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사랑과 전쟁! =========================================================================
쾅, 쾅, 쾅!
“크아아아아!”
“으읏….”
몬스터도 아니건만, 아부토는 광폭화에라도 빠진 것인지 기교를 버리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대단히 빨랐고, 하나하나의 공격이 일격필살급이었기에 막아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흘려야 하는데….’
피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니 공격을 빗겨내어 힘을 분산시켜야 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를 집요하게 노리는 빠른 공격에 그걸 실현시키기가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화르륵!
그때, 아부토의 검에서 불길한 검은 오러가 치솟더니 횡으로 넓게 쏘아졌다.
“헉!”
폭풍과도 같던 공세를 막아서던 상황이었기에 피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지 못한 올리비아, 그녀는 반쪽짜리 익스퍼트였기에 오러소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부족한 역량을 장비로 커버하고 있던 것인데, 이렇게 모든 것을 파괴할 듯한 기세를 가진 오러에 대응하기란 요원한 것이었다.
‘미안, 불릿.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검을 수직으로 세워 막아설 대비를 했으나 이미 올리비아를 생을 포기한 상황.
장비만으로 막아내기엔 저토록 강한 기세의 오러블레이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렇게 그녀가 질끈 눈을 감았을 때, 기적이 벌어졌다.
그오오오……
올리비아의 가슴팍에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놈이 발사한 오러컷을 흡수한 것이다!
마치 소용돌이에 빨려드는 물고기처럼 파닥대던 검은 오러가 모두 사라지자 아부토가 소리쳤다.
“뭐야, 씨발! 뭐냐고 개년아!”
이 어이없는 광경에 이겼다고 생각한 아부토가 발광을 부렸다.
장비덕분에 치명상은 입더라도 죽진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일부러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오러의 특성을 지닌 오러블레이드를 날린 것인데, 웬일인지 아무 이상도 없이 파훼해냈다.
막아낸 것도 아닌 파훼를 성공하자 그녀가 쓰러지면 잽싸게 낚아채서 성으로 돌아가 즐거이 놀려고 했던 아부토에게 있어 이건 엿 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라?”
아부토가 발광하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뜬 올리비아는 눈을 깜빡이며 좁은 시야의 헬름으로 놈을 쳐다봤다.
분명 눈앞까지 들이닥쳤던 오러블레이드를 보았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은 멀쩡한 상태였다.
몸 곳곳을 두드려보아도 감각은 제대로 살아있었고, 피를 흘리지도 않아 정신도 말짱했다.
“뭐, 뭐지?”
두근-, 두근-.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자 화들짝 놀란 올리비아. 그 이유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아닌, 외부의 무언가가 울리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틀릿을 벗어 갑옷 안을 만져볼 수도 없는 상황, 이게 무슨 상황인가 곰곰이 생각해본 올리비아는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 불릿이 줬던 목걸이….’
아티펙트라며 사슴 같은 그녀의 목에 직접 걸어주었던 목걸이.
마의 꽃방울이라고 들었을 땐 살짝 놀랐었으나, 그건 최상급 마정석이라는 점에서 놀란 것이지 아티펙트라는 사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효과가 뭐냐고 물어도 ‘쥐약’이라고만 답해줬었기에 잊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아티펙트 덕분에 살아났다는 것을 깨닫고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무 고마워, 정말…고마워.’
올리비아의 고집에 의해서 벌어진 사건이었으나 불릿은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고서 기사로서, 가문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어리석은 자신을 지켜주었다.
결국 자신보다 훨씬 강대한 상대와 비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던 것은 본인의 노력이 아닌 불릿의 배려라는 사실에 마음이 상할 만도 하건만, 그녀는 오직 감사함만을 가슴에 품었다.
철그럭-.
올리비아는 헬름 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면서 검을 바로잡았다.
“하아아아!”
오러소드를 만들어낼 수 없음을 알고서도 그녀는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을 통해 실현시키진 못하더라도 신체기능은 높일 수 있었기에 행했던 것인데, 이 행동이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푸우우우……
아까는 좁은 협곡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나더니, 이번엔 무언가가 분출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올리비아의 마나에 더불어 또 다시 가슴의 아티펙트, 마의 꽃방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덧대어지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연출했다.
즈으응-
“하, 실력을 속였던 거냐?”
아부토의 비아냥거림에도 올리비아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내, 내가 오러소드를…?”
그녀가 갑옷과 어울리는 하얀 백색광채의 오러소드를 뿜어내자 아부토도 이에 맞서 검은 빛이 넘실대는 사이한 기운의 오러소드를 분출시켰다.
콰아아아-
“어쩐지 잘도 받아치더라니, 카악, 퉤! 예정 변경이다. 맛 좀 보려고 했는데, 그냥 죽여주마.”
“꺼져, 발정 난 돼지새끼야!”
이 신비로운 광경에 감동하고 있던 올리비아의 고막에 더러운 말이 와 닿자 인상을 팍 찌푸리며 버럭 성을 내었다.
서로 간격을 둔 채로 경계하고 있던 올리비아와 아부토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격돌했다.
콰아앙-! 쾅!
지잉! 지이이잉-!
아부토의 오러소드가 빛을 잡아먹는 어둠이라면 올리비아의 오러소드는 안개 속을 비추는 등불처럼 보였다.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어두운 오러소드와 부딪칠 때마다 올리비아의 오러소드는 꺼져버릴 듯 모습을 감췄으나, 연이어 휘둘러질 때마다 찬란히 빛나는 광채가 아랑곳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폭음을 터트리며 격돌하기를 수십 분, 본래 올리비아는 이렇게 장시간 마나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
익스퍼트에 간신히 진입한 사람이 오러소드를 물처럼 쏟아내기란 불가능했는데, 그녀는 잘도 그런 것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쉽게 오러소드를 유지시키는 사이, 반대로 귀신 아부토는 점점 힘겨워했다.
“허억, 커허헉!”
“왜, 힘든가봐? 아까의 자신감은 어디로 사라지셨나 몰라-?”
“후하! 다 ,닥쳐! 후욱!”
올리비아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그것은 마나의 고갈로 인한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었다.
원래 생사가 오가는 전투는 짧은 시간을 치르더라도 심신이 피폐해지는 법이다.
‘왜지? 어째서 이년은 지치지도 않는 것이냐!’
벌써 수백차례가 넘어가도록 검을 나누었으나 승패가 갈리질 않자 아부토는 초조해지고 있었다.
자신의 힘은 같은 경지의 검사라면 쉽게 이기고, 한 단계 높은 인물도 해볼 만 했는데 쉽다고 생각한 여자가 당최 쓰러지질 않았던 것이다.
“후욱! 죽으라고, 씨발년아!!”
아부토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여긴 것인지 마나홀의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았는데,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어둠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목격한 불릿은 의자에 앉아있던 것도 잠시, 벌떡 일어서며 경악했다.
“저것은!!”
“각하, 놈이 이상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혹 마법은 아닐는지…?”
일기토는 순수 육체파의 결투였다. 그래서 마검사인 제노시스는 끼어들지도 못했는데, 이러한 이유는 암묵적인 전통에 의해서 그리된 것이다.
아주 오래전, 마법이 없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기사들의 시대였으니 이러한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니 마법으로 의심되는 기술에 수상쩍어한 것이다.
“막아야, 막아야해!”
“왜 그러십니까?”
“막아, 막으라고! 흙덩이! 놈에게 주먹 쾅을….”
다급해진 불릿이 호위대장인 크레파토스에게 명령을 내리다말고 흙덩이에게 말을 거는 순간, 굉장한 폭발이 시야에 가득 차올랐다.
푸화악-!!!!
“안돼에에에!!”
불릿이 비명을 지르며 흙먼지로 가득한 폭발지로 다가서려하자 크레파토스가 외쳤다.
“각하를 모셔라! 호위병대는 위험에 대비를 시작하도록!”
“충!”
“충!”
“놔, 놓으라고!”
흙덩이도 안절부절 못해 불릿의 상의 끄트머리를 잡았으나 격렬한 몸부림에 놓치게 되었다.
“올리비아! 올리비아아아-!!”
눈에 핏발까지 서며 그녀를 외치는 불릿의 모습은 흡사 미쳐버린 것처럼도 보였다.
“콜록, 콜록!”
진지에서 그러한 소란이 이는 사이, 먼지구덩이 안에서는 얕은 기침소리가 흘러나왔다.
워낙 큰 충돌이었기에 주변의 땅거죽이 뒤집어엎어져 자욱한 먼지구덩이를 형성했는데, 그 중심에는 백색갑옷을 입은 기사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으으으…, 파, 팔이야….”
고통으로 얼룩졌으나 목소리는 분명 올리비아의 청명한 음색이었다.
신음소리가 이상야릇했지만 그것을 들을 인물은 아무도 없었는데, 딱 하나, 사람이었던 물체가 있었다.
먼지가 점점 사라지자 그녀의 시야엔 점점 가루가 되어 소멸되고 있는 아부토가 보였다.
“끄윽, 끄윽.”
팔다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고, 신기한 것이 피가 흐르면서도 촘촘한 입자로 변하면서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이 괴상한 광경에 올리비아가 입을 벌리면서 바라보고 있자 저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리비아, 올리비아! 놔라, 이것들아! 중형에 처해지고 싶은 것이더냐! 흙덩이! 이놈들을 싹 다 치워버리게!”
“가, 각하!”
익숙하면서도 매우 거친 음색에 올리비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불릿이 그녀를 덥썩 안았다.
“어, 엇? 왜 그래, 불릿?”
무릎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 않으며 올리비아를 감싸 안은 불릿이 나직히 속삭였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널 저놈과 대결시키는 게 아니었어, 미안해….”
황급히 다가온 간부를 비롯한 호위병대는 차마 불릿과 올리비아에게 손도 대지 못하고 그저 주변만 경계하고 있었다.
불릿이 자신을 좀체 놔주질 않자 난감해하던 올리비아는 그제야 자신의 헬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폭발에서 자신이 살아남았단 사실이 신기했으나 지금은 불릿을 안정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팔을 벌려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토닥토닥.
“나는 괜찮아. 다친 곳도 없고, 이렇게 멀쩡한 걸?”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원해서 나선 일기토야. 불릿이 미안해할 부분은 하나도 없다구.”
“…….”
올리비아의 위로에도 불릿은 용서만을 빌다 말을 않기 시작했다.
조용해진 그가 이상해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등을 들썩이는 불릿이 보였다.
“…설마, 너 우는 거니?”
“…….”
역시나 아무 말도 않고서 올리비아를 얼싸안고만 있는 불릿에게 올리비아가 살짝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지었다.
토닥, 토닥.
“괜찮아, 괜찮아. 나는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녀의 다정한 말투에 불릿은 갑자기 품에서 그녀를 놓았다.
“어머?”
불릿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서 몸을 떨어뜨리자 놀란 음색을 내보이는 올리비아.
그 후 그녀는 더욱 놀라야 했다.
“응, 으으응!”
“으음…, 흡. 츄읍….”
이전엔 도저히 보이지 않았던 혀까지 섞는 딥키스를 시도한 불릿을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던 올리비아가 긴 속눈썹을 드러내며 눈을 감았다.
몸을 맡기며 키스를 하는 불릿과 올리비아. 둘의 진한 애정행각에 호위병대가 흠칫 몸을 떨다가 각자 헛기침을 뱉으며 먼 산을 쳐다보았다.
“와, 와, 와-.”
“부럽다….”
호위병대에 속한 아일렌과 유실리아는 훔쳐보기 바빴으나, 순진한 면이 있는 남자들은 말로만 음담패설을 내뱉지, 정작 남이 하는 것을 대놓고 쳐다볼 용기는 없었다.
아무래도 군인이다 보니 같은 남자랑만 살을 부대끼며 지내기에 면역이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원인모를 폭발로 갑옷이 반파되었기에 올리비아의 육감적인 몸매가 속옷과 함께 드러나기도 해서 기사들이 자체적으로 병사들을 통제했다.
이제 곧 안주인이 될 올리비아인데, 병사들의 반찬(?)이 될 수야 없지 않겠는가?
“……모두 조용히 자리를 지키도록.”
“…예.”
“쩝.”
크레파토스의 명령에 둘을 둘러싼 호위병대가 차단막이 되어 바깥쪽을 경계했고, 그 안에는 오직 타액을 교환하며 서로를 음미하고 있는 올리비아와 불릿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 나도 할 수 있는데, 더 잘 할 수 있는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가슴을 두 팔로 모으고선 키스를 하는 둘에게 시선이 향했다.
애달픈 눈동자가 안타까움을 전해주었는데, 절로 가슴이 아릿해지는 소녀상 그 자체였다.
이 상태에서 엉켜있는 불릿과 올리비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복숭앗빛 혀로 입술을 낼름, 핥았는데 어쩐지 위험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