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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41화 (141/210)

< -- 141 회: 명의 반쪽 땅을 차지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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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기어코 적의 포탄에 맞아 문루가 박살이 났다.

그 파편을 얼굴에 맞아 사대수(査大受)는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독전을 멈추지 않았다.

“몸으로라도 막아! 성문을 사수해!”

부하들 그의 용전에 감화되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연신 준비된 통나무 기둥을 던지고 밑에서는 이를 받아 판재와 함께 보강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정통으로 포탄이 문에 맞는 날이면 파편에 중상을 입고 뒤로 후송되는 자도 숫하게 생겨났다.

전투는 성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의 기병 수없이 들며 날며 마상에서 조총과 편전을 난사해 명군을 하나라도 더 죽이기 위해 애썼다. 채 공성 무기를 준비하지 못한 조선군의 한계였지만 그들의 공격을 하찮게 여기는 명군 병사는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영파 성의 사면을 포위하고 치열한 공방이 한 시진쯤 되었다고 생각되어지는 순간 동문에서 큰 함성이 일어났다.

와아..........!

기어코 성문이 파괴된 것이다.

성문의 잔해가 아직 장애물이 되어 버티고 있지만 그곳으로 조선의 기병들 수없이 쇄도해 들어오고 있었다. 성안으로 적 병사들이 들어오는 것은 촌각의 여유밖에 없을 터. 문루에서 급히 내려온 사대수는 성루에 서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모두 내려와 성문을 사수해. 이곳이 뚫리면 끝나는 것이야!”

“네, 장군님!”

성문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 내려와 성문을 뚫고 들어오는 조선 기병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파괴된 잔해로 인해 아직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조선 기병을 상대로 명군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러나 말 위에서 훌쩍 뛰어내린 조선 기병들의 무예는 역전의 용사들답게 절륜한 바가 있었다.

명군 혼자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고 몇 몇 명씩 달라붙어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괴력을 발휘하는 조선 기병들이었다. 이에 따라 들어온 다른 기병들이 일면 장애물을 치우고 일부는 전투에 합세하니 성문 앞이 건곤일척의 승부처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조선 기병들의 달려드는 숫자가 점점 많아지는데 반해 사대수의 독전에도 불구하고 명군은 합류하는 숫자가 점점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사대수의 눈이 종내는 먼 곳을 향했다.

“과욕이었던가?”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 죽어도 할 수 없지. 내 나라를 위해서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심기일전한 그가 곧 전장으로 달려들며 외쳤다.

“어떻게든 막아! 이곳이 뚫리면 부모형제가 다 죽는 거야!”

그의 목쉰 외침에 발분하는 명나라 병사들이었다.

내 한 목숨은 괜찮다. 그러나 부모형제 처자식까지 죽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비장해질 수밖에 없는 명군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더욱 과감해진 공세에 한동안은 주춤하는 조선기병들이었지만, 이를 더욱 밀려드는 숫자로 해결하는 조선군이었다.

이렇게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길 어언 일각 여.

사대수는 직접 온몸으로 조선 기병과 맞서지 않을 수없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었다.

“에잇, 죽어라!”

지휘 검을 번뜩이며 조선 기병 둘을 상대하는 그지만 벌써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을 깊숙이 꿰뚫고 들어오는 환도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눈이 부릅떠지는 사대수였다.

그런 그에게 적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다른 자의 환도가 번뜩였다고 느끼는 순간 사대수는 그의 목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느낀 단상이었다.

“적장을 목 베었다!”

“적장이 죽었다.

두 조선 기병의 외침은 적이나 아군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와아........!

아군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는 가운데 적들은 낙담해 벌써부터 항복하는 자가 나오는가 하면, 싸우는 자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성문마저 완전히 치워져 이제 적의 기마가 대규모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우와.........!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말을 달리면서도 이들은 여진족의 장기인 마삭 던지기를 잊지 않았다.

휙~! 하는 파공음이 들리는 순간 여지없이 명군 하나가 끝의 올가미에 걸려들어 질질 끌려가고 있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이런 병사가 있는가 하면 조총과 편전을 난사해 닥치는 대로 군이고 민간인이고 가리지 않고 살상하는 자들도 숫했다.

천지사방,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영파 성내에 곡성이 진동하고 비명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조선 기병들은 일체의 자비 없이 군이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복하라는 말도 없었고 눈에 띄면 불문곡직 조총을 난사하고 편전을 쏘았다. 뿐만 아니라 일부의 살수들은 그 가진 도로 잔인하게 명나라 백성을 난자하는 자도 있었다. 마치 원나라 군이 명의 땅을 점령할 당시, 항복하는 성민은 살려주었지만, 저항하던 성은 그 성이 떨어지는 순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학살을 자행하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되니 성 안 곳곳이 시체로 뒤덮였고, 피는 흘러 내를 이루고 있었다. 이때야 비로소 낭패아한은 명을 내려 일방적인 학살을 중지시켰다.

“그만, 그만 하도록 해라! 항복하는 자는 받아주고 이후 절대 병사가 아닌 자는 건들지 말라!”

곧 그의 명이 곳곳에 전파되니 한결 곡성이 줄어들었고, 비로소 병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영파 성내의 총성 멈추고 전과를 헤아려보니 항복한 적의 숫자 겨우 1천 명을 넘었다.

일개 위(衛)가 5,600명인 바, 다른 때 같았으면 최소 2천 이상의 항복병이 생겨났을 것이나, 처음부터 닥치는 대로 죽인 결과였다. 아무튼 전장을 정리한 낭패아한은 곧 장계를 띄우고 신립의 지시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 시간 신립은 중요 거점에 각 여단 병력을 파견해 절강 성의 점거에 들어갔다. 완전 지배를 위한 점거로 이들에게는 엄명이 떨어지니 절대 명의 백성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지시였다.

만약 이를 어기다 적발이 되면 현장에서 효수해 전군에 조리돌리겠다는 추상같은 명이었다. 이는 황제 이진이 작전을 개시한 이래 전군에 한결같이 내린 명으로 누구든 어겨서는 안 될 주요 사안이었다.

단 저항하는 적들은 일벌백계로 그 성 전체를 다 지워도 좋다는 특명에 의해 낭패아한은 그런 짓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적들에게 공포심을 조성해 조선군이 막연히 온정만 베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주도록 한 것이다.

이러는 동안 세월이 흘러 신립 휘하의 또 다른 6개 기병이 상륙을 해, 신립 휘하에 합류했다. 이에 신립은 최소의 병력만 현지에 주둔시키기로 하고, 4개 여단을 절강성에 남겨 백성들을 통제하도록 했다.

다시 8개 여단을 거느린 신립은 이제 서북의 안휘성(安徽省)으로 눈을 돌렸다. 장강 이남의 안휘성을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이 안휘성 내에는 초기 명의 수도로 삼았던 남경(南京)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초전에 자신을 얻은 신립은 절강성 북쪽으로 2개여단을 파견하니 그곳은 강소성(江蘇省)의 일부로 소주(蘇州), 현 상해(上海), 무석(無錫), 상주(常州), 상숙(常熟), 진강(鎭江) 등의 도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튼 남경을 최종 목표로 신립의 6개 여단은 빠른 진병을 거듭했다. 호주(湖州), 선흥(宣興)을 거치는 지름길이었다. 가는 도중 신립은 호주와 선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로 남경을 향해 말에 박차를 가했다.

장강 이남의 가장 큰 성인 남경을 먼저 점령하고 나머지는 수습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나는 곳에 명군의 위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6개 기병 전단의 무시무시한 전력 앞에 이들은 다만 순순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칠 일이 흐르자 조선 기병 6개 여단은 남경 성 외곽을 완전 포위할 수 있었다. 이에 신립은 하루 말미를 주고 남경 성에 최후통첩을 했다. 만 하루가 지나도 항복을 하지 않으면 일제히 공격해 성이 떨어지는 날은 개미 새끼, 풀 한 포기 남기지 않으리라는 무시무시한 협박공갈이었다.

이에 비보를 접한 안휘 순무(巡撫) 이하, 민정과 재정을 관리하는 승선포정사(承宣布政司), 형을 관장하는 제형안찰사(提刑按察司), 군을 담당하는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 등이 순무 관저에 몰려들어 협의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합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기 견해가 달랐던 것이다. 문제는 적과 싸워야할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 천만리(千萬里)의 태도였다. 정작 적과 싸워야할 자가 항복을 하자니 모두 난감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본 지휘관은 도저히 적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소. 저들은 북방에서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강병인데다, 듣기로 적의 화력이 막강하다하오. 그러니 긴급 소집된 지방군만으로는 저들의 막강한 기병 전력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단 말이외다. 여기에 성문이라도 뚫리는 날이면..........”

여기서 말을 끊고 잠시 장내를 돌아보던 천만리의 말이 이어졌다.

“영파의 예를 든다면 저들은 말뿐인 협박 공갈이 아닌 우리 백성들을 전부 도륙하고도 남을 잔인성마저 겸비했소. 하니 일찌감치 항복하여 뭇 생령들이나 살리는 것이 공덕을 쌓는 길이 아닌가 하오.”

도지휘사사 천만리의 말에 바로 핏대를 세우는 사람이 있으니 제형안찰사 형개(荊芥)였다.

“정작 싸워야할 당사자가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부터 말다니......... 이는 영 대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오.”

“저들이 통보하길 저항하다가 성이 떨어지는 날에는 그야말로 가축은 물론 초목조차 남기지 않는다고 호언하니, 정녕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면 괜한 저항보다는 일찍 항복해 남직례 백성들이라도 살리는 길이 그나마 나은 길 같소.”

승선포정사 진가은(陳可殷)의 말에 순무 채병탁(蔡丙卓)이 말했다.

“우리가 성상의 은혜를 입어 관리로 등용되었다함은 곧 이 땅을 지킬 책무가 있다는 말이외다. 훗날의 근심보다는 우선 맞서 싸워 대국의 의기를 보여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닌가 하오.”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는데 이 땅의 백성을 지켜야할 순무로써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소?”

도지휘사사 천만리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순무 채병탁이었다. 이렇게 서로의 견해가 달라 잠시 장내에 어색한 침묵만이 감도는 가운데, 돌연 지휘 검을 빼든 천만리가 외쳤다.

“끝내 항복을 반대한다면 본 지휘사는 두 분의 목을 거두는 한이 있더라도 백성을 살려야겠소.”

돌변한 천만리의 위세에 겁먹은 순무와 제형안찰사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무릎걸음을 치는데, 이를 싸늘히 노려보던 천만리가 다시 외쳤다.

“셋 셀 동안에 가부간에 결정을 하오.”

천만리가 채 하나를 세기도 전에 채병탁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정작 싸워야할 당사자가 그렇다면 항복하는 것으로 합시다.”

“네, 이놈! 지금까지 나라의 은록을 먹은 관리로써 네가 그래도 일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더냐? 적을 상대할 칼로 상관을 협박하고 동료들을 능멸하다니, 천하에 고연 놈이로구나!”

제형안찰사 형개의 서슬 퍼런 꾸짖음에 일순 주춤하는 천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지간이었다.

수치가 분노로 변한 그가 다짜고짜 검을 휘둘러 형개의 목을 치니 장내에 피가 개락같이 흘러나와 금방 선혈이 낭자해졌다.

“또 반대하는 사람 있소?”

형개의 목을 찍어 든 천마리가 그 무시무시한 눈을 번뜩이자 순무 채병탁은 겁에 질려 말을 더듬었다.

“어, 어서 가서 항복이나 하시구랴.”

“잘 생각했소. 순무 양반! 이 짓이 나 혼자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오. 또 내가 겁쟁이라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더 더욱 아니오. 군을 맡은 지휘관으로써 도저히 승산 없는 싸움에 내 부하들을 내몰기도 싫고, 더 더군다나 십만 이상의 생떼 같은 목숨을 저들에게 바치고도 싶지 않소. 못난 이 필부를 욕해주시오.”

말을 끝낸 천만리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이를 보고 두 사람 역시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렇게 항복이 결정되어, 그날 저녁 백기를 든 천만리가 형개의 목을 소금에 절여 신립의 진영을 찾아들었다. 이로써 명의 제 이의 거성인 남경 성이 조선의 품으로 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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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번성하시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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