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97화 (197/210)

< -- 197 회: 황금의 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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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강에 사금을 채취하기 위해 모여든 자들이 세월이 흐르자 몇 만에서 급격하게 불어나 10만이나 되었다. 그러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강이 온통 사람들로 들이차는 것은 물론 강가는 온통 천막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이렇게 많은 인간 군상 중에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성실하게 사금을 채취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게중에는 낮에는 천막 속에서 자빠져 놀다가 밤만 되면 남이 채취해 놓은 금을 도둑질하는 자도 있었고, 대낮부터 어디서 난 술인지를 먹고 시비를 거는 자도 있었다.

물론 강도며 살인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곽재우는 법을 엄하게 집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에서 관리도 파견하고 순검도 파견했지만 결코 많지 않은 인력으로, 이들 모두를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버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곽재우는 강도행각을 벌인 놈과 대낮부터 술에 취해 시비를 벌이가다 살인을 한 놈들을 붙들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을 하기로 했다. 형은 조선의 고유 형벌 중의 하나인 끔찍한 거열형이었다. 즉 사지를 말에 묶어 당기게 하는 능치처참 형을 행하게 했던 것이다. 잔혹하지만 일벌백계로 본보기를 보인 것이다.

그래도 범죄가 줄어들지 않자 곽재우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장과 참모들과 협의에서 도출되어 나온 안이었다. 그 첫 번째 대책으로 이곳에 더 이상의 사금 채취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모두를 본국으로 돌아가기 싫으면 새로 개척한 땅의 농경지나 개척하도록 명했다.

두 번째 대책으로는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시행한 것이 그것이었다. 즉 다섯 집을 1통으로 하여 통주(統主)를 두고, 또 5통을 1리(里)로 해서 이장을 두었다. 그리고 이 다섯 집은 서로 연대책임을 지게 하여, 그 책임을 묻기로 했다.

즉 다섯 집 가운데 한 집이 잘못을 범해도, 같이 책임을 물어 죄를 지우는 방법인 것이다. 여기에 모든 이주민에게 호패까지 발행하는 한편 새로운 호적대장도 작성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니 점차 돛대기 시장 같았던 이 지역도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갔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더 이상의 인구 유입을 막고 새로 이주해오는 자들에게는 농경지 개간을 장려했지만 이들은 관과 군의 말을 듣지 않고 뿔뿔이 천지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서 농경지를 개발하고 정착촌을 일구어 살면 좋았지만, 이들은 처음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강이란 강을 찾아다니며 사금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 떠돌아다니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런 사실을 곽재우는 물론 파견된 관리들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원체 부족한 인적자원으로 인해 방기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또 하나의 금맥을 발견하니 콜로라도 강 주변이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곽재우는 거듭 추가 군 파병과 관리의 파견을 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보고 받은 황제 이진이 드디어 결심을 하고 명을 내리니, 기병대 3만을 추가 파병한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1개 여단은 또 하나의 금산지가 된 콜로라도 강으로 보내고, 나머지 2개 기병 여단 중 1개 여단은 텍사스로, 나머지는 대평원 지역을 관할하도록 했다. 또 모집하여 교육을 시킨 관리와 순검 또한 같이 파견하여 행정조직을 갖추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가난한 소작농과 도시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이 땅에 공급되었다. 그 중의 한 가정인 김 만복 또한 그런 가정 중의 하나였다. 본래 천출이었으나 조선 땅에 노비는 물론 양반과 상민이 사라지는 일대 신분개혁 조치로 인해, 종이라는 굴레는 벗었으나 살기는 예나 지금이나 막막했다.

소작이라고 해야 논 세 마지기에 밭 몇 떼기 가지고는 열 식구가 춘궁기에는 굶어죽기 십상이었다. 그나마 그래도 그동안 연명을 한 것은 논에 보리라도 심고, 밭에는 구황작물, 여기에 두 놈을 남의 머슴으로 넣어, 거기서 나오는 세경으로 근근이 입에 풀칠은 해온 그들이었다.

가진 것도 없지만, 글은 물론 언변조차 없는 그들 일가족은 남이 쉽게 하는 장사도 못하고 희망 없는 나날을 살다가 때마침 일용근로자들을 모집한다는 광고에, 가족회의를 열어 대양으로 향하는 배를 타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도 있으니 노부모들이 절대 이 땅을 안 떠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른 바 있었다. 결국 어렵게 어렵게 승낙을 받아 떠나는 길이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앞길이 막연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이들이 떠난 것은 늦은 결심 때문인지 이주민들 가운데서도 뒤차여서 이제는 대평원에서조차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향하게 된 곳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더 한참 북쪽인 현재의 시애틀이었다.

주변의 풍부한 삼림자원을 이용해 조선소가 건설된 곳으로, 상인들의 주문 폭주로 인해 미처 생산을 해대지 못해 많은 인력이 필요한 곳이었다. 아무튼 이 가족이 이곳에 도착해 현지 관리의 안내에 따라 정착할 땅 일부를 배정받고 짐을 푸는 밤이었다. 이들이 아쉬운 대로 밤이슬이나 피할 정도의 가림을 한 상태였을 때였다.

이곳에서 그들 가족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을 만났다.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멀지 않은 동네에서 사는 관계로 안면이 있는 천 씨네 가족이었다. 그 집의 남정네와 부인이 밤중에 이 허름 집을 찾아든 것이다. 이들이 도착한 것을 우연히 본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만나니 무척 반갑네요.”

만복의 아내 점순의 말에 같이 반색을 하던 천가의 부인이 말했다.

“정말 죽은 조상이 살아온 듯 반갑구만요. 그런데 이곳 노동자로 일 하시게?”

“그럼요?”

“물론 아녀자들까지 다 할 일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주변에 우리 땅을 일구는 것은 어떻겠남?”

“무슨 소리 예유? 이곳에 어찌 우리 땅이 있단 말 이예유?”

“그러니까 천천히 내 말을 들어보더라고. 뭐냐 하면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기름진 땅이 끝도 없이 널려 있어. 다 주인 없는 땅이지. 있다고 해봐야 말도 통하지 않는 원래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인데, 그들마저 가물에 콩 나듯 만날 수 있어.”

“그런데 유?”

점순이 관심을 보이자 말을 하는 천 서방의 아내는 더욱 열이 올랐다.

“좋은 목잡아 금 긋는 곳이 내 땅인겨.”

“당장 뭘 먹고 살고 유?”

“먹을 게 사방에 지천이야. 딸기며 칡, 물고기, 각종 조개, 연어라든가 뭔가 하는 물고기. 이곳에 먼저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한 겨울에도 우리가 살던 조선 땅보다 훨씬 따뜻하데. 뿐인 줄 알아? 한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고. 그러니 이 땅에 큼지막한 우리 땅을 만들어 보는 겨.”

“관리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유?”

“관에 신고해 호패 만들고, 뭐 호적이나 좀 만들어 놓으면 크게 뭐라 하진 않는 모양이야. 배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땅을 일구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라니까.”

이 말을 함께 들은 만복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알려줘서 고맙구만유. 하지만 우리가 이곳 물정을 잘 모르니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도록 할 게유.”

“다른 뜻은 없어. 그래도 아는 사람이 한 이웃이 되어 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고맙구만요.”

이렇게 밤중의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천가의 아내가 한 말이 결코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곳 북태평양 연안은 사철 온화한 기후로 인해 1년 내내 충분히 음식을 구할 수 있었다. 사슴, 딸기류, 뿌리식물, 어패류, 그리고 특히 연어는 이곳이 얼마나 풍부한 음식물의 보고(寶庫)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곳이었다. 또 이곳은 10월부터 3월까지는 비도 자주 내려 야채 등도 잘 자라는 곳이었다. 또 아시아나 알래스카 등의 관문 역할을 할 곳이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 조선인들이 이 땅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이곳 원주민들은 사냥과 채집으로 먹거리를 구했으며 식용 작물은 재배하지 않았다. 해안 지역에 모여 살았던 인디언들은 몇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각 부족은 해안 계곡에 나름대로 터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적삼목 판자로 크고 독특한 집을 지었으며 적삼목 통나무로 만든 통나무배(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나마도 이 해안 지역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은 조선인들이 도착하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인디언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선인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고, 또 요상한 병을 옮긴다는 말이 퍼져 가급적 오뉴월 베 바지에 방귀 새듯 조용히 사라져, 어디 가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 천가네는 곧 결정을 했다. 머슴을 살던 머리 굵은 두 아들은 혹시 모르니, 배를 만드는 곳에 취직해 만약에 대비하고 나머지는 천가네 이웃에 자리를 잡아, 새로운 농경지를 일구기로 한 것이다.

* * *

미시시피 강 중류 좌안의 선착장이 자리 잡은 현재 명 멤피스라는 곳.

이곳에 지금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루 종일 사방으로 말을 달려 한 구획으로 정해진 대목장에, 모든 철조망이 완성되어 지금 그 안으로 버펄로를 몰아넣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는 사람들은 1여단 소속의 기병들이었다. 선두에 선 일단의 기병들이 말에서 무언 인가를 던져주자, 수만 마리의 선두에 선 들소들이 이를 따라 크게 뚫린 철조망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뒤로는 무리를 따라 계속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선두 기병이 이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주먹만 하게 뭉쳐진 소금이었다. 이 기병들이 처음에 와 야생 들소들을 어떻게 하면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먹이인 풀로 유인을 해보았으나 도처에 풀인데 이는 실패를 했고, 콩 등을 주어보니 응하는 듯 하다가 조금 배가 부르니 이 또한 시들해졌다. 그런데 하루는 이들이 지급 받은 소금을 흘린 일이 있었는데, 소들이 이를 다투어 핥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이를 보고 착상한 이들이 소금으로 유인해보니 잘 따라 왔던 것이다. 가축도 필히 소금은 섭취해야 살 수 있는 법. 아무튼 이 유인법으로 지금 많은 버펄로들이 자신의 자유를 잃는지도 모르고 마지막 들소까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안으로 사라지는 순간 구경꾼들이 순식간에 인부로 변했다. 땅을 파 지주를 박고, 그 위에 철조망을 가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조선의 장 서방이 지급한 금값에 해당되는 목장이 완전히 조성되는 순간이었다.

대 목장주가 된 장 서방은 원래는 상민으로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다. 너무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야반도주를 해 한양으로 달아난 바, 거기서 그는 한 상점에 취직을 할 수 있었고, 주인으로부터 상술을 배워 나중에는 어느 정도 돈도 모았다.

그러나 제법 큰 야심가인 그로서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마침 금 이야기가 열풍처럼 번지는 가운데, 그는 재빠르게 관리에게 뇌물을 받치고 제1차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싣고 아메리칸 강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 또 그는 운 좋게도 많은 사금을 채취해, 평소 집에 소 한 마리 있었으면 하던 소원을 오늘 수만 배로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경사에 온 식구들이 기뻐하며 버펄로 이십여 마리를 잡아, 철조망 공사를 해준 인부들과, 소를 유인해준 기병들에게 톡톡히 대접을 했다.

이 인부 중에는 중국인 왕 씨도 있었는데, 그는 복건 성 산중에서 토루(土樓:복건 성의 산악지대에 분포하는 객가(客家) 주택) 생활을 하다가, 가난이 지겨워 이곳에 지원한 자로, 그는 전 식구들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를 했다.

그래서 그와 아내는 철조망을 가설하는 인부로 품삯을 받고, 노부모는 물론 아이들까지 매달려 지급받은 경작지를 개간하고 있는 중이었다. 풍문을 들으니 가을밀이 잘 자란다는 말을 듣고, 그는 남은 돈으로 밀 종자를 구입할 생각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 이곳의 일이 끝났으나 주변에는 아직도 수많은 철조망 가설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서, 몇 년간은 절대 일거리 끊어질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생각 속에 그는 처음으로 먹어보는 쇠고기를 맛있게 먹는 중이었다.

노부모와 아이들 생각이 간절했지만 가지고 가는 것까지 허락할 것 같지는 않아, 눈치만 보며 꾸역꾸역 입으로 쑤셔 넣고 있는데, 아내는 얼른 고기 한 덩어리를 고의춤에 감추는 것이 보였다.

이런 풍경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평원의 북쪽은 사정이 달랐다. 그곳 사람들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북으로 북으로, 또는 동으로 동으로 자꾸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 끝에는 네덜란드 상인과 영국인, 프랑스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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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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