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11화 (111/210)

< -- 111 회: 북방 평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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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령이 2만 병사를 거느리고 해남도(海南道) 북쪽 해구(海口)에 도착한 것은 섣달 중순이었다.

조선은 한 겨울인데 이곳에 도착하니 이건 완전히 따뜻한 봄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해남도의 가장 춥다는 1월 달 평균 기온이 18℃이고, 6월 평균기온이 29℃이므로 겨울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아무튼 김덕령의 기분이 좋은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많은 피난민(?)들 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모두는 명국 남부에서 원균이 잡아다 풀어놓은 한족들로 5만 명이나 된다 했다.

출발 전부터 황상으로부터 이들 모두를 관리할 책임을 맡은 김덕령으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함께 온 해남도 관찰사 우성전의 행정적 뒷받침을 받겠지만 딱 거기까지 만이었다.

세작들에 의해 파악된 이 섬은 한족은 얼마 없고 주로 이족(黎族), 묘족(苗族), 회족(回族) 등 이상한 종족들이 주로 모여 산다했다. 2모작이 가능했으나 농사도 그냥 대충 옮겨가며 짓고, 수렵이나 어업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했다.

여기에 근간에 많이 잡아 없애 치웠다지만 해적들이 설치고,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도 있어, 고산도(대만) 보다 약간 작은 섬에 한족 인구는 채 3만을 넘지 않는다 했다. 이 모든 것들과 싸워가며 김덕령은 몇 가지 임무를 황상으로부터 부여받았다.

첫째: 기존 조선군 포함하여 4만의 군대를 3년 안에 양성해 놓으라 했다. 그것도 육전, 기마전, 수전 모두에 능한 다목적 군으로. 이를 위해 전선 200척과 말 3천 두를 함께 실어 보내고 남겨주기는 했다.

둘째: 치안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생계도 자체로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권농관이니 각종 장인 일부가 함께 파견되기는 했다.

셋째: 3년 내 원주민까지 완전 정복하여 그들까지 조선민화 하라는 지시였다. 이를 위해 조선 조정이 해준 일은 그 구하기 어렵다는 원주민들과의 대화를 위한 역관 세 명 정도였다. 물론 무기야 조선 중앙군 편제대로 각자 지급 받았지만 말이다.

이 모든 임무를 생각하니 김덕령은 따뜻한 봄날이라는 생각은 깨끗이 달아나고 벌써부터 골치만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래도 맡은 임무는 수행해야지 어쩌겠는가? 황상은 ‘그 누구보다 신임하는 그대를 보내니 잘 하리라 믿는다!’ 하시니 입맛을 쩍쩍 다실 수밖에 없는 김덕령이었다.

그래도 우선은 기분이 별로였으므로 앞에서 어리대는 몇 놈의 정갱이부터 조져놓고, 김덕령은 예하의 각 영장들을 소집시켰다.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려면 경험 측상으로 판단해도 아무 일도 못한다. 이럴 때는 바로 밑의 부하들에게 임무를 또 나누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각 영장들은 알아서 그 밑으로 사(司), 초(哨) 이런 식으로 내려가며 업무량을 할당할 것이다.

“주목! 지금부터 각 영(營)마다 업무를 할당하겠다. 마침 우리에게 5개 영이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잡아온 한족 정남이 5만 명이다. 그러니까 각각 1만 명씩 배당을 해줄 테니, 알아서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또 이들을 부려 3년 내에 육전, 수전, 기마전에 모두 능한 병졸을 길러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일시에 승선할 수 있는 배 역시 3년 안에 모두 건조해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각 말 600두씩을 줄 테니 이 또한 3년 안에 한 마리씩 지급될 수 있도록 전마도 길러내야 한다. 임무는 이쯤 해두고 듣기에 열대과일과 사냥 또 바닷가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도 먹을 것은 걱정 없다 했다.

그러나 정 안 되면 해적질을 해서라도 우리의 중요한 자원인 이들의 생계는 꼭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그를 위한 전함 건조도 영 단위로 할당해 주겠다. 위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차례로 제1영부터 북쪽에서 남으로 자리를 잡는다. 물론 중간에 우리를 방해하는 원주민들이 있으면 일단은 순치시키되, 정 안 되면 척살해도 어쩔 수 없다. 이상이다. 각자 해산!”

“해산!”

“아, 잠깐!”

정갱이 한 번 안 까이고 해산한다고 좋아 하는 영장들을 다시 불러 놓으니 제 영장들의 표정이 과히 좋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씨익 웃은 김덕령이 말했다.

“황상 폐하의 지시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 각 부하들의 마누라들까지 알아서 챙기라는 말씀이계셨다. 이는 우리 조선 백성을 늘리기 위한 거룩한 사업이므로, 가장 우선 시해서 실시해야 할 것이다. 방법은 본 사단장도 모른다. 그러니 이 문제까지 알아서 해결하도록! 진짜 해산!”

“해산!”

“진짜 해산!”

“어느 놈이야, 진짜까지 붙이는 놈이.........!”

“저 사단장님..........!”

“이유 불문! 군대는 까라면 까야 되는 것이다. 자신 없는 놈은 당장 군복 벗어!”

김덕령의 이 말에 좀 이의를 제기하려던 영장 하나가 볼이 부어 그냥 자신의 부하들 앞으로 갔다. 이렇게 김덕령의 해남도 생활이 시작되었다. 반면에 우성전은 살판이 났다. 우선 봄 같은 따뜻한 날씨가 마음에 들었고, 이국적인 풍광 또한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성전의 그 기분도 채 하루를 넘어가지 못했다. 충분치 못한 인원을 가지고 행정구역을 세밀히 나눠야 하는 것은 물론 당장 언제 파악했는지 몰라도 아침에 던져 준 한족들의 신상 정보만 해도 이를 다 정리 해놓으려면, 한 달 간을 꼬박 철야를 해도 부족할 듯했기 때문이었다.

‘아! 황상 앞에서 고담준론(?)을 제기할 때가 좋았는데.........!’

하루도 못 가 느낀 우성전의 감상을 시작으로 그의 해남도 생활도 시작이 되었다.

* * *

여기 눈앞이 캄캄한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천진과 영하 성을 인계 받은 곽재우였다.

성의 규모로 보아 천진성에 1만2천, 영하성에 8천을 주둔시킬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황상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려니 이것이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우선 당장 자신들에게 인계된 군량미가 한 달 치분이었다. 더 이상의 지원이 없다니 이를 해결할 일이 가장 큰 걱정이었고, 두 번째는 조선 백성의 번성을 위해 각개의 병사들에게도 여인 하나씩을 안기라니, 명도 별 괴상한 명도 다 있었다.

또 난제 중의 하나가 전군의 수군화와 전군의 기마병화였는데, 겨우 주고 간 것은 말 1천 두가 전부였다. 물론 배 3백 척은 주고 갔으나 상태가 양호한 배들은 절대 아니었다.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군대에서 가장 편한 하향 위임을 택하기로 한 곽재우였다.

알아서 그들도 임무를 달성하도록 조지기만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 맛에 군 장성 하는 것인지도........

‘안 되면 알아서 해적질이라도 하겠지.’

곽재우의 마음 한 편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로써 명국 해안에는 원균이 철수했지만, 왜구가 끝임 없이 출몰하니, 명국 조정은 이의 퇴치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들의 정체 신룡(神龍) 같아서, 잡으려 출동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이들이 해외(海外)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 어느덧 조선 땅에도 봄이 왔다.

춘삼월 꾀꼬리 울고 녹음방초 우거지기 시작하는데, 두만강 너머 북방은 전마의 투레질 소리로 소란스럽기만 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야, 거기가 아니야. 이쪽, 이쪽!”

전마들 겨우내 갇혔던 분풀이라도 하듯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날뛰는 가운데 군단장 신립은 직접 예하 부대원들을 거느리고, 돈화(敦化) 북쪽 구릉과 구릉 사이에 지뢰의 일종인 파진포(破陣砲)를 묻느라 분주했다.

신립의 부대원들이 그가 지시하는 위치에  파진포를 매설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사단장 낭패야한이 말을 달려와 고했다.

“드디어 주셔리부 놈들이 출발했습니다. 군단장님!”

“틀림없겠지?”

“네, 군단장님!”

재삼 확인한 신립이 예하부대원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대충 묻고 본대의 위치로 간다. 위치로!”

“위치로!”

“당신의 위치는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군단장님!”

그가 명을 받고 떠나자 한 편에 서 있던 명의 옛 장수 조승훈과 엄일괴를 불렀다.

“둘 다 이리와 보시오.”

“네, 군단장님!”

“당신들의 임무는 적을 이 구릉 사이로 유인해 오는 것이오. 어쩔 수 없이 패해 쫓기는 모양을 취해야지, 유인하는 느낌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되오.”

“안 그래도 저들의 기마병에게는 우리 명군이 상대가 안 될 것이오. 얼마나 적은 희생으로 유인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겠지요.”

“됐소. 적이 출발했다니 위치로 가시오.”

“네, 군단장님!”

그가 물러가자 신립은 이번에는 한쪽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두 인물을 불렀다.

“당신들 이리와 보시오.”

“...........”

신립의 말에 따라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두 인물이 있으니, 뜻밖에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와 또 다른 왜장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였다.

“황상의 특별한 은전으로 이번 싸움을 참관하러 왔으면 처음부터 똑바로 볼 것이지, 지금 어디에다 한 눈을 팔고 있는 것이오?”

“...........”

신립의 거친 추궁에도 두 사람은 데면데면한 얼굴로 말이 없었다.

“시간이 되었으니 따라 오시오.”

“...........”

말없이 신립의 뒤를 따르는 두 사람이었다.

어쩐지 허무주의자의 냄새가 나는 두 사람이었다.

* * *

한편 주셔리부 부족장 추쿵거(楚孔格)는 3월 보름까지 항복을 하던지, 아니면 돈화 북쪽 평원에서 일전을 결하자는, 조선국 장수의 최후통첩을 받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잘 지내왔는데, 그런 최후통첩을 해오니 괘씸하기도 했지만, 추쿵거로서는 부족의 안위를 생각하면 근심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각 암반들을 소집해 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의견 중구난방이라 중의가 모아지지 않았다. 이에 자신이 알아서 결단하겠다하고 돌려보낸 추쿵거는 같은 장백여진을 찾아가 함께 싸워줄 것을 청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냉대뿐이었다. 홀로 고심하길 며칠. 마침내 추쿵거는 결단했다.

그들과 싸워 선대부터 내려온 땅을 보존하고, 결코 굴복하여 노예의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곧 그는 재 암반회의를 소집해 자신의 결정을 통보했다. 그러자 누구 하나 군소리 없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드디어 오늘 결전의 날이 밝아왔다.

추쿵거는 제 암반들과 함께 부족 신을 모시는 신령스러운 사당에 들려 함께 결사(決死)의 각오를 다지며 제를 올렸다. 그리고 칼을 뽑아 높이 들어 외쳤다.

“출전이다!”

우우우우..........!

와아..........!

늑대 울음소리, 기성과 함께 일제히 호응하는 2만5천 전사들이었다.

부족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지금, 말을 탈 줄 아는 자는 모두 말안장 위에 앉았다. 개중에는 이제 열 살을 갓 넘은 소년에서부터 칠십이 넘은 노인도 있었다. 때로는 남자 못지않은 여장부들도 보였다.

부족민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보니 괜히 핑그르르 눈물이 맺힐 건 뭐람. 주책스럽게.

마음을 추스른 그가 더욱 사납게 외쳤다.

“가자! 조선 놈들을 치러!”

와아.........!

우우우우.........!

또 한 번 함성소리 대평원에 메아리 치고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살던 정든 부락을 속속 떠나갔다.

* * *

신립이 천리경으로 보니 멀리 작은 내를 건너 수만 필의 기마대가 일제 기동하는 것이 보였다.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그가 곁에 붙어 선 화기영장에게 물었다.

“준비는 단단히 됐지?”

“네, 군단장님!”

“흐흐흐.........! 너희들은 대 조선제국을 너무 깔보았다. 그래서 모두 황천으로 직행하는 것이야! 하하하..........!”

신립의 웃음이 비록 자신만만한 광소였지만, 이상하게 두 왜장에게는 왠지 음침하게 들렸다. 아니 소름이 끼치게 들린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후후후.........!”

낮은 구름 사이로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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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보낸 주신 후의 감사드리고요!^^

늘 즐겁고 유쾌한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내일은 0시 7분에 올라갑니다.

어디 좀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늘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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