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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16화 (16/305)

11, 무무혁명(舞舞革命).

11, 무무혁명(舞舞革命).

《VIP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 현재 VIP 등급은 1입니다.

VIP 상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한 권의 서책이 둥둥 떠 있었다.

유려한 필체로 적힌 다섯 글자.

오행군림보(五行君臨步).

남천휘는 서책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보법이잖아! 여기서 무공서도 나오는 거였어?”

◎ VIP 상자입니다.

방금 엄청 거만한 어투였던 건 아마 착각이겠지.

하나 남천휘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 그래. 너 대단하다. 아주 멋져!”

보법을 받았는데 입에 발린 말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용의가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보법(步法)이 아닌가!

사실 보법은 그 자체로 위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나 그것이 검법이나 권법과 어우러졌을 때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발을 뻗는 위치와 순서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달라졌다.

중양칠도나 섬영검법을 수련할 때에도 발의 위치가 중요했다. 하나 그것은 대략적인 형태가 있을 뿐 보법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보법은 그만큼 구하기도 어렵고, 익히는 것은 더 어려운 상승의 절기였다.

곡부남가에는 공식적인 보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집에도 드디어 보법이!’

잠깐! 아직 공유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 나도 보법을 가졌어! 하하하.’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 보법 이름 봐라.”

보법의 대단함은 몇 번을 반복해도 부족할 터였다.

구파에 속한 명문이라고 해도 보법의 종수는 다섯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곤륜파는 운룡대팔식이라는 절대적인 보법만으로 구파의 일익(一翼)이라 불렸을 정도였다.

그러니 남천휘는 재이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일각 정도는 업어줄 용의가 있을 만큼 기뻤다.

잠시 후 새로운 무공이 활성화됐으며, 등록하겠냐는 물음이 이어졌다.

‘망설일 이유가 없지. 등록!’

▼ 능력(有) ▼ 장비(有) ▼ 무공(有)

▼ 특기(無) ▼ 비책(無) ▼ 인맥(有)

시야 하단에 위치한 무공 창이 열렸다.

심법인 삼황내문, 도법인 중양칠도, 검법인 섬영검 아래 하나의 무공이 추가됐다.

《오행군림보》

- 공간을 선점하는 패도(覇道)적인 보법.

- 내공의 소모가 극심할수록 위력을 발휘함.

- 숙련도(0/100). (가치 : 50)

패도적인 보법이라면 근력과 체력을 중시하는 중양칠도와 제법 잘 어울릴 터였다.

‘역시 하늘이 돕는구나!’

필요할 때에 필요한 것을 내려주다니.

내일부터 상제께 향이라도 살라야 할까보다.

남천휘는 싱글벙글 웃으며 보법을 살피다가 미간을 찡그렸다.

“야! 잠깐! 50? 가치가 50이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생일 선물을 풀어봤더니 똥이 나온 듯한 기분이다.

‘그것도 설사급.’

삼황내문과 중양칠도가 20의 가치를 지녔으니 오행군림보가 낫기는 할 터였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온 것도 아니고 VIP 상자를 깠다.

그런데 겨우 가치 50의 아이템을 얻었으니 손해를 본 것처럼 입안이 텁텁했다.

“군림이라며? 지금 장난 하냐? 50가지고 무슨 군림을 해! 동네 골목대장도 아슬아슬하겠다.”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얘는 또 뭐라니?

‘눈에 뻔히 보이는데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한데 무언가 눈에 뻔히 보였다.

시야 아래쪽에 늘어져 있는 상태창과 인벤, 그리고 퀘스트 목록 중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이 등록됐다는 뜻이다.

‘인벤.’

인벤토리가 나타났다.

오감증폭제는 다섯 개를 모두 사용한 탓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세 종류의 선단은 2개씩 남아 있었다.

한데 생소한 아이템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가.

《축복받은 확인서 x5.》

‘이런 게 언제 생긴 거지?’

◎ 시스템 알림을 복기하시겠습니까?

수락을 하자 지금껏 재이가 떠들었던 것이 지문으로 나열됐다.

아! 지혜 수치가 올랐을 때 지급받은 아이템이군.

‘그런데 이게 뭐하는 거냐?’

지금껏 아이템을 살필 때마다 버릇처럼 확인이라고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횟수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뭐든 보이면 일단 확인부터 했다. 심지어 방에 놓은 도자기나 소혜가 가져오는 간식까지 감별했을 정도였다.

소혜야,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냥 신기하고, 심심했어.

◎ 축복받은 확인서는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숨겨진 효능까지 찾아내는 특수 아이템입니다.

설명을 듣는 순간 좋은 느낌이 왔다.

무엇보다 다섯 장 밖에 주지 않은 것으로 보아 평범한 것일 리 없다.

남천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무공 창을 다시 펼쳤다.

‘오행군림보. 확인.’

그 순간 축복받은 확인서 중 한 장이 빛에 휘감긴 채 증발됐다. 동시에 오행군림보에 대한 설명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행군림보》

- 공간을 선점하는 패도(覇道)적인 보법.

- 내공의 소모가 극심할수록 위력을 발휘함.

- 숙련도(0/100). (가치 : 50)

- 4급 성장형

고작 한 줄이 추가됐을 뿐이다.

하나 그것이 만들어낸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성장형?’

◎ 특수 옵션이 붙은 아이템은 숙련도에 따라 가치가 변화합니다.

그 말은 곧 숙련도 100이 대성을 뜻하지 않는다는 말이렷다.

‘최대로 성장하면 가치가 얼마나 될까?’

◎ 대상 무공은 4급 성장형으로······.

남천휘는 눈을 부릅떴다.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고, 보물 산을 발견한 사람처럼 숨이 가빴다.

‘다시 말해봐!’

◎대상 무공의 추정가치는 800입니다.

맙소사!

절정 고수인 조상의 검법은 가치가 150이다.

한데 자신이 얻은 보법은 대성 했을 때 800의 가치를 지닌다는 말이 아닌가.

돈 벼락, 아니 보법 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이다.

‘나 보법의 대가가 될지도.’

남천휘는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참동안 키득거렸다.

*

이른 아침부터 처소를 나섰다.

오행군림보의 가치는 50에 불과하지만, 장차 800의 위엄을 자랑할 터였다.

하여 남천휘는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공자님!”

소혜가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붙는다.

이 녀석은 잠도 안자는 건가?

“소혜야.”

“네!”

소혜는 뜨끈한 차를 건네며 힘차게 대꾸했다.

녀석이 밝은 얼굴을 보아하니 오늘 날씨는 맑겠군.

“네게 800이란 어떤 의미냐?”

소혜는 눈빛이 몽롱해졌다.

입을 벌린 채 탄성을 내뱉는 것을 보니 조만간 침도 흘릴 기세였다.

“철전 800개면 화전이 80장! 화전 먹고 싶어요.”

소박한 녀석.

800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고작 화전이더냐.

소혜는 남천휘의 표정을 보고 입술을 삐죽였다.

“힝, 지금 비웃었다! 그럼 공자는 어떠신데요?”

남천휘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군림이다!”

“네?”

소혜는 눈을 끔뻑이며 연무장 쪽으로 향하는 남천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날이 갈수록 이상한 말을 하는 주인이다.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쳐드리자.’

쌀쌀한 바람을 이겨낼 만큼 굳건한 결의였다.

‘제가 공자님 편이 되어 드릴게요!’

남천휘는 연무장에 섰다.

능력치가 올랐기 때문일까.

겨울 아침의 싸늘한 바람마저 상쾌했다.

‘상태창.’

《남천휘(南天輝)》

- 소속 : 곡부남가(曲阜南家)

- 호칭 : 신사의 품격

- 별호 : 없음

- 등급 : 7

- 성향 : 조건부 선(善)

- 조화 : 균형적(60)

호칭을 보는 순간 연하연이 떠올랐다.

‘잘 도망쳤는지 모르겠네.’

귀가 얇아서 그렇지, 맺고 끊는 건 확실한 여자였다.

그러니 알아서 잘 하고 있으리라.

연하연에 대한 그리움은 잠시 미뤄뒀다.

그보다 능력 수치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확실히 한 달 전에 비하면 수치 상승이 눈부셨다.

무엇보다 백봉 연하연의 싸움을 지켜보며 지혜를 30이나 올린 것은 쾌거였다.

아! 또 하연이 생각했네.

‘800짜리 보법을 만나러 가볼까!’

기다렸다는 듯이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얘, 은근히 제멋대로네.

띠링-

◎ 보법을 실행하시겠습니까?

남천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퀘스트를 주면 되지. 왜 물어봐?’

◎ VIP 아이템은 자체적으로 퀘스트를 포함합니다.

그제야 수긍이 됐다.

중양칠도를 수련할 때에는 제멋대로 퀘스트가 발동된 후에야 가상 표식이 제공되지 않았던가.

‘어디 한 번 800짜리 보법 좀 배워보자.’

◎ 오행군림보를 실행합니다.

◎ 다섯 개의 돌을 준비하세요.

남천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준비물도 있냐?’

재이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다.

남천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연무장 주변을 살폈다.

‘돌이면 돼?’

상관없다는 말에 대충 다섯 개의 돌을 주웠다.

◎ 지정된 위치에 놓으세요.

지잉-

연무장의 중심부에 점이 찍혔다.

돌을 놓으니 북쪽에 또 하나의 점이 찍혔고, 그렇게 다섯 개의 돌이 자리를 잡았다.

남천휘는 ‘※’ 형태로 놓인 돌을 보며 중얼거렸다.

‘동서남북하고 중앙이냐?’

대답 대신 퀘스트가 발동했다.

《무무혁명》

- 일보(一步)에 산을 밟고, 일보에 강을 건너라.

- 춤을 추듯 부드럽지만, 한 걸음에 담긴 힘은 천하를 뒤엎는 혁명과도 같다.

- 무! 무! 혁! 명!

시장통의 약장수가 싸구려 비약을 팔 듯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다 예쁜 여자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근육질 사내들이 튀어나와서 차력이라도 할 기세였다.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그래서 내용이 뭔데?'

- 오행군림보를 수련하세요.

- 제한시간 : 없음.

- 현재 단계 : (초심), 기본, 난해, 대가.

“아하! 초심 단계가 끝나면 기본으로 넘어가는구나.”

그렇게 대가 단계에 이르면 800의 가치가 오롯이 증명되리라.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 올라가세요.

연무장 중앙에 다섯 개의 표식이 나타났다.

그것은 뾰족하고, 동그랗고, 작은 다섯 개의 돌 위에 매미 날개처럼 덧씌워졌다.

그리고 남천휘를 유혹하듯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야! 상관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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