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1 회: 시비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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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
두두두두........!
탕탕탕탕........!
타다다당........!
천지를 진동하는 지축을 울리는 음과 함께 곳곳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모두 이불을 뒤집어쓰고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창문을 빼 꼼 열고 상황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닥치는 대로 모두 사살하라!”
“사살하라!”
날뛰는 전마를 통제하며 일개 초장이 소리치고 부하들 또한 복창하며 움직이는 물체에는 모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속에서 엘 마크는 부하들을 독려하며 적을 맞으러 나갔다. 도로라는 도로에는 모두 적이 꽉 찬 듯했다. 하지만 엘 마크는 연신 전령을 띄워 성벽 위의 군사를 내리고, 따르는 부하들을 격려하며 적을 향해 접근해 갔다.
양군이 딱 마주친 곳은 중앙 광장이었다. 얼어붙은 분수대를 중심으로 넓은 광장이 펼쳐 있었지만, 그 많던 비둘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무질서한 진군보다는 일선지휘관들이 이곳에 모두 집결시켰기 때문이었다. 곧 양군이 충돌했다. 피아간에 총격전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아군은 전마를 엄페물로 삼아 총격을 가하고 적들은 맨몸으로 이들을 대항해야 했다. 그것도 후위 부대는 칼과 창을 든 군사라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군사들이었다. 그래도 장궁 부대는 활이라도 날려 밥값은 하고 있었다.
이때였다. 뒤늦게 도착한 화기영 병사들 중 대완구, 중완구, 소완구를 다루는 병사들이 곧 적진을 향하여 곡사무기를 투사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수류탄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비격진천뢰였다.
크기도 다양했다. 작은 쇠솥만한 것부터 어른 주먹만한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였다. 천지붕렬의 대폭발음과 함께 곧 적진을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쾅 쾅 쾅.........!
콰르르 쾅쾅........!
폭발물 주변에는 제대로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모든 형태를 부수고 찢어 한편의 지옥도를 만들어 냈다. 대혼란의 아우성 속에 아군들이 일제히 전마에 올라 총격을 퍼부으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엘 마크는 이 와중에도 살아남아 악을 쓰며 지휘하기 시작했다.
“대항해라!”
“대항해라!”
그러나 처음으로 겪는 대폭발의 위력에 완전히 혼이 빠진 병사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대항.......! 컥.......!”
다시 목청을 돋우던 엘 마크가 갑자기 지상으로 추락했다. 아군의 총탄에 맞은 것이다. 이제 지휘하는 자도 없어 적진 더욱 혼란스러운 가운데, 아군은 더욱 사기 고양되어 펄펄 날았다.
이렇게 일각 정도 더 일방적인 살육이 진행되자 살아남은 적들 대부분이 무기를 버리고 아군에 투항하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이를 지켜보고 있던 곽재우가 곧 부관에게 명했다.
“전투를 중지시켜라!”
“전투 중지!”
전령에 의해 속속 일선 지휘관들에게 이 명이 전달되자 서서히 총성이 잦아들었다. 곧 전선은 평화를 되찾았다.
일부 저항하던 치들도 적의 공격이 중지되자 안도의 표정으로 모두 무기를 버렸다. 몇몇 극렬저항자들은 아군의 집단 사격을 받고 곧 전신이 걸레쪽이 되었다. 명이 없어도 곧 전장 정리가 시작되었다.
포로들의 열이 지어지고 부상자는 곧 피아 구분 없이 응급조치가 시행되었다. 시체는 별도로 눕혀졌다. 여전히 횃불 대낮같이 타오르는 가운데 전과가 보고되었다. 적의 포로 12,037명, 죽은 자가 1,588명, 중경상자가 1,256명이었다.
중경상자 중에는 엘 마크도 포함되어 곧 후송되어 별도의 치료를 받게 되었다. 곧 아군의 피해도 밝혀졌다. 저들에 비하면 경미해 다친 자 포함하여 354명이 발생했다. 곧 아군은 둘로 나뉘어졌다.
1개 여단은 성 안에 남아 혹시 모를 저들의 준동에 대비하는 한편 치안을 유지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산자 죽은 자를 포함하여 모두 이끌고 아군의 병영으로 귀환했다. 곧 죽은 자들의 신원이 산 자에 의해 파악되고, 부상자는 적아 구별 없이 집중 치료를 받게 되었다.
포로들은 한군데 집단 수용되어 아군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되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새고 있었다. 머지않아 식사가 제공되고 아군은 교대로 취침에 들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정상체제로 전환된 것은 이튿날이었다.
대원수 군막 안.
제장과 모사들이 둘러앉은 이 군막 안에는 적장 엘 마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총에 피격되었지만 피륙이 찢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낙마 과정에서 허리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거동불능 상태로, 의자에 앉혀진 상태에서 아군의 심문을 받고 있었다.
심문도 막바지 상태였다.
“만약 너에게 동방 정복을 명한다면 어찌 하겠느냐?”
곽재우의 질문에 즉각 되묻는 그였다.
“부하들과 함께 말이냐?”
“이 새끼가 어따 대고 반말이야?”
부관이 즉각 달려가 조인트를 까려하자 이를 손을 들어 제지한 곽재우가 답했다.
“그렇다. 물론 일부 아군도 포함될 것이다마는.”
“가능하다!”
부관이 노려보자 딴청을 하는 그였다.
“좋다! 일단 내보내도록!”
“네, 대원수님!”
그가 들 것에 실려 나가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당번병이 군막 안으로 찾아들어 보고를 했다.
“세작 하나가 찾아와 보고할 것이 있다합니다. 대원수님!”
“들여라!”
상인차림의 제법 나이든 자 하나가 당번병에 의해 이끌려 들어왔다.
그는 곧 대원수 곽재우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자신의 상관인 카춤 칸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전달했다. 아마도 러시아에 대한 정세보고서 내지 그에 관련된 것들이라. 이는 분명히 위그르 문자로 되어 있어 곽재우 자신이 본다고 해도 알 수 없으므로 잠시 기다렸다.
곧 카춤 칸이 입을 열었다.
“지난 가을 니주니 노브고로트의 상인들이 장로 쿠지마 미닌의 제창에 호응하여 군자금을 각출한 것을 계기로 제2차 해방군이 결성됐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의 대표로는 포자르스키 공작이 임명되었고, 현재 폴란드 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합니다. 그 외 로마노프 가문이 러시아에서는 유력 가문이라는 정세 분석도 있었습니다.”
“알았네!”
이때였다.
나갔던 당번병이 다시 들어와 보고를 했다.
“어떤 자 하나가 횡설수설하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를 못하겠습니다. 아마도 러시아 내에서 온 자가 아닌가 합니다. 대원수님!”
“그래? 일단 들여보내라!”
“네!”
곧 당번병이 모피로 제법 멋을 낸 부유해 보이는 자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가 곧 러시아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이에 곽재우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는데 카춤 칸이 즉시 통역을 했다.
“니콜라스 루츠라 하옵고 원래는 모피 수집상이나, 오늘은 스트로가노프 백작가의 명을 받고 온 사자라 합니다.”
“그래서?”
곽재우의 물음을 전해들은 그가 답했다.
“본 스트로가노프 백작가는 조선 군대에 협력하여 동방의 모피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자 합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곽재우의 버럭에도 니콜라스 루츠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스트로가노프 백작 가를 설명하는 그의 말이 너무 길었으므로, 그의 말을 요약하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스트로가노프 백작가는 이곳과 가장 가까운 우랄산맥 너머 일대는 물론 볼가 강 유역까지 광대한 면적을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로써 그 부(富)는 러시아 제일이라 했다. 러시아 문화 예술의 후원자로도 이름 높은 스트로가노프 가문은, 곽재우는 몰랐지만 원 역사에서도 아직 존재하고 있는 명문이었다.
모스크바 스트로가노프 예술아카데미와 같은 세계적인 명성의 학교는 물론 유럽의 유명한 보양식을 탄생시키기도 한 가문인 것이다. 스트로가노프 예술아카데미는 이 가문이 1825년 설립한 대학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예술교육 기관이 되었다.
러시아의 상징주의 화가 미하일 브루벨, 초기 인상주의 화가 콘스탄틴 코로빈 등이 이 아카데미 출신이다. 또 이 가문이 즐겨 먹던 음식의 한 종류는 이 가문의 이름을 따, 비프 스트로가노프라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요리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쇠고기를 얇게 썰고, 양파, 버섯을 버터로 바른 프라이팬에 볶아서 스프에 넣은 다음 삶는 음식이었다. 아무튼 그는 이어 그는 모피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중상주의 시대인 이 당시, 네덜란드에서 많은 수의 모피 수입상이 활동하고 있었다. 사실 이 당시에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서 수많은 모피 상인이 이익을 보고 있었다. 부르주아 계층이 부를 축적하면서 사회적 위상을 높여가던 시기였다. 중세 내내 모피 옷은 왕족과 귀족이 사랑하던 최고급 명품이었다.
특정한 모피, 예를 들어 어민(북방 족제비의 흰색 겨울털로 판사의 법복 장식에 사용)이나 배어(회색, 흰색 무늬가 있는 다람쥐 털로 귀족의 외투 깃 장식에 사용)는 최상 신분층만 사용할 수 있다는 명령이 공포되기도 했다.
신분에 따라 입을 수 있는 모피 종류를 제한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한 것이다. 16세기 이후 부유한 신흥 부르주아들이 신분을 사들이고 고위직에 임명되기도 했는데, 이때부터 모피는 중산층에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모피에 대한 인기는 모피의 최대 공급지인 러시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각지가 새 교역로를 통해 단일한 네트워크로 통합 돼가던 16세기에, 유라시아 면적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시베리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예르마크의 동방원정을 후원해 재미를 본 스트로가노프 가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목말라 하고 있었다. 세계는 더 많은 모피 공급을 원했지만 아직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더욱 강대한 세력이 이 지역에 출현했다는 것은, 더 많은 모피를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대지주이자 대 상인인 스트로가노프가 보기에는, 항상 수요가 부족한 모피를 대대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이런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사실 우랄산맥 이동에는 검은담비, 족제비, 비버 등의 질 좋은 털과 가죽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전부터 이반 4세의 특허를 받아 우랄 지방에서 모피산업, 제염업, 광산업, 농림어업 등을 일으키고 있던 이들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조선이 진격을 해올 때부터 이 가문은 이 지역 정세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설명한 바와 같이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으므로,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자라면 당연한 조처였다.
그 결과 미리 대책을 세워놓은 이들은 곧바로 이런 제안을 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들이 무력이 강했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는 있지만 무력이 약했던 이들은 곧 돌아가는 정세를 꿰뚫고 딴에는 과감한 배팅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무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곽재우는 일시에 단안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전과 보고와 함께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여 장계를 작성하기로 했다. 황상에게 모든 판단을 미룬 것이다.
한편 이때의 황제 이진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채 제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이칼 호 내의 제일 큰 섬에 누각 하나를 짓고, 그 안에는 시조 단군성제의 초상화를 모신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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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일요일을 제외한 일일 한 편씩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세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다보니 너무 여유가 없군요.
감사드리고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