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95화 (195/210)

< -- 195 회: 황금의 땅 -- >

3

뉴올리언스는 바다를 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시시피 강의 하류 또한 관류하여 바다로 흘러드는 비옥한 삼각주에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아열대 기후와 함께 농사를 짓기에도 적합한 땅이었다.

그러나 해수면보다 낮고 때로 허리케인이라는 폭풍이 이곳을 휩쓸고 자나가나 이들은 아직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해수면보다 낮다는 것은 눈으로 보아도 알 일이 이므로 이들은 미시시피 강을 보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물에 잠기지 않는 비옥한 토지에 온갖 종류의 작물을 파종했다.

그 작물 중에는 기존의 것에 목화는 물론 사탕수수, 커피, 대마 등 남미에서 유행하는 작물도 심었다. 이는 1차 원정 때 아군이 많이 보았고, 그 때 얻은 종자들이었다. 아무튼 이들이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원주민과 통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칙소, 촉토, 나체스 인디언들로 이들은 넓은 경작지만큼이나 많은 부족민들이 몰려 살고 있었다. 처음으로 천 단위 부족이 몰려 살고 있는 원주민 사회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원주민 역시 처음 탐험대에는 멋모르고 저항했으나, 가해지는 총격에 뜨거운 맛을 한 번 본지라, 대규모 원정군이 도착했을 때는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경작이라 봐야 원시 농경으로 해마다 장소를 옮겨가며 불을 질러 파종하는 이들의 농경법이었다. 그런 이들의 경작법을 이용하여 조선군은 이들이 불 지르지 않은 땅을 농경지로 조성했다. 즉 아예 논과 밭으로 일구는 작업을 했던 것이다.

그 위에 이들은 각종 작물을 파종하는 한편 기존 원주민과도 이제는 익숙해진 방법으로 교역을 해나갔다. 그래도 이들이 다른 곳과 달리 다행인 것은, 교환을 원하는 물목 중에는 옥수수도 포함 된 것이었다.

또 이들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어린 소년 소녀들을 통역으로 모집했다. 물론 이들의 부모에게 응분의 보상을 했음은 당연했다. 그 수가 로스엔젤레스는 이제 50명이 넘는데, 이곳은 그보다 살기가 좋은지 처음 20명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이들은 현지의 원자재인 흙벽돌집을 지어 일면 정주지를 건설하는 한편, 500여 기병은 해군과 함께 미시시피 강 상류를 끊임없이 거슬러 올라가며 탐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이들은 강 서안에 위치한 대평원(大平原)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무려 한 달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지 않는 대평원이었다. 그곳에는 기존의 원주민들이 버펄로라는 들소를 방목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즉각 제1여단장 박춘석을 통해 곽재우에게도 보고가 되었다.

이 땅에 대규모 소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큰 화젯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기쁜 일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제1여단의 거주지인 샌프란시스코 상류에서는 대규모 사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긴급 해추선(미꾸라지 모양으로 길게 제작된 연락용 쾌속선)으로 전해졌다.

이 경사에 곽재우는 신속히 제장과 참모들을 자신의 군영 안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이 줄줄이 커다란 통나무 집안으로 들어왔다.

“하하하........! 어서들 오시오!”

곽재우의 기분 좋은 맞음에 어안이 벙벙한 이들이었지만 일단은 각자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이들을 일일이 돌아 본 곽재우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아주 기쁜 소식이 한꺼번에 둘씩이나 전해져 왔기에 급히 모셨소이다.”

이렇게 운을 뗀 곽재우는 다른 사람들이야 애가 타거나 말거나 차까지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이에 성질이 급한 황자 이욱이 참질 못하고 물었다.

“불러 놓고 왜 말이 없소? 누구 복장 터져 보려고 그러는 것이오?”

“허허........! 너무 안달하지 마시오. 황자님! 내 천천히 들려드리리다.”

남이야 애가 타거나 말거나 여유 있게 차 한 잔을 비운 곽재우가, 여전히 기쁨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남쪽에는 한 달 이상 배로 달려도 끊이지 않는 대 평원이 존재하고 그 평원에는 들소가 수 천 수만 마리가 무리지어 다닌다오. 물론 기존의 원주민들이 쫓아다니는 것도 있지만, 야생으로 뛰어노는 놈들만도 엄청난 수인 모양이외다. 그 뿐만 아니라 제3여단이 거주하는 그 북쪽에는 험험..........”

여기에서 또 뜸을 들이며 애간장을 태우는 곽재우의 절묘한 화법이었다. 이에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그의 입만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못한 양 곽재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가에 금이 지천이라는 보고요.”

“뭐요?”

여간해서는 놀라지 않고 침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황제 이 예마저 펄쩍 뛰며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 역시 입만 쩍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빙긋이 웃던 곽재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가에 지천인 것이 금이라 이들 또한 믿지를 못해, 몇 날 며칠을 강을 따라 탐색해보고 확인해 보았으나, 틀림없이 많은 금이 분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야 올린 보고이니, 아마 틀림없을 것이오.”

“어찌 그런 일이.........!”

“이는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단군성조께서 보우하사 우리 조선을 더욱 크고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함인 것 같소.”

“모든 것이 진짜인지 다시 한 번 철저하게 확인해 본 후, 사실이 틀림없으면 속이 장계를 올려 이 기쁜 소식을 황상에게도 전해드립시다.”

중구난방 따드는 소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경청하고 있던 곽재우가 최담령의 안에 동의하고, 일차 현지 확인을 위해 즉각 사람을 양측에 파견하여 확인하기로 했다. 그 인물로는 북쪽으로 최담령 남쪽으로는 원숭환이 선정되어, 즉각 상대편에서 온 전령과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이 모든 것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이에 곽재우는 즉각 이를 장계로 황상 이진에게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받아 본 황제 이진이 가가대소 하는 것은 당연했다. 제 대신들이 모인 조회석상에서 황제 이진은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뿐만 아니라 이 역사적 사실도 대충은 알고 있었던 그인지라 이를 조보에 실어 전 백성에게 알리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그의 조치였다. 이렇게 하면 가장 골칫거리인 현지의 문제 하나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황제 이진은 낙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원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명약관화 한 사실이었다.

제3여단이 금을 발견한 곳은 지금의 플레이서빌이라는 소도시에서 멀지 않은 강가였다. 이 플레이서빌은 캘리포니아의 수도 새크라멘토에서 휴양지 타호로 가는 길목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예로부터 씨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가기 전에, 잠시 점심이라도 먹고 가기 위해 들르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었던 채 1만이 안 되는 소도시였다.

1848년 1월24일 제임스 마셜은 개울가에서 작은 금덩이를 주웠다. 개울가에는 금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고, 그가 한 해 동안 금을 주워 번 돈이 1만7천불 현 가치로 환산하면 약 150억 원 정도 되었다.

당시 뉴욕 봉급쟁이 월급이 20불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한 달치를 번 정도의 금액이었다. 이렇게 되니 1년에 9만 명이 몰려들어 아메리칸강(江)이 다 파헤쳐졌다 한다.

또 다른 설 하나는 1848년 새크라멘토에 가까운 아메리칸강(江)의 지류 근처 존 수터의 집 제재소에서 금이 발견되고, 그 주변에서 많은 금이 나오자, 미국인이 이 지역으로 일을 팽개치고 금을 캐러 모여들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1849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 하와이, 중국 등지에서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왔다. 이동경로는 범선을 타고 남아메리카의 남단을 돌거나, 뉴욕으로부터 파나마로 가서 지협을 횡단하여 태평양 연안으로 나와 배를 타거나, 육로로 대륙을 횡단하여 왔다. 어느 길이나 어려움이 많고 도중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

1849년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들을 ‘포티 나이너스(forty-niners)’라고 하였는데, 1848~1858년까지에 약 5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금을 채굴하였다. 이를 현대 가치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48조 6천억 원 돈이다.

아무튼 이로 인해 1850년 9월 캘리포니아가 정식으로 미국의 한 주가 되었는데, 이처럼 단기간에 인구가 늘어서 한 주(州)로 승인된 예는 미국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것이 황금러시를 이루어 그때까지 동부에 편중되어 있던 인구는 물론 모든 것이 서부로 서부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위의 역사적 사실에서 이진이 주목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이를 조보에 싣게 했으니 너도 나도 알게 모르게 이를 찾아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 하나와, 그곳에서 생산된 금으로 인해 조선제국의 재정 궁핍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에 이진은 기쁨에 겨워 제 신하들에게 명해 대경축연을 여는 것은 물론 최초의 금 발견자를 장령으로 예우하는 한편, 지금까지 현지에서 생산된 금 모두를 그에게 지급하도록 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진은 대평원에 대한 조치도 명하니 철조망을 생산해내도록 명한 것이다. 이 철조망이라는 것을 우리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발명된 것은 비교적 근자의 일이었다.

철조망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860년대 미국 중서부 지역이었다. 당시 이 지역은 목축을 주로 하였는데 가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자신의 영지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게 된 것이 효시였다.

지금까지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생각지도 못했지만 대평원의 버펄로를 가두어 방목하기 위해서는 이 철조망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즉각 이를 내각에 지시하는 한편 군사적 목적까지 쓰임이 떠오르자, 이진 스스로도 대견스러워 또 한 번 대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군사적 목적으로의 전용도 생각하게 된 것은 이후 철조망의 쓰이는 곳이 어디인지 열심히 각개전투를 하느라 기어본 그로서는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이후 철조망을 주로 전쟁의 목적으로 이용되었는데 미국 시민전쟁 때 처음 사용되었다.

지상에 철주(鐵柱)나 나무 말뚝을 박고, 거기에 유자철선(有刺鐵線:가시가 있는 철선)을 종횡으로 얽어서 만드는 것이 보통이나, 원형으로 된 유자철선을 몇 겹으로 하여 그대로 지상에 치는 간단한 것도 있고, 철조망에 전류를 통하게 한 것도 있었다.

철조망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병의 접근에 어느 정도의 제한을 주는 효과는 있으나, 철거를 당하기도 비교적 쉽고, 전차 등에 대해서는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을 지뢰지대나 기관총의 화망(火網)과 적절히 조화시키고 조직화할 때 큰 장애효과를 발휘한다.

즉, 철조망의 앞뒤에 지뢰지대를 설치하고, 그 일대에 기관총의 화망을 구성하여 두는 것이 보통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철조망에 의해 지체된 채 그 일대에 밀집해 있는 적병을 기관총의 화망으로 살상할 수 있고, 철조망을 파괴하기 위해서 전차가 진입하면 지뢰지대에 매설한 대전차지뢰가 폭발하는 등의 위협을 주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진은 대경축연을 열기에 앞서 즉각 비답을 작성해 곽재우 사령관에게 보냈다. 그 내용은 이곳에서 많은 인구가 갈 것이니,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는 글이었다. 또한 함께 철조망도 생산하여 축차적으로 보낼 것이니, 이를 대평원의 대초원에 대규모 목장을 조성하는데 이용하도록 하는 한편, 몇 가지 비밀 지시사항도 하달하였다.

이 비답을 받아 본 곽재우로써는 기쁘기도 했지만 몇 가지 일로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곳의 가장 큰 문제는 적은 인구였다. 아무리 넓은 땅을 개척하면 무엇 할 것인가? 거주할 백성이 없는데.

이 문제가 황상의 지모로 인해 해결될 것이지만, 한꺼번에 대규모로 유입될 백성들을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식량서부터 거주지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가 파생될 것은 불 보듯 확실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곽재우는 이 문제를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중지를 모으기 위해 또 제장과 참모들을 불러들였다. 이에 최담령, 원숭환과 두 황자 여기에 제2여단장 김동찬은 물론 다시 파병되어온 이억기 해군 총사령관까지 불러들여 회합을 갖기에 이르렀다.

“황상의 비답이 내려왔소이다. 그 주된 내용인즉슨 대량의 사금(砂金) 발견 소식을 조보에 실었던 바, 여러 경로로 수십만 내지, 많으면 수백만의 인파가 이곳으로 유입될 것이니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당부가 계셨소. 또 영명하신 황상폐하답게 대평원의 들소 문제에 대해서도 해답을 주셨소이다. 즉 철조망이라는 가시달린 철선을 대량 제작하여 보급할 테니, 이 철조망을 두르고 안에서 방목하라는 지시를 내리신 것이오.”

여기서 잠시 말을 끊고 목청을 가다듬은 곽재우의 말이 이어졌다.

“또 다른 밀명도 몇 가지 계셨는데 그 중의 하나는 식량의 무기화였습니다. 이는 이곳으로 오는 자들이 충분한 식량을 지니지 못한 채 올 것을 예견하신 황상께서는 충분한 군량을 보급해 줄 테니, 이들에게 식량을 팔아 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또 대량의 은화와 철전을 제조해 보낼 터이니 그것을 금과 교환하여 현지에 유통시키라는 지시가 계셨소. 이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하나 논의해 봅시다.”

곽재우의 말이 끝나도 장내는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하느라 정밀한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

============================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