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76화 (76/305)

45, 모두의 축제는 개뿔. - 4권 시작.

45, 모두의 축제는 개뿔.

용봉쟁투(龍鳳爭鬪).

신공부가 주관하고, 황보세가와 청도문이 지원하는 후기지수 선발대회다.

그렇게 알려졌고, 그렇게 알고 왔다.

하나 실상은 어떨까?

남천휘에게 있어서 용봉쟁투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나 다름없다. 온갖 협잡과 청탁은 암중에서 이뤄지는 것이 이 아니라 대놓고 행해졌다.

그는 용봉전에 모인 백여 명의 남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들 중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관문을 뚫고, 운과 의지로 협잡질을 돌파한 자가 몇이나 될까.

우습게도 표정만으로 판별이 가능했다.

누군가는 불안한 듯 연방 용봉전의 내부를 두리번거렸고, 누군가는 제집에 있는 것 마냥 편안하게 여유를 부렸다.

‘절반 정도인가?’

절로 조소가 흘러나왔다.

누가 누구를 관리하고, 가르친다는 건지 모르겠다.

후기지수의 레벨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낮은 레벨이 20 중반이고, 가장 높은 레벨은 세 자리였다. 하루라도 빨리 레벨 확인의 제한을 풀어야 속이 시원할 듯했다.

‘그래봤자 백 초반이겠지.’

문제는 명숙들의 레벨도 천차만별이다.

저들은 용봉쟁투가 열리는 기간 동안 후기지수를 관리하고, 가르치며, 평가한다고 했다. 한데 후기지수 중에는 명숙이라 불리는 자들보다 높은 레벨이 부지기수였다.

‘저 사람이 제일 높겠지?’

남천휘는 단상 위의 문사를 바라봤다.

그가 소개하기를 신공부의 이총관인 신풍수사(新風秀士)라 했다. 이총관이라면 신공부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세였다.

왕대만의 정보에 의하면 용봉쟁투를 기획하고, 삼정의 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라고 하더라. 불과 사십 대의 나이로 산동 강호를 한바탕 들쑤신 셈이다.

한 마디로 대단했다.

하지만 신풍수사를 제외하면 이 자리에 모인 명숙들 중 눈에 띄는 자가 많지 않았다.

남천휘가 레벨을 확인할 수 없는 명숙의 숫자는 고작 스무 명 남짓이다. 백여 명의 명숙이 모였으니 대부분은 레벨이 어중간했다.

일단 왕대만만 해도 그렇다.

‘저 레벨에 잠이 오냐?’

명숙이라는 간판만 믿고 날뛰다가 자신에게 혼쭐이 나지 않았던가.

그런 자가 세 자리 수 후기지수를 평가한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안 그래?’

한데 재이가 한 마디로 남천휘를 침묵케 했다.

◎ 저들에게는 레벨이 보이지 않습니다.

남천휘는 침음을 흘렸다.

그래, 그건 그러네.

자신은 레벨을 볼 수 있기에 저들의 대략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 저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직접 생사투를 겨루기 전에는 강호의 평판과 신분, 그리고 사문의 위세를 따지지 않던가.

상대방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초절정의 고수에게나 해당하는 능력이었다.

‘흐음.’

재이로 인해 실마리를 얻고 나니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고, 생각지 못한 것을 떠올렸다.

당금 강호는 유례없이 평화로운 시기가 아닌가.

명숙이랍시고 초빙해 온 자들 역시 평화 속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런 저들이 협객행을 통해 명성을 얻었을 리 만무했다.

그랬다면 혈랑회와 같은 흑도가 날뛸 수 없었겠지.

아니, 너나 할 것 없이 명성을 얻기 위해 흑도를 쥐 잡듯이 말살하고 다녔으리라.

하나 세상은 평온했다.

그리고 세상의 이면은 언제나 그렇듯 참담했다.

‘그런데 저들은 밝은 곳만 다녔겠지. 딱 봐도 손에 물 묻히고 싶은 놈이 없어 보여.’

그저 적당한 무공에 적당한 이름값이면 콧대를 높일 수 있는 세상인 게다. 왕대만의 제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왕대만의 별호인 일양도는 도가의 양강지기와 조금의 관련도 없었다. 그저 그가 활동하던 지역이 일양이었고, 도를 사용했기에 일양도가 됐을 뿐이다.

‘후훗.’

남천휘는 실소를 흘렸다.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닌가.

결국 명숙이랍시고 불려온 자들은 대부분이 지역 유지나 마찬가지였다.

“아!”

남천휘는 탄성을 내뱉었다.

주변에서 조용히 하라고 눈총을 줬다.

하나 그는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용봉쟁투의 실체를 마주한 듯한 기분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 때문에 용봉쟁투를 여는구나!’

남천휘는 만만하게 생긴 후기지수에게 물었다.

“저기 가장 앞 열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요?”

그가 가리킨 청년은 백의에 용을 수놓은 장포를 걸쳤다. 후기지수는 청년을 힐끔 보더니 남천휘를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저 분을 모르는 걸 보니 시골에서 왔겠군.”

시골의 짱돌 주먹에 맞고 왕대만과 함께 오줌이라도 지려야 정신을 차릴 놈이 아닌가.

하나 남천휘는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나저나 누구요?”

후기지수는 마치 제가 백의를 걸친 청년이라도 되는 양 거드름을 피웠다.

“저 분이 바로 신공부의 차기 부주인 철면호협 공태령, 공 대협외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딱 봐도 어려보이는 상대에게 극존칭까지 쓰는 비굴함에 헛웃음이 절로 났다.

남천휘는 주먹을 쥐락펴락 했다.

‘그나저나 후계자나 되는 놈이 왜 참가해?’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으니 참가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하나 세 자리 레벨이 놀기에는 터가 너무 좁지 않은가.

남천휘는 다른 세 자리 레벨의 후기지수에 관해서도 물었다. 옆에 있던 청년은 남천휘가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떠버리였다.

아주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걸 잠자코 들어줬다.

그 결과 후기지수 중 세 자리 레벨에 오른 세 명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신공부의 철면호협(鐵面豪俠) 공태령

- 황보세가의 권무악(拳武岳) 황보장천.

- 청도문의 교룡검수(蛟龍劍手) 초류혁.

모두 삼정(三鼎)의 후계자였다.

쌍도, 보의, 검까지.

아주 한 명씩 나눠주려고 상품까지 준비했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산동성의 모든 재화는 삼정으로 모인다. 그런 곳의 후계자라면 최고의 스승과 최고의 무공, 그리고 최고의 환경에서 성장했을 터였다.

이변이 없는 한 우승자는 정해져 있는 셈이다.

‘역시 예상대로네.’

용봉쟁투는 무대다.

하나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무대는 아니었다.

산동 강호를 이끌어갈 후기지수의 발굴은 그저 명분에 불과했다.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도는 삼정의 권력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리라. 즉 용봉쟁투는 삼정의 주인들이 후계자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용봉쟁투에서 우승하면 산동은 물론이고, 외부까지 그 명성이 퍼져나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처럼 대단하다.

그러니 산동에 눈독을 들이지 마라.

‘그래서 고 레벨이 즐비하면서도 외부에서 명숙을 들을 초빙한 거로군.’

애초에 삼정이 외부 명숙들에게 기대한 건 후계자들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리라.

저들은 각기 지역의 유지가 아니던가.

용봉쟁투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술자리에서 자랑하겠지. 후기지수들의 대단함은 곧 그들을 키운 명숙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제 얼굴에 금칠을 하기 위해서라도 후기지수들을 칭송하리라.

‘그러면 저 애송이들은 일약 강호의 신성으로 떠오를 테고, 명숙들은 삼정과의 인맥을 대가로 얻겠지.’

남천휘는 단상 위에서 약장수처럼 열성적으로 떠들고 있는 신풍수사를 바라봤다.

“후기지수야 말로 정파의 근간이며, 긍지란다! 너희들이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공정함으로······.”

저 자가 이 거대한 무대의 연출자였다.

‘너희들의 뜻대로 될는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남천휘의 시선이 이번에는 후기지수들에게로 향했다.

일견하기에도 후계자 주변에 모여 있는 남녀의 레벨은 높았다. 분명 삼정의 권력자들이 키워낸 가솔이나 제자일 터였다. 저들은 삼정의 권력이 대를 이어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리라.

반면 그렇지 못한 후기지수들을 보라.

저들은 성도에 처음 온 촌놈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기에 바빴다.

그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낮은 레벨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후계자에 미치지 못할 뿐 미확인 레벨도 존재했다. 하나 삼정이 만들어놓은 무대 위에서 진짜 능력을 드러내기란 요원할 터였다.

‘이미 역할은 정해져 있잖아.’

삼정의 후예만 모아놓고 용봉쟁투를 벌인다면 세간의 평판이 좋지 못하리라. 그러니 구색 맞추기로 적당한 인원을 포함시킨 게다. 그렇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되도 않는 격언으로 희망을 주려 하겠지.

하나 결말은 뻔했다.

졸(卒)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후계자들을 돋보이게 만든 후 탈락하는 것이 저들의 역할이리라.

‘아주 강호의 도의가 똥통에 빠졌구만.’

지혜 수치가 올라갈수록 생각은 자유자재로 뻗어나갔다.

수많은 상념이 뇌리를 스쳤다.

남천휘는 그 중 하나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28vs1》 퀘스트 완료 후 조상과 나눴던 대화였다.

- 절정이란 무엇일까요?

조상은 한참을 고민한 후 신중하게 대꾸했다.

- 기준이자, 시작입니다.

그가 말하는 절정이란 강호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기준점이자, 시작점이었다.

하여 또 질문했다.

- 절정이 극에 달하면 초절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건 노력으로 가능한 건가요?

조상은 고개를 내저었다.

- 신인이 되기 전 단계를 초절정이라 하니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겠지요. 초절정은 노력이나 시간, 기연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남천휘는 침음을 흘렸다.

지금껏 30레벨을 절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무인은 30레벨을 기점으로 외기발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공을 유형화하여 외부에 힘을 드러낼 수 있는 경지가 곧 절정이라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초절정은 어떠할까?

처음에는 세 자리 레벨, 즉 100을 초절정으로 예상했다. 한데 지금까지 봤던 세 자리 레벨만 해도 몇 명이던가. 심지어 삼정의 후계자는 세 자리 레벨을 지녔지만, 연하연처럼 압도되지 않았다.

비벼볼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격 모드일 때.’

남천휘의 민첩 수치는 잠시나마 천을 넘겼다.

그 순간 그는 절정의 적을 손쉽게 처리했다.

‘무쌍일 때는 더 했지.’

그 당시 능력 수치의 총합은 팔천을 넘겼다.

무소불위의 능력을 지닌 것처럼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나 당시 그만한 능력으로 초절정에 닿았냐고 묻는다면 장담할 수 없었다.

그저 강해졌을 뿐이다.

1보다 10이 강하고, 10보다 100이 높은 상식선의 감각이었다.

“쯧.”

남천휘는 침음을 흘렸다.

‘차라리 초절정의 무인을 한 번이라도 만나봤다면 어땠을까?’

스승은 필요치 않다.

재이를 통해 얻은 것만 해도 차고 넘쳤다.

다만 조언을 해줄 선배 고인의 존재가 절실했다.

쉽지 않으리라.

조상의 말에 의하면 산동성 내에 초절정의 고수라 할 만한 자는 열 명을 넘지 못했다.

남천휘는 간절함을 담아 물었다.

‘대답하지 않을 걸 알아. 그래도 묻겠다. 몇 레벨이 되면 초절정이라 할 수 있을까?’

◎ 현재 무적자로서 열람 가능한 정보가 없습니다.

남천휘는 단상 위에서 열성적으로 떠들고 있는 신풍수사를 바라봤다.

‘저 사람은 초절정의 고수일까?’

◎ 현재 무적자로서 열람 가능한 정보가 없습니다.

남천휘는 재차 물었다.

‘뭘 그렇게 꽁꽁 숨기는 거지? 뭐가 두려운 거야? 설마 나를 못 믿어서 그러는 거야?’

재이는 잠시 말을 아꼈다.

‘우리 함께 하기로 했잖아!’

그때의 알림이 진심이었다면 최소한 시스템의 논리를 떠나 대답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잠시 후 재이의 담담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 용봉전 내에 초절정 고수의 정보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정보 검색을 위해 VIP 레벨을 3단계까지 승급하기를 권장합니다.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이미 50레벨을 넘겼음에도 VIP레벨을 올리지 못한 까닭은 포인트 부족이 원인이다.

‘젠장, 삼백 점을 또 언제 모을까?’

그 순간 재이의 알림이 울렸다.

◎ 메인퀘스트 ‘강호행’의 ‘1-3 후기지수가 되어라.’가 완료되었습니다.

- 보상으로 자수정 ‘500’개가 지급됩니다.

- 보상으로 VIP 포인트 ‘500’이 지급됩니다.

남천휘는 허공을 응시했다.

어딘가 있을 재이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너 설마?’

재이가 재차 알림을 띄웠다.

◎VIP 레벨을 승급하시겠습니까?(Y/N)

남천휘는 수락했다.

그것도 두 번 연속으로.

그렇게 VIP 3레벨이 되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 VIP 보상이 자수정으로 일원화됩니다.

◎ VIP 특전 회회회판이 등록됩니다.

◎ 회회회판의 보상이 ‘영웅’ 등급까지 허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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