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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139화 (139/305)

66, 대도(大盜). (1)

66, 대도(大盜).

넣었다. 넣어버렸다!

남천휘는 한순간 광목재사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들어갔네.’

황급히 인벤토리를 살폈다.

인형 같은 표식에 광목재사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이런 미친 최고의 시스템 같으니라고.

남천휘는 천상계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때 홀로 남은 수하가 눈을 끔뻑였다.

“지, 진법?”

아하! 좋은 핑계거리, 감사하고요.

증인이나 인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남천휘는 수하의 멱살을 낚아채려 했다.

하나 손을 뻗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물러섰다.

수하가 검붉은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내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허물어졌다.

남천휘는 인상을 썼다.

‘함께 죽으려고 했던 건가?’

도대체 뭐가 남는 다고 저런 선택을 했을까.

남천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녹선단을 복용한 후 죽은 수하의 시신을 살폈다. 하나 정체를 파악하거나, 쓸 만한 물건은 남기지 않았다.

“쯧.”

사라라락!

그 순간 남천휘의 곁에 천수련이 내려섰다.

그녀는 호대와 표대의 적을 참살한 후 곧장 남천휘를 뒤따른 듯했다.

“방금 누가 있지 않았어요?”

“광목재사였어.”

남천휘의 담담한 한 마디에 천수련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광목재사라면 신공부주의 두뇌를 자처하는 제일총관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디로 갔어요? 방금 전까지 있었는데 팟! 하고 사라지던 걸요.”

남천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진법.”

“잡은 거예요?”

“응.”

“그럼 남 소협이 진법을 펼쳤어요?”

개똥이 주제에 의심하는 거냐!

남천휘는 평정을 가장하여 대꾸했다.

“약식으로 펼쳐봤어.”

“그게 가능해요? 지금은 어디 있는데요?”

천수련은 신기한 것을 마주한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주변을 바라봤다.

“아마, 저기쯤?”

“맙소사! 제갈세가의 기인들은 돌멩이 하나로 진법을 펼친다고 들었어요. 남 소협의 재주는 정말 끝이 없네요!”

통한 거냐? 표정을 보니 통했네.

개똥아, 절대로 사업 같은 건 하지 마.

진지하게 충고한다.

남천휘는 천수련의 흥분된 한 마디에 얼버무리듯 말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여기까지 멀쩡하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 덕분이야. 역참마다 말과 음료를 준비해줬거든.”

천수련은 볼을 붉히며 탄성을 흘렸다.

“아! 비밀 조직이라니. 대단해요!”

어쨌든 이렇게 인벤토리에 대한 비밀을 숨길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워요.

이름 모를 신공부주의 졸개님.

천수련은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듯 연방 박수를 치며 반겼다.

“광목재사를 잡았으니 노국장의 위기도 끝났네요. 그를 심문할 수 있다면 신공부주의 약점, 아니 악행을 천하에 알릴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일단 돌아가자. 어르신들이 걱정하시겠어.”

천수련이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누가 진짜 자식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네, 어서 돌아가요!”

남천휘는 손을 들어 천수련을 제지했다.

“잠깐!”

◎ 광목재사를 획득함으로서 실마리가 제공됩니다.

- 인벤토리를 확인해주세요.

재이가 알림까지 띄웠으니 뒤로 미룰 수 없다.

남천휘는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그는 광목재사를 떠올리며 읊조렸다.

‘소환.’

그 순간 텅 빈 공간에 광목재사가 나타났다.

마치 진법을 해제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등장이었다.

하나 그는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

남천휘는 인상을 썼다.

‘뭐야? 왜 죽어 있어?’

천수련은 광목재사를 살핀 후 인상을 썼다. 그리고 죽은 수하의 칼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죽었네요. 아무래도 단전에 칼을 맞은 게 컸어요. 남 소협이 어렵게 생포했는데 아깝게 됐네요.”

남천휘는 천수련의 말을 귓등으로 흘렸다.

그녀의 말처럼 광목재사는 아랫배에 칼을 맞고 죽은 것이 아니다. 분명 단전을 뚫린 것은 치명상이 분명했다. 적절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했으리라.

하나 광목재사의 목은 거칠게 뜯겨 있었다.

게다가 그의 손톱에는 살점과 핏물로 범벅이 됐다.

자해였다.

남천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벤토리 안에 들어간 후 자기 목을 찢었다는 건데?’

무엇을 봤기에? 아니면 무엇이 있었기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알 도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살아 있는 걸 넣어도 되는 거였어?’

그랬다면 짐을 옮길 때 우마를 넣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심지어 수백 명의 무인을 인벤토리에 넣은 후 천마의 안방에서 소환한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되겠는가.

하나 재이의 알림은 두루뭉술했다.

◎ 인벤토리에 살아있는 생물을 넣는 건 기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광목재사는 넣었잖아?

◎ 퀘스트 아이템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남천휘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그 아이템의 범주가 어디까지인데?’

◎ 대상자의 현재 레벨에서는 정보 획득이 불가능합니다.

아! 네, 그러시겠지요.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치시는 하늘이잖아.

누가 재단을 하고, 누가 예단을 할 수 있겠는가.

‘쩝.’

남천휘는 찜찜한 마음으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확실히 인벤토리에는 못 보던 아이템이 등록되어 있었다.

《인피암어》

- 퀘스트 아이템(1회용)

- 광목재사의 금고를 열 수 있습니다.

인피암어(人皮暗語)를 소환하는 순간 손바닥만한 가죽이 잡혔다. 일견하기에도 사람의 가죽으로 보였고,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점이 찍혀 있었다. 마치 흑석과 백석이 얽혀 있는 바둑판에서 백석을 걷어낸 듯했다.

‘이걸 몸에 새기고 다닌 건가?’

광목재사의 팔뚝을 살폈더니 확실히 인피암어가 새겨졌던 부위는 색이 달랐다.

남천휘는 인피암어를 엄지와 검지로 잡은 채 인상을 썼다.

‘이걸로 뭘 하라는 거야?’

재이의 대답은 퀘스트였다.

띠링-

*

달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처소의 내부는 단출했다.

몇 개의 족자와 화병, 그리고 묵향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유자(儒者)의 처소일 터였다.

뒷짐을 지고 선 사내는 저 하늘에 고고히 떠 있는 달을 보며 말을 건넸다.

“결국 노국장은 건재하다는 겐가?”

부복한 수하는 마치 성인을 대하듯 신실한 자세로 고개를 조아렸다.

“귀협과 화협은 광목재사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휘대와 교대는 물론이고, 호대와 표대까지 전멸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흐음, 그렇군.”

사내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여유롭다.

“재사는 어찌 되었는가?”

수하는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이마를 차디찬 청석에 박은 채 말을 이었다.

“우봉이 재사의 등에 칼을 꽂는 건 확인했습니다. 하나 귀협이 나타나는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게 끝?”

“송구합니다.”

사내는 헛웃음을 흘렸다.

“어쩔 수 없지. 매의 눈을 지녔다는 자네가 보지 못했다면 누구도 볼 수 없었을 게야. 그래,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귀협은 머리가 좋고, 변칙적입니다. 아마 진법에도 조예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눈앞에서 사람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요.”

“그렇지. 절대지경의 고수라면 한 줌의 핏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만에 하나 귀협이 절대지경의 고수였다면 소신은 이 자리에서 주인께 보고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내가 돌아섰다.

관을 쓰고, 도포를 걸쳤다.

눈은 부리부리했지만, 호수처럼 투명했다.

장년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매끈한 피부도 지녔다. 희끗희끗한 귀밑머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제 나이로 보이지 않았으리라. 저렇게 생긴 사람은 대학사를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외모였다.

그리고 그는 황궁의 실세라는 대학사가 부럽지 않을 만큼의 권세를 자랑했다.

신공부의 주인이자, 승천문의 전대 문주.

상제신룡(上帝新龍) 공후탁.

그가 수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수하는 광영을 맞이한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았다.

공후탁은 수하를 일으킨 후 옅은 미소를 그렸다.

“자네가 돌아와서 참으로 다행이야. 자네마저 잃었다면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지 않은가.”

수하는 아예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로 울먹이며 대꾸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럼 뒤처리를 부탁하네.”

공후탁의 말에 수하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제가 직접 정리하겠습니다.”

이렇게 광목재사를 찔렀던 우봉 또한 같은 신세가 되어 버림받았다.

하나 공후탁도, 수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업을 위하여.”

수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명분은 언제나 공가의 후예이신 주인께 있사옵니다.”

그는 광신도와 같은 한 마디를 남긴 채 자리를 떴다.

공후탁은 다시 창가에 서서 달을 올려다봤다.

끼익-

또 다른 수하가 등장했다.

그 또한 오체투지를 방불케 하는 자세로 고개를 조아렸다.

“광목재사가 사라졌네.”

“죽은 것보다 좋지 않군요.”

“그러게 말일세.”

“노국장의 일을 맡겨주신다면 성심을 다해 해결하겠습니다.”

공후탁은 고개를 내저었다.

“수백 명을 쏟아 붓고도 무너트리지 못했어. 더 이상의 혈사가 이어진다면 신공부의 존립이 위태로울 게다.”

수하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공후탁의 말처럼 한 번 더 혈사를 일으킨다면 이것은 신공부주의 무능과 연결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있어서 신공부의 존립이란 곧 신공부주의 건재함을 뜻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광목재사의 처소에 금고가 있을 게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겠지. 내게도 술에 취했을 때에나 간혹 주사를 부리듯 털어놓았으니까.”

수하의 눈빛이 살기로 인해 번들거렸다.

“소인배의 금고라면 증거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군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공후탁은 한 번 더 돌아섰다.

“크기와 위치는 물론이고, 생김새도 알 수 없다. 게다가 광목재사의 성격 상 어설픈 금고를 가져다놨을 리가 없지.”

이쯤 되면 수하 역시 다년 간의 경험으로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었다.

“광목재사의 처소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겠습니다.”

“흐음, 오늘 밤은 아주 따뜻하겠어.”

공후탁의 말에 수하가 호응했다.

“흉수는 문성각으로 해두겠습니다.”

신공부 내에서도 경전을 탐구하는 조직이 바로 문성각이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 같이 아침마다 신공부주에게 유가의 교리를 설파하는 존재였다.

아주 귀찮은 존재.

“그래, 파리를 쫓을 때도 됐어. 겸사겸사 말이야.”

수하는 대례를 올린 후 자취를 감췄다.

그 순간 공후탁이 인상을 쓰며 돌아섰다.

놀랍게도 대인의 풍모를 보였던 그가 인상을 쓰는 순간 흉신악귀를 방불케 하는 살기가 일렁였다.

“귀협! 귀협! 가만두지 않겠다!”

*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 금고의 보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제한 시간이 지나면 금고는 사라집니다.

제한 시간은 두 시진.

남천휘는 퀘스트 명칭에 코웃음을 치면서도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오호, 생각보다 여유로운 걸?’

도둑질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적자로 전직하기를 참으로 잘한 듯싶다.

반면 천수련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천휘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 남자,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게 분명해.’

그리고 이럴 때마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남천휘는 천수련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여유롭게 물었다.

‘그래서 금고가 어디 있는데?’

◎ 금고의 위치가 지도상에 표시됩니다.

남천휘가 서 있는 지점을 시작으로 붉은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한데 선이 꽤 길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붉은 선은 곡부의 중심부로 향하더니 신공부(新孔府)라 적힌 지역의 중심부에서 멈췄다.

‘나보고 지금 신공부에 잠입하라고?’

띠- 띠- 띠-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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