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8 회: 만방의 제왕 황제 이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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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도 일국의 제왕 곧 정신을 수습한 그가 차갑게 물었다.
“조선국왕의 뜻이더냐?”
“그렇습니다. 폐하!”
“핫 핫핫.........!”
갑자기 허리를 잡고 숨이 끊어질 듯 웃는 페르디난트2세였다.
‘미친 것 아니야?’
발렌슈타인의 생각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그는 돌연 웃음을 뚝 멎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안광을 쏘아내며 말했다.
“용병 나부랭이 따위를 공작까지 올려줬더니 끝내는 주인을 무는구나! 이래서 예로부터 천한 것들을 귀하게 대하면 안 되거늘........”
자신의 치부를 건드리자 가슴에서 무엇인가 욱 하고 치미는 발렌슈타인이었다.
“아무리 황제라지만 말 다했소?”
“그러다 맘먹겠다.”
“후후후........! 맘 못 먹을 건 또 뭐요?”
“네놈이 감히........!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네, 황제 폐하!”
늠름하게 등장하는 근위대장 라일란트 백작이었다.
“이 놈을 당장 끌어내 하옥시켜라!”
“네, 황제 폐하!”
우렁찬 대답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근위대장 라일란트였다.
그러나 이를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는 발렌슈타인이었다. 이에 의혹을 느낀 황제가 물었다.
“네놈은 겁도 안 나느냐?”
“후후후........!”
비릿한 조소만 흘리는 발렌슈타인이었다.
이때였다. 두 사람의 옆까지 다가온 근위대장 라일란트가 황제 페르디난트2세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가시죠. 황제 폐하!”
“네 이놈, 이게 무슨 짓이냐?”
궁정이 떠나가도록 호령을 하는 황제였다. 그러나 웃음기 하나 없는 냉정한 표정의 라일란트가 말했다.
“폐하 휘하의 백성들은 신교 구교 소리만 들어도 머리를 흔듭니다. 그들은 신교가 되었든 구교가 되었든 믿고 싶은 신앙을 믿고, 단지 조그만 땅덩이라도 있어 식구들 배곯지 않고 사는 것이 소원이옵니다. 헌데 지금 폐하 밑의 백성들은 어떻습니까? 오랜 내전으로 인해 백성의 사분의 삼이 아무런 재산이 없는 무산자 계급으로 전락했으며 거리에 한 번 나가보십시오. 팔다리 끊어진 오갈 데 없는 거지와 고아들, 그리고 생계를 위해 오늘도 정액바지가 되어야 하는 미망인들로 넘쳐납니다. 이게 다 누구의 잘못입니까? 페하! 하니 정작 감옥에 갈 사람은 폐하이시옵니다. 소신의 불충은 저승에 가서 용서받도록 하겠사옵니다. 폐하! 아니 용서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소신 이 한 몸 받쳐 만백성을 구할 수 있다면 육신이 천만 번 찢어져도 이 길을 택할 것이옵니다. 폐하!”
끝내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라일란트 백작이었다. 망연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페르디난트2세 또한 한마디 말없이 침울한 얼굴로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 들어 천정에 매달린 화려한 조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정 백성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더냐?”
“그렇사옵니다. 폐하!”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늦었습니다. 폐하!”
“하하하........! 그런가?”
광기의 웃음 끝에 힘없는 물음으로 맺는 페르디난트2세의 시선은 아까부터 벽에 장식된 현란한 조각물과 그림, 금장으로 빛나는 온갖 실내 기물들을 훑고 있었다. 마치 다시 못 볼 것들을 영원히 뇌리에 기억하기 위한 행동 같았다. 끝으로 근위대장에게 시선을 멈춘 황제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네?”
오히려 벙 찌는 근위대장과 발렌슈타인이었다.
“황제이기 전에 하느님의 종 신분이라는 것을 너무 망각하고 살았어. 늦었지만 당연히 죄 값은 치러야지.”
“이런.........!”
황제의 말에 아직도 당혹해 하는 근위대장을 행해 발렌슈타인이 말했다.
“모시는 게 폐하를 위하는 길일세. 나 또한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겠네. 이 땅은 성명한 군주의 직할 통치를 받는 게 낫겠어.”
“그것은........!”
“아까의 웅변은 다 어디가고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발렌슈타인의 호령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 황제를 이끌고 감옥으로 향하는 라일란트 근위 대장이었다. 이 또한 조선의 사전 공작이 빚은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되어 졸지에 조선의 직할 통치지역으로 변한 구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였다. 그리고 그 국명마저 영원히 지구상에서 지워졌다.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 * *
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은 황제 이진은 대소하며 도이칠란트라 명명된 새로운 나라의 총독으로 황태자 이 흔을 파견하였다. 그리고 곽재우를 유럽 주둔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여 황태자를 보좌토록 했으며, 송익필은 급거 귀국시켰다.
또한 황제 이진은 이번 전쟁에 군을 파견해준 러시아와 코사크 기병대에도 반대급부를 주었다. 러시아에게는 스웨덴이 영유하고 있던 옛 러시아의 영토 일부를 반환시켜 그들에게 다시 돌려주었으며, 코사크 기병대는 자체적으로 한 나라를 세워 타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황제 이진은 아직도 현지에 머무르고 있던 해군 사령관 이억기에게 명령서 한 통을 내렸다. 그 내용은 세월이 얼마가 흘러도 좋으니 차례로 아프리카와 인도양은 물론 중동, 동남아를 돌며 그 땅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를 조선의 조공국으로 만들라는 지시였다.
이에 최신전함은 물론 2천척의 해군 전함 및 보급선을 거느린 이억기의 대 함대는 아프리카 쪽을 향해 선수를 돌렸다.
* * *
그로부터 어언 십삼 년이 흐른 1632년 양력으로는 9월19일이요, 음력으로는 8월 13일.
대조선제국의 성도(聖都) 한양.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은 한양 도성은 온갖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평소에도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국제도시였지만, 근일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는 대 조선제국의 황제 이진의 탄신일이자 회갑이 내일로 다가왔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성절사 사절로 인한 여파였다.
북경에서 다시 한양으로 다시 천도한지도 어언 10년. 조선의 한양은 해가 다르게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들어, 오늘날과 같은 성세를 이루는 국제도시가 되었다.
여기에는 유럽을 떠나 아프리카 각국은 물론 중동 심지어 인도양과 동남아를 거치는 긴 항해 끝에, 각국을 조선의 조공국으로 편입시킨 이억기의 공로도 단단히 한몫했다 할 것이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지구상에 조선의 조공국이 아닌 나라가 한 나라도 없었다.
그동안 인도와 태국은 물론 월남 심지어 지금의 동남아 각국까지 조선은 이들을 지원 병탄하며 내해로 만든 것을 물론 존재하는 모든 국가를 조공국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 세계는 지금 조선어가 공용어가 되었으며, 조선의 한복을 비롯한 문화는 최신 유행의 의복이요, 문화로 자리메김하게 되었다.
검으나, 희나, 누러나 붉으나 모두 갓을 쓰고 상투를 튼 모습이 희극 같으나 엄연한 국제질서 속에 살아남기 위한 각국의 눈물겨운 노력이요, 문화 또한 조선 풍습을 따라 하는 것이 최신 유행이 된지 오래였다.
따라서 원래부터 조선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언어 소통에 문제가 없었으며, 1등 국민으로 현지인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존재들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정복자요, 성군인 황제 이진의 덕분임을 두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런 이진이지만 아직도 정무에 메어 차례로 독대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만나고 있는 인물은 아메리카 총독으로 오랫동안 재임해 온 이 예였다. 신립의 딸 신청 소생인 황자였던 것이다.
“오대 호 수운은 하나로 연결되었느냐?”
“네, 아바마마! 비로소 메사비 광산의 철광석과 애팔래치아 산맥의 석탄이 결합되어 그 중간에 위치한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가 세계 유수의 철강 산업 단지가 되었나이다. 아바마마!”
“수고 많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폐하!”
이 둘의 대화가 무슨 얘기인가 하면, 일찍이 이진에 의해 신대륙 탐사단이 파견된 바, 이들은 캐나다 순상지 끝부분에 위치한 현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천광산인 메사비 광산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애팔래치아 산맥에는 무한한 석탄자원이 묻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특히 애팔래치아산맥에 위치한 펜실베니아 탄전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역청탄은 또 하나의 주요 자원이 되었다. 이 보고를 받은 황제 이진은 중간 중간이 막혀 서로 교통이 되지 않는 오대호를 뚫어 순환시키고, 그 중간에 위치한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 또 하나 피츠버그까지를 포함한 신도시를 조성하도록 했다.
또 이진은 이 도시를 중심으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철강 산업 단지를 만들어 철로 제작할 수 있는 모든 제작 공작도 밀집시켜 발전시키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것이 만 12년 만에 제대로 빛을 보게 되었다는 이 예의 보고인 것이다.
궁금한 것이 해결되자 황제 이진은 남아메리카 총독으로 나가 있는 황자 이 욱을 불러들였다. 이 자는 일명 홀라구라고도 불리는 황자로 이 예와 함께 최초로 신대륙에 발을 디뎠다가, 유럽을 속국화 하는 과정에서 전리품으로 얻은 남아메리카를 다스리기 위해 현지 총독으로 부임시켜 지금까지 근무해온 황자였다. 차칸노르 소생이었다.
“불러 계시옵니까? 아바마마!”
“계 앉거라!”
“네, 아바마마!”
인사를 받은 황제 이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안색으로 말했다.
“네 성품이 거칠어 종종 현지 백성들을 모질게 대한다는 현지 첩보자료가 올라오는데 어찌 된 일이냐? 백성 사랑하기를 제 부모와 같이하라 누누이 당부했거늘 그새 잊은 것이더냐?”
“근간에는 많이 자숙하여 그런 일이 없었사옵니다. 아바마마!”
“그렇다면 되었다. 앞으로도 이 아비의 말을 명심하고 행해야 할 것이야.”
“네, 황상 폐하!”
“그만 나가 봐라!”
“네, 아바마마!”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아들을 채 자세히 주시도 못 한 채 황제 이진은 다음으로 유럽 총독으로 나가 있던 황태자 이 흔을 불러들였다.
“소자 아바마마께 문안드리옵나이다.”
“그래, 원로에 고생이 많았다. 유럽은 별고 없지?”
“네, 아바마마! 우리 조선제국의 항시 적극적인 중재로 지금까지 큰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아바마마!”
“국무에 바쁜 너를 차제에 불러들인 것은 이제 너를 대조선의 황제로 앉히어 제반 정무를 위임하려 하느니라!”
“아니 되옵니다. 아바마마! 아직 아바마마 정정 하시 옵고........”
“이놈아, 아비의 얼굴을 봐라! 머리는 이미 희어 백발이 되었고, 얼굴도 이제 볼품없이 늙어가고 있질 않느냐? 이 모든 것이 어린 나이에 등극하여 사십오 년을 격무에 시달려 온 탓이니라. 하고 아비가 물러난다고 해서 아주 정무에 손을 떼는 것은 아니고, 상황을 봐서 중대한 문제는 개입을 할 것이니라. 하니 아비가 살아 있을 때에 한 점 그르침이 없도록 자질을 함양하고, 제반 정무를 익혀두는 것도 대 조선의 앞날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니라!”
“거두어 주시옵소서! 아바마마!”
그래도 거듭 고개를 조아리며 마룻바닥에 이마를 찧는 장자였다. 이에 딱하다는 얼굴로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보던 이진이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그것이 너와 장차의 조선을 위한 길이고, 또한 아비에게 효도하는 길이니 이만 썩 물러가라!”
“아바마마.........!”
그래도 꿇어 엎드려 흐느끼는 금년 39세의 장성한 아들을 보고 있노라니, 괜히 분기가 치밀어 이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명했다.
“황태자를 끌어내도록 해라!”
“네 황상 폐하!”
자신은 채 약관도 되기 전에 정무에 임해 오늘에 이르렀거늘, 자신을 생각해 저런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지 못할 분노가 치밀어 오르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경호 대장 김명순이 들어와 황태자를 이끌고 나갔다. 그러고 나니 이진 또한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아 다음으로 접견할 예정이었던 제 황자들의 접견을 미루었다.
그 황자들로는 황태자 이 흔 대신 새로이 유럽 총독이 될 이 인 즉 허국의 소생 황자와, 아프리카총독으로 옮길 이 의, 즉 구사맹의 딸 구정녀의 소생의 접견이 미루어진 것이다. 여기에 왜의 총독으로 아직도 재임하고 있는 광해나 중독 총독으로 재임 중인 이 지, 즉 조 비연(조말순) 즉 청연 공주의 동생이 이에 해당되었다.
잠시 정전을 서성이던 황제 이진이 밖을 내다보니 어느덧 해거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들을 한꺼번에 불러 문안 인사를 받은 황제 이진은 황후 허 씨를 비롯한 제 비빈들을 정전으로 오도록 명했다.
소가 또한 갖추도록 명한 황제 이진은 곧 모후 박 씨를 뵈러갈 차비를 했다. 훗날 의인황후로 추존될 박 씨는 향년 78세로 아직도 살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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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