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67화 (167/305)

75, 신교대(新橋隊). (5)

*

강호라는 세계는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다.

그저 칼 밥을 먹는 자가 서있는 자리가 곧 강호였다. 그러니 누구나 강호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리라.

하나 무인은 달랐다.

단순히 검을 쥐었다고 해서 무인이 되는 건 아니다.

무예로 뜻을 실현하려는 자만이 무인이라 칭할 수 있을 터였다.

이것이 곧 양방언의 원칙이었다.

“충성과 신뢰는 그냥 얻어지지 않습니다.”

충성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신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상승 무공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나 돈이 있다면 같은 조건일 때 더 빨리 성취를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남천휘는 양방언이 내민 종이에 빼곡하게 적힌 조건을 거부할 수 없었다.

“강건한 육체에 맑은 정신이 깃든다지요? 하나 좋은 무기와 의복으로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양방언은 마흔여덟 명 모두에게 무진철원에서 판매하는 좋은 병장기를 나눠줘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방검에 준하는 질 좋은 직물로 짠 무복과 지형을 가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신발까지 구비하고자 했다.

“철귀유협께서 정리한 저들의 자질이 진짜라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좋습니다.”

다음은 의식주에서 하나가 해결됐으니 이제는 두 번째를 논할 차례였다.

“정식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몸 상태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각지의 요리에 능통한 전문 숙수와 보조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문 숙수가 직접 감수한 식자재의 사용을 권합니다.”

먹은 만큼 싸는 대신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은 장소였다.

“폐쇄적이면서도 개방된 장소가 필요합니다.”

남천휘는 모순적인 조건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속세와 단절된 장소는 구성원의 응집력을 끌어올립니다. 동시에 어떤 수련도 가능할 수 있도록 많은 환경이 갖춰진 수련장이 있어야 할 겁니다.”

양방언은 맡겨놓은 것을 받아가듯 끊임없이 요구조건을 거론했다. 하나 거부감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추기고 싶었다. 마치 장인이 명품을 만들려는 듯 모든 조건을 고려하는 모습에 신뢰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그렇다면 곡부남가는 안 될 테고······.”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최적의 장소가 떠올랐다.

“좋은 곳이 있어요.”

양방언은 거절 없이 술술 풀리는 대화에 신이 난 듯했다. 그리고 그는 남천휘가 대화동의 위치와 지형도를 그리는 순간 꽃이 만개하듯 미소 지었다.

“좋군요.”

남천위의 땅 중에서 대화동은 지금껏 계륵과 같았다. 몽산은 수련 장소로 사용했고, 곡부남가나 신공부는 저마다 역할을 지녔다. 반면 질풍뇌격궁을 얻은 대화동만은 지금껏 불모지처럼 내버려둔 상태였다.

‘대화동은 나 혼자 쓰기에 아주 넓지.’

산채는 작은 언덕에 위치했지만, 대화동의 영역은 기본적으로 전방에 넓은 평지가 존재했다. 그러니 외곽에 목책만 세워도 괜찮은 진채가 될 터였다. 게다가 태산과 연결됐으니 비밀스런 수련을 할 때에도 쓸법했다.

‘무엇보다 대화동은 내 땅이니까.’

특기 유지가 발동되면 소속 지역에 대한 제반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던가. 그러니 유선관 근방에 적당한 성소를 먹어치우면 무인들의 성장을 매일 같이 확인할 수도 있을 터였다.

‘좋아, 좋아.’

남천휘가 무인들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이던가.

곡부남가를 안정화하고, 먼 길을 떠나기 위함이었다.

한데 실시간으로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터였다.

“후. 대략적인 조율이 끝났군요.”

남천휘는 특기 상재를 운용하여 무인들에게 투입될 자금을 확인했다.

대충 헤아려봐도 은자 이만 냥은 투자해야 구색이나마 맞출 수 있을 터였다. 그뿐 아니라 월봉을 비롯한 운영비까지 고려해야 했다.

‘달에 천 냥은 써야겠군.’

남천휘는 입맛을 다셨다.

인벤토리를 볼 것도 없이 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가뜩이나 공태령에게 수천 냥을 뜯긴 상태가 아니던가. 녀석은 지금쯤 섬서성 어딘가에서 호화롭게 고기를 뜯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나만 빼고 다 즐겁네?’

남천휘는 소혜를 흘겨봤다. 하나 녀석은 양대안을 힐끔거리느라 넋이 나간 듯했다. 남천휘가 애매모호한 배신감에 휩싸였을 때였다.

양방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합니다.”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더 추가할 것이 있어?’

불쾌함 보다 호기심이 더 컸다.

양대안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시했다. 남천휘가 궁리를 해도 더 추가할 것이 없을 만큼 완벽했다.

“말씀하세요.”

“함께 하던 동료들이 있습니다. 제가 낙향할 때 따라온 녀석들이지요.”

양방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한 마디였다.

금군의 교두라면 안락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보장받았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양방언을 따라 낙향했다면 능력은 둘째치고서라도 심성이 좋을 수밖에 없으리라.

“좋습니다.”

남천휘는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양방언을 한 번 쓰고 버릴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곡부남가에 묶어둘 필요가 있지 않은가. 권속들까지 의탁하게 한다면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으리라.

‘돈이 더 들겠군.’

하나 남천휘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법이다.

남천휘의 경우는 어디에나 돈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는 양방언과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슬쩍 신공부의 구주도를 띄웠다. 공부와 공묘, 공림을 비롯한 신공부의 거대한 영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전각마다 명칭과 용도가 적혀 있었고, 창고의 내용물까지 상세하게 표시됐다.

이것이 바로 유지의 힘이다!

하나 그것 외에 묘한 표식이 곳곳에 존재했다.

원보(元寶) 모양의 표식은 지금껏 어떤 성소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비밀창고.

바로 전대 신공부주인 상제신룡 공후탁이 비밀리에 자금을 모아놓은 장소였다.

‘그 사이 많이 줄었네.’

공후탁은 암암리에 흑도를 운용했을 만큼 많은 돈을 빼돌리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신공부 내의 비밀창고만 해도 십여 곳이 넘었다.

하나 남천휘는 일부러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신공부의 제일총관으로 승급한 선원수사에게 공후탁이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려고 명령했다.

그 결과 십여 곳이 넘던 비밀창고 중 대부분이 발각됐고, 다섯 곳 정도만 남아 있었다.

‘어찌됐든 우리 집안과 관련이 있잖아.’

유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탐욕스러운 자는 되지 말자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선원수사가 찾아내지 못한 창고를 제 손으로 갖다 바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못 찾은 건 내가 먹어야지.’

남천휘는 비밀창고의 삼분지 이가 날아갔음에도 여유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선원수사가 찾아낸 창고는 대부분 은원보였다.

남은 곳 중 두 개는 금색으로 표시됐다.

금원보(金元寶)라면 대충 돈만 쌓아놓지는 않았으리라.

‘얼마나 있으려나?’

최소한 산채를 털어서 먹은 은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로울 터였다.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일까.

양방언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남 소협은 저들로 대를 이루고자 하시오?”

애써 자질이 좋은 녀석들만 골라서 모아놓지 않았던가. 당연히 일대(一隊)를 만들어 신공부의 주력으로 삼으려 했다.

한데 양방언의 경험은 남천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미관말직이었지만 지금껏 수많은 무인을 길러냈소.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하는 조언이니 마냥 고깝게 여기지는 마시구려.”

남천휘로서는 양방언의 의욕적인 모습이 즐겁기만 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돈값만 해도 충분할 텐데 자신의 일처럼 의욕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뭡니까?”

“저들은 대를 이루는 것보다 성향과 특징에 맞게 소규모로 쪼개어 여러 곳에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외다.”

남천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 소협이 써놓은 저들의 특징을 보면 누구는 척후에 어울리고, 누구는 잠입으로 재능을 꽃피울 수 있소. 또한 누군가는 타격대로 활용할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호위나 수비에 적격이오. 오랫동안 공을 들인다면 묶어놓을 수야 있겠지만, 제대로 쓰려면 분산시키는 것이 옳은 듯하오.”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양방언의 말을 듣는 순간 생각은 뿌리를 내리듯 여러 갈래로 퍼져나갔다.

마흔여덟 명을 전문적으로 키워내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차후에 유망주를 발굴하여 그들의 뒤를 잇게 한다면 돈이 돈을 낳는 것처럼 곡부남가의 가세는 확장될 터였다.

남천휘는 웃었다.

“양 교두께 모든 것을 일임하겠습니다.”

양방언은 크게 감동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코를 훌쩍이더니 화제를 돌렸다.

“크흠, 그나저나 조직을 세우려면 이름을 지어야 합니다. 생각해두신 것이 있는지요?”

“네, 방금 생각났습니다.”

남천휘는 먼 미래를 그리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곡부남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 다리가 되라는 뜻으로 신교대라 하겠습니다.”

신교대(新橋隊).

양방언은 몇 번이나 입안에서 굴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저들은 차후에 합류할 이들에게 선배로서 새로운 다리가 되어줄 겁니다. 그러니 여러모로 좋은 이름인 듯합니다.”

그렇게 남천휘의 신적인 탐지 보고서와 금군의 누적된 비책이 뭉쳐져서 신교대가 탄생했다. 언제고 무림맹의 학관보다 입대 경쟁률이 치열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칠십일 간의 때 아닌 휴가를 알뜰하게 사용하려면 한 시가 아까웠다.

하나 양방언의 사정도 생각해줘야 했다.

“잠시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세요.”

남천휘는 양방언의 아내가 차려준 진수성찬에 즉묵노주와 육포로 입가심을 했다. 그러던 중 집을 나서는 양방언을 보고 눈을 끔뻑였다.

아저씨, 인사하러 간다면서 박도는 왜 챙겨?

한데 잠시 후 양대안의 여인의 눈치를 보더니 슬쩍 도끼를 챙겨들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어!”

소혜가 양대안의 부재를 눈치 채고 침음을 흘렸다.

‘어떻게 저 여인보다 네가 더 빨리 눈치를 채냐?’

남천휘는 소혜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어디 가?”

“양 공자가 늦은 밤에 나가던데요?”

“그래서? 따라가게?”

소혜는 말없이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남천휘는 단호하게 말했다.

“까불지 마! 사내가 집을 나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네가 뭐라고 참견을 하려 해?”

소혜는 금세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네, 제가 주제 넘었네요.”

‘좋아, 먹혔군.’

사실은 그냥 양대안과 한 자리에 두기가 싫었을 뿐이다. 게다가 겸사겸사 양씨 부자의 행각에 호기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어디 가세요?”

“산책.”

“저도······.”

하나 소혜는 잠시 후 남천휘가 몇 번이나 조몰락거린 볼을 매만지며 울상을 지어야 했다.

*

양방언은 낙현 곳곳을 돌며 헤어짐을 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아쉬워했고, 새로운 삶을 축복해줬다.

‘누군가의 삶을 확인하려면 주변을 보라더니.’

남천휘는 거듭 양방언과의 만남에 감사했다.

한데 한참동안 인사를 나누던 양방언은 낙현 외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분위기는 왠지 익숙한 걸?’

잠시 후 낡은 사당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없으면 서운할 만큼 잘 어울리는 몇 명의 왈패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 광영루의 견웅이잖아.”

“크큭, 저 놈이 길을 잘못 들었나?”

남천휘는 소혜가 얻어왔던 정보를 떠올렸다.

양방언은 거대한 체구 때문에 흑도의 놀림감이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가랑이 사이를 기며 개 짖는 소리까지 냈다고 했다.

‘복수하러 온 건가?’

군자의 복수는 십 년도 부족하다지만, 예상 외의 행보였다. 그라면 조금 더 대인의 품격을 지녔을 것이라 여긴 것이 사실이다.

그 사이 술을 마시던 녀석 중 한 명이 껄렁거리며 다가왔다.

“인마, 오늘도 형님 가랑이 구경을 하러 왔느냐?”

술에 취한 녀석은 달라진 양방언의 기도를 눈치 챌 수 없었다. 멀쩡했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문천 어디 있어?”

양방언의 담담한 한 마디에 왈패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놈은 가랑이를 긁적이던 손을 빼내더니 번쩍 손을 들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그 순간 시커먼 솥뚜껑이 왈패의 뺨을 덮쳤다.

빠각!

양방언의 두툼한 손이 작렬하는 순간 왈패는 신음도 없이 튕기듯 머리를 박았다. 뺨을 때린 소리와 머리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겹쳐져서 들릴 만큼 가공한 일격이었다.

“어, 어!”

왈패들은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듯 주춤거렸다.

그 사이 양방언이 한 놈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가 왈패를 들어 올리는 순간 놈이 켁켁거리며 발을 굴렀다. 그러자 왈패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문천 어디 있어?”

“아, 안쪽에.”

양방언은 왈패를 내던지려다 얼굴을 가져다 댔다.

모닥불에 비친 얼굴은 곰이 아니라 염라를 방불케 할 만큼 흉악했다.

“너지? 종씨 할머니한테 욕한 거 너지?”

“아, 아닌데요.”

“너 맞잖아. 이 새끼야.”

뻑!

양방언이 박치기를 하는 순간 왈패는 일 장이나 튕겨나갔다. 머리를 움켜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보아 두개골에 금이 갔으리라.

“착하게 살아라.”

양방언은 그 말을 남기고 숲속으로 향했다.

“으으으으으.”

왈패는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러다 죽는 건가 싶었던 순간 어디선가 향긋한 기운이 온 몸을 잠식했다.

“아.”

“괜찮니?”

왈패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이제 살만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은공.”

그 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비가 생각날 만큼 인자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 그래. 그런데 너희는 누구니?”

“쌍부파입니다.”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한 마디에 그간의 죄업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그래, 그렇구나.”

왈패는 아예 눈물을 흘렸다.

“크흑, 이제는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는 안 될 거야.”

“네?”

그 순간 신선처럼 보였던 청년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대가리가 시뻘건 놈은 죽어야지.”

“어.”

콰직!

*

남천휘의 얼굴에서 호기심이 사라졌다.

쌍부파(雙斧派)라는 자들은 생각과 달리 삼류 흑도가 아니었다. 단순히 자릿세나 받아먹는 놈들이었다면 저토록 레벨의 색이 빨갛지 않았으리라.

‘양 교두의 의중을 알 것 같네.’

그가 곡부남가를 위하듯 그 또한 낙현을 위하는 과정이리라.

남천휘는 느긋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양방언의 실력이라면 악만 남은 쌍부파 정도는 쉬이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저기인가?’

음산한 분위기의 폐장원이다.

남천휘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미 양방언이 지나간 흔적이 가득했다.

곳곳에 쓰러져 있던 왈패들이 신음을 내뱉었다.

‘너는 죽어야겠다.’

그는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죽였다.

그리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대전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한데 눈앞의 광경은 예상 외였다.

양방언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양대안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몸을 웅크리고 있지 않은가.

“아.”

남천휘는 대전 안을 둘러봤다.

적도의 숫자는 백을 넘겼다.

도끼를 쥔 놈이 반, 칼을 찬 놈이 반이다.

‘쌍부파만 있는 게 아니었네.

그 때 대전의 안쪽에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자가 도끼를 흔들며 등장했다.

“혼자?”

남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직은 독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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