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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191화 (191/305)

85, 호랑이는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2)

남천휘는 여전히 외모 서열이 두 자리인 것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 사이 여인은 남천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요. 정말 반가워요.”

일견하기에도 호감이 잔뜩 느껴지는 인사였다.

실제로 여인의 눈빛은 지인을 대하듯 부드러웠다.

‘하, 이 놈의 인기를 어쩌면 좋을까.’

그렇다면 외모 서열이 한 자리인 놈들은.

여기까지만 생각하도록 하자.

어쨌든 강호가 아무리 예법에서 자유롭다지만, 남녀 간의 거리가 마냥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하나 모든 것은 사람 나름이 아니던가.

미남이 웃으면 추파였고, 추남이 웃으면 시비였다.

고수가 욕을 하면 강해보였고, 하수가 욕을 하면 추잡해 보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천휘는 전자가 확실했다.

그 증거로.

◎ 미녀(美女)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 미녀(美女)의 호감다고 계속 상승합니다.

- 시스템 상에 등록된 미적 서열을 확인합니다.

남천휘는 뒤늦게 여인의 얼굴을 살폈다.

다소 날이 선 눈매였지만, 화사하기 그지없다.

사내 여럿 울렸을 법한 미모가 아닌가.

값비싼 장신구와 질 좋은 무복만 봐도 사내들의 시선을 즐기는 취향이 분명했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여인은 대화를 이끌었다.

“남궁세가의 차녀인 혈해화 남궁소라고 합니다.”

남천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남궁소(南宮簫)는 그런 남천휘를 보며 역시 남궁세가의 명성은 명불허전임을 느꼈다.

“혈해화라니. 멋있잖아.”

남궁소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남천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별호가 부러워서요.”

혈해화(血解華).

피로 분란을 해결하는 꽃.

강호의 여고수에게 어울리는 별호가 아닌가.

‘반면 철귀유협은 작명소에서도 안 만들어줄 것 같은 별호였지.’

남천휘가 착잡한 표정을 짓는 사이 남궁소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보통 사람과 달라.’

대부분의 사내는 남궁세가의 이름만 들어도 간과 쓸개를 빼줄 것처럼 아양을 떨지 않던가.

하나 남천휘는 가문 대신 별호를 논했다.

그녀는 남궁세가라는 뒷배보다 스스로 쟁취한 별호를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역시 산동에서 으뜸가는 후기지수다워.’

산동 자체가 공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일까. 무인이면서도 식견이 높은 유자의 재취가 듬뿍 느껴졌다.

“과찬이십니다.”

덩달아 남궁소의 언사가 공손하게 변했다.

눈앞의 사내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그녀는 최고의 선물을 지녔다.

“소개해드릴 분이 계세요. 괜찮으시면 함께 가실래요? 알아두면 결코 손해 보실 분이 아닙니다.”

남천휘는 남궁소의 어깨 너머로 남궁재야를 쳐다봤다. 그러지 않아도 공동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노인이 아닌가.

“좋아요.”

그녀가 앞장을 섰다.

남천휘는 슬쩍 고개를 돌린 채 소용녀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너는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걸.”

장난 섞인 한 마디였다.

그러니 소용녀가 실의에 빠진다면 기꺼이 위로하기 위한 대사까지 생각해 놨다. 한데 소용녀는 의외로 히죽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괜찮아. 익숙하니까.”

왠지 모르게 마음 속 한구석이 저려왔다.

한량으로 살던 자신이 무가의 자식들에게 느껴왔던 것과 같은 심경이 아닐까 싶다.

“원래 겁쟁이들은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나면 못 본 척하거든.”

어,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만.

그러고 보면 야장(冶匠) 말고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 소용녀였다.

‘신이 있다면 그녀를 만들 때 힘이 든 약병을 쏟았을 수도 있어.’

남천휘가 넋을 놓은 사이 소용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천영검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녀는 남천휘에게 남궁재야의 위상에 대하여 짧게 설명했다. 남궁세가에서 손꼽히는 고수이며, 명검을 지닌 검호로 유명하단다.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깐! 남궁세가면 오대세가의 수장이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남궁소를 더 반겨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데 그 순간 시야 상단에서 꿈틀거리던 검은 막대가 완전하게 흰 색으로 빛났다.

미적 서열에 대한 확인이 끝난 게다.

귀를 찌를 듯한 경고음이 먼저 울렸다.

그것만 들어도 결과가 짐작됐다.

《삐이이이이이이.》

《남궁소의 미적 서열은 기준치 이하입니다.》

《히든 모드 ‘미연시’가 발동하지 않습니다.》

아! 이렇게 남궁소도 유설옥 급으로 전락했다.

사실 예상했던 바였다.

남궁소의 미모가 빼어나기는 했으나, 한 성을 쥐락펴락 할 정도는 아니었다. 최소한 천수련이나 연하연 정도는 되어야 미연시를 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 개똥이와 제비는 뭐 하고 있을까?

‘설마 그 사이에 다른 놈을······.’

그럴 리가 없지.

소혜라면 모를까 두 사람은 배신자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자신을 다시 만날 때까지 절대 눈을 돌리지 않으리라.

어찌됐든 남궁세가라는 뒷배?

아무래도 남천휘도 알지 못하는 취향으로 결정된 미연시의 미적 서열은 철저하게 외모만으로 결정되는 듯했다.

사실상 유설옥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0 렙을 겨우 넘겼던 남천휘에게 유설옥과 무진철원은 다른 세상으로 여겨질 만큼 성세를 자랑했다.

‘화장과 장신구를 없애고, 남궁세가라는 간판까지 치워버리면······.’

그냥 제 잘난 맛에 사는 예쁜 여자정도가 되겠다.

그 때 소용녀가 타박을 하듯 말했다.

“남궁세가라는 걸 이제 알았냐?”

“하아, 남궁 소저의 별호에 신경을 쓰느라 생각지도 못했네. 너도 알잖아. 내가 별호에 민감하다는 걸.”

소용녀는 수긍했다.

남천휘와 잡담을 나눌 때에는 늘 별호에 대한 고민이 빠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멋들어진 별호를 얻을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하던 녀석이 아닌가. 그리고 그녀는 그럴 때마다 협행을 통해 쌓은 명성이 진짜라고 세뇌 아닌 세뇌로 대응했다.

“하여간 이검을 상대할 때에는 예의를 갖추는 게 좋을 거야. 대쪽 같은 성정으로 유명하지만, 그 저변에는 남궁세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득하니까.”

남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용녀가 대수롭지 않게 전해준 정보를 남위기에서 검색하려면 얼마가 소모됐을까.

‘비효율의 극치군. 개똥같은 남위기.’

◎ 특급 강호인 승급 체계 2.0은 시스템에서 사용자 중심의 진행을 지향합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주인님의 목적에 따라 첨삭이 가능합니다.

- 남위기를 삭제하시겠습니까?(y/n)

제발 그런 거지같은 제안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날을 잡아서 남위기의 등급을 올려야겠다.

‘재이의 성격도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그 사이 두 사람은 남궁재야의 앞에 섰다.

“할아버지. 이쪽은 남궁 소협이랍니다.”

남궁재야는 바위에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인상 좋은 촌로처럼 빙긋 웃었다.

“네가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한 참가자가 아니더냐. 내가 어찌 잊을까.”

“아, 할아버지!”

조손지간의 정겨운 대화였다.

하나 남천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온 몸이 근질거렸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기파를 흘렸기 때문이다.

‘남궁소가 차인 걸 눈치 챘나?’

하나 남궁재야의 속내는 남천휘의 예상과 십만팔천 리만큼 전혀 달랐다.

‘용봉쟁투 때와 비교하면 마치 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것처럼 강해졌어.’

본래 그는 용봉쟁투를 천박한 대회라 여겼다.

죽은 공자가 관을 부수고 뛰쳐나와 멱살을 잡아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은가.

유가의 성지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대회.

그랬던 그가 용봉쟁투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오롯이 남천휘 때문이었다. 남궁소가 잘생긴 후기지수들에게 환호를 보낼 때 남궁재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평범한 청년이 걸어 나오더니 손을 흔들 때마다 얼굴이 바뀌었다.

자신도 모르게 욕을 할 뻔했다.

남궁재야 정도의 명사가 변검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하나 청년의 기예는 변검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초절정의 고수인 그조차 원리와 방식을 알 수 없을 만큼 신묘했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하루만 보기로 약속했던 용봉쟁투를 며칠 동안 구경했다.

그 사이 남궁재야의 신경은 온통 남천휘에게 쏠린 상태였다. 하오문과 개방을 동원하여 남천휘의 정보를 모았다.

하나 남궁재야가 관심을 가질만한 건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 명의 산적을 처단했어도 그에게는 소일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최소한 한 성을 쥐락펴락 할 만큼 큰일이어야 관심을 둘 터였다.

그렇기에 백인검무에서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미 남천휘가 군계일학의 성취를 자랑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일정에 밀려 산동성을 떠나야 했다.

한데 의외의 장소에서 치아 사이에 낀 가시 같던 존재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용봉쟁투 때와는 다른 사람이로군. 한데 만병보고를 욕심내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순간 남천휘가 웃음기를 지운 채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말학후배가 이검 남궁 대협께 인사드립니다. 평소부터 대협의 협행을 전해 들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시대의 상징이자, 지침으로 여겨지는 대영웅을 만나 뵙게 되었으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남궁재야는 남천휘의 지극히 겸손한 한 마디에 절로 미소를 보였다.

“작은 명성에 취해 날뛰던 녀석들만 보다가 이렇게 공손한 후학을 보니 오늘 내 운세가 아주 좋을 듯하이.”

“하하, 과찬이십니다.”

남천휘는 빙긋 웃다가 슬쩍 소용녀의 눈치를 봤다.

[이쯤 했으면 네가 마무리해라.]

[아니야, 너 잘하네. 계속 얼굴에 금칠 좀 해줘. 그러면 알아서 천영검을 구경시켜주지 않겠어?]

소용녀의 간절한 눈빛에 남천휘는 인상을 썼다.

‘젠장! 이검인지, 삼검인지 하는 이름도 오늘 처음 들었다고.’

하나 남천휘는 혀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듣기 좋은 말을 쏟아냈다. 이 모든 위선의 배후에는 소용녀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호오대명검에 꼽히는 천영검을 구경하고자 했다.

[얼굴 펴. 나는 오늘 천영검을 못 보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아. 그러면 네 무기도 못 고치겠지?]

[야! 선대의 약속이잖아. 아니, 맹약이지! 그런데 조건을 달아?]

소용녀가 딴청을 피웠다.

얄미운 녀석.

역시 소용녀는 화로 앞에 앉아 있을 때가 가장 듬직했다. 어찌됐든 남천휘의 아부로 인해 좌중의 분위기는 상황과 별개로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뭘까요?”

남천휘의 물음에 남궁재야는 침음을 흘렸다.

“평범한 공동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군요.”

“그래서 더욱 찜찜하군.”

“지금이라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남궁재야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일을 꾸민 악적의 정체를 밝혀야 하네. 칠보자령초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독초가 아니라네. 한데 붕초까지 주변에 자라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랫동안 뿌리를 내렸겠지. 며칠 사이에 만들어진 함정이 아니야. 무엇보다 본가의 창궁검이 발견됐어. 그러니 누군가 사령신의 만병보고를 미끼로 거대한 무덤을 만든 것이 분명해.”

남천휘는 탄성을 흘렸다.

“대협의 식견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만은 진심이었다.

자신은 시스템과 남위기를 통해 겨우 찾아낸 정보를 남궁재야는 손쉽게 알아내지 않았던가.

“과찬일세. 어린 시절부터 중원을 떠돌다보니 잡다한 지식만 많아진 게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기한 잡학이로군요.”

남궁재야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아부에 대한 감흥이 옅어진 듯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 뚫린 구멍을 통해 무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벌써 육십 명은 모인 듯하군.”

수십 명의 무인들은 저마다 거리를 둔 채 서로를 경계했다. 입구부터 상잔을 유도했으니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여긴 게다.

“할아버지, 저쪽은 무림맹 강소 지부잖아요. 저쪽에 합류해야 편이 좋겠어요.”

남궁재야는 고개를 내저었다.

“적들은 분란을 유도할 것이야. 이럴 때 내가 무림맹과 섞이면 나머지 무인들이 한데 뭉칠 것이다. 그러니 떨어져 있는 편이 나아. 운신의 폭도 넓어지니 적을 없애는 것도 수월할 게다.”

잠시 후 남궁세가로 보이는 스무 명의 무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하나 남궁재야와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여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텅 빈 공동이군요.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천영검을 만지고 싶어!]

그래, 최소한 너는 확실히 알겠다.

남천휘는 천영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소용녀의 손길을 뿌리쳤다.

대화의 주제는 만병보고로 고정됐다.

하나 만병보고의 실체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무인들은 하나둘씩 공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든일곱.”

남궁재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숫자를 헤아리시는 이유가 뭡니까?”

“지피는 바가 있어. 만약 이곳에 백 명이 모이고 동굴이 닫힌다면······.”

그 때 한 무리의 무인들이 구르듯 동굴 안으로 밀려왔다. 그들은 피범벅이 됐음에도 겁을 집어먹고 동굴의 안쪽으로 기었다.

“놈들이 동굴에 들어온 자들을 죽이고 있소.”

남천휘는 적이 나타났나는 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하나 남궁재야는 여전히 머릿수만 헤아릴 뿐이다.

“사람 살려!”

다른 입구에서 세 명의 무인들이 겁에 질린 채 도망쳐왔다. 남궁재야의 혼잣말에서 유추하자면 적들은 의도적으로 백 명을 채우고 있다.

첫 관문은 입관자를 반으로 줄이라 했지만, 실제로 통과한 자의 숫자는 천차만별이었다.

“백.”

남궁재야가 읊조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스무 개에 달하는 공동의 입구가 닫혔다. 그리고 입구 너머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직 동굴 속을 헤매던 이들이 기습을 당한 듯했다.

“그렇다면 백명괴군이 여기 있겠구나!”

노기 가득한 한 마디와 함께 투기가 솟구쳤다.

남궁재야는 생사대적을 마주한 듯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노려봤다.

그 때 공동의 위쪽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하! 나를 부른 자가 누구더냐?”

사 장 남짓한 절벽의 중간 지점이다.

또 다른 입구가 있었던 듯 흰 수염을 배꼽까지 늘어트린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내가 백명괴군이다!”

남천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보는 사람은 백명괴군이 아니라 남궁재야였다.

‘남위기보다 이 할아버지가 더 정확하잖아.’

기왕 비용을 지불하자면 남위기보다 남궁재야가 나을 듯했다. 아무래도 VIP 포인트보다 은자가 저렴할 터였다.

[그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소용녀의 전음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하나 남천휘는 백명괴군(百命怪君)과 남궁재유의 살기가 맞부딪치는 와중에도 여유를 보였다.

[괜찮아. 뭐가 됐든 이곳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아.]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그나저나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네가 못 보는 것.]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린 채 공동의 그늘진 부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제는 없으면 섭섭한 하나의 표식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가 됐든 마지막에는 다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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