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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202화 (202/210)

< -- 202 회: 모피 전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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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이진이 말한 대로 항해를 거듭한 조선의 36척 최신 증기군함은 마침내 이억기가 머물고 있던 해역에 다다랐다. 이를 인수받은 이억기가 새삼 감개무량하여 인솔해온 이영남과 송희립 장군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들을 주연에 초대했다.

“원로에 고생들이 많았소.”

“신대륙이 멀다 소리는 들었지만 정말 이렇게 멀 줄은 몰랐습니다.”

이순신의 충복이자, 전령이요, 부관으로 전장에서 맹위를 떨치던 이영남이 이제는 장군으로 승진되어, 원거리 항해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이억기 또한 만면에 웃음을 짓고 술잔을 권했다.

“자, 한 잔씩 쭉 들고 원행의 피로들을 푸시오!”

“감사하옵니다. 장군님!”

어느덧 세월이 많이 흘러 조선의 장령 중 하나가 된 송희립이 새삼 감사를 표하며 입으로 술잔을 가져가자, 이영남 역시 빙긋 미소로 화답하며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듣기에 적의 전함이 250여 척이나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는데, 아군 전력으로 충분히 감당이 될 런지요?”

“하하하........!”

송희립의 우려에 대소를 터트린 이억기가 웃음을 마무리 짓고 말했다.

“우리 조선의 전력을 잘 아는 그대가 그런 말을 하니 내 웃지 않을 수 없소. 능히 분쇄하고도 남을 것이니 너무 걱정 마오.”

이를 받아 이영남이 말했다.

“하모, 걱정도 팔자시오. 우리의 최신전함 36척 만으로도 저들을 종이배 부수듯 할 텐데 송 장군은 뭔 걱정이 그렇게 많소. 우리의 최신 전함으로 말 할 것 같으면 모두 외피에 철갑을 두르고 있어 당파 시에 저들을 모두 물속으로 수장시킬 수 있음은 물론, 그 선체의 길이나 폭 또한 그 어느 나라 배라도 비교 불가일 것이오.”

흥이 오른 이영남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전장이 90보(96m)요, 폭이 9보(9.6m)이니, 그 위용으로도 적을 압도하는 데다, 군선에 실린 각각 40문의 고정식 대포는 그 위력이 어떠하오? 천지총통의 사거리 1,200보(1,414m)는 옛말이 되었고, 더 더군다나 이를 철포로 개량함은 물론 조문(照門)까지 달아 명중률 또한 획기적으로 높였으니, 적함 만나는 족족 수장시키는 것은 여반장일 것이오.”

이영남의 말 그대로였다. 기존 천지총통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선 화포가 청동제였으나 이제는 발달된 철제기술 덕분에 단조형과 주물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압력을 많이 받는 부위는 철 테를 두르는 것이 아니라, 일제형 주물로 뽑아내도 포신이 터져나가는 일이 없었다.

여기에 조준을 할 수 있는 조문과 조성(照星) 또한 제작해 붙이니 종래의 감에 의한 포격보다 명중률을 현격이 끌어올렸다. 여기에 내장된 화약 역시 더욱 강력해져 이제 스스로 작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백자연주포(百子連珠砲)와 같은 경우 공심작열탄(空心炸裂彈)을 사용하여, 여러 개의 작은 탄환 5백 개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었고, 독무신연포(毒霧神煙砲)와 같은 경우는 독가스탄을 방사하는 특수한 포도 제작하여 운용하고 있었다.

또한 사정거리도 획기적으로 늘어나 ‘위조선포(威朝鮮砲)’와 같은 경우는 대형 탄환을 사용할 경우, 최대 사정거리 3.4㎞, 소형 산탄은 최대 사정거리가 1.7㎞에 달할 정도로 그 사거리 또한  대폭 향상 되었다. 이러니 웬만한 적전함은 조선군함에 부근에 얼씬 대는 것만으로 그대로 바다 속으로 수장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이해 비해 양이들의 대항해시대의 함포는 보통 대포의 종류에 따라 틀리지만, 대개 200~300야드(약183m~274m) 내에서 적함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맞추려면 50야드(약45m) 내에는 접근해야 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함포로 영국에서 쓰인 가장 큰 함포인 캐논 어브 세븐(Cannon of Seven)의 유효사거리는 185야드 정도 되었다. 또 하나의 대구경 포인 데미 케논(Demi Cannon) 역시 유효사거리는 162야드에 지나지 않았다.

1야드가 91.44cm로 1미터도 되지 않으니, 그대로 미터로 환산해도 조선의 함포 위력에 비하면 달빛에 반딧불이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할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조선의 보(步)에 대한 길이의 변화인데 전에는 1보를 1.8m로 환산하는 영조척을 사용했으나, 이진은 이를 통일하여 지금은 1.2m로 계산하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이 훗날 ‘찰스턴해전’이란 명명된 해전에서 조만간 증명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이영남의 장황한 설명에 송희립이 애매한 웃음을 짓는데 비해, 해전 경험이 풍부한 이억기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운이 남은 웃음 끝에 이억기가 말했다.

“해추선을 곳곳에 띄웠으니 그들이 곧 걸려들겠지요. 자, 이제 걱정은 이만 붙들어 매고 술이나 즐겨봅시다.”

“네, 장군님!”

둘의 복명에 만족한 웃음을 지은 이억기가 이들의 잔에 손수 술을 치고 자신 또한 스스로 자신의 잔에다 술을 따랐다. 그리고 잔을 치켜들며 말했다.

“자, 원로에 고생한 두 분 장군께 위로의 잔을 내리니 함께 마셔봅시다.”

“송구하옵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장군님!

이들이 이와 같이 뉴올리언스 항구에서 술잔을 기울일 즈음 적함도 서서히 이 해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이억기는 이들의 위로가 끝나자 곧 이 항구를 나와 오히려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즉 자신이 자세히 조사해놓은 찰스턴 해역에서 저들과 일대 격돌을 벌이기 위함이었다. 뉴올리언스 해역은 수심이 낮은 관계로 아군의 새로운 전함들이 기동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 보다 깊은 해역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찰스턴 항구에 자리를 잡고, 해추선이 속속 속보를 전하는 것도 마지막 12호선을 끝으로 모두 끝이 났다. 이에 눈이 짓무르도록 더욱 열심히 망원경으로 원해를 살피던 어느 날이었다.

마침내 이 지역에 짙게 깔렸던 해무가 걷히자 적선들이 불현듯 눈앞에 나타났다. 그렇다고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대략 2km 전방에 적함 수백 척이 일제히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해는 벌써 중천을 가로지르고 있어 조선 해군은 마침 막 중참을 끝내고 식후의 나른함에 잠길 때였다. 그러나 대장선에서 울려 퍼지는 전투준비 명령에 잠이 확 달아난 병사들이 신속히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향해 이내 자리를 잡았다.

최신형 추진기관은 물론 최신형 대포를 장착한 최신식 군함 36척이 선두에 자리를 잡고 그 위용을 자랑하는 가운데, 이억기는 그 바로 뒤에 대장선을 배치하고 전 해군 전함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이영남과 송희립은 자신이 이끌고 온 전함 각각 18척을 책임지고 지휘하고 있었다.

“제포 방포 준비!”

“방포 준비!”

곧 대장선에서 전투명령이 하달되자 비바람에 상할까 덮어놓은 포들이 일제히 개방되어 그 늠름한 위용을 드러내는 가운데, 삼인일조의 포병들이 장전을 하기 위해 일제히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를 맞아 자신들이 승선한 군함의 위력을 믿는 세 연합 함대도, 돌연한 적의 출현에 놀랄 새도 없이 일전준비에 분주하였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대장선에서 망원경으로 일목요연하게 살피고 있던 이억기는 곧 명령을 하달했다.

“진형은 학익진이다. 선두의 전함은 서서히 뒤로 빠지고, 후미의 전함은 반원형 포위전을 위해 신속히 기동하라!”

“기동하라!”

부관의 복창과 함께 이 모든 것이 수기와 전고 소리 이어 각 포에 의해 일제히 예하 전함에 전달되었다.

거대한 삼각 돛 꼭대기에 경계와 포진을 뜻하는 노란 대형수기가 해풍에 나부끼는 것과 같이 하여 전고소리 보다 빠르게 울려 퍼지고, 명을 전달하는 황자총통에서도 허공을 향해, 다섯 발의 공포를 쏘아 올렸다.

이에 따라 전방에 위치했던 전함이 서서히 퇴각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양익을 담당할 후미의 전함들이 전 기동력을 발휘하여 일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길 얼마. 수유 같기도 하고 억겁같이 길게도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자 대장선에 다른 명령이 하달되었다.

“준비된 포대부터 방포!”

“방포!”

부관의 복창과 함께 모든 명령 체계가 일제히 발동되었다.

펑. 펑, 펑!총 일곱 번의 황자총통에서 토하는 울음소리를 필두로 사령선에서는 대형 붉은 기 나부끼고, 전고 소리는 급격히 빠른 속도로 뛰놀기 시작했다.

우르릉 쾅, 쾅........!쿠르릉 쾅, 쾅, 쾅!.......!

슈슈슈슉.........!

온갖 기묘한 소리와 함께 반원진을 형성한 신구 전함 수백 척에서 일제히 함포 사격과 함께 신기전 또한 대낮에 불꽃을 피워 올리니, 곧 적함들은 대 수난 시대를 맞았다. 펑 소리와 함께 적의 포탄 하나가 날아드는가 싶더니 시꺼먼 독연기가 뿜어져 나와 졸지에 앞을 가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쿵 하고 둔중한 물체 하나가 떨어졌다.

영국 병사 하나가 바라보니 무엇인가 쇠솥만한 시꺼먼 물체였다. 이어 다시 한 번 펑 소리가 나더니 조란탄이 터지며 새알만한 구슬 500개가 일제히 쏟아져 나와 선상 위의 아군을 살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슈슈슉하는 기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수십 발의 불붙은 화살이 뱃전에 날아와 박힌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시꺼먼 쇠솥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쾅.........!

이것이 그 병사가 이생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폭발물체에 근접해 있던 그로서는 시신조차 온전히 건지지 못하고 천지사방으로 찢겨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런 참상은 다소 정도를 다르게 할 뿐이지 대부분의 연합함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대항해 저들 또한 전 포를 가동시키나, 아군 전함의 50미터 밖에서나 거친 물기둥을 만들어 낼 뿐, 대부분의 전함들이 일시에 피격되어 이마저도 곧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적의 포격소리와 아군의 비명 소리, 그리고 박살나는 선체의 균열 소리, 그리고 후루룩거리는 거친 화마의 날름거리는 소리였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그래도 적에 대한 자비는 없었다.

연이은 공격 명령만이 떨어지고 세 연합함대는 제대로 응사 한 번 못하고 불길에 휩싸여 바다 속으로 수장되고 있었다. 간혹 한가운데 파묻힌 전함 중에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배도 있었다.

그러나 사방에서 이는 불길의 뜨거운 열기에 통구이가 될 정도라 응사는커녕 버티기도 어려웠다. 여기다 이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처참한 동료들의 비명소리였다.

생을 달리하며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소리는 마음을 아프게 후비 파는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모골이 송연할 정도였다. 이마저도 개전 초의 행복한 상황이고 이제는 연이은 포성에 귀마저 전혀 들리지 않게 된 이들이었다.

이런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였다. 이 치열한 전장에서 항복이라 외치는 소리를 적이 들을 리도 없고 더욱 맹위를 떨치는 뜨거운 열기는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게재가 아니었다.

이에 살아남은 자들 대부분이 자진하여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어느 물체든 하나를 붙들고 구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반면에 아군은 신이 났다. 좌현 우현 돌아가며 장전을 하는 동안에 방포를 하는데, 마치 불꽃놀이를 감상하듯 터질 듯한 긴장감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었다.

이런 포격이 한참동안 진행되어 적선의 삼분의 이가 바다 속으로 수장된 듯하자 이억기는 곧 공격중지 명령을 하달했다.

“포격 중지!”

“포격 중지!”

곧 평온을 되찾는 찰스턴 해역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여전히 화마가 넘실거리는 배가 수십 척 있었고, 바다 속으로 수장되는 배도 계속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는 머리만 둥둥 뜬 이국 병사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구원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접근할 수도 없었다. 너무 뜨거운 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국 병사들은 수시로 바다 속을 들락날락 하며 뜨거운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이렇게 반 시진이 더 흐르자 아군의 함정들이 이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직 격침되지 않은 군선에는 독 연무 가스탄이 발사되어 산 자들을 모두 기어 나오게 한 후에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고 저항하는 자는 가차 없이 천보총으로 살해를 해가며 이들의 구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또 완전히 항복받은 전함에 한해, 아군 조타수들이 기어올라 항구로 끌고 갔다. 이렇게 구조작업과 선박 나포가 진행되길 어언 한 시진. 이제 바다조차 황금빛으로 물들고 주변은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양이 세력의 조락(凋落)을 알리는 것과 같이 찰스턴 항구도 저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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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기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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