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83화 (183/210)

< -- 183 회: 시비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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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곽재우는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곽재우는 3개 군단을 새롭게 시베리아로 명명된 동토의 땅으로 파견했다.

즉 알 마크의 군대 1만과 아군의 보급 군단 중 2만씩, 4만을 시베리아 원정대로 명명해 동토의 땅 정복사업에 동참시킨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참가할 군이 있었다. 즉 카춤 군의 군대였다.

기존 자신의 군사에 알 마크의 남은 군사, 여기에 새롭게 징발된 현지인 군사 포함하여 1만이 주변을 정복하는데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복지나 정복 방향은 모두 달랐다. 알 마크의 군대는 가장 북쪽으로 향했고, 아군 보급군대의 한 부대는 중앙으로, 한 부대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일로 동진하도록 명했다.

그러고 나니 곽재우에게는 이제 보급부대원 3만에 기병 3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곽재우는 기병군단만을 남기고 기존 보급부대는 1만 단위로 셋으로 쪼갰다. 이들 1만 단위의 보급 부대는 각각 하나씩 동진한 군대의 보급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는 이들에게 군량을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탄약 및 여타 꼭 필요한 전쟁물자만 공급하도록 하니 가능한 보급부대의 편성이었다. 이렇게 되니 동토 정벌군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군량이 아닌 담배와 술 그리고 칼, 솥, 도끼, 검 등의 도검류나 창이 대신 지급되었다. 이는 현지인들과 물물교환 하라는 뜻이었다. 즉 지급받은 물품을 들고 식량은 물론 모피와 바꾸는 방식인 것이다.

여기에는 협상이 잘 된 스트로가노프 가문의 상인 외에 조선 상인들도 일부 참여를 했다. 이들이 함께 동행 하여 저들의 군량을 해결케 하고, 모피 수집을 하는데 일조하도록 한 것이다. 어지 됐든 이들의 사업은 지속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중독성이 강한 술 담배를 판매함으로써 지속적인 모피 수집이 되도록 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동정군(東征軍)에게 정복된 원주민들 모두는 대조선제국의 신민이 되어, 조선의 보호를 받는 대가로, 나라에 모피를 진상하는 책임도 있었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조선 경제에 편입되고 종속되게 함으로써, 영원히 굴레를 씌우기도 하는 작업도 진행 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스트로가노프 가문의 협조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장차 한 해 모피 20만 장을 공급해, 원 역사에서는 러시아 재정의 10%를 담당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할 모피산업에 이들이 적극 동참함으로서, 아국의 군대는 여러모로 편의를 제공받게 되었다. 이들의 군량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지만 말이다.

처음 곽재우가 제시한 대로 스트로가노프 가문은 전체 40%의 이익금만으로, 유럽 판매의 창구가 되길 자처했으며, 술과 담배는 물론 철제 생필품까지 책임지고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생필품 공급 자체에서도 이문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니 이들로써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스트로가노프 가문의 협조는 그 뿐이 아니었다. 그들 영지 내에 우리 기병의 진주를 허용한 것이다. 이는 그들이 더 큰 이익을 바라고 한 것은 물론이었다. 만약 조선이 러시아를 제패하게 되면 여기서 얻는 이익이 막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노릇이기에 발 벗고 협조를 자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들만의 계산일뿐이었다. 그래도 발언권은 현저할 것이니 결코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되어 우랄산맥을 넘어 스트로가노프 가문의 협조 아래 병량까지 해결하게 된 곽재우 기병군단은 독수리의 눈이 되어 사방을 예의 주시한 채 정중동의 활발한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었다.

특히 곽재우를 비롯한 수뇌진이 그러 했는데 이들은 세작들로부터 모아진 정보를 통하여 한 가문과 적극 협상을 전개하고 있었다. 마침 분주하게 움직인 보람이 있어 오늘 한 가문에서 사람이 파견되어 곽재우와 협상을 벌이게 되었다.

그 가문은 러시아에서도 영향력이 큰 로마노프 공작 가문이었다. 아무튼 양 측은 스트로가노프 가주가 제공한 성채를 방불케 하는 큰 2층의 대저택에서 마주 앉게 되었다. 아 측에서는 곽재우를 비롯한 최담령, 원숭환이 그들이었고, 저 쪽에서는 현 공작인 미하일 로마노프의 숙부 되는 푸가초프와 가문의 집사가 회담에 참여했다.

곽재우가 이 가문을 제휴 대상으로 선정한 데는 이 가문이 이반 뇌제의 황후였던 아나스타샤의 가문으로 민중 속에 많은 신망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전 나스타샤 황후가 현 가주의 고모할머니로서 수많은 가짜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그래도 상당한 영향력과 신망이 있었기에 제휴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가주는 당금 15세로 아직 나이가 어릴 뿐더러 곽재우의 제의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의 수사로 재직 중인 부친은 비록 신분상 가문의 일에 한 발 비켜서 있었지만, 매우 야망이 큰 인물로 아 측의 제의에 매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주동에 의해 동생과 가문의 집사가 파견된 것이다. 아무튼 차 한 잔을 나누어 마신 곽재우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만약 폴란드나 스웨덴 등 외국 군대를 물리치고 그대 가문의 가주를 러시아의 차르로 옹립한다면 그대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소?”

일도양단하듯 직설적인 곽재우의 제의에 해연히 놀란 푸가초프가 한동안 집사와 상의를 하더니 입을 열었다.

“조선 군대가 러시아 영내에 머무는 동안의 군량을 제공하겠소이다.”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소이다.”

“흐흠........!”

이마를 찡그리며 침음하던 푸가초프가 다시 집사와 상의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전비의 일부를 제공하겠소이다.”

“흥! 전부도 아닌 일부를.........?”

“하면 총액을 제시하시오.”

“이십만 냥!”

“너무 많소. 아니 여력이 없소이다.”

“하면 얼마?”

“십만 량이면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소.”

“십팔만 량!”

“그건........ 12만 량 정도는........”

이렇게 졸지에 전비 협상으로 변질된 양측의 회담은 최종 15만 량으로 낙착되었다. 조선의 물가가 조금 올라, 한 냥에 쌀 한 가마는 아니더라도, 못 잡아도 12만 가마는 되는 대단히 큰 금액에, 다음 대 러시아 차르는 낙찰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조선이 제시하는 요구 조건의 끝은 아니었다.

“단 러시아 황제는 대 조선제국의 속국으로써 대내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외교문서에는 왕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매해 조공을 받치는 조건이오.”

“절대 그렇게 할 수는 없소!”

“그 대신 러시아가 외부의 침략으로 위험해지면 조선군대가 출동해 러시아의 안위를 지켜주게 될 것이오.”

“그렇다면 문제가 달라지는데..........”

중얼거린 푸가초프가 집사를 바라보고 무언가 속삭였다. 그러자 집사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는 행동을 했다. 이에 마지못해 허락하는 그였다. 그런데 둘의 하는 행위를 보아하니 집사가 더 실권이 있는 것 같아, 조선의 참석자들로서는 의아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당시는 몰랐지만 집사가 사실은 현 가주인 미하일의 아버지요, 훗날 총주교 겸 공동 차르가 되는 필라레트 로마노프였던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러시아의 유력 가문을 하나 끌어들인 곽재우는 다른 한 사람과 계속해서 접촉을 시도했다.

그는 상인 출신으로 현재 폴란드 군과 대항해 싸우고 있는 국민군 지도자 쿠지마 미닌수호루크라는 인물이 그였다. 그는 여러 도시의 지식인, 시민, 정부군의 병사, 농민 등 여러 부류로 구성된 국민군을 조직하여, 포자르스키 공작과 함께 연일 모스크바에서 폴란드 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군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를 회유하기는 쉽지 않았다. 상인 출신이라기에 이(利)로써 달래도 듣지 않았고, 추후 권력을 쥐어준다 해도 응하지 않았다. 할 수 없어 곽재우는 우회 전술을 사용해 포자르스키 공작과 접촉을 시도했다.

현 러시아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 애초에는 협상에서 배제했던 인물이었으나 의외로 쿠지마가 완강하게 나오는 통해 대안으로 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의외로 그와의 협상 결과가 수월했다.

그에게 추후 듀마(귀족회의) 의장직과 군 총사령관 직을 제안했더니, 그는 전비 5만 냥과 함께 자신이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국민군과의 합동 전투를 제안했던 것이다. 이에 서로 합의를 한 곽재우는 마지막 한 명의 인물을 포섭하는데 주력했다.

그 사람은 현 러시아 정교의 총주교로 있는 게르모겐 이었다. 종교지도자로서 현실 정치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인물에게, 우리는 계속된 그의 직위 보장과 함께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즉 조선군이 폴란드와 스웨덴 군을 물리치고 러시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위와 같이 약속한 사항은 보장하겠다는 말로 그도 우리 편으로 회유했던 것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자 곽재우는 스트로가노프 백작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했다.

제법 그럴듯하게 차려진 만찬 석상.

최담령과 원숭환은 물론 휘하 여단장까지 배석시킨 자리에서 곽재우가 말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 출정할 일만 남았소. 그 간의 도움에 사의를 표하는 뜻으로 마련된 자리이니 우선 음식을 들며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 전에 대원수님께 술 한 잔을 나누어 마실 것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좋소! 우리의 정리가 그렇게 가볍지는 않지.”

바로 응낙한 곽재우가 스스로 자신의 잔에 붉은 포도주를 채우자, 나머지 사람도 알아서 자신의 잔을 채웠다.

“자, 건배 한 번 합시다!”

“네!”

“대 조선군의 승리를 위하여!”

“위하여!”

곽재우의 선창에 모두 후창하며 잔을 높이 드는 일행이었다.

한 잔을 가볍게 비운 곽재우가 스트로가노프 백작에게 말했다.

“몇 가지 당부드릴 일이 있소.”

“말씀 하시죠. 장군님!”

“다름 아니라 조선군이 승리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이후가 문제요. 우리가 승리하는 날에는 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제일 먼저 손을 잡은 그대 가문 또한, 막강한 영향력이 생기지 않겠소?”

“그건 그렇습니다. 대원수님!”

“해서 내 미리 드리는 말씀이오만 스트로가노프 백작 가는 단지 권력이 아닌 부(富)에만 집중하시오. 괜히 권력 주변에 어리대다가 후대에 가서 패가망신하는 것보다는, 한 세대에 무너지지 않을 부의 기반을 쌓아, 대대손손 그 부를 누리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하여 드리는 충고요.”

“좀 서운하지만 우리 가문을 위한 당부의 말씀, 명심하여 시행하겠습니다. 대원수님!”

“좋소! 앞으로도 우리 조선은 그대 가문을 러시아 내 그 어느 가문보다도 존중할 것이고, 신의를 지켜나갈 것이오. 하니 대대손손 조선과 친교를 게을리 하지 말고, 상호간의 우의를 돈독하게 키워나갑시다.”

“영광입니다. 꼭 대원수님의 말씀대로 시행하여 한 점 그릇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 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스트로가노프 백작!”

자리에서 일어난 스트로가노프가 곽재우에게 술을 따르는 동안 자리에 앉아있던 다섯 인물도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함께 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곽재우가 입을 열어 건배사를 했다.

“스트로가노프 백작 가문을 위하여!”

“위하여!”

이렇게 양측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만찬이 밤이 늦도록 진행되었다.

* * *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볼가 강 유역에서 출몰한 3만의 기마가 서시베리아의 대평원을 가로질러 일로 모스크바를 향해 치달리기 시작했다. 이때는 벌써 상당한 시일이 흘러 추운 모스크바에 첫 눈발이 비치고 있는 날이기도 했다.

이 순간에도 러시아의 국민군과 폴란드의 왕 지그문트 3세 휘하 정병들 사이에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연일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근 한 달여의 긴 여정 끝에 조선 군대가 모스크바에 발을 들인 날은 마침 러시아 국민군이 패해 후퇴를 거듭하고 있던 날이었다. 이를 세작들로부터 보고 받은 곽재우 장군은 즉각 참전을 결정하고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모스크바 북쪽 교외로 향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3만 기병의 출현에 깜짝 놀란 폴란드 군사들은 곧장 추격을 중단하고 자신들의 본영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이와 반대로 위중한 상황에서 아군을 살려준 조선군대를 마치 천병(天兵)처럼 대하며 반기는 국민 군대였다.

즉각 사전 조율이 끝난 포자르스키 공작이 사의를 표하기 위해 조선 군단의 병영을 방문하고, 그렇게 도도하게 굴던 쿠지마 미닌수호루크라는 인물마저도 역시 예를 표하러 군영에 들렀다.

이 둘을 맞은 곽재우는 시종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농담도 하며 이들과 환담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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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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