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00화 (100/305)

50, 정상결전(頂上決戰). (4)

자! 어디 한 번 보자.

세 자리 레벨과 세 자리 레벨의 대결이다.

한쪽은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노강호였고, 다른 쪽은 명가의 후예였다. 한쪽은 살기와 분노로 가득했고, 다른 쪽은 여전히 산책을 나온 듯 여유롭다.

남천휘는 대결 자체보다 후자의 행보를 눈여겨봤다.

S급 특기 통찰(洞察).

예견하건데 상대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한 눈에 파악한 후 공간을 선점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깨우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남천휘는 천수련의 일거수일투족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한데 그 때 공태령의 담담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표정.”

“응?”

그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읊조렸다.

“관리 좀 하셔야겠습니다. 속마음이 드러납니다.”

남천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공태령은 언제 대살성처럼 날뛰었냐는 듯 평소의 표정을 유지했다.

이제야 철면(鐵面) 같았다.

“그렇게 보여?”

“천 소저에게서 뭔가 보신 겁니까?”

남천휘는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하나 공태령은 남천휘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대꾸했다.

“거짓말이군요.”

남천휘는 표정을 굳혔다.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공태령은 남천휘를 몰아붙이려는 건 아닌지 순순히 말을 이었다.

“남 소협은 꿍꿍이가 있을 때 말을 높이지요. 또는 말이 길어지기도 하고요.”

이 놈! 변설의 위력을 알지도 못하면서.

하나 반박할 말이 없더라.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강호는 희한한 곳입니다. 속내를 드러낼수록 적이 늘어나지요. 내 뜻과 다른 세상이 바로 강호랍니다.”

남천휘는 말을 아꼈다.

‘그러니까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공태령이야 말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무슨 꿍꿍이인지 도통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남천휘는 입맛을 다셨다.

돌이켜 보면 이런 경험이 참으로 낯설다.

누군가 자신에게 충고나 조언을 했던 기억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공태령에게 들으니 느끼는 감정은 배가 됐다.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지켜보세요.”

무덤덤한 목소리가 예전처럼 거슬리지 않았다.

자식, 생각보다 좋은 놈일지도.

사실 남색인 걸 제외하면 오히려 가장 잘 따라준 녀석이 아니던가.

그 때 공태령이 말을 이었다.

“언제 합류해야할지 모르니까요.”

남천휘는 공태령을 힐끔 보고 한 숨을 흘렸다.

그새를 못 참고 살기를 드러내는 놈을 보고 있자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래! 그러자.”

어찌됐든 지금 이 순간은 같은 조원이 아니던가.

함께 싸우고, 함께 돌아가는 것이 옳으리라.

남천휘는 공태령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너도 말 편히 해라. 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만 예의 없는 놈 같잖아.”

공태령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어깨를 들썩였다.

자연스럽게 남천휘의 팔을 밀어낸 후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말을 편히 하면 피곤한 상황이 많아지더군요.”

남천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아! 진짜 피곤한 새끼네.’

그렇게 피곤하면 땅 속에 묻어버리고, 평생 쉬게 해주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는 공태령에게 마음에서 지운 채 천수련의 정보를 떠올렸다. 인맥 창이 활성화되면서 천수련의 정보가 개방됐다.

《천수련(天垂蓮)》

- 은하검후 천지은의 후손.

- 용화수주공과 탈각진체법을 수련 중.

- 선대의 유명(遺命)을 수행 중.

- 당면 과제 : 천수적하검의 회수.

- 최종 목표 : 보타암의 재건.

훑어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녀의 목표는 특급 강호인이라는 남천휘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하나 강호의 정신적 지주라는 구파일방에 버금가는 곳이 보타암이다. 멸문한 보타암의 재건이라는 장대한 목표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 과제도 나오는 건가?’

남천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고인과 달리 살아 있는 사람의 정보는 훨씬 다양했다. 게다가 재이의 첨언으로 보아 정보의 추가와 삭제가 가능할 터였다.

역시 ‘특급 강호인 승급 체계’야 말로 기연 중의 기연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남천휘가 얻어내야 할 다음 기연 역시 적혀 있었다.

탈각진체법(脫殼眞諦法).

줄여서 통찰이겠지.

남천휘가 천수련의 정보를 살피는 사이 공태령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시작합니다.”

천수련이 움직였다.

남천휘는 시각을 증폭시키고, 천수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상대는 괴흑당의 무인을 내보냈다.

한 명이 오가야 할 통로에 네 명을 우겨넣었다.

뒷골목 칼부림에서나 통할법한 방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적은 칼을 위아래로 흔들며 위협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래서야.

쉭쉭쉭쉭!

괴흑당의 무인들은 천수련의 검을 피하지 못했다.

허무할 정도로 숨이 끊겼다.

천수련의 검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사혈만 골라서 가볍게 찌른 덕분에 피가 흐를 여유조차 없었다.

‘맙소사!’

단순히 적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정도가 아니다.

적은 겹겹이 쌓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길을 열어주듯 두 명씩 양쪽 벽에 기댄 형국이다.

‘저들은 벽 쪽으로 피하면 살 수 있다고 여겼겠지.’

하나 그곳이야 말로 천수련이 마련해놓은 사지(死地)였다. 즉 천수련은 전황을 자신의 의도대로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괴흑당 무인의 레벨이 50전후라는 걸 감안해도 엄청난 신위가 분명했다.

검후의 비전일 탈각진체법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렬해졌다.

한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

자박자박.

천수련이 미환비림 쪽으로 발을 내디는 것이 아닌가.

누가 됐든 한 사람씩 상대할 수 있는 이점을 버리고, 사지로 향하는 셈이다.

“야!”

하나 천수련은 돌아보지 않았다.

공태령의 분노가 뜨거운 용암같았다면 천수련의 분노는 북해의 서릿발처럼 서늘했다.

‘저것들은 몰라도······.’

남천휘는 빠르게 곤륜산인과 사암의 레벨을 살폈다.

곤륜산인은 레벨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사암의 레벨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일암이 89레벨이고, 나머지는 80레벨 전후였다.

무엇보다 사암의 레벨 색깔은 피로 그린 것처럼 새빨갛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특화된 녀석들이라는 뜻이다.

천수련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칫 그녀가 다치는 꼴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나 때문에 다치는 건 안 돼!’

하나 남천휘가 지금 이 순간 인지하지 못한 감정도 존재했다. 가슴 속 어딘가가 근질거렸고,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아랫배가 후끈거렸다.

싸우고 싶다.

용봉쟁투에 참가하고, 후기지수들과 어우러지면서 사그라졌던 불씨가 타올랐다.

투기(鬪氣)라는 이름으로.

“안 되겠다.”

남천휘가 자리를 박찼다.

공태령은 잠시 머뭇거렸다.

어차피 통로는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좁았다. 그러나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사내다.’

경박하고, 수다스럽고, 허풍을 치면서 꿍꿍이가 있는.

그러면서도 밉지 않고, 어느 순간 믿게 되는 이상한 사내였다.

콰직.

공태령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발밑에 으스러진 나뭇가지를 뒤로 한 채 몸을 날렸다.

“일단 나쁜 놈부터 죽이고 생각하자.”

천수련의 고운 아미는 일그러진 지 오래였다.

보타암의 멸문과 청도문은 관계가 없다.

다만 정마대전이 끝났을 때 보타암의 고수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단다. 그저 정천칠공의 한 사람이었던 제룡검야가 친우의 검을 돌려줬을 뿐이다.

하나 무인이 없는 보타암은 일반 사찰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밤마다 도적떼가 담을 넘었고, 수많은 경전과 신물을 도둑맞았다.

천수검도 그 중 하나였다.

“보타암의 신물을 훔쳐간 것이 청도문이더냐?”

곤륜산인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비구니도 아닌 것이 무슨 상관이냐? 되었다. 죽여라!”

괴흑당의 무인은 오십 명 남짓이다.

그들은 넓은 곳으로 찾아온 천수련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패색이 짙은 것을 알면서도 물러나는 자가 없다. 이미 저들은 이름 모를 들판에서 썩어갈 것을 알면서도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일까. 제마멸사야 말로 보타암의 이념이 아니던가.”

천수련은 매서운 일갈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촤라라라라라락!

검영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괴흑당 무인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갔다.

한데 그 사이로 파고든 비수가 있었다.

삼암이 괴흑당 속에 스며들었다가 암습을 한 게다.

“흥!”

천수련은 왼손의 소매를 휘젓는 것만으로 삼암의 암수를 피해냈다. 하나 삼암을 치려는 순간 좌우에서 이암과 사암이 짓쳐들었다.

쉬이이익!

80레벨의 암습은 낭인들과 달랐다.

완숙한 절정의 고수가 목숨을 걸고 덤벼드니 천수련은 물러서는 걸 택했다. 한데 그 순간 곤륜산인이 거대한 비조처럼 양팔을 벌린 채 내리꽂혔다.

“크하하! 어리석은 년!”

그가 대막의 마적들이나 사용할법한 만도를 휘두르자, 공간 자체가 잘려나가는 듯했다.

한데 그 순간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타탓!

남천휘가 오행군림보를 극성으로 펼쳤다.

그는 미끄러지듯 통로를 지나치는 순간 몸을 비틀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신형이 와류(渦流)처럼 회전을 하며 사암의 공간을 파고들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더 이상 지법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남천휘는 창해일성소를 들으며 천하도와 제일도를 흩뿌렸다.

따당!

삼암은 남천휘의 도풍을 거부하지 않은 채 밀려났다. 반면 사암은 남천휘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버티는 것을 택했다.

그 결과 사암의 병장기가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이게 5강 짜리 무기다!’

남천휘는 적수공권이 된 사암을 향해 달려들었다.

뒷일은 천수련이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아니나다를까 천수련이 일암과 이암을 동시에 상대했다. 그리고 허공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진 후였다. 공태령이 통로의 벽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곤륜산인의 머리 위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콰쾅!

패도(覇刀)와 패도(覇刀)의 대결.

두 사람이 싸우는 곳은 괴흑당조차 거리를 벌릴 정도로 광풍이 몰아쳤다.

세 명은 각자 다른 적을 상대했다.

하나 조금씩 같은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함께 할 때 우린······.’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구나.’

‘친구는 아니고.’

가장 먼저 도하고혼(刀下孤魂)이 된 건 당연히 사암이다. 제아무리 80레벨의 고수라고 해도 이미 남천휘는 상식적인 레벨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던가. 게다가 직도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빼는 기사가 연이으니 사암으로서는 귀신을 상대하는 듯했다.

결국 손발이 어지러워진 그는 남천휘가 올려친 직도에 그대로 상체가 잘렸다.

“끄어.”

남천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 와중에 칼이 닿는 녀석들을 하나씩 처리하면서 말이다.

‘개똥이는 괜찮고.’

이암의 온 몸은 피투성이였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암이 절초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몸을 던지려 했다. 하나 천수련의 탈각진체법은 인체의 미세한 변화마저 잡아내지 않던가. 이암은 헛되이 몸을 던졌다가 목숨을 잃었고, 일암 역시 오래지 않아 목이 잘렸다.

푹푹푹푹!

남천휘는 틈틈이 지법을 수련하며 삼암을 찾았다.

그 순간 굉음이 울렸다.

공태령과 곤륜산인이 도기를 흩뿌리며 충돌한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내력에 침습당하여 산발(散髮)을 한 채 악귀처럼 싸웠다.

하나 패색이 짙어진 쪽은 곤륜산인이다.

그는 수하들이 하나둘씩 쓰러질 때마다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크흑! 이러다 잡히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그는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결조차 웃으며 행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나 청도문의 중흥을 위해서라면 왈패의 발을 핥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광인이기도 했다.

‘이대로 전멸하면 청도문의 모략이 만천하에 까발려지게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해!’

마침내 장내가 정리됐다.

두 발로 서 있는 건 세 사람과 곤륜산인이 전부였다. 하나 곤륜산인은 아직 비장의 한 수를 선보이지 않았다.

콰득.

그는 이빨 사이에 숨겨 놓은 암기를 깨뭄과 동시에 내뱉었다.

수십 개의 비침이 흩뿌려졌다.

그 사이 죽은 줄 알았던 삼암이 넝쿨 사이에서 튀어나와 공태령을 기습했다.

쇄애애애애액!

“도망친다!”

천수련은 곤륜산인의 묘한 움직임에서 그의 속내를 읽었나 보다. 공태령은 삼암을 향해 패도를 휘둘렀고, 남천휘와 천수련은 재빨리 천릉곡으로 통하는 길목을 막아섰다.

한데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피투성이가 된 곤륜산인이 미환비림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진법인 걸 알면서도?”

천수련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협곡 쪽은 뻥 뚫려 있으니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해요.”

공태령은 얼굴에 묻은 핏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빌어먹을!”

남천휘는 이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청도문인 건 알았잖아. 명숙들에게 알리면 해결되겠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요.”

천수련의 표정 역시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자신의 건을 풀어 공태령에게 건넸다.

공태령은 건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천수련은 공태령의 흩뿌려진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뒤집어쓰는 시늉을 했다.

“아! 고맙습니다.”

남천휘가 원후봉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번 관문은 포기하는 게 어때?”

천수련은 빙긋 웃었다.

“그래요. 설마 이번 관문 하나로 탈락시키지는 않겠지요. 어쨌든 우리 조에는 신공부의 소부주께서 계시니까.”

공태령은 머리카락을 수습한 후 무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피곤하군요. 돌아갑시다.”

세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천릉곡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용봉평으로 돌아와 잠을 청할 때만 하더라도 이번 일은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갈 것이라 여겼다.

그랬어야만 했다.

*

쾅쾅!

남천휘는 새벽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인상을 쓰며 문을 열자, 혜소가 창백한 안색으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 왜 그래?”

혜소는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 후에야 말했다.

“사람이 죽었어요.”

사람은 언제나 죽어.

그리고 어제만 해도 한 이백 명은 죽었단다.

남천휘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혜소가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초류혁이 시체로 발견됐다고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다.

산동성을 지배하는 삼정 중 청도문의 소문주가 죽었다는 소리에 누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게, 나야 나!

남천휘는 인상을 썼다.

“그 새끼, 원한도 많이 샀네.”

이미 초류혁의 거처 주변은 명숙들과 후기지수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천휘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내부를 살폈다.

일단 초류혁의 시체가 보인다.

온몸에는 검상이 가득했기에 누가 봐도 원한에 의한 살인이 분명했다.

그리고 시체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

두 손에 피가 낭자하니 흉수가 맞는 듯했다.

남천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다가 멀뚱히 서있는 흉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상대도 남천휘를 본 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힝.”

남천휘는 눈을 끔뻑이며 한 마디를 흘렸다.

“개똥아, 니가 왜 거기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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