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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88화 (188/210)

< -- 188 회: 가례(嘉禮)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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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한 달이 흐른 11월 11일이었다.

관상감에 의해 길일이라 택일된 이날, 황제 이진은 가까운 종친만 모인 가운데 약식 혼례를 올렸다. 물론 러시아의 황녀 루사와의 혼례였다. 루사에게 정1품 비(妃)를 제수하여, 조선의 네 후궁들과는 차별을 둔 이 혼례는 곤녕궁(坤寧宮)에서 거행되었다.

곤녕궁은 건청궁, 교태전과 함께 내정 삼궁 중의 하나로 명대에는 황후의 침실로 썼던 곳을 개조하여 식장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제례도 올릴 수 있도록 재단장이 된 것이다.

아무튼 황제 이진은 많은 전각 중 한 채를 신혼 방으로 꾸미고 황녀 루사를 이곳에 들였다. 모두가 물러간 초저녁 황제 이진은 남난각(南暖閣)으로 명명된 이 전각에서, 황녀 루사와 통역 한 명과 마주앉아 있었다.

황녀 루사 비(妃)가 데리고 온 시녀 중 한 명이었다. 알고 보니 이 여인은 러시아어와 청국어를 할 줄 아는 여인으로, 러시아 측에서 특별히 황녀를 배려하여 딸려 보낸 여인이었던 것이다.

황제 이진 또한 어느 정도 청국어에는 익숙했으므로 이 여인을 사이에 두고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그대는 우리의 법도에 의하면 조선 사람이 되었으므로, 제일 먼저 조선말과 글을 배우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야. 온전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것만큼 답답한 일이 없을 것이므로 이를 염려하여 이르는 말 이니라.”

“네, 황상!”

이를 전해들은 루사가 그간 예법을 좀 배웠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곳 생활 중 어려운 것이 있으면 말해보도록.”

황제 이진의 명에 루사가 답했다.

“예절과 말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리고 음식도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사옵니다. 황상!”

“아무래도 그렇겠지. 짐이 말한 대로 말과 글은 이 분야의 선생을 원하면 몇 이라도 붙여줄 것이니 속히 배우고 익히도록 하고, 음식 또한 마찬가지야. 적응해야 하겠지만 그 간에는 따라온 사람들 중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라간에 배치하여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배려에 감사드리옵니다. 황상!”

“됐고, 그 외에 짐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도록.”

“러시아를 황상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고맙겠사옵니다. 황상!”

“그 문제는 비가 아니더라도 항상 신경 쓰고 있는 문제이니 걱정할 것 없고.”

“감사하옵니다. 황상!”

“자, 이쯤 해두고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서로의 정을 돈독히 해봅시다.”

“네, 황상!”

역관이자 시비인 그녀가 통역이 끝나자 눈치껏 두 사람의 잔을 채웠다. 이에 이진이 먼저 술잔을 들고 황녀 루사를 바라보니, 이진의 의도하는 바를 눈치 챈 루사가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쳐 왔다.

이렇게 시작된 술자리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황제 이진은 시비마저 방에서 물러가도록 했다. 또한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상궁나인들마저 모두 전각 밖으로 내쫓았다. 모두 황제 이진에게 적응되어 불만 없이 물러가는 그녀들이었다.

둘만 남자 아무래도 어색해진 이진이 다시 한 잔 술로 어색함을 달래고, 그녀를 손짓으로 가까이 불렀다. 이진의 손짓에 주춤주춤 다가오는 그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이진은 모든 여인이 초야에 원하는 청을 들어주었다.

옷을 벗기기 전 모든 촛불을 다 꺼 그녀가 부끄러움을 덜 타도록 했다. 그리고 이진은 차례로 그녀의 옷을 벗겨나갔다. 처음에는 어둠에 익숙지 않아 더듬 더듬이었으나, 곧 적응된 조리개에 의해 주변의 사물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열하루 제법 둥근 달이 원형 창을 타고 실내로 스며들어 그녀의 백옥 같은 나신을 온전히 다 비춰주고 있었다. 백인이라 그 어느 여인보다 하얀 살결에 조각 같은 얼굴이, 많은 여인을 접해 본 이진으로서도 흥분을 금치 못하게 했다.

게다가 요정 같은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풍만한 가슴이 더욱 이진의 욕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실내에 난로를 피웠다 하나 구두쇠 이진이 방을 아주 따뜻하게 할리는 만무여서, 약간의 추위와 부끄러움으로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번쩍 안아 금침 속으로 누이는 그였다.

비로소 조금은 안온함을 느끼는 것인지 그녀의 몸이 조금은 긴장에서 풀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그녀의 가쁜 호흡이 이진의 귀에도 자연스럽게 들렸다.

기복이 심한 그녀의 가슴을 내려다보던 이진 또한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금침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는 긴장한 그녀를 위해 한동안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복사꽃보다도 더 붉어진 황녀 루사는 이진이 이끄는 대로 얼굴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가쁜 숨만 토해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서 떼어낸 이진은 그녀를 반듯하게 눕혔다. 그리고 상기된 얼굴로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그녀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이 거동에 그녀가 살짝 눈을 떠 이진을 바라보았다.

이진과 시선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그녀가 얼른 눈을 감고 고래를 돌렸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이진은 후후거리며 가볍게 웃고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이 행동에 움찔하는 그녀였다.

“너무 긴장할 것 없다!”

그녀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혼자 중얼거린 이진은 본격적으로 그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이마, 눈두덩, 볼 등을 가볍게 가볍게 찍듯 입맞춤하더니, 이제는 입술 공략에 나섰다.

가볍게 가볍게 부딪던 입술이 종내는 그녀의 구강 안으로 이진의 설육이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비음과 함께 갑자기 이진을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이진의 혀가 그녀의 이혈을 배회할 때는 이진의 머리에까지 손이 올라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마침내 이진의 혀가 그녀의 가슴을 핥고 빨자, 고혹적인 신음과 함께 몸을 이리저리 뒤채기 시작했다. 그런 행위가 한참동안 이어지자, 그녀의 몸은 벌써 한껏 달아올라 아랫도리가 젖다 못해 범람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진은 행위를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그녀의 앙증맞은 배꼽을 지나 그녀의 비림지대에 도착했다. 그녀의 머리색인 백 금발과 같은 풀이 밀생된 지역을 탐험하던 이진의 혀가 급기야는 그녀의 갈라진 부위까지 다다랐다.

깜짝 놀란 루사가 황급히 이진의 머리를 잡아옴과 동시에 하체를 뒤틀었다. 이에 이진은 순순히 응해 이번에는 그녀의 발을 잡아 입에 넣었다. 간지러움과 당황으로 그녀의 발이 몇 번을 뻗었다 오므렸다 해도 그녀는 시종 벗어날 수가 없었다.

끝내 그녀는 번져오는 희열에 온몸을 맡기고 간혹 고혹적인 신음과 함께 가쁜 숨만 몰아 쉴 뿐이었다. 그러길 얼마 이진의 혀가 다시 그녀의 하복부 밑을 파고들었을 때는, 그녀는 이미 반 실신 상태로 그냥 온전히 그에게 온몸을 맡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하으윽........!”

야릇한 기성과 함께 그녀의 몸이 푸들푸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황제 이진이 다음 행동에 착수하니 갑자기 그녀가 그를 부둥켜안고 비명을 질렀다. 마침내 한 몸이 된 둘이었다. 이어 이진의 노질이 시작되자 더욱 꼭 껴안는 것으로 격통을 참아내는 그녀였다.

이윽고 마침내 이진이 파정을 맞이하는 순간, 그녀의 손도 맥없이 떨어져나갔다.그리고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 한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해냈다는 기쁨의 눈물인지, 아니면 말도 글도 다른 이국의 황제에게 몸을 주어야만 했던 자신의 신세가 가련해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단지 그녀만이 알 수 있는 눈물이었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황제 이진은 말없이 그녀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 * *

한 달이 또 흐른 12월 12일.

곤녕궁에서는 또 다시 한 번 혼례가 치러졌다.

세 황자가 장가를 들고 청연공주가 시집을 가는 날이었다.

세 황자는 정치적 배려에 의해 각각 세 가문의 여식과 연을 맺으니 다음과 같았다.

허 귀비의 자 인(仁)은 유성룡의 손녀를 비로 맞아들였고, 구 귀비의 자 의(義)는 이항복의 장손녀와, 신 귀비의 자 예(禮)는 이덕형의 손녀를 비로 맞아들였다.

또 청연공주는 곽재우의 장남 곽영(郭榮)의 둘째 아들에게 시집을 가니, 다 조선의 명문거족이 아닌 집안이 없었다. 모든 예식이 끝나자 황제 이진은 피곤한 몸을 누이고자 바로 자신의 침궁으로 찾아들었다.

정녕 그의 심사는 피곤하기 보다는 애지중지하던 딸 청연공주를 시집보낸 서운함으로 일찍 찾아든 침궁이었다. 그러자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허 황후가 모후 의인황후 박 씨를 모시고 이진이 누워 있는 침궁으로 찾아들었다.

모후라면 껌뻑 죽는 이진임을 잘 알기에 어머니와 함께 그를 위로하고자 함이었다.

“황태후 마마 입시오!”

대전내관의 고하는 소리에 깜짝 놀란 이진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모후 박 씨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어마마마!”

“호호호........! 내 이럴 줄 알고 찾아왔어요.”

자신의 심사를 들킨 듯해 이진이 겸연쩍은 얼굴로 명을 내렸다.

“여기 주안상 하나 봐오너라!”

“네이, 황상!”

“잔치에서 마신 술만으로도 술은 됐어요.”

손을 젓는 황태후인지라 이진이 추가적으로 명을 내렸다.

“다과상도 하나 봐오너라!”

“네이, 황상!”

“이쪽으로 앉으시죠. 어마마마!”

“그래요!”

구들이 아니라 아랫목은 없지만 보료가 있는 곳으로 황태후 박 씨를 모신 황제 이진 또한 그녀와 마주앉았다.

아무리 모후라 해도 이 나라의 지존은 엄연히 황제 이진인지라, 그가 보료 위에 앉고 모후 박 씨와 허 황후는 나란히 앉아 그와 마주보게 된 자세로 이들은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이때 때 아닌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이순신 공작과 권율 후작 등대하였사옵니다. 황상!”

대전내관의 고하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들을 맞으러 나가는 황제 이진이었다.

“어서 오시오. 두 분!”

방안으로 발을 들이던 두 사람이 흠칫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이순신이 말했다.

“황태후마마와 황후마마가 계신 줄, 소신들은 미처 모르고.........”

“괜찮소이다. 모르는 분들도 아니고. 그렇지요? 어마마마!”

“내 황상이 선견지명이 있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굳이 어미가 싫다 해도 주안상을 들일 때부터 누가 찾을 것을 예측하시다니....... 과히 선견지명이 이제는 하늘에 닿았음 이예요.”

“하하하........!”

황제 이진이 모후의 농담에 파안대소를 하고, 며느리 허 황후는 감히 소리 내어 웃지는 못하고 입을 가리고 소리죽여 웃었다.

웃음 끝으로 황제 이진이 이순신과 권율을 보고 말했다.

“잘 오셨소. 어서 자리에 앉으십시다.”

“황상의 성은 망극하여 감사의 예나 드리러 왔더니........”

그래도 한 발 물러서는 이순신을 보자, 강제로 이진은 둘을 자리에 붙들어 앉혔다.

여기서 이순신이 황제의 성은에 보답하는 감사의 예를 드리러 왔다는 말은, 이진이 이번 가례에 즈음하여 두 공신도 함께 서훈(敍勳)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이순신에게는 공작(公爵) 작위를, 권율에게는 후작(侯爵) 작위를 하사했던 것이다.

나머지는 아직 공적 심사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데다, 어떤 이는 공적 심사는 끝났으나, 그 작위를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으므로, 이견이 없는 둘만을 이번에 작위를 하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둘이 그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왔더니 마침 황태후와 황후가 있어, 되돌아 나가려는 것을 이진이 붙들어 앉힌 것이다. 아무튼 두 사람까지 합세하자 더욱 화기애애한 자리가 되어 이들은 담소를 이어나갔다.

“가례로 인해 분주한 관계로 두 분과는 호젓하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새가 없었음입니다. 양해하시고 그래 이 공작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셨는지요?”

“황상의 은혜로 많은 전답을 장만한데다, 아이들 모두 무고하니, 신선이 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고 있사옵니다. 황상!”

“허허........! 거 듣기 좋은 소리로구려. 그래 권 장군은?”

“신 역시 황상의 은혜로 편안한 여생을 즐기고 있나이다. 황상!”

“그렇다면 다행이로고.”

이때 주안상과 다과상이 들어왔으므로 이를 가운데 두고 다섯 사람이 둘러앉았다.

“자, 어마마마께서는 약주는 그만 하신다니 다과나 즐기시고, 두 분은 짐의 잔을 받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이런 일이 일상이므로 부복하는 둘을 개의치 않고 차례로 술을 치는 황제 이진이었다. 이어 자신의 잔에도 손수 술을 따른 이진이 잔을 들며 말했다.

“한 잔씩 쭉 듭시다!”

“네, 황상!”

둘이 고개 돌려 마시는 가운데 이진 또한 가볍게 잔을 비워냈다. 그리고 이진이 안주 한 첨을 집으며 말했다.

“두 분은 이제 초야에 묻혀 신선놀음을 하시는데 짐은 언제나 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지..........”

“아니 될 말씀이옵니다. 황상! 만세 하시어, 이 나라를 더욱 부강하고 강성한 나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황상 폐하!”

“맞사옵니다. 황상 폐하!”

둘이 또 합세하여 부복하는 지라 이진은 손수 그들을 일으켜주며 말했다.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없음, 짐 또한 잘 알지만, 두 분을 뵈오니 괜히 샘이 나서 투정을 부려보았습니다. 자, 자, 어서 일어나 술이나 더 합시다.”

“네, 황상!”

이렇게 해서 다시 술자리가 시작되는데, 황태후 박 씨로서는 황제 이진이 웃고 떠들며 잔을 나누는 것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다 달성했으므로, 조용히 웃는 낯으로 이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다.

이렇게 궁궐에 화기애애한 기운 넘치는 속에서 황자와 청연공주는 설레는 마음으로 초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청연공주는 겁에 질려 부황을 찾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해 기울어지는 가운데 점점 흐려지던 날씨가 끝내는 한 송이 두 송이 눈발을 흩날리기 시작했다. 분명 서설(瑞雪)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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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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