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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45화 (145/210)

< -- 145 회: 명의 반쪽 땅을 차지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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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조회시간.

제 대신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한동안 말이 없던 이진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태자 흔을 황태자로 세우는 책봉례를 할 예정이니 그렇게 아오. 차제에 가례도감도 설치하여 태자비를 맞을 수 있도록 같이 준비해주길 바라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이 모든 조치를 예조에서는 차질 없이 준비해주고, 또 하나 행정 체계도 좀 바꾸어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소. 사람이 자라면 마치 그에 걸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 이치와 같이, 보다 세밀한 조직과 제도가 필요치 않은 시점이 아닌가 하오.”

여기서 말을 끊고 재 대신의 반응을 살피나 아무런 말이 없자 이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의중을 풀어놓았다.

“이제 우리 조선도 보다 선진화 된 조직이 필요치 않은가 싶어 짐이 제안하니 잘 검토해주기 바라오. 첫째 중앙의 제도는 이대로 두되 단 지난날 명의 구 개 성까지 통치해야하는 바, 부(副) 자리를 신설하여 이 자리에는 우리 조선인과 명인(明人) 한 사람씩을 복수로 임명하여 더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한족(漢族)들의 의사도 반영하려 하오. 또 차제에 지방 관제도 좀 바꾸었으면 하오. 즉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행정, 재판, 군사 등 모든 것을 지방 수령이 갖고 있으나, 이는 한 사람에게 너무 과중한 업무가 부과되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소. 또 수령 하나를 잘못 임명하면 모든 것이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니 큰 폐단이 아닐 수 없소.”

“해서 짐은 명의 제도를 도입해 이를 행정, 사법, 군사로 권한을 분산시키고 싶소. 즉 명이 각 성에 포정사사, 제형안찰사사, 도지휘사사 등을 파견하여 모든 권한을 분산 시켰듯 그렇게 하되, 성의 최종 책임자로는 순무(巡撫)를 두어, 지방 조직의 감찰을 행하고 싶소. 마치 우리나라의 관찰사와 같이 제 주현을 관리감독 내지는 감찰하여 보고하는 것이지요. 하고 우리가 직할통치하지 않는 곳은 총독(總督)을 임명하여 그를 통하여 우리의 의지를 그쪽에도 적극 구현하려 하오. 이 제도가 어떠한지 득실을 논해주기 바라오.”

“또 말과 글 또한 당분간 복수를 공용어로 택하되, 한자와 언문 즉 한글을 병행표기토록 하오.”

“한글을 병행표기 한다 하심은 시간 낭비옵고, 권한이 줄어드는 지방 수령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바 이는 어찌 처리 하실 런지요?”

형조판서 유영경의 말에 이진이 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요. 위대하신 성군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글을 병기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니요?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자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과학적인 한글만은 28자로 모든 것을 다 표시할 수 있소. 한자야 말로 그 것을 다 익히느라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소. 앞으로 이는 우리 조선이 번영하면 세계어가 될 것인즉 그리 알고 반드시 이를 실천해야 하오. 대국이라는 명을 보시오. 오늘날 우리에게 장감 이남을 떼어주고 시름하지 않고 있소. 이와 같이 그들의 것 중 본받을 것은 과감히 수용하되 우리 것이 나은 것은 그대로 실행하여 세계 공용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오. 하고 이는 짐의 확고한 방침이니 더 이상은 이 문제에 대해서 논하지 마오. 그리고 ........”

여기서 잠시 말을 끊은 황제 이진의 눈이 매섭게 번뜩이며 좌중을 훑고는 다음 말이 이어졌다.

“당연히 기존 관리들의 반발이 예상되나 그것을 잠재우는 것 또한 제 대신들의 책무 중 하나. 이것을 짐에게 묻다니 무엇이 잘못 된 것 아니오? 만약 반발하는 자가 있다면 전원 체직시켜 아니 우리 조선의 영토 너무 넓고 인구는 적은 바, 아예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그곳으로 강제 이주를 시켜, 그곳의 인구나 늘릴 수 있도록 하오. 아시겠소?”

“하옵시면 관리가 수없이 늘어나야 할 텐데, 이를 어찌 충원하려 하시는지요?”

예판 남이공의 긴급 질문에 이진이 답했다.

“과거로 뽑아야지요. 허나 동시에 그 수많은 관직을 다 채우려면 인재고갈에 시달리지 않을까 짐은 걱정이라오. 하니 서얼이니 어쩌고 가리지 말고 능력이 있는 자라면 모두 수용하여 관직을 하사하되 당분간은 높은 지위에 올리지 않으면 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예조에서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당분간 옛 명(明)의 관리들을 그대로 두되, 그쪽도 문무는 물론 여타 잡과까지 과거를 시행하여 참신한 인재를 선발해야 할 것이오. 특히 짐이 과학의 발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바, 비록 명인 일지라도 이 분야에 재능이 있는 자라면 귀천을 가리지 말고 등용하도록 하오. 아니 지난번 우리가 시행에 재미를 본 각 군 당 2인 이상의 재능 있는 자를 무조건 추천토록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이제 이진이 명의 남부까지 정복하여 통치하게 되자 그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반면에 신료들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 함에 제 대신들이 예스 맨 내지는 거수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제대로 자신의 의견도 발표하지 못하는 제 대신들을 보며 이진은 자신의 독주를 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진이 묵묵히 앉아 있자 예조판선 남이공이 고개를 들어 발언을 했다.

“왜에서 화친을 하고 새로 국교를 트자고 하며 통신사 파견을 또 제의해온 바, 이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황상의 하교를 바라나이다.”

“흐흠.......!”

침음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진이 답했다.

“당분간 우리가 먹은 명을 온전히 소화시키려면 주변의 평화가 중요하오. 하니 그들의 뜻대로 해주되 통신사절에는 반드시 대규모 간자도 포함시켜 그들의 내부를 더욱 자세히 살 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오. 하고 짐이 정보 부서를 통해 듣기로 덕천가강은 히데요리의 재정을 고갈시키기 위해 히데요시가 하던 중단된 불사 조성사업을 강력히 종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 이는 결과적으로 정말 히데요리의 재정이 궁핍화 되어 멸망으로 가는 지름 길 인즉, 위의 사실을 널리 유포시켜 히데요리가 응하지 않게 하고, 옛 풍신수길의 부하들이 단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도록 하오.”

“아니지 아예 조건을 거시오. 히데요리를 아측 통신사가 접견할 수 있으면 통신사를 파견할 것이고, 아니면 할 수 없다고 하오. 물론 통신사는 히데요리와의 접견 시 이 내용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고, 또한 오사카성의 해자를 메움으로써 오사카성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바, 이에는 절대 응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지시키도록 하오. 이렇게 되면 이에야스 후손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어, 왜의 분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이진의 선견력(先見力) 내지는 통찰력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는 제 대신들이었다. 그들의 복명을 건성으로 들은 이진이 맺음말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오늘 짐이 명한 것을 바로 실행토록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 * *

그날 저녁이었다.

이진은 황태자 책봉과 황태자비 간택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 위해 황후는 물론 제 비들을 강녕전으로 불러들였다. 모처럼 함께 식사라도 하며 그들의 자식도 혼기가 참에 따라 그녀들의 의견도 듣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제 비들이 모였으나 어쩐 일인지 조 귀비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이진이 제조상궁을 향해 물었다.

“조 귀비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요?”

“청연공주(靑蓮公主)가 좀 아프다 하옵니다. 황상!”

“그래? 그런 일이 있으면 진즉 짐에게 보고할 것이지.......?”

“큰 병은 아니옵고 다만 가벼운 몸살 정도 인가보옵니다. 황상! 이를 보고하면 황상께 심려를 끼쳐드린다고, 조 귀비께옵서 신신당부를 하는 바람에........”

“짐이 청연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면 조 귀비는 그런 말 못하지. 조금 아프더라도 이 아비에게 고해......... 그러나 저러나 어의는 다녀갔는가?”

“그런 줄 아옵나이다. 황상!”

“안 되겠다. 짐이 직접 가보아야겠다. 어서 앞장서라!”

“네, 황상!”

졸지에 함께 식사를 하려던 자리가 황후는 물론 제 귀비들을 이끈 황제의 병문안 자리로 바뀌었다.

이진에게는 금번 황태자로 책봉되는 이흔 외에도 여러 명의 태자와 공주가 있었다. 네 귀비에서 일차로 얻은 아들 넷에 딸 하나, 그리고 삼년 후에는 공교롭게도 아들을 낳았던 귀비들이 모두 딸을 낳았고, 조 귀비는 반대로 아들을 낳아, 제 귀비들 모두 아들 하나에 딸 하나를 두고 있었다.

이 외에도 빈들에게도 아들과 딸이 무수히 태어나니 솔직히 이진은 자신의 자식이 정확히 몇 명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가정사에는 등한히 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겠다. 아무튼 황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조 귀비의 처소에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나서야 이진은 그의 첫 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청연공주 또한 황태자와 나이가 같아 금년 15세였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벌써 처녀 테가 나는데 다행이랄까 불행이랄까 어미의 이목구비는 물론 신체까지 빼 닮았으나 이진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진은 그런 딸을 어느 누구보다도 애지중지 아꼈다. 그래서 주위에서 보면 가끔 딸 바보로 비칠 만큼, 청연의 청이라면 안 들어주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 이진이었다.

그런 애지중지하는 딸이 아프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온 이진이 그녀의 방에 드니 그는 침상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이진이었다.

“그냥, 누워 있거라!”

“어찌 아바마마를 누워 맞을 수가 있사옵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청연을 본 이진이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말했다.

“그냥 누워있어도 된다는데 그러는 구나.”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달려들어 그녀를 부축해 일으킨 이진이 다정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어디가 그렇게 아픈 고?”

“신열이 조금 있는 정도 이옵고, 크게 아픈 것은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조심 하질 않고.........”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딸을 부축하고 있던 이진이 그런 딸을 번쩍 안아들고 눈앞에 얼굴을 마주대하며 새삼 부정이 뚝뚝 떨어지는 음성으로 불렀다.

“청연아!”

“네, 아바마마!”

“평소 이 아비에게 할 청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다 말하도록 하라. 단 시집가겠다는 말은 빼놓고.”

“호호호........!”

이진의 말에 주변의 귀비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리는 가운데 한 옆에 근심스러운 기색으로 서있던 청연의 어미 조 귀비가 말했다.

“하면 황상께서는 그 아이를 언제까지나 품 안에 두고 보시려고요.”

“정말 시집보내기 싫다. 이렇게 예쁜 딸을 안 보고 어찌 사누?”

이진의 솔직한 속내에 누구하나 웃지 못하고 아미를 찡그렸다.

딸 아이 하나씩을 둔 귀비들이다보니 그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 대신에 황후가 우려를 전했다.

“아무리 그래도 시집은 보내야지요. 처녀 귀신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옵니까? 황상!”

“그야 그렇지만, 보내도 아주 늦게 보낼 테다.”

“소녀는 시집가기 싫사옵니다. 평생을 아바마마를 모시며 살고 싶사옵니다. 아바마마!”

“정말이냐?”

희색이 만면하여 묻는 이진을 향해 혀를 끌끌 차는 허 황후였다.

“정말 딸 바보가 따로 없군요. 자식 앞길 망치는 것 몰라요?”

“하하하........! 청연이 함께 산다니 괜히 기분이 좋은 걸. 하하하.......!”

모두 미소를 짓는 가운데 청연공주가 말했다.

“아바마마, 힘드시옵니다. 이만 내려주시옵소서!”

“이 애비 품이 싫은 게 아니고?”

“절대, 절대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러나 저러나 빨리 나아야지. 뭐 먹고 싶은 음식은 없느냐?”

“토마토가 먹고 싶사옵니다. 아바마마!”

“엉?”

당황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이진이었다. 토마토 역시 서역에서 들어온 작물로 이제는 조선에도 많이 보급되었으나 삼월인 지금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

물론 사포서(司圃署)에서 한지로 만든 온실에서 여름 과일도 재배를 하고 있으나, 그곳에서도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당황도 잠시. 이진이 김 상선을 돌아보며 물었다.

“들었지?”

“네, 황상! 곧 고산, 해산도, 루손, 브루나이 아니 호주까지라도 명을 내려 토마토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으면 진상하도록 명하겠나이다. 황상!”

“하하하.........! 역시 김 상선이야. 오래 측근에 있더니 이제 짐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하구나!”

이진의 칭찬에도 전혀 기쁜 빛 없이 이를 즉시 대전내관에게 지시하는 김 상선이었다. 그런 그들을 일별한 이진이 다시 청연공주에게 눈을 맞추며 물었다.

“다른 먹고 싶은 것은 없고?”

“은이 연자탕이 먹고 싶사옵니다. 아바마마!”

“이것은 되겠지?”

“네, 황상!”

“얼른 가서 주문하고 와.”

“네, 황상!”

수라상궁이 달려 나가는 것을 보며 이진은 만족한 웃음으로 사랑스러운 딸을 인자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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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보내주신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달 8월을 맞아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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