관, 술이나 한잔 하겠소?”

“독한 것은 사양하겠습니다.”

“상관없소. 일단 나갑시다. 여긴 불편해서 못 있겠구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이렇게 싸우면서 더욱 돈독해질 수도 있었다.

아니면 말고.

올리비아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던 불릿은 그녀가 품안에서 아예 잠들어버리자 약간이지만 황당했다.

“새액-, 새액-.”

“흙덩이도 아니고 서서 잠들어?”

그녀가 이랬던 적은 불릿의 기억엔 한 번도 없었기에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유실리아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긴장이 풀리셔서 그래요. 오라버니처럼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잡으셨다고요? 보는 제가 다 위태위태해서 오늘도 겨우겨우 말려서 성으로 모시고 온 거예요.”

“그랬던 것인가….”

“오라버니.”

“응?”

“저는 안아주시지 않는 건가요?”

잠든 올리비아를 양손에 번쩍 든 불릿은 유실리아에게 다가가 올리비아의 너머로 키스를 했다.

“…정말 미워요, 미운데, 미운데도 사랑하는 제가 더 미워요.”

또르륵.

약간 물기가 젖은 머리칼은 빗물 탓인지 공허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체취를 맡아가던 불릿은 혀로 흘러내리는 유실리아의 눈물을 핥았다.

할짝.

“힉! 뭐, 뭔가요?”

“두 사람은 객실을 따로 쓰나?”

뜬금없는 물음이었으나 유실리아는 원래가 불릿에게 순종적이었기에 밉다면서도 곧장 대답했다.

“아뇨, 한 방을 써요. 오라버니가 안 계셔서 외로운 나머지 여행 중엔 항상 같이 잤거든요.”

얼마나 외로웠으면 다 큰 성인여성(20살도 안 됐지만)이 서로를 껴안고 자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더 두 사람이 안쓰러운 불릿이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자 올리비아를 안고 있어 손을 쓸 순 없으니 유실리아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평소 보여준 적 없는 애교를 시도했다.

“오라버니…?”

그가 애교를 보여준 적은 역시나 유실리아도 본적이 없었기에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풀렸는지 살짝 올라갔던 하이톤에서 평소의 음성으로 돌아왔다.

“올리비아는 흙덩이의 곁에 재워두고, 오늘 밤은 너랑 자면 안 될까?”

노골적인 애정행위였기에 유실리아는 눈시울이 아닌 얼굴 전역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퍼엉.

화악 올라온 얼굴은 마치 잘 익은 토마토와 같았지만 밝은 표정만은 분노나 싫어서가 아닌, 환희 때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은 제가 처음으로 해도 되나요?”

근 3주 만에 만난 이후 처음으로 불릿과 한다는 것이 셋째부인인 자신이라는 점에 설레였는지 갑옷을 입은 것도 잊고서 콩닥거리는 가슴을 쥐는 유실리아에게 불릿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처음은 아니고 말이야.”

“아…, 작은아씨와 하셨군요.”

“으응.”

“괜찮아요, 작은아씨만 자주 찾으셔서 서운했지만 오늘 밤은 제가 독점하는걸요?”

애써 웃어 보이는 유실리아였지만 미소 한편엔 슬픔이 고여 있었는지 눈물방울이 또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불릿이 생각하기에도 어리다는 이유로 흙덩이만 지나치게 찾았었기에 유실리아가 그동안 얼마나 서운했을지 상상이 갔다.

‘나도 참 못된 놈이군. 이래서야 게슐린과 다를 게 없잖은가.’

십여 명에 달하는 게슐린의 애첩들은 오직 그의 쾌락만을 위해 존재했었다.

그래서 사랑 같은 건 받지도 못했고, 지금도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성에서 하녀일이나 하고 있질 않은가?

책임지기로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기에 불릿은 올리비아의 무게가 느껴질 때가 되자 팔이 후들거리기 전에 걸음을 옮겼다.

“올리비아를 눕혀놓고 나서 유리가 좋아할 만한 소식을 알려줄게.”

자신의 애칭을 불러주는 불릿에게 다시금 마음이 설렜는지 귀 끝에 피가 몰린 유실리아는 그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 * *

“하악, 하악.”

“츄르릅….”

마치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만큼 그녀를 탐하겠다는 듯 불릿은 유실리아의 나신을 탐해갔다.

검술로 단련된 탄탄한 근육은 매끈하면서도 쫀득해 만지는 감촉이 좋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유독 그녀의 허벅지와 허리를 손으로 감싸며 주물럭거렸다.

그녀의 허리는 어찌나 얇았는지 불릿의 커다란 손으로 감쌀 수 있을 정도로 호리호리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만지는 것만으로도 묘한 쾌감을 전해주었다.

“흐윽…오라버니, 흐으윽…, 제, 제가 좋아할 내용이 무엇, 쮸릅, 쪼옥!”

혀를 얽어오는 불릿을 받아들인 유실리아가 간신히 숨통을 트고서 말을 이었다.

“뽕! 하악! 아, 알려주세요, 아직, 흑! 요, 용서한 게 아니라구요?”

온몸을 샅샅이 훑는 애무에도 흥분은 하되 물을 건 끝까지 물어가는 그녀의 집요함에 불릿은 아래의 은밀한 동굴에 넣으려던 것을 멈추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후욱, 아기, 후욱, 갖고 싶지?”

“그야 당연히, 응읏-, 자, 잠시만, 가슴 빨지 마세요….”

이빨로 살짝 유두를 깨물던 불릿을 말린 유실리아. 이에 불릿은 아쉬운 듯 물러나며 말을 이었다.

“흙덩이는 20살이 되는 해에 아이를 가질 예정이다, 후욱! 이제 넣어도 되지?”

“아, 아뇨,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내가 말 안 했나? 후욱! 흙덩이 10살이야!”

구멍을 막을랑 말랑하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이자 엄청 애가 타는 불릿이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그의 대꾸에 유실리아는 흥분하는 와중에도 매우 놀란 소리가 나왔다.

“네에? 10살이라고요? 그 가슴(?)에요?!”

“그래! 그래서 아기는 너희가 먼저 갖는다고! 제길, 아이를 갖고 싶은 때에 알아서 하란 말이다! 힘 풀어!”

쑤컹!

“흐으윽!!”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강하게 꽂는 불릿의 육봉에 그녀의 발끝이 빗물에 떨리는 나뭇잎처럼 파르르 경련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