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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201화 (201/210)

< -- 201 회: 모피 전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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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이진은 광해와 조금 더 정담을 나누다가 망아가 된 왕년의 정 귀비와 그의 아들 주상순을 자신의 앞좌석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시선을 망아에게 보낸 채 말했다.

“지내기에 불편한 점은 없소?”

“황상의 은혜로 모든 것이 풍족하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때 복왕 주상순이 끼어들었다.

“이런 큰 경사에 저희 모자를 초대해주셔서 폐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황상!”

“인사 치례는 그만 하면 됐고, 그대 또한 지내기에는 편안한가?”

“황상의 은혜로 부족함이 없사옵니다. 황상!”

“.........”

너무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것 같아 이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망아 스님이 얼른 나서서 말을 했다.

“부족한 자식도 이번을 기회로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옵니다. 내심 무엇을 도모하고 있었다면 조선의 무궁한 잠재력에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구나! 결코 따라잡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야! 이렀듯 새삼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니, 불민한 아들의 안녕과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황상은 우리 모자에게 큰일을 해주셨사옵니다. 황상!”

낳은 부모만큼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로 볼 때 망아의 말은 복왕 주상순의 내심을 대변하는 것 같아, 이진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런 마음이 들도록 하기 위해 그들 모자를 초대한 것이니, 주상순이 실로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서로를 위해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왕 또한 멀리 볼모로 잡혀 있으나 그 또한 이런 마음을 먹고 초대를 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에게 직간접으로 알게 모르게 줄을 대어 불순한 일을 꾸미는 자들이 설령 있더라도, 차제에 이들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완전 항복을 한다면, 그런 자들의 목숨을 아끼는 의미에서라도 이를 거절을 할 것이니, 이것이 황제 이진이 이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의도라 할 수 있었다.

이들 모자를 자신의 자리로 돌려보낸 이진은 곧 가급적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하나 할 말이 있는 듯, 지근거리에서 시종 따라 움직이던 인도에서 온 누루하치도 자신의 옆자리에 불러 앉혔다.

누루하치뿐만 아니라 이번의 성절사 사절에는 월남을 점령 중인 충렬왕과 섬라를 점령 중인 충정왕 또한 직접 본인이 사절을 이끌고 참석하였다. 그러나 이진은 이들의 직접적인 내방의 목적을 안 들어도 알 것 같아 접견을 미루고 있었던 차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진은 누루하치부터 불러들인 것이다. 아무튼 그의 인사를 받은 이진이 정보실장의 보고로 인하여 이들의 내정을 짐작하고 있었던 바, 여전히 자상한 웃음을 잃지 않고 물었다.

“그래, 무굴제국을 물리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지요?”

“그렇사옵니다. 황상 폐하! 동쪽의 일부를 점령했사오나 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양이의 해상 세력들마저 종종 끼어드는 바람에,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사옵니다. 황상 폐하!”

“흐흠.......! 그것 참, 곤란한 일이군. 아시다시피 우리의 재정 또한 많이 열악해져 가급적 군사 활동을 자제해오고 있던 바, 큰 도움이 못 될 것 같으니 말이오.”

“해군만이라도 지원을 해주어 성가시게 구는 양이의 세력만이라도 견제를 해주시면 안 되겠사옵니까? 황상 폐하!”

“그것 참, 아니래도 귀가 있으면 들었을 것 이오만, 금번에 양이의 준동으로 최신 전함 36척마저도 신대륙에 파견한 실정 아니오? 아무튼 이들을 격멸하고 나면 그때 가서 그 문제는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지.”

“꼭 소신의 청을 들어주었으면 하옵니다. 폐하! 안 그러면 인도 점령 사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사옵니다. 황상 폐하!”

“잘 알았으니 가급적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재정이 좀 더 나아지면 보군 더 나아가 기병 전력 또한 파견을 검토해보도록 하겠소. 허나 재정이 열악한 현재로서는 그 날짜를 기약할 수 없음이 유감이오.”

“무굴제국이 아직은 성세를 자랑하고 있어 그들과의 전쟁이 버겁기는 하나, 소신은 점령지를 절대 수탈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양이들이 원하는 목화와 쪽을 대량으로 재배하여, 그들의 은과 맞바꾸어 백성들은 보다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사옵니다. 이는 황상폐하의 치덕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근심하여 도입한 정책의 일부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기 점령한 지역에서 일절 징집도 하지 않아 더욱 이 지역 점령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야기지요?”“그렇사옵니다. 황상 폐하! 소신의 충정을 살펴주시옵소서! 폐하!”

‘용의주도한 놈! 제 백성을 만들기 위해 그러하면서도 보기 좋게 포장을 하는구나!’

‘황상은 우리의 내정을 모두 꿰뚫고 있구나!’

이것이 이진과 누루하치에게 오가는 양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심을 겉으로 드러낼 만큼 풋내기가 아닌 황제 이진이 누루하치의 말에 답변을 했다.

“금왕이 먼 이역에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잘 알겠소. 하지만 조선 내의 사정 또한 과히 좋지 못하니 종전의 답변보다 진일보한 안을 내놓지 못하는 짐으로서도 참으로 답답하오. 하니 이제는 치하의 백성들에게 보다 많은 과세를 하고 징집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보다 빠른 점령 전을 부탁하오. 세월은 그대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니, 우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보다 빠른 행보를 보이라는 것이오.”

말뿐인 지원만 약속받고 실제로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 않은 황제의 답변에 속앓이를 하던 금왕 누루하치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소신의 생각이지만 소신의 후계자로는 황상과 고륜동과공주에게서 태어난 황자를 내정하고 있사옵니다. 물론 소신의 몸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있으나, 모두 한결같이 용렬한 위인들인지라, 황상의 대업을 이루기에는 부적합하므로........”

“하하하.......! 참으로 그대의 배포가 놀랍소. 하하하.......!”

누루하치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훤히 꿰뚫고 있는 이진이었다. 그래서 칭찬과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이진 또한 인간인 이상 과히 기분이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가 말을 이었다.

“종전에 짐이 말한 바를 가급적 앞당겨 시행하려 노력할 것이니, 금왕 역시 노력하여 보다 빠른 인도 점령을 부탁드리는 바이오.”

“명심하겠사옵니다. 황상 폐하!”

“충정, 충렬왕 또한 만나봐야 금왕의 말과 대동소이할 것이니, 만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대신 그들에게도 짐이 약속하는 바, 금왕과 같은 약속이오. 그러니 금왕께서 이를 잘 전달하여 오해가 없도록 해주오.”

“알겠사옵니다. 황상 폐하!”

“자, 경회루의 잔치에서나 봅시다.”

“소신 이만 물러갑니다. 황상! 부디 만세 하시어 황상의 강역이 더욱 넓어지고, 부강해지기를 비옵나이다.”

“고맙소!”

그의 하직인사를 간단하게 고개 끄덕여 받은 이진의 시선이 이제는 원경으로 향했다. 이렇게 서로 간의 마음이 다르고 내심 치열하게 다툴지라도, 무생물인 기차는 그 임무를 다하여 빠른 속도로 동쪽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 * *

마침내 황제 이진 일행을 태운 기차가 한양 성내에 진입하자,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황제 이진의 덕을 찬양하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만세 소리가 드높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를 보고 황제 이진이 사랑하는 조선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사이 마침내 기차는 완전히 멎었다. 이에 황제 이진이 황태후를 모시고 기차에서 내리자 21발의 예포와 함께 장악원의 장중한 주악이 울려 퍼졌다.

이를 계기로 모여 있던 전 백성이 감히 황제 이진의 신위를 바라보지 못하고 일제히 부복하는 가운데 황제 이진은 자애로운 웃음을 짓고 말했다.

“짐을 영접하느라 모두 고생들이 많다. 모두 일어서거라!”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누구인지 모를 주동자에 의해 ‘황제 폐하, 만세!’가 외쳐지자 자동으로 만세 삼창으로 황제 이진의 행렬을 맞는 연도의 전 백성이었다. 이를 보고 계속해서 훈훈한 웃음을 머금던 이진이 말했다.

“우리 대조선제국의 흥기는 이제 시작이니라. 북경과 한양에 철도가 놓여 그 거리를 파격적으로 단축하듯이, 이제 이 철마는 조선 팔도를 거미줄 같이 누빌 것이고, 중국 전역은 물론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까지 달릴 날도 머지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 철도는 신대륙에도 건설되어 이곳 또한 동서남북으로 그 기적소리 토해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전 백성이 고루 잘 사는 그날까지 조선제국의 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강토는 더욱 넓어질 것이니라. 하니 모두 더욱 발분하여 각자의 생업에서 열의를 다하고, 조선 백성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도록 하라. 더운 날 모두 고생들이 많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폐하!”

모처럼 모국을 방문하여 한마디 한 황제 이진은 곧 법가에 올라 궁으로 향했다. 궁성에 들어 곧장 그가 향한 곳은 경회루였다. 그곳에는 이미 조선에 거주하는 종친은 물론 가까운 친인척 여기에 이순신, 권율 등의 공 후작 등, 이진이 초대한 손님들이 모여 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상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 만세!”

만세를 주도한 이는 외조부 김희철의 장남인 큰 외삼촌 김예직이었다. 그는 석년에 무과에 급제했으나 크게 중용치 않아 아직도 정5품 한미한 직위에 머물러 있었다. 황제 이진의 주변 일가부스러기에 대한 대우가 대저 이러 해서 크게 출세한 이가 없었다.

이는 처가 쪽도 마찬가지여서 장인 허명과 아들 박(博) 또한 소금을 관리하고, 둘째 아들 조(造)는 여전히 무극 금광과 함께 목장을 관리하는 직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나마 외조부 김희철은 돌아가셨으니, 외삼촌들 역시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되어 점차 잊혀져가자, 예직이 오늘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손을 들어 화답은 하지만 내심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이진은 곧 근엄한 얼굴로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곧 악공들이 분주하게 손을 놀려 분위기를 띄우는 가운데 이진은 손짓으로 이순신과 권율을 가까이 불렀다.

두 사람이 면전에 와 부복하자 황제 이진은 그들을 손수 붙들어 일으키며 말했다.

“나라에 지대한 공을 세운 훈신(勳臣)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볼 수 있어 짐으로서는 흡족하기 한량없소. 앞으로도 각별히 건강 유념하여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바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진의 진심어린 말에 두 노장군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한 번 부복하여 황상의 은혜에 감사의 예를 드렸다.

“자, 두 분 또한 일단 자리에 앉으시어 오늘의 경사를 즐겨봅시다.”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나이다! 황상폐하!”

두 사람이 재삼 감사의 예를 올리고 자리로 돌아가 앉자, 장내를 한 번 둘러본 이진이 큰 소리로 명했다.

“전악(典樂)은 무엇 하는고? 오늘과 같이 기쁜 날 어서 크게 풍악을 울리지 않고!”

“네, 황상 폐하!”

이진의 명에 따라 전악이 휘(麾)를 들자, 모든 악기가 일제히 그 고유한 음색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곧 장중한 주악이 경회루 푸르른 연못물을 파동 치게 하는 가운데 황제 이진의 대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오늘과 같이 기쁜 날, 이 어찌 아니 먹고 즐기지 않을 소냐! 이 자리에 모인 근친과 훈신들은 어서 잔을 채우도록 하라! 짐 또한 어마마마께 경배(敬拜)의 잔을 올리는 것으로 이날을 즐겨볼 지니!”

말이 끝나자마자 황제 이진이 스스로 옥배에 술을 쳐 황태후 박 씨에게 술을 권하는 것으로, 장내의 인물들 또한 각자의 잔에 스스로 술을 따르며 황제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이윽고 황제 이진의 거듭되는 강요에 한 잔 술을 비운 황태후 박 씨가, 아들에게 술을 따르며 답가를 했다.

“황상! 부디 이 못난 어미가 내리는 잔 받으시고, 만세 하시어, 우리 조선을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세요!”

“꼭 그렇게 하겠나이다. 어마마마! 자, 앞에 놓인 술잔을 높이 들어라! 하여 오늘의 이 기쁨을 노래하고, 내일은 또 다시 각자의 직위에서 발분할 것을 다짐하도록 하자. 자, 건배!”

“건배!”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당신도 듭시다!”

“네, 황상 폐하!”

이진이 황후 허 씨에게 잔을 맞대며 말하자, 공손히 대답한 황후 허 씨 또한 못하는 술이나마, 고개 돌려 감사히 한 잔 술을 거뜬히 비웠다.

황제 이진 또한 자신의 잔을 단숨에 비우고 안주도 집지 않고 가가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하........! 지금 이 시간에도 조선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증기 기관차가 한양과 북경을 오가며, 수천리 길을 단숨에 단축시켜 조선의 문물을 더욱 번성시키는 것과 같이, 증기선 또한 신대륙으로 향하고 있소.”

한 호흡 쉰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이는 아직 조선의 선진 문물을 알지 못하고 까부는 하룻강아지를 징치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우리가 개척한 땅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의미도 있소. 이와 같이 우리의 국력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과 같이, 여기 모인 대소신료는 물론 멀고 가까운 근친들 역시 더욱 몸을 낮추고 각자의 직위에서 발분하여, 국운 융성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오.”

한 호흡 쉰 황제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훈계는 이쯤 해두고, 자, 다시 각자의 잔에 술을 치기 바라오. 오늘과 기쁜 날 취하지 않으면 언제 취하리오. 군신이 하나같이 흠뻑 취하여 오늘의 기쁨을 다 같이 노해해 봅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폐하!”

모두 부복하여 명을 받든 장내의 인물 모두가 일제히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치니, 주연은 더욱 무르익고 흥은 더욱 도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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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즐거운 명절 되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는 것 모두 이루는 한 해 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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