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3 회: 전운(戰雲)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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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로 띄워진 파발과 칙서에 의해 대 조선제국의 군대가 동원되기 시작했다. 옛 명 땅에 주둔하고 있던 조선군 25만에, 장성 부근에 주둔하고 있던 권율 휘하의 20만 군사 총 45만이 동원되고, 비밀리에 파발을 띄워 몇 갈래의 군사를 별도로 움직이게 했다.
여기에 충의왕 구유크가 3만, 충순왕 소낭태길이 5만 기병을 파병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이에 반해 아직 거취를 알 수 없는 틈왕 이여송이었다. 지금 그는 대 조선제국 황제 이진이 보낸 칙사 즉 외무부 장관 신충일을 만나고 있었다. 안부의 인사가 끝나자 신충일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빈정거렸다.
“허허.........! 감숙 땅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외다.”
“무슨 말이오?”
이여송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되물었다.
“허허........! 글쎄, 틈왕에게 하사한 땅을 달자(몽골인을 비하하여 이르는 말) 놈들도 노리고 달려들고 있질 않소?”
신충일의 말에 이마를 찌푸리며 입을 닫고 있는 틈왕이었다.
“황상 폐하께서 줘도 못 먹으니, 그 놈들이나 먹으라고 줄 수밖에 요.”
“그것이 글쎄........! 이제 와서 징세를 하려니 백성들은 아우성이고, 병사들은 하나 둘 이탈하여 이제 채 10만도 남지 않았소이다. 그러니 황상의 은혜를 저버릴까봐 노심초사하나 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 구료.”
“허허허.........! 엄살 그만 떠시고 얼마나 동원하실 수 있겠소?”
“그것이 글쎄.........”
우물쭈물하며 즉답을 못하는 틈왕 이여송이었다.
“황상의 기대가 크시오.”
“신 공의 말대로 오죽하면 감숙 땅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겠소. 그러니 신 공이 잘 여쭈어.........”
“결론만 말 하시오. 지금도 시시각각 적의 말굽이 감숙으로 다가오고 있소.”
변명으로 시종일관하는 이여송을 다그치는 신충일 이었다.
“최대 5만 정도.........”
“지금 누굴 놀리오? 그를 곧이 곧 대로 보고해 보오. 황상께서 노하시어 당장 이곳부터 점령하라고 호통을 치실 게요.”
“허허........! 이것 참........!”
이러도 못하고 저러도 못하고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는 틈왕 이여송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실눈을 뜨고 그의 의중을 탐색해 보는 신충일이었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사시는 것은 어떻소?”
“그것은 또 뭔 말이오?”
“차제에 이 땅은 버리고 저 서장이나 점령하여 그 주변을 아우르라는 말이오.”
“혹여 그게 황상의 뜻이오?”
“그렇다기 보다는 본 칙사의 뜻이지만 아마 품신하면 허락하실 것 같아서.........”
“그 거친 땅에 가서 또 그곳의 활불하고도 싸워야 하고.........”
“본 장관이 보기에는 온전히 이 땅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아, 틈왕에게 이르는 말이오.”
“그것 참.........!”
어이없다는 얼굴로 잠시 신충일을 바라보나 그의 말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어서, 이래저래 난감한 틈왕 이여송이었다.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던 신충일이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잘 생각하기 바라오. 하루 말미를 주겠소.”
그리고는 틈왕이 말릴 새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나는 신충일이었다.
“저런, 저런.........!”
뒤에서 욕을 하나 이제는 거꾸로 되어 명나라 장수였던 그가 칙사를 상전 대하듯 해야 하니,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는 이여송이었다. 그러나 힘이 약한 걸 어쩌겠나. 터벅터벅 접견실을 빠져나온 이여송은 곧 중신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얻어진 결론은 최대한 군사를 동원하여 대 조선제국 황제의 노여움을 면하자는 것이다. 곧 이 땅을 떠나기 싫다는 명징(明徵)이었다.
* * *
저력토의 기병 4만은 감숙의 서쪽 영등(永登)으로 짓쳐들고, 할하 3부의 카라쿠라의 6만 군사는 감숙의 북쪽 경태(景泰)로 쇄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감숙의 성도인 난주(蘭州)가 최종 목표인 듯했다.
이에 맞서 조선 군사도 징발하니 일단 제남에 집결한 조선군 25만은 해군에 의해 황하 수로를 따라 난주로 향하고, 장성 부근의 권율의 군사 20만 또한 보무도 당당히 행군을 계속하는데, 전선에 제일 먼저 도착해 적과 조우한 것은 충순왕 소낭태길의 5만 군사였다.
한창 경태 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맹공을 퍼붓던 카라쿠라의 군사들에게 적의 출현은 곧 성을 포기하고, 충순왕의 군사를 맞아 싸우길 강요하고 있었다.
등과 배 양쪽으로 군사를 맞아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카라쿠라는 성의 포위를 풀고 북쪽 초원지대로 물러났다. 충순왕 또한 이들의 뒤를 쫓으나, 숫자에서 불리한 것을 알고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에 카라쿠라 측에서도 원군이 있을 것을 저어하여 사방으로 탐마를 띄워 적정을 살피느라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동쪽에서 충의왕의 군사 3만이 접근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곧 전투를 서두르게 하고 있었다.
적이 합세하기 전에 물리치는 것은 병법을 모르는 아녀자도 알일. 이에 카라쿠라는 대회전을 준비하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한편 충장왕 저력토는 영등 성을 떨어트려 막 약탈을 자행하고 있는데, 정찰 쪽에서 적의 출현을 알려왔다.
군사는 제일 늦게 출전시켰지만 지근거리에 있던 틈왕 이여송의 10만 군사였다. 이에 저력토는 약탈을 중지시키고 군사를 서쪽으로 물렸다. 그러나 틈왕의 군사는 마치 전투가 의지가 없는 사람들처럼 자신들을 쫓지 않고 동문 쪽 앞 벌판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
마치 원군을 기다리는 전술인 듯 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봐도 틈왕의 군사에게 큰 전투의지가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드는 저력토였다. 또 보기에 대부분이 보군이라 전원 기병인 자신들의 군사 4만과 전투력을 비교해도 분명 낙승이 예상되는 싸움이었다. 이에 충장왕 저력토는 여유 있게 적을 향해 나아갔다.
이 마장 전방에서 보니 이 여송의 군대는 마치 거북처럼 아니 고슴도치처럼 10만 군사가 잔뜩 웅크린 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즉 그물 코 같이 촘촘한 밀집 방진을 이루고, 달려들면 쏠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저력토가 보기에는 보군은 보군이었다.
“공격 앞으로!”
“공격 앞으로!”
충장왕 저력토의 명에 4만 군사가 탄력을 받기 위해 일제히 말을 채찍질해 달려 나갔다. 이들이 달려들기 전부터 이여송은 후회로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신충일의 독촉에 너무 빨리 군사를 내는 바람에 단독으로 저들을 맞게 생겼으니 이 얼마나 후회 막급한 일인가.
후회는 백 번을 해도 벌써 때가 늦은 법. 틈왕 이여송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거마창 부대를 선두 대열로 바로 뒷열에는 궁수들을 배치하여 적을 향해 화살을 날리도록 했다. ‘발사!’ 소리를 하지 않아도 전마들의 발굴음 소리에 놀란 아군이 무조건 시위부터 당기고 있었다.
그만큼 4만 기병의 일제 돌격은 무시무시한 바가 있었다.
이때였다.
와아.........!
천지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함성과 함께 조선 기병들이 동쪽으로부터 질주해 오고 있었다. 그 뒤로는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조선군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게 되는 이여송이었다. 반면에 저력토는 황당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조선군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인 까닭이었다.
정찰대부터 착각을 한 것이 있으니 당연히 조선군이 육로로 올 것이라 믿고 그 쪽을 위주로 정찰하다가 수로를 따라 상륙한 적을 발견치 못해 이런 낭패스러운 경우를 당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전령 하나가 당도하여 고하는데 그야말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소리였다.
“전하! 조선 기병 2만이 출현하여 본거지에 남아 있던 각 부족의 그나마 쓸모 있는 아녀자나 아이들을 모두 납치해 가고 있사옵니다.”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어디서 조선군이 나타났다는 게야?”
“정확한 것은 모르겠사오나 운남이나 귀주 방면의 군사가 아니올 런지요?”
“조선 국왕 그 새끼가 아주 작정을 했구나!”
분노에 몸을 떨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적은 점점 다가와 이제 채 2마장도 남지 않았다.
“안 되겠다. 일단 돌아간다!”
“네, 전하!”
“후퇴다, 후퇴!”
“후퇴, 후퇴!”
남은 속에서 피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고 전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아라 하며 금방 말을 돌리는 부하 놈들이었다.
괘씸한 생각대로 하면 금방 쳐 죽이고 싶지만 그러다보면 거의 절반 이상을 죽여야 할 판이었다. 쓸데없는 감상을 말채찍을 휘두르는 것으로 일소한 그부터가 앞장을 서서 자신의 근거지인 청해 쪽으로 달아났다.
조선 기병의 끈질긴 추격 속에 저력토가 자신의 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이것은 정말 참담했다. 곳곳에 곡성이 진동하는 속에 쓸모없는 노인과 열 살 이하의 아이들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보이지를 않았다.
물어보나 조선군이 납치해 갔을 것을 자명한 노릇. 울분을 이기지 못한 저력토가 뻣뻣이 뒤로 넘어가는데, 함께 출전했던 15세 난 아들이 깜짝 놀라 넘어가는 저력토를 받쳤다.
“전하.........!”
잠시 후 겔 안으로 옮기고 물을 끼얹어서야 깨어난 저력토가 시종 옆에 있던 아들에게 물었다.
“조선군은 어찌 되었느냐?”
“반나절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추격해 오고 있다하옵니다.”
“그 놈들이 우리를 아예 토끼 몰듯 하는 구나! 안 되겠다. 여기서 끝장을 봐야겠다.”
“안 됩니다. 아버님! 중과부적입니다. 뒤로는 보군이 새까맣게 쫓아오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일단 서장으로 피신하여 라마들과 합세하여 훗날을 도모하는 게 좋겠사옵니다.”
“허허........! 제법 많이 컸구나. 이 아비보다 낫다. 그래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했다. 일단은 그곳으로 피신을 했다가 그들과 합세하여 이들을 물리치도록 하자.”
저력토 역시 범용한 인물은 아니라서 아들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다시 군사들을 출발시키도록 했다.
따르는 군사 모두 피눈물을 흘리며 일로 일로 서장으로 향하는 저력토의 몽골 군사였다. 노약자들까지 데리고 가다가는 금방 추격을 받는 것을 당연한 노릇.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부모와 어린 자식들을 떼어놓고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이 서장으로 달려가는 그 순간. 경태에서는 충순왕과 카라쿠라 군 사이에 대회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록 5만대 6만이지만 충순왕의 군대는 그를 따라 전쟁에 참여하길 몇 번. 역전의 용사와 다른 부족이나 털던 늑대무리 간에 전 부족의 운명을 건 대회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태 성 동쪽 벌판을 양군이 새까맣게 뒤덮은 가운데 서로 격돌하니 피아간에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한 탓이었다. 이럴 때는 적장을 잡는 것이 아군의 피해 없이 가장 빨리 승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오랜 노략질로 터득하고 있던 카라쿠라가, 소낭태길을 향해 일직선으로 말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그런 그를 향해 아군 진영을 미친 듯이 질주해오는 아군 병사 하나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위급을 알리는 빨간 기가 들려있었지만, 한창 전투 중이라 순순히 길을 터줄 수도 없는 노릇. 그 자는 걸리적거리는 아군을 마구 베어내며 카라쿠라에게 돌진해 왔다.
이를 카라쿠라를 따르던 천인장 하나가 발견하고는 카라쿠라에게 소리를 질렀다.
“칸! 전령이옵니다. 무언가 상황이 심각한 것 같사옵니다.”
“무슨 소리냐?”
“잠시 기다려 보시죠.”
할 수 없이 달리던 전마를 멈추고 전령을 기다리는 카라쿠라였다. 이윽고 전마 속에서 유영하던 전령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전령이 미처 숨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묻는 카라쿠라였다.
“헉헉.........! 큰일 났사옵니다. 칸!”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조선군 20만이, 이쪽이 아닌 저희 부족의 근거지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칸!”
“뭐라고? 그럼, 크, 큰일 아니냐? 부족에는 부녀자와 노약자들만 남아.........”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칸!”
“안 되겠다. 전투를 중지시키고 원대 복귀한다. 명을 전달해!”
“네, 칸!”
그의 명령은 그들 군사들에게 대 혼란을 이야기 했고, 등을 돌리며 달아는 이 순간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할하 3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전투력 없는 부족민을 마냥 방치할 수 없어 전 속력으로 귀환하는 이들 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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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요즘 문피아에 기 연재했던 ‘경제대통령’을 리메크하여 올리고 있는데, 올린 지 1주일 만에 출판계약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속 시끄러워 글을 제대로 쓰질 못했습니다.
아무튼 죄송하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