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26화 (126/150)

126화

126화

하준의 노래는 당연히 발매하자마자 곧바로 음원차트 1,2위를 차지했다.

하준의 이번 미니 앨범에 수록된 두 곡, ‘알아’와 ‘날아올라’는 서로 1위, 2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는 중이었다.

“역시! 와, 우리 하준이가 우리 회사 기 팍팍 살려주네! 으하하.”

음원 차트들을 여기저기 돌아보던 월드 엔터의 최 대표가 호탕하게 웃었다.

현재 음원 차트의 3위는 스타우드 엔터 소속 아이돌 ‘뉴클리어’의 노래였다.

뉴클리어는 하준보다 1주 전에 앨범을 발매했고, 발매하자마자 1위를 차지한 상태였다.

대형 기획사인 스타우드 엔터는 선배 아이돌들이 출연하는 방송에 뉴클리어 멤버들을 끼워서 출연시키고, 다양한 이벤트로 팬층을 확보했다.

그래서 뉴클리어는 작년에 데뷔했음에도 벌써 아이돌 1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 뉴클리어를 하준이 단박에 눌러버린 것이다.

“잘 키운 하준이 하나가 열 아이돌 그룹 안 부럽다니까. 후후. 스타우드 남 대표님 배 또 아프시겠네.”

스타우드에서는 꾸준히 하준을 영입하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항상 의리의 하준에게 거절을 당했다.

만약 하준이 스타우드로 갔다면 아마도 뉴클리어의 멤버가 됐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최 대표는 통쾌한 기분과 하준에게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월드 엔터는 하준 덕분에 많이 성장해서 국내 4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가 되었고, 멋진 사옥까지 지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기쁜 마음에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준아! 차트 봤지?”

-네, 봤어요.

“하하,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근데 좀 더 두고 봐야죠. 발매하자마자 1위 반짝 하고 내려오는 경우도 많잖아요.

“에이, 노래 좋다고 난리던데, 뭘. 롱런 할 거야. 걱정 마. 아, 공부 중이었니?”

-네, 인강 듣고 있었어요.

“그래, 네 앨범 잘 되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 끊는다.”

-네, 감사합니다.

최 대표는 하준에게 간단히 축하인사만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

“하아, 내가 진짜, 지금 이게 도대체 몇 년째야?”

스타우드 엔터의 남 대표가 애꿎은 서류철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남 대표의 앞에는 캐스팅 팀장 임효연과 매니지먼트 실장 황기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임 팀장은 하준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계속해서 캐스팅 제안을 해왔지만 실패한 인물이었고, 황 실장은 소속 아이돌들의 홍보와 기획을 맡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임 팀장과 황 실장은 일단 무조건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자신 있다며? 그러더니 하준이 앨범 나오자마자 이렇게 바로 밀려?”

남 대표가 속이 답답한지 한숨을 푹푹 내쉬듯 물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하준이 곡이 워낙 좋기도 하고······. 그래도 일주일 당긴 건 정말 잘한 것 같······.”

황 실장이 약간의 핑계를 대 보았다.

황 실장은 사실 조금 억울했다.

왜냐하면 원래 뉴클리어의 앨범 발매 시기가 하준과 거의 동일했는데, 하준이 나온다는 소식에 혹시 몰라서 가능한 한 발매일을 당기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황 실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일주일이라도 음원 정상에 있었던 것은 다 자신의 공이었는데 그건 생각해주지도 않고 지금의 결과만으로 화를 내니 황 실장은 씁쓸할 따름이었다.

“황 실장, 겨우 일주일 천하에 만족한다는 말이야? 뉴클리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젠장.”

“아, 아닙니다. 그나마 일주일 당겨서 다행이라는······.”

“뭐, 다행? 난 하준이를 압살할 아이돌 그룹을 원해. 알아들어? 스타우드가 돈이 없어, 인재가 없어, 기획력이 없어? 근데 왜 하준이 이 자식한테 번번이 밀리는 거야? 우리 회사 배우들도, 가수들도 다들 왜 하준이랑만 붙으면 이렇게 깨지는 거냐고.”

“그래도 4년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

황 실장이 눈치 없이 자꾸 뭔가 대꾸를 하자, 옆에 있던 임 팀장이 황 실장을 쿡 찔렀고, 그제서야 황 실장은 입을 닫았다.

하지만 남 대표의 호통은 이어졌다.

“그거야 4년 동안 하준이가 <신비종> 찍느라 활동을 별로 안 했으니까 그렇지! 교복 점유율은 어때?”

“그, 그게······.”

“뭐야, 그것도 밀렸어? 설마 베스트스쿨이 1위야?”

“네······.”

원래 뉴클리어가 광고한 스마트핏이 교복 브랜드 점유율 1위였는데, 하준과 <우리들의 학교> 주연 배우들이 베스트스쿨 교복 광고를 찍으면서 점유율이 1위가 된 상황이었다.

“으으······!”

남 대표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꽉 쥐어 구겨버렸다.

남 대표의 눈치를 보던 임 팀장은 황 실장을 다시 툭 건드렸고, 황 실장은 얼른 주저리주저리 희망찬 말을 늘어놓았다.

“대표님, 우리 뉴클리어 애들, 라디오 출연도 하고 홍보 스케줄 꽉 차 있습니다. 하준이는 활동도 안 하고 뮤비도 안 낸답니다. 오늘은 음원이 발표된 첫날이니까 이렇게 1위를 했지만, 금방 순위에서 내려올 겁니다.”

“으음, 그래? 그럼 어디 일단 두고 보지. 애들 라이브 방송도 좀 하고, 쉴틈 없이 돌려.”

“네!”

“나가봐.”

황 실장과 임 팀장은 그나마 짧게 끝난 질책에 안도하며 빠르게 대표실을 나왔다.

***

일주일 뒤, 하준은 어김없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하준아, 공부 중이었니?

“네.”

-그럼 용건만 간단히 할게. 다음 주에 <뮤직탱크> 안 나갈래? 네가 활동 안 하겠다고 한 건 알지만, 다음 주에 너 1위 후보 될 거라고 딱 한 번만 나와달라고 하도 사정사정해서 말이야.

하준의 노래들은 발매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굳건히 음원차트 1위, 2위를 지키고 있었다.

덕분에 곧 1위 후보에 오를 듯했다.

“음, 그래요?”

-응, 자꾸 전화 와서 귀찮게 해. 하하. 아, 그리고 라이브 듣고 싶다는 팬들도 많은 거 알지?

하준은 가끔 머리를 식힐 때 자기 팬카페에 들어가 보곤 했는데, 팬들이 라이브를 못 듣는 게 너무 아쉽다고 한탄하는 글을 많이 보긴 했었다.

“으음······.”

-네가 싫다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딱 한번 정도는 라이브 해주면 팬들도 좋아할 것 같고, 잘하면 1위 할 수도 있고······. 10대의 마지막을 음방 1위 트로피 받는 걸로 장식하는 것도 괜찮잖아?

“생각해 볼게요. 언제까지 답해드리면 될까요?”

-오늘 안에 해주면 고맙지.

“네, 그럼 이따가 연락드릴게요.”

-그래, 수고하고, 연락 기다릴게.

하준은 전화를 끊고는 팬카페 외에 일반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러 사이트를 돌아다녀 보았다.

음원 사이트의 앨범 리뷰댓글란에는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댓글이 가득했고, 너튜브에 올려진 팬들의 자작 뮤비 댓글에도 역시 공식뮤비는 몰라도 라이브는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는 말들이 많았다.

결국 하준은 팬들을 위해 딱 한번만 음악방송에 나가기로 결정했고, 일주일 후 <뮤직탱크> 녹화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하준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퍼진 상황이라 방송국 앞에 도착하자, 하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수많은 기자들과 팬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꺄아, 오빠아!!”

“하준 오빠!!”

중학생이었을 때만 하더라도 ‘오빠’보다는 하준의 이름을 부르는 팬들이 훨씬 많았는데, 이제는 하준보다 어린 팬들도 굉장히 많아진 상황.

하준은 웃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하하.”

“오빠아!! 여기 선물이요! 이거 받아주세요!”

“이거도요! 와, 실제로 보니까 더 잘생겼어······.”

팬들은 선물이라며 이것저것을 내밀었고, 하준은 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선물을 받았다.

“고마워요. 이따 방청도 하죠?”

“네!”

“그럼 이따 봐요.”

“까아, 네네, 그럼요!”

하준이 다정하게 말하며 웃어주자, 팬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편, 기자들 역시 하준이 방송국 입구에 보이자마자 사방에서 손을 들며 자기 쪽을 봐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여기요! 이쪽 좀 봐 주세요!”

“하트 부탁해요!”

“손 흔들어주세요!”

하준은 최 대표가 하준에게 붙여준 경호원과 스타일리스트 박세은에게 잠깐 선물들을 맡기고 기자들 앞으로 걸어갔다.

사진 기자들의 요구가 익숙한 하준은 누군가의 안내가 없어도 알아서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조금씩 돌며 손도 흔들어주고 각종 하트도 만들어주었다.

찰칵, 찰칵.

“너무 좋아요!”

“역시, 월드 스타는 다르네.”

“베테랑이야!”

기자들은 하준의 포즈에 무척 만족하며 신나게 사진을 찍어댔다.

“감사합니다! 저 그럼 들어가 볼게요.”

하준은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온 김유택과 다시 로비에서 합류한 하준 일행은 곧장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대기실 복도에 들어서자 많은 아이돌들이 양쪽으로 쭉 서 있었다.

하준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기도 전에 그들은 하준을 보자마자 90도로 동시에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하준 선배님!”

하준은 8살에 데뷔해서 벌써 10년 차였으니,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하준의 후배였던 것이다.

“어? 어, 네. 안녕하세요.”

하준은 자기한테 인사하려고 이렇게 서 있는 줄 몰랐기에 조금 당황한 투로 인사를 받았다.

단체로 인사를 한 아이돌들은 곧 우르르 하준을 에워쌌다.

하준을 둘러싼 아이돌들은 대부분 여자였지만 남자들도 꽤 있었다.

“선배님, 정말 팬입니다! <신비종> 정말 재밌게 봤어요.”

“너무 뵙고 싶었어요.”

“와, 월드 스타를 이렇게 눈앞에서 보다니 영광이에요.”

“이번에 활동 안 하신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오늘 오신다고 해서 진짜 기뻤어요!”

“선배님, 이번 노래 정말 좋아요. 오늘 꼭 1등 하심 좋겠어요. 파이팅!”

하준은 자신이 선배라는 게 적응이 좀 안 되긴 했지만, 다들 환영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음악방송 출연하는 거라 낯설 것 같았는데,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하네요.”

“저희는 오빠, 아니 선배님 오신다고 해서 얼마나 설렜다고요. 일찍 와서 기다렸어요.”

아이돌들 사이에서도 하준은 스타였다.

커리어면 커리어, 외모면 외모, 인기면 인기,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하준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하하.”

하준은 아이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이름이 붙어 있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크, 이제 하준이는 혼자여도 단독 대기실 주네. 역시, 사람은 출세를 하고 봐야 돼.”

김유택이 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뿌듯하게 말했다.

방금 다른 아이돌들이 하준을 우러러보는 모습도 그렇고, 이렇게 프로그램 측에서 단독 대기실을 준비해 준 것도 전부 하준이 얼마나 인정받는 스타인지 느껴지게 했다.

그런데 그때, 스타일리스트인 박세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아까 복도에 뉴클리어는 없었죠?”

“음, 못 본 것 같아.”

“아무리 같이 1위 후보라도 하준이가 대선배인데 와서 인사를 해야지, 안 그래요?”

“뭐, 아직 안 왔을 수도 있고, 이따 직접 찾아올 수도 있잖아?”

“그런가······?”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하준이 입을 열었다.

“에이, 인사 안 오면 또 어때요? 전 뭐,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요. 사실 인사 오면 더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요.”

“음, 하긴, 스타우드 애들이니까 좀 껄끄럽긴 해.”

“그리고 뉴클리어 멤버들 중에 한 명만 저보다 어리고, 나머지 분들은 동갑이나 형들이라서······.”

뉴클리어 멤버들 6명의 나이 분포는 현재 18세, 19세, 20세 2명, 21세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박세은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리고 뉴클리어 멤버들이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희는 뉴~클리어입니다!”

뉴클리어는 90도로 몸을 숙이며 우렁차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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