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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46화 (46/150)

46화

46화

“우와!! 정말?”

하준은 순간 너무 기쁘고 놀라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에 주변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두 하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준아, 뭐 좋은 일 있어?”

강현기가 하준의 활짝 핀 표정을 보고 물었다.

“아, 그게······. 그 뮤지컬 오디션 말이에요······.”

“오! 너 그거 합격했대? 맞지?”

하준이 뜸을 들이자, 강현기가 박수를 짝 치며 넘겨짚었다.

하준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강현기는 후다닥 달려오더니 하준을 번쩍 들어 안고 외쳤다.

“와, 여러분, 우리 하준이가 베토벤 뮤지컬 오디션 붙었대요! 어린 베토벤 역이요!”

강현기의 외침에 세트장의 사람들은 동시에 놀라움의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하준이가 뮤지컬을 한다고?”

“와, 축하해, 하준아.”

“오, 뮤지컬이라니! 하긴 하준이는 노래도 잘하니까 할 수 있겠구나. 축하해!”

“아니, 언제 또 오디션을 봤대? 우리 하준이 열일하네, 열일. 하하.”

“그럼 베토벤 뮤지컬에서 우리 하준이 볼 수 있는 거야?”

하준은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고, 강현기는 뿌듯한 표정으로 하준 대신 자기가 알고 있는 베토벤 뮤지컬 관련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번 어린 베토벤 역은 필수로 피아노 연주를 봤대요.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거요. 거기다 뮤지컬이라서 춤까지 잘 춰야 하는데, 하준이는 춤도 잘 춘다네요!”

“아니, 근데 그걸 하준이가 합격했다는 거야? 그 어려운 걸?”

김학수 PD가 경악하며 가장 먼저 물었다.

그러자, 강현기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 어려운 걸 우리 하준이니까 해냅니다. 하하하.”

이어 스태프와 배우들도 웅성거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성인들도 그거 다 잘하는 사람 흔치 않겠는데요?”

“내 말이! 연기랑 노래도 잘하는 하준이가 피아노도 잘 치고, 춤도 잘 춘다니! 하준이는 만능이네, 만능.”

“와, 피아노 치면서 노래라니······ 너무 멋있겠다!”

“아, 이거 우리 세트에 소품으로 피아노 갖다 놓을 걸 그랬나?!”

스태프들은 피아노를 소품으로 안 가져다 놓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럼 하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었을 거라면서.

하준은 혹시 대신 춤을 추라고 할까봐 조금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춤을 시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때.

“오늘 촬영 끝나고 제가 저녁 쏘겠습니다!”

뜬금없이 강현기가 선언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일단 저녁을 사주겠다는 말에 무조건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와아!”

“대박! 감사합니다!”

“와, 오늘 저녁 사주려고 오신 거였나······? 아무튼, 미리 감사드려요.”

한차례 환호성이 세트장을 휩쓴 뒤, 몇몇 스태프들이 이유를 궁금해했다.

“현기 씨,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신 거예요?”

하준도 눈이 동그래져서 강현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현기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하준이 뮤지컬 오디션 합격을 축하하는 뜻에서요. 하하.”

“어······ 형, 지금 축하 많이 해주셨잖아요.”

“하준아, 원래 이런 거 핑계 삼아서 같이 저녁도 먹고 그러는 거야.”

강현기가 하준에게 찡긋 윙크를 했다.

“아하! 하준이 덕분에 저녁 얻어먹네. 하하.”

“현기 씨가 역시 통이 커. 하준아, 고마워.”

“와, 하준이 뮤지컬 합격 발표 절묘했다. 오늘 나와줘서 덕분에 밥 얻어먹네!”

하준은 사실 강현기를 말리기도 좀 그랬다. 자기가 말리면 다른 사람들이 강현기에게 저녁을 얻어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게 되는 거니까.

“형, 그럼 제가 쏠게요. 합격 기념으로요.”

“에이, 아니야. 어떻게 애기를 벗겨 먹냐?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한테 사줘. 스태프들 고생 많이 하니까. 알겠지?”

“아······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형.”

하준은 강현기가 좋은 핑계가 생겼으니 겸사겸사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도 밥을 사주고자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준은 강현기의 이런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

그리고 자기도 나중에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오늘 맛있는 저녁 먹을 생각하면서 다시 힘내서 촬영 이어갑시다!”

“네엡!”

김학수 PD가 스태프들을 독려하자, 스태프들은 어느 때보다 우렁차고 신나게 대답했고, 곧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얼마 후, 하준은 <루드윅 반 베토벤>의 관계자와 계약을 진행했고, 드디어 첫 연습을 하는 날이 되었다.

“엄마, 트레이닝복 챙겨가야 될까?”

하준이 연습실로 가기 전, 가방을 챙기며 물었다.

“음, 단체 채팅방에서 가져오란 얘기 없었으니까 안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그런가? 하긴, 대본 리딩 정도만 한다고 했으니까 안 가져가도 되겠지, 뭐.”

하준은 트레이닝복을 챙기려다가 도로 서랍에 넣었다.

“필기구랑 노트랑 대본······ 다 챙겼다. 엄마, 이제 가자!”

다시 한 번 가방을 확인한 하준은 가방을 메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아빠 왔나?”

가끔 윤기철이 일을 하다가 집에 오기도 했기에 하준은 후다닥 월패드로 달려가 누군지 확인했다.

“아빠 아니네? 엄마, 모르는 사람이야.”

하준의 말에 외출준비를 하던 최선희도 나와서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지······?”

일단 최선희는 통화버튼을 누르고 물었다.

“누구세요?”

그런데 최선희가 질문을 함과 동시에 낯선 사람 뒤로 최원상 대표의 얼굴이 보였다.

“아, 작가님, 접니다. 최 대표요! 이 친구는 저랑 같이 왔어요.”

최선희는 문을 열어주었고, 잠시 후, 최 대표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부로 하준 군의 로드매니저 일을 맡게 된 김유택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유택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90도로 인사하며 외쳤다.

김유택의 등장에 하준과 최선희는 깜짝 놀라 최 대표에게 물었다.

“제 로드매니저요?”

“최 대표님, 갑자기 로드매니저는 왜······?”

최 대표는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생각이 좀 짧았어요. 작가님이 직접 운전도 하고 하준이 데리고 다니시려면 힘드실 텐데,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준이가 더 바빠질 테니 로드매니저를 붙여주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이 친구가 운전하고, 작가님은 하준이와 같이 편하게 다니시면 됩니다.”

최선희는 하준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다닐만하긴 했지만, 운전을 따로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훨씬 편할 것 같긴 했다.

“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하준도 꾸벅 인사하고는 이어 물었다.

“근데 저 때문에 새로 매니저 뽑으신 거예요? 사무실에서 한 번도 못 뵌 분 같은데······.”

“오, 역시 하준이 눈썰미 좋네. 맞아. 이번에 내가 타 기획사에서 아역 배우 매니저 했던 친구로 데려왔어. 건너 건너 알던 친구거든.”

“아하. 잘 부탁드립니다, 형.”

하준은 김유택에게 인사했고, 김유택은 하준의 손을 잡고 반갑다며 인사를 나눴다.

“자, 그럼 이제 가시죠. 지금 베토벤 연습 가려던 참이셨죠?”

네 사람은 다함께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낮이라서 지하주차장은 많이 비어있었는데, 최선희의 차 옆에 방금 막 뽑은 듯한 반짝반짝한 까만색 카니발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와, 엄마, 이거 엄청 새 차 같다, 그치? 크기도 크네.”

“그렇네, 크다.”

일반 승용차인 최선희의 차 옆에 있으니 최선희가 보기에도 확연히 크기 차이가 났다.

그때였다.

삐빅 소리가 나더니 카니발의 라이트가 깜빡였다.

그러더니 김유택이 뒷문을 열어주며 하준과 최선희에게 말했다.

“타시죠. 오늘부터 하준이가 타고 다닐 차예요.”

“네?”

“정말요?”

하준과 최선희는 깜짝 놀라 최 대표를 돌아보았다.

최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택이 말이 맞습니다. 이제 하준이도 촬영 많아지고 하면 필요할 것 같아서 한 대 마련했습니다.”

“어머······!”

“와, 대표님, 진짜 저 이거 타도 돼요?”

하준이 믿기지 않는지 최 대표에게 확인했다.

“그럼! 얼른 타. 연습 늦을라. 하하.”

“우와, 감사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려요.”

하준과 최선희는 황홀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두 사람은 차 내부 모습에 한 번 더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이 베이지색 가죽 시트 봐! 너무 부드럽고 고급스러워.”

“의자도 크고, 공간도 엄청 넓어요! 진짜 좋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최 대표는 뿌듯해했고, 김유택에게 당부했다.

“운전 조심하고, 하준이 케어 잘 해줘.”

“네, 그럼요.”

최 대표는 곧 회사로 돌아갔고, 하준과 최선희는 차 내부를 잠시 구경한 다음 뮤지컬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하준은 창문에 부착된 커튼도 이리저리 쳐보고, 스마트 tv도 구경하며 멋진 차가 생긴 것에 너무 기뻐했다.

최선희 역시 하준도 좋아하고, 의자도 편해서 기분이 좋았다.

잠시 편안함에 취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최선희는 문득 뭔가를 빼먹고 안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물 챙긴 거 안 가져왔다!”

문 앞에 생수랑 우유, 빵 등을 조금 챙겨뒀는데, 깜빡 잊고 두고 나온 것이다.

“저, 매니저님, 가다가 편의점에 들를 수 있을까요?”

“편하게 유택이라고 이름 불러주세요. 그리고 물은 앞쪽 가운데 냉장고 안에 있어요. 진 우유도 있고요.”

“네? 차에 냉장고가 있어요?”

“냉장고?”

최선희와 하준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 안에 냉장고가 있다니?!

마침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춰 섰고, 김유택은 몸을 돌려 앞좌석의 등받이 밑쪽에 설치된 냉장고를 열어주었다.

“우와아!!”

하준은 냉장고를 보자마자 감탄사를 내질렀다.

최선희도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하준은 얼른 물과 우유를 만져보더니 말했다.

“엄마, 물이랑 우유 다 차가워! 진짜 냉장고인가 봐. 대박······!”

“그러게. 차에 냉장고도 있고 너무 좋다······.”

“우와, 우와!”

편안한 의자에 앉은 하준은 발을 흔들며 무척 좋아했다.

두 사람은 연습실로 가는 내내 차가 너무 좋다고 노래를 불렀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연습실에 도착했다.

하준이 조심스럽게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당 같은 넓은 공간에 간이 의자들과 악보대들이 쭉 놓여 있었고, 40여 명이 넘는 배우들과 연출진들이 모여 있었다.

하준이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에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배우들 중 몇이 하준을 발견하고 외쳤다.

“어머, 하준이다, 하준이!”

“와, 귀여워!”

그들의 외침에 순식간에 강당 안 사람들의 시선은 하준에게 집중되었다.

하준은 너무 많은 낯선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순간 당황해서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

하도 많은 사람들이 자길 쳐다보니 하준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동공지진이 일었다.

사람들은 하준의 당황한 모습에 더 귀여움을 느끼고는 하준에게 몰려왔다.

“너 진짜 귀엽구나!”

“안녕, 하준아.”

“반가워! 네가 오디션 때 그렇게 대단했다던데, 빨리 보고 싶다.”

이미 베토벤 캐스팅 기사가 나가면서 오디션 이야기도 알려졌기에, 다들 하준의 실력을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준은 자기에게 몰려든 사람들과 악수도 하고 가볍게 인사한 후 슬그머니 물었다.

“저, 근데, 어디 앉아요? 여기 앉는 데 정해져 있어요?”

그러자 배우들은 정해진 건 없다며 서로 자기 옆에 앉으라고 했다.

하준이 고르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성인 베토벤 역을 맡은 배우 중 하나인 남은호가 얼른 앞으로 나서더니 하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준아, 이쪽으로 와. 내 옆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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