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274화 (274/305)

123, 나는 너를 찾을 것이다.

123, 나는 너를 찾을 것이다.

◎ 칠대 난제는 각기 천기의 흐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남천휘는 재이의 설명을 끝까지 귀담아 들었다

남추가 절벽에 만들어낸 흔적은 칠대난제였다.

하나 남위기로 검색을 해봐도 나오는 것이 없다.

그렇다는 건 분명 ‘특급강호인승급체계’를 만들어낸 천상의 난제일 것이 분명했다.

‘할아버지의 말처럼 불멸과 불사는 몰라도, 필멸과 필사는 가능하겠지.’

천하의 이치를 꿰뚫어본다는 건 흥망성쇠를 논할 수 있게 됨을 뜻하고, 결국 생로병사를 조절하게 될 터였다.

지금껏 시스템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남천휘는 남추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괴겁천마와 사령신이 혹할 만큼 중요한 것이야. 그런데 나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재이의 설명이 끝났을 때 한 마디를 건넸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중양칠도만 제대로 익히면 괴겁천마와 사령신도 없앨 수 있다는 의미잖아.”

괴겁천마와 사령신은 불멸과 불사를 원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칠대난제를 모두 깨우친 후 역으로 완성을 해야 될 터였다.

반면 남천휘는 달랐다.

그는 필멸과 필사를 원했다.

그러니 칠대난제를 모두 깨우치는 것으로 족하다.

한데 그 모든 것이 중양칠도에 담겨 있었다.

“나는 이미 중양칠도를 대성했다고!”

남천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무공총람에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천무상도를 익히면서 삭제했잖아.

바보냐? 그것도 모를까봐.

‘한 번 간 길을 다시 가는 건 쉬워.’

심지어 중양칠도는 황도 근처의 관도처럼 잘 닦인 길이 아니던가. 굴곡 없이 달리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을 만큼 손쉬웠다.

무엇보다 남천휘는 이미 비천무상도를 대성했다.

그런 그에게 삼류도법처럼 보였던 중양칠도를 대성하기란 식은 죽 먹기와 같을 터였다.

‘대충 한 번만 펼쳐 봐도 금세 기억이······.’

남천휘는 중양칠도를 펼치려다 멈칫했다.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그 부분만 기억이 삭제된 것처럼 머릿속이 모호했다.

◎ 지식의 과다 주입으로 인해 블랙 아웃 현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재이는 남천휘의 뇌가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기에 기억을 억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단순한 위로는 아닐 터였다.

고금을 통틀어 유일무이라 불렸던 두 존재가 골머리를 앓을 만큼 심오한 난제가 아니던가. 이것을 단순하게 중양칠도로 압축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그럼 중양칠도가 칠대난제의 시작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 그 부분은 제 검색 범위 밖입니다.

그 비싼 옷을 사줬는데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니.

남천휘는 짜증을 내려다 표정을 관리했다.

청송진인이 다가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회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남천휘는 헛기침을 했다.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거리를 뒀다지만, 무당의 고수들이 아니던가. 재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 혼잣말은 고스란히 전해졌을 터였다.

남천휘는 애써 표정을 수습한 후 말했다.

“무언가 얻은 듯한데 명확하지 않네요.”

청송진인은 남천휘가 발을 빼기 위해 변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색이 만연했다.

“감축드립니다. 회주! 지난 백 년 간 진무성흔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회주가 유일합니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었다.

무당의 고수라고 해도 천상의 난제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애초에 괴겁천마와 사령신은 문제를 받고도, 풀지 못했다. 그러니 문제도 모른 채 흔적만 가지고 답을 얻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리라.

오히려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이 다행일 터였다.

자칫 잘못된 깨달음을 얻어 무당에 전했다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으리라.

“아! 일단 장문인을 뵙고 싶습니다.”

청송진인은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무궁에서 회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고래로부터 무당파는 정파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니 무당의 장문인은 곧 강호의 큰 어른으로 대접받았다.

그런 그가 남천휘에게 먼저 포권을 했다.

“회주. 무당의 장문을 맡고 있는 청적이라고 하외다.

남천휘는 슬쩍 비켜섰다.

“말학후배에게 예가 과하십니다.”

이번만은 진심이다.

청송진인의 말처럼 남천휘는 이제 후기지수라 볼 수 없을 만큼의 명성을 얻었다. 구파의 장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하 정세를 쥐락펴락할 만큼의 영향력을 지녔다.

그러나 무당 장문인의 포권을 정면으로 받을 만큼 광오하지는 않았다.

“과례는 비례라고 하지만, 부족한 예또한 비례인 게요. 현월회주는 한 성의 패주를 자처했고, 백년 이래로 가장 흉악하다고 알려진 사령신을 쫓아냈소.”

“그건 그렇지만······.”

청적진인은 손을 들어 남천휘의 말을 끊었다.

“만약 사령신이 융중산에서 뜻대로 혈겁을 일으켰다면 어찌 되었겠소? 무당 또한 놈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게요. 그러니 빈도가 회주에게 예를 표하는 건 혈겁을 미연에 방지했음에 감사하는 의미일 뿐 아니라, 향후에도 이와 같은 혈겁을 막아달라는 부탁의 의미라오.”

“아.”

청적진인은 장문인의 처소로 남천휘를 안내했다.

그리고 맞은편을 가리킨 후 뒤늦게 자리에 앉았다.

“지난 백 년 간 강호는 유례가 없을 만큼 평화로웠소. 하나 정사마를 통틀었을 때의 평화일 뿐 정파 내부의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산적했소이다. 회주는 정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이제 사령신까지 아우르게 되었으니 천하의 향방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라오.”

남천휘는 침음을 흘렸다.

“그렇군요.”

“빈도의 예는 단순히 회주의 강함을 향한 것이 아니외다. 그저 마음속에 작은 대의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에 불과하오. 부디 정파가 아니라 강호의 안녕을 위해 힘써주시오.”

알겠다고 하면 그뿐이다.

하나 남천휘는 쉬이 대꾸하지 못했다.

곡부남가의 빈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산노옹이나 백주검과 같은 명숙들도 장문인과 같은 마음이리라.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자격이 되지 않음을 알기에 남천휘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곡부남가에 적을 두는 것으로 남천휘에게 작은 빚이라고 만들고 싶었으리라.

반면 청적진인은 달랐다.

그는 천하에 손꼽히는 무당파를 배경으로 남천휘에게 부탁하고 있지 않은가. 남천휘가 수락을 하는 순간 무당파는 사마의 멸절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터였다.

그것을 알기에 쉬이 대꾸하지 못했다.

‘무적자가 됐지만, 결국 대의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그가 청적진인의 예를 거부한다고 해서 무당파와 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 괴겁천마와 사령신은 천하의 적이자, 남추의 적이다. 제갈세가의 혈겁을 막은 것처럼 앞으로도 저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남천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남위기에 자신의 상황을 검색해보았다. 고래를 통틀어 적지 않은 영웅이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을 터였다.

아니나다를까 수많은 사례가 검색됐다.

‘아······.’

- 매순간 대의가 되고, 매순간 명분이 된다.

- 행하는 것으로 뜻을 논하고, 원하는 것으로 중지를 모은다.

- 억지로 하는 것은 스스로를 좀 먹지만, 스스로 하는 것은 억지로 하는 자를 좀 먹게 한다.

- 대의명분을 짊어지려 하지마라.

마지막 구절을 보는 순간 저절로 읊조리게 되었다.

‘대의명분을 짓밟고 나아가라.’

남천휘는 눈을 떴다.

지금껏 대의를 논하고, 명분을 내세워 많은 이득을 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고래로부터 존재하던 수많은 대의명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었다.

‘괴겁천마와 사령신을 없앤다.’

이것은 강호의 안녕과 대의를 위함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남천휘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림맹이든, 무당파든 대의명분을 내세운다고 해서 망설일 필요가 없으리라.

남천휘의 결의에 호응하듯 재이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 주인님의 직군은 무적자(無籍者)입니다.

무적자는 적(籍)이 없으니 아무 곳에나 적을 둬도 문제될 것이 없을 터였다.

‘그래, 나는 저들의 대의명분을 밟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테다.’

남천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호의 안녕과 평화는 모르겠습니다. 하나 사령신과 은원을 맺은 이상 둘 중 한 사람만이 살아야겠지요. 그러니 사령신을 없앨 때까지 많은 조언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청적진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남천휘가 생각했던 것을 청적진인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리고 남천휘의 대답은 그가 원하던 것의 절반에 불과했다.

‘영웅보다 패도를 걷겠다는 것인가.’

요즘의 강호인다운 생각이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대의와 명분에 삶을 바치는 행위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으리라.

그저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청적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남천휘가 선을 그은 이상 그에게 공대하는 건 과례가 될 터였다.

“현월회와 무당은 같은 길을 가고 있으니 동도라오. 동도끼리 돕는 것은 당연하니 회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게요.”

남천휘는 빙긋 웃었다.

“무례할 수도 있는 대꾸였습니다. 장문인께서 좋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아니외다.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변했으니 강호인의 삶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 회주는 이제 어찌하실 계획이오?”

남천휘는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인 후 말했다.

“본가로 돌아가야 할 듯합니다. 확인할 것이 있거든요.”

“그것이 진무성흔과 관계가 있는 게요?”

“네.”

청적진인은 미간을 좁혔다.

남천휘가 순순히 털어놓으니 오히려 자신의 언행이 부끄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흐음, 미혹은 오래 전에 떨쳐냈다고 여겼거늘 아직도 수양이 부족하구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제게 중요하나, 무당산에서 단초를 얻었으니 모른척 할 수 없군요.”

“그렇다면?”

남천휘는 빙긋 웃었다.

“제가 얻은 것을 무당파에만은 숨기지 않겠습니다.”

청적진인은 순수하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허허, 그렇다면 본파의 조사들께서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게요.”

남천휘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아마도 난제를 알게 되면 편히 눈을 감는 대신 구천에서 더욱 골머리를 앓을 것 같은데······.’

청적진인은 남천휘의 속도 모른 채 반색하며 물었다.

“언제 출발하시겠소?”

“이미 날이 어두워졌으니 내일 아침에 가겠습니다.”

“침소를 마련하겠소.”

남천휘는 처소를 나가기 전 한 마디를 건넸다.

“아! 태청구궁대진을 펼쳤던 도장들은 어디에 계신 가요? 허락하신다면 제가 좀 보고 싶습니다.”

청적진인은 탄성을 흘렸다.

“회주가 고명한 의술을 지녔는지는 몰랐구려.”

남천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한 때 혈검신의로 불렸을 만큼 의술이 뛰어납니다.”

상부상조는 확실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의당으로 가시지요.”

남천휘는 밤새도록 태청구궁대진을 펼치다가 다친 제자들을 치료했다. 현월회주라는 이름값은 저들의 신뢰를 사기에 차고 넘쳤다.

혈인도를 띄워 다친 곳을 확인했다.

내력을 활용하기도 하고, 벽선단을 몰래 주입할 때도 있었다. 중상을 입은 자는 경상으로 완화시켰고, 운신이 가능한 자는 당장 운기조식이 가능할만큼 회복했다.

남천휘의 위명이 한 번 더 무당산을 휩쓸고 지나갈 무렵 해가 떠올랐다.

“회주께 큰 빚을 졌구려.”

“강호의 안녕이라는 목표가 있는 이상 동도라고 하셨잖습니까. 같은 길을 가려는데 걸음이 느리면 부축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청적진인은 하루 사이 많은 생각을 한 듯했다.

그렇기에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남천휘를 대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하시구려. 혜검의 진본을 보여 달라는 청이 아니라면 뭐든 들어드리리다.”

남천휘는 빙긋 웃었다.

농담에는 진담으로 대응하는 것이 그였다.

“제가 검색을 해보니 무당산에 신묘한 물건이 몇 개 있다면서요?”

“검색?”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세 개만 주시지요.”

청적진인은 처음으로 난색을 표했다.

“헛! 세, 세 가지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