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13화 (113/305)

56, 관심법(觀心法). (2)

‘문파 관리’ 모드라고 하더니.

진짜 문파를 관리할 수 있는 목록이 눈앞에 나열됐다.

[군사][인사][정략][상벌]

성소보다 훨씬 더 세분화된 목록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남천휘의 시선이 첫 목록인 ‘군사’에 닿았다.

그 순간 ‘군사’아래로 세 가지 하위 목록이 펼쳐졌다.

‘출동’, ‘퇴치’, ‘수송’.

‘이건 북풍대를 움직이는 방법이려나?’

출동(出動)을 누르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눈앞에 곡부남가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지도가 펼쳐지더니 주변에 존재하는 중소방파의 위치가 표시됐다. 중소방파를 누르는 순간 방주와 수뇌부의 명단이 떠올랐으며 대략적인 방도의 숫자가 적혔다. 이 정도면 적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사기적인 능력이 아닌가.

‘이건 사기 수준을 넘어선 거지.’

남천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를 표하려 했다.

하나 지붕으로 막혀 있었기에 헛기침을 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퇴치(退治)는 산적이나 수적과 같이 인근에 터를 잡고 해악을 끼치는 자들을 징치하는 명령인 듯했다.

출동과 달리 퇴치는 주변 산세와 물줄기가 상세하게 그려졌다.

‘하아.’

수송(輸送)은 명칭처럼 표물이나 상행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명령어인 듯했다. 관도와 대로, 그리고 소로까지 자세하게 드러났다.

남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재이야, 만약에 무림맹주가 돼서, 아니 최소한 외단주라도 된다면…….’

◎ 무림맹 문파 관리 모드 또한 활성화가 가능합니다. 그에 걸맞은 제한 조건은 현재 레벨에는 공개가 불가능합니다.

어,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화도 안 나네.

남천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문파 관리 모드만 제대로 운영해도 앉아서 천하를 쥐락펴락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 생각해보니 이거 성소의 확장판인 건가?’

그 순간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 문파 관리 모드는 성소의 상위 호환입니다.

◎ 문파 관리를 통해 성소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 문파 관리가 해금되는 순간 각인 없이 자동적으로 성소의 주인으로 인정됩니다.

남천휘는 황급히 특기 목록을 열었다.

이미 성소에서만 발동되는 특기 ‘유지’가 등록된 상태였다. ‘유지’를 누르는 순간 D등급 방파라는 부가 설명이 생성됐다.

‘곡부남가는 D급이구나.’

왠지 아쉬우면서도 납득이 가는 등급이었다.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어찌됐든 이제 D등급의 곡부남가와 대두동, 그리고 E등급의 대화동을 차지한 지역 유지가 아닌가.

‘집 한 채씩 지어놓으면 별장이네.’

그 순간 여지없이 재이가 초를 쳤다.

◎ 예비 특급 강호인이라면 원대한 야망과 함께 만인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녀야 합니다.

※ 겸사겸사 대상자의 성장률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연회 중인데 왜 재를 뿌리지 못해 난리야!

‘도대체 겸사겸사는 어디서 배워 온 거야?’

◎ 대상자의 현재 레벨은 78로 기간 대비 성장 예정치의 64%입니다.

남천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어! 올랐네?’

아무래도 천릉곡에서 큰 싸움을 이겼고, 곤륜산인의 음모를 저지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 와중에 능력 수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탓도 있을 게다.

“천휘야?”

남천휘는 어색하게 웃었다.

다행히 때마침 대전의 입구로 서산노옹과 백주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르신! 기다렸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남천휘는 상석을 양보했다.

이번만은 남천홍도 제지하지 않았다.

어차피 남천휘에게 자리를 주고, 권한을 이양한다는 목적은 이룬 상태였다. 그러니 장차 곡부남가에 큰 힘을 보태줄 있는 두 명숙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리 오시지요.”

남천홍마저 상석을 청하니 서산노옹과 백주검도 더 이상 마다할 도리가 없었다.

남천휘는 이 기회에 슬쩍 한 자리 떨어졌다.

자신을 위한 연회도 좋았지만, ‘문파 관리’ 모드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럼 곡부남가도 내 땅이니까 성소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건가?’

◎ 지역 특색의 효능은 제외됩니다.

성소라고 해서 다 같은 성소가 아닌 게다.

등급에 따라, 환경에 따라 포인트 사용에 제한이 걸렸다. 예를 들어 곡부남가에서는 자연지기를 강제로 끌어 모아 무균실을 만들 수 있는 효능을 사용할 수 없단다. 대신 전각군을 활용한 기관진식의 설치는 심산유곡보다 적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천생 수련은 산속에서 해야겠군.’

남천휘는 입맛을 다시며 두 번째 목록인 인사(人事)를 살폈다.

인사는 인명과 인재로 나뉘었다.

‘인명은 아마 식구들 목록인가?’

인명(人名)은 실시간으로 집계가 되고 있는 듯 흰색 막대가 검게 물들고 있었다.

급한 건 없으니 인재(人才)부터 확인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곡부남가를 중심으로 커다란 지도가 펼쳐졌다. 그리고 두서없이 여기저기에 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 인재 발탁에 관한 목록입니다.

◎ 대상 지역 주변에 등용할 수 있는 인재를 표시합니다.

※ 파란색은 등용 가능.

※ 누런색은 등용 모호.

※ 붉은색은 등용 불가.

다섯 명 정도가 존재했다.

하지만 세 명은 황색이고, 두 명은 적색이다.

‘우리 집이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외부에서 봤을 때 곡부남가는 제법 돈푼깨나 있는 부호에 불과했다. 그러니 능력 있는 자들은 초빙을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쳇! 나중에 유명해지고 보자. 내가 기억해둔다.’

남천휘는 툴툴 거리며 정략을 열었다.

동맹(同盟)과 고용(雇用).

일견하기에도 전자는 다른 방파와 연수하는 것을 뜻했고, 후자는 낭인들을 고용할 수 있는 목록인 듯했다. 하나 지도를 살펴도 동맹을 맺을 곳이 없었고, 낭인들은 주변에 씨가 마른 상태였다.

‘이 지도 크기는 어떻게 구성되는 거지?’

곡부남가의 명성과 위세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확장이 된단다. 결국 곡부남가가 쇠락했기에 ‘문파 관리’ 모드조차 제대로 써먹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잖아!’

곡부남가에서 특급 강호인이 나오신다!

‘어머니, 제가 말년에는 특급 강호인이 되어야 해서 바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효도를 몰아서 해드리겠습니다.’

무인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특급 강호인이 되기 전에 우리 집이라도 좀 일으켜야겠다.

‘대저 사람은 밥을 먹어야 배가 든든하고, 등이 따뜻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지 않던가.’

◎ 성어의 오용으로 인해 지혜가 -1 하락합니다.

시스템 개판, 돌림판 조작, 재이 멍청이다.

그렇게 지혜 수치를 3 정도 떨어트리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까불고 있어.’

이제 능력 수치 하락 정도로는 겁을 먹지 않을 만큼 강해졌단 말이다.

‘크흠, 어디 상벌이나 설명해봐라.’

상벌(賞罰)은 명칭처럼 문파 구성원에 대한 신상필벌을 골자로 했다.

하위 목록은 셋이다.

인상, 하사, 직위.

인상(引上)은 VIP포인트를 소비하여 상대방의 친밀도와 충성도를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어! 잠깐, 충성도?’

남천휘는 눈을 끔뻑였다.

열 길 사람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만약 충성도가 존재한다면 한 길 사람 속은 물론이고, 열 길 사람 속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그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에도 재이의 설명은 계속됐다. 아무래도 조금 전에 놀렸다고 쉴 틈을 주지 않는 듯했다.

하사(下賜)는 특수 등급 이상의 기물을 선물하는 행위였다. 그로 인해 특별한 관계가 생성되거나, 히든 퀘스트가 발동할 수 있단다.

직위는 말 그대로 소속 부대의 지휘관을 지정하는 단계였다.

《북풍대(北風隊)》

- 대주 : 조상, 부대주 : 벽추.

‘역시 북풍대 뿐이네.’

지금 당장 직위를 바꿀 이유가 없기에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남천휘는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나직이 숨을 흘렸다.

곡부남가처럼 작은 방파의 문파 관리 모드임에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만약 신공부나 구파와 같은 거대 방파라면 얼마나 번잡스러울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그 순간 향긋한 체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천수련이 불그스름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 소협.”

안 들리는 척 했다.

하나 천수련이 내력을 담아 옆구리를 찌르는 순간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부러 피하지 마요. 다 보여!”

혀가 짧은 것을 보니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그녀의 앞을 슬쩍 바라보니 즉묵노주가 가득 채워져 있었을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남천휘는 천수련 모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이거 먹어.”

향이 진한 천품육포를 꺼내자, 그녀의 체취가 조금이나 옅어지는 듯했다.

천수련은 잠시 육포와 남천휘를 번갈아보더니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더니 말없이 육포를 받아들고 오물거리며 먹는 것이 아닌가.

‘입은 막았고.’

이제 탈출할 차례였다.

남천휘는 불굴, 집중, 금나, 신속 등 쓸 수 있는 모든 특기를 불러냈다. 그렇게 엉덩이를 살짝 떼고 움찔거리던 순간이었다.

띵-

인사의 하위목록인 인명록이 갱신됐다.

남천휘는 어쩔 수없이 다시 엉덩이를 붙인 후 인명록을 펼쳤다. 그 순간 천수련에 대한 부담감이 십만팔천 리 밖으로 날아갔다. 심지어 이 자리에 수백 명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곡부남가》

1, 남운군(--), 가주, 37, 61, 80 한량(外)

2, 안자영(--), 가모, 72, 34, 57 무인(外)

3, 남천홍(--), 소가, 14, 64, 70 상인(內)

4, 막대통(96), 총관, 25, 71, 34 학자(內)

5 조 상 (99), 대주, 68, 20, 41 무인(內)

이런 식으로 곡부남가에 속한 삼백십칠 명이 등록되어 있었다.

‘가족끼리는 충성도가 당연히 안 뜨네.’

목록의 이름 뒤에는 충성도가 표시됐고, 직위와 무력, 지력, 매력이 연이었다. 마지막에 직업과 현재 위치까지 적혀 있으니 가솔에 대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천휘는 가솔 정보를 열람하며 눈을 빛냈다.

‘아버지의 매력 수치보다 직업이 더 놀랍다.’

그러다 조상의 충성도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어머니의 무력 수치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상보다 윗줄이라면 절정을 이미 오래 전에 넘어섰다는 뜻이 아닌가.

남천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나 지금껏 단 한 번도 어머니가 검을 쥐고 있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다.

그는 혀를 내두르며 가솔정보를 내렸다.

숫자가 늘어갈수록 하인과 시비들의 정보가 표시됐다. 놀랍게도 가장 낮은 충성도를 보이는 하인의 수치가 무려 80이었다.

‘쳇, 아버지와 형은 베풀고 산 보람이 있겠네.’

한데 이백 명을 넘어가면서 충성도가 파도처럼 출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북풍표국의 표사들이 원인이었다.

하나 아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곡부남가란 자금을 대주는 물주에 불과했다.

‘내일 당장 떠나도 상관없는 사이니까.’

그렇기에 인명록을 술술 넘겼다.

혹여 표사나 쟁자수 사이에서 빛을 보지 못한 기재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포기하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건지면 이득이 아닌가.

하나 가장 끝에 이르러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그러면 안 되잖아.’

그 때 대전 밖이 부산스럽다.

“북풍표국의 왕 국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남천홍을 위시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왕망을 반겼다.

“허허, 내가 늦었네. 미안하이.”

왕망은 남천휘를 보며 눈인사를 했다.

“조카, 무사히 잘 다녀왔는가?”

남천휘는 왕망의 정보를 겹쳐 띄운 채 표정을 풀지 않았다.

- 왕망(1). 국주, 74, 27, 39 무인(內)

‘재이야, 이 수치 진짜냐?’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왕망, 네 놈이 배신자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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