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15화 (115/210)

< -- 115 회: 북방 평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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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은 이순신과 나대용을 부르고나자 광해에게 지시한 사항이 있어서 그를 부르도록 했다.

채 반 시진이 지나지 않아 광해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채 부복했다. 건성으로 인사를 받은 이진이 묻고자 하는 것을 물었다.

“명국의 정화(鄭和) 함대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되었지?”

“실로 애는 썼으나 노력에 비해 취득한 자료는 별로 없사옵니다. 황상!”

“노력을 게을리 한 게 아니고?”

“그게 아니오라 영락 연간에 정화함대가 활동을 했사오나 다음 대 황제인 홍희제(洪熙帝) 때 모든 자료가 파기되어 거의 입수할 수가 없었사옵니다. 황상!”

“거 참, 미친놈들 아냐? 저희 조상의 위대한 유산을 다음 대 왕이 바로 파기를 하다니 말이야?”

“소신의 생각으로는 몇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합니다. 황상! 당시 정화가 환관이었던 바 환관들에게 다시는 그런 힘을 실어주지 않기 위함도 있을 수 있고, 취보선(聚寶船)이라는 이명(異名)에서 알 수 있듯이, 타국의 문물이 들어옴과 동시에 상인 세력의 대두가, 기존 농업 위주의 유교질서를 파괴한다고 생각한 문신들의 대반격이 있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옵니다. 황상!”

“그래서 결과가 뭐야?”

“당시 선단의 거선이었던 보선(寶船)의 규모는 길이가 46장(137m), 선폭이 19장(56m)이고 9개의 돛대가 달려 있었으며, 평균 한 척의 배에 4,5백 명이 승선했다는 자료 정도만 건졌을 뿐이옵니다. 황상! 또 소주를 출발한 제1차 원정 때에는 보선만 62척이었고 장병 2만 7,800여 명이 분승하였으며, 선단은 총 317척이었다는 기록뿐 이옵니다. 황상!”

“허허........! 그것 참. 그 정도면 지금도 세계 최대의 해상강국이 되고도 남아! 그런 걸 배는 뜯어다 뭐에다 쓰고 기록은 다 파기해. 그러니 우리에게도 당하지. 우리의 우수한 수군력 거기에 야인들의 기동력을 접목시키니, 그야말로 자금성이 코 앞 아니야? 어찌 됐든 남 말 할 처지는 아니고, 우리도 그런 식으로 안 당하려면 수군이고 보군이고 열심히 키워야해.”

“명심하겠사옵니다. 황상!”

“됐어 그만 물러가봐.”

“네, 황상!”

광해가 물러가자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며 앞으로의 일을 구상하는 이진이었다.

* * *

그로부터 만 사흘 후.

생각지도 못한 이순신과 나대용의 등대에 이진은 깜짝 놀랐다.

그들의 인사를 받은 이진이 놀란 감정 그대로 물었다.

“아니, 짐이 파발을 띄운 지 3일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등대하다니 이 어찌 된 일이오?”

“하옵시면 파발의 전하는 속도도 빨랐겠고, 저희들도 개량된 해추선(海鰌船)을 타고 오는 바람에 빨리 올 수 있었사옵니다. 황상!”

“개량된 해추선 이라니?”

“기존의 해추선에 양이의 배를 보고 종범과 횡범을 적절히 조합했더니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졌사옵니다. 폐하!”

이순신이 나대용을 바라보자 눈치를 채고 나대용이 얼른 대답했다.

“허허.........! 그런 일이.........! 아무튼 좋은 일이군. 그러고 보니 요즘 야인들에게서 조공으로 받은 말들을 계속해서 역참에 풀었더니 이제 그곳도 상당히 빨라졌나보군. 그래도 아직은 미흡해, 명국의 역참이 제 기능을 한다면 북경에서 절강까지 단 4일이면 도착한다 했어. 거리는 한양에서 부산까지의 3배가 넘잖아 그런 걸로 보면 조금 더 빨라질 필요가 있어.”

이는 이진이 후대 청의 강희제 때의 속도를 이야기한 것으로 지금의 명국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갤리온 선인가 뭔가는 제대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고산도의 이억기가 보내온 양이의 배를 보고, 현재 12척을 건조해 놓았사옵니다. 황상!”

“수고했구만. 그런데 뭐가 다른 거야?”

“양이의 선박 기술자도 한명 같이 왔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짐을 싣고 , 전시에는 군함으로 활용하기 쉽도록 그 이전의 상선에 비해서 선체가 가늘고 길어졌답니다. 폐하! 배의 길이는 너비의 3배가 되었고 선수 부분에 4각의 선수로가 솟아 있었으며, 화포의 발달과 더불어 보다 큰 대포를 탑재할 필요가 생겨서, 그때까지의 갤리선으로는 상층 갑판에 무거운 포를 실으면 전복될 위험이 있음에 따라서, 양이의 조선공이 뱃전에 뚫은 창을 통해 포를 발사할 수 있도록 고안을 한데서 생겨난 것이라고 합니다. 폐하!”

“흐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진이 말했다.

“그 배도 좋겠지만 짐의 생각으로는 동양에 더 크고 웅장한 배가 있었어. 그러니까 두 배의 장점을 취합해 거대한 함선 최소 5척만 만들어 봐. 이배는 지금까지 차원이 다른 먼 항해를 할 것이니 이를 염두에 두고 애초부터 제작이 되도록 하고. 여기 그 자료의 일부가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오.”

“네, 황상!”

이진이 내미는 자료를 이순신이 얼른 받아 나대용에게 넘겨줬다.

“이제 조선도 저 아메리카 신대륙이나 이런 곳에 항로를 개척해 그곳의 부를 가져와야 해. 근시안적으로 근동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현재는 양코배기들이 이를 독점하고 있단 말이지. 또한 짐이 건조한 배가 등장하면 천하무적이 될 테니 조선이 해상의 패자가 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고 말이야. 그러니 힘들겠지만 꼭 복원하도록 해. 아니 양이의 장점까지 그 배에 취합해 더 훌륭한 거함을 탄생시키도록 해봐.”

“알겠사옵니다. 황상!”

이순신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이진이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짐이 원균에게 명해 격군으로 쓸 수 있는 왜인 3만 정도를 잡아오라고 했어. 이제 격군으로 활약하고 있는 항왜들도 조선 생활을 오래 했으니, 이제 제법 순치되지 않았겠소?”

“그렇사옵니다. 처음에는 저항이 좀 있었으나 지금은 만사를 포기했는지 거의 노예처럼 길들여지다 시피 했사옵니다. 황상!”

“그들의 전투력이 아까워. 해서 놈들은 다시 전장에 세울 것이니 그런지 알고. 새로 잡아오는 놈들을 잘 길들여서 격군으로 삼고, 그들은 옛 무사시절의 실력을 되살리도록 해봐.”

“알겠사옵니다. 황상!”

“모처럼의 나들이일 테니, 술 한 잔 하고 내려가도록 하고 말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곧 이진은 제조상궁 정옥빈에게 명해 주안상을 들이도록 했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이진은 이순신의 노고를 거듭 치하하고 나대용도 그간의 공로를 생각해, 일 계급 특진을 시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이순신에게 그 의향을 물었다.

물론 이진 자신이 황명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진은 이순신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그가 거느리는 군사들에 대해서는 이순신에게 인사권까지 보장한 터라, 그렇게 권유를 했던 것이다.

이에 이순신이 그러마 하고 대답하니 나대용은 황송해 하고, 분위기는 더욱 훈훈해졌다.

* * *

세월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세월은 어느덧 빠르게 흘러 기해(己亥:1599)년 봄이 되었다.

그동안 북방에는 이진의 조공무역 정책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즉 이진이 누루하치가 거느리는 암반들에게도 각자 조공을 행할 수 있는 칙서를 주었지만, 그들에게 내리는 회사품이라는 것은 그들이 바친 것이 비하면 1.2배 내지 1.5배로 그 매력이 덜한 반면에, 해서여진의 두 부족 암반 즉 엽혁부와 합달부의 각 암반들에게는 3배의 회사품을 내리니, 이것이 전혀 칙서도 받지 못한 다른 두 해서여진 부족 즉 휘발부와 우라부의 부족장들에게는 탈취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두 부족 간에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일부 휘발부 부족들은 때로 인근의 누루하치가 거느리는 건주여진의 암반까지 습격하니, 이들은 이들의 퇴치를 위해서라도 누루하치에게 일부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 상인들조차도 이들과는 거래가 엄금되니, 이들이 이제는 생필품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인근의 조선 영토까지 침범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현실이었다.

즉 이들과 국경을 접한 전 야인부족이라든가 저 북쪽의 성인 벌시온(伐時溫) 성까지 출격해 약탈을 해가니, 조선 조정에서도 이를 묵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해서 이진이 결단하니 해서여진의 두 부족 즉 휘발부와 우라부족의 대대적인 징치였다.

이들의 토벌을 명받은 사람은 4만 병력을 거느린 채, 권율이 빠져나간 영흥도와 연해도까지 관할하는 신립이었다. 여기에 이진은 항왜들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기 위해, 구로다 나가마사와 김충선이 거느리는 함경도와 평안도에 있던 항왜 병력 2만도 함께 출전하도록 했다.

또 여기에 북간도의 세 부족에게도 각각 1만 명의 전사를 동원케 하니, 아군의 군세는 총 9만이 되었다. 이렇게 되어 채 북방의 눈이 녹기도 전인 2월 하순에는 이들이 각각의 위치를 떠나 3월 중순에는 이들은 각각 저 북쪽 벌시온 성에서 멀지 않은 우라부의 경계에 도달해 있었다.

비로소 위기감을 느낀 우라부족장이 긴급 휘발부 부족장은 물론 같은 해서여진이라 불리는 합달부와 엽혁부족장들에게도 원군을 청하나, 이에 응하는 부족은 지금껏 해온 일로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하는 휘발부 부족뿐이었다.

마침내 전운이 고조되다 못해 터질 지경이 되었다. 양군이 날을 세워 집결한 곳은 우라부 족의 거성인 우라성이었다. 송화 강 동쪽에 세워진 이 성은 우라부의 근거지로 연해도의 벌시온 성과도 크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병이 장기인 이들이 성에 의지하고 싸운다는 것은 이들도 귀가 있어 조선군의 화력을 들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장기인 기병 전력 역시 조선군도 가지고 있으니, 병력면에서도 비세인 그들이 택한 가장 훌륭한 작전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전사로 부릴 수 있는 부족민들은 다 긁어모았는지 5만의 저들 두 부족은, 일부는 성안에서 농성을 하고 일부는 성 밖에서 조선군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라성이 거성이라 하나 농경민족이 아닌 저들의 성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결국 성안에 다 수용을 못하니 손님인 휘발부는 안에서 농성을 하도록 하고, 주인인 우라부족들이 성 밖으로 나와 진을 치고 조선군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천리경으로 살피고 있던 총사령관 신립이 곁에 특별히 파견된 군사 송익필에게 천리경을 넘겨주며 말했다.

“한 번 살펴보고 작전을 논합시다.”

“고맙소, 장군!”

천리경을 받아든 송익필이 한동안 적진을 세밀히 살폈다.

그리고 물었다.

“아군의 기병 전력이 4만 아니오?”

“그렇소이다.”

“그렇다면 성 밖에 나와 있는 저들의 군사 수 대략 2~3만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기병 전력만으로도 패퇴시킬 수 있겠으나, 요는 성안에 든 기병 전력의 호응 여부겠지요. 불리하면 아무래도 성안의 군사까지 뛰쳐나올 테니, 잘못하다가는 앞뒤로 적을 맞을 수도 있는 아군 기병이오. 해서 이를 보완해아겠는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송익필이 계속해서 말했다.

“아군 전체를 최대한 저들의 성에 접근시켜, 저들과 격돌할 기마병 다음으로 조선군의 화력을 전방에 집중 배치해야겠소. 그래야만 성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들의 전력에 일대 타격을 가할 수 있고, 또한 기회를 보아 성으로 뛰어들 틈을 엿볼 수 있겠소.”

군사 송익필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신립이 말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좋은 작전인 것 같소. 그대로 행하죠.”

“그럽시다.”

작전에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곧 아군 전체를 천천히 저들의 앞으로 진군시키기 시작했다.

적들도 이에 대항해 앞으로 나와야 하나 성안의 군사와 상호 긴밀한 내응을 하기 위해서인지 성 밖의 진지에서 꼼짝도 않는 적의 기병들이었다. 신립은 곧 처음 배치한 진형대로 계속해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즉 최선두에는 장백여진과 낭패아한의 기병전력 4만이 서고, 그 다음으로 조선의 화기영 병사들이 배치되었다. 다음으로 돌격조인 항왜 2만, 그 다음이 조선에 복속된 명군 1만6천, 그 다음이 나머지 조선군의 배치대로였다.

양군의 거리 시시각각으로 좁혀져 채 2마장이 남지 않게 되자 신립의 명에 의해 급속 기동을 시작하는 아군 기병들이었다. 말의 달리는 탄력을 이용한 적진으로의 난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조선 화기영들이 각종 화차와 포를 들고 치달리고, 그 뒤로는 조총과 칼로 무장한 왜병들이 신속히 뒤를 따랐다.

이때는 이미 전투명령이 발해진 뒤라 양군의 전고 소리 드넓은 평원을 울리고 이제는 서서 적을 맞을 수 없다고 판단한 우라부족들의 전력질주와 함께, 양군의 기마에서 울리는 땅울림이 온몸에 전해져 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양군 기병의 대격돌 순간이 시시각각으로 가까워오고 있는 시간에도, 아군의 나머지 전력들은 최대한 성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치달리고 있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와아.........!

질주하는 전마소리와 양군의 함성 뒤엉켜 대초원을 누비는 가운데, 이를 이동하는 소차에서 내려다보는 신립과 송익필도 간만에 격렬하게 뛰노는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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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 내었더니 오늘은 무척 피곤하군요!^^

늘 좋은 날들 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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