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94화 (94/210)

< -- 94 회: 선제공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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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을 경축하는 자리.

대 경축연(慶祝宴)이 경회루에서 열렸다.

이진을 중심으로 뒤로는 왕대비 박 씨가 자리를 했고, 좌로는 중전 허 씨, 네 명의 빈 그리고 우측에는 특별히 이순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앞에는 제 대신들이 각자 독상을 받은 상태로 이진에게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과인은 이번 공을 기려 이순신을 정1품(正一品) 대광보국숭록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에 봉하오. 이는 왜적 15만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고산국을 점령하여 조선의 아홉째 도(道)로 병합시킨 공을 기리는 것인 즉, 그 공에 비하면 포상이 적다할 터. 하지만 이는 이순신 장군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지고에 위치에 오른 것에 기인한 것인 즉, 이순신은 더욱 자중 자애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진의 말에 이순신이 급히 뒤로 물러나 부복하며 감사를 표했다. 앞에는 큰 교자상 두 개에 잔뜩 음식이 진설되어 있어 한 행동이었다.

“하하하.........! 과인이 오늘은 참으로 기분이 좋소! 자, 전악(典樂)은 무얼 하는고? 어서 풍악을 울리지 않고.”

“네, 전하!”

이진의 명에 따라 장악원의 전악(典樂)이 박(拍)을 치는 것을 시작으로 200여 악공(樂工)과 악생(樂生)들이 장중한 주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무희와 무동들이 함께 어울려 군무(群舞)를 추며 오늘의 자리를 경축하기 시작했다.

“자, 각자의 잔에 술을 쳐라! 그리고 높이 잔을 들어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진의 명에 각 대신들이 손수 자신의 잔에다 각자 술을 따르고 이어 높이 잔을 쳐들었다.

“마셔라! 그리고 조선이 이제 세계 제1의 해상강국이 되었음을 경축하자!”

“천세, 천세, 천 천세!”

“하하하........!”

다시 한 번 홍소(哄笑)를 터트리며 즐거워하던 이진이 느긋하게 잔을 비우고 돌연 명을 내렸다.

“지구의를 대령하라!”

“네, 전하!”

상선 내관이 손짓을 하자 두 대전내관이 미리 준비되었던 커다란 지구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또한 지시봉까지 한 옆에 갖다 놓았다.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지시봉을 집어든 이진이 돌연 엄숙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이 큰 땅덩어리 중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보이오?”

이진이 지구위에서 조선의 위치를 가리키며 묻자 제 대신들이 일제히 부복해 아뢰었다.

“네, 전하!”

“엄청 크지요?”

“...........”

우물쭈물 아무도 대답을 못 하는 제 대신들이었다.

원래 마테오리치가 진상한 지도에는 조선의 위치가 실제보다 더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러던 것을 이진이 새롭게 크게 만들면서 실측에 맞게 줄였다. 그러니 조선이 세계에서 얼마나 작은가?

“그렇소. 명국 빼고 세계 두 번째 문명국이요, 대국이라 자랑하는 조선의 크기는 실제 이 세계의 땅덩이에 비춰볼 때 초라할 정도로 작소. 심지어 저 왜(倭)보다도 작소. 그런데 문제는 여러 대신들이나 우리 백성들의 관념 속에는 농사지을 땅이 아닌 곳은, 땅이라 여기질 않는데 문제가 있소. 그렇질 않소?”

“그렇사옵니다. 전하!”

말단을 겨우 벗어난 승지 이수광의 대답에 더욱 힘을 얻은 듯 이진의 말이 힘차게 이어졌다.

“그런 고정관념을 고산도 편입을 계기로 벗어나야 하오. 대마도도 그렇고 이키 섬도 그렇소. 그곳을 농사의 효용 가치로만 따진다면 절대 매력이 있는 땅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과인이 계속 군대를 주둔시켜 영유하는 것은, 해상교통의 요충이기 때문이오. 이와 같이 우리는 이제 농사만 꼭 국한시켜 영토의 개념을 가질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에 주목해야 하오.”

여기서 일단 말을 끊고 제 대신들을 쓸어 본 이진이 조선의 북방 즉 지금의 시베리아 영토를 가르치며 말했다.

“이곳을 보시오. 여러분들의 눈에는 쓸모없는 얼어붙은 땅으로 보일지 모르나, 과인의 눈에는 자원의 보물 창고(寶庫)로 보이오. 이 땅이 비록 척박해 농사짓기에는 부적당하나, 금은을 비롯해 요즘 일부 연료로 쓰는 석탄은 물론이거니와, 무구와 농기구를 제작할 수 있는 철 또한 다량으로 매장되어 있소. 그래도 농사에만 연연하겠소?”

다시 한 번 좌중을 휘둘러본 이진의 목소리가 더욱 결연해졌다.

“이 땅도 지금 주인이 없소. 이 해안가 동쪽으로는 말이오. 물론 일부 야인들이 살겠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직은 없단 말이오. 해서 말 이오만 과인은 이 땅도 조선에 편입시키려 하오. 뿐만 아니라 왜의 북방에 여기 보시는 바와 같이 큰 섬이 하나 있소. 이 섬 또한 왜가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지 않소. 아니 왜인 자체가 살고 있지를 않소. 물론 화인(和人)이라고 해서 몇몇 왜인이 건너가 살지는 몰라도, 아직 왜도 개척하지 않은 땅이오. 다만 아이누라는 종족이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오. 어찌 됐든 과인은 이 땅도 조선에 병합시키려 하오. 이와 같이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 무주공산인 땅이 많소.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미리 미리 이런 땅들을 조선에 병합시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소. 알아들으시겠소?”

“네, 전하!”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제 대신들을 둘러보며 이진은 만족한 듯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우리가 지금 고산국을 점령했소. 그래서 지금은 이억기 장군이 파견되어 문무를 관장하나,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과인은 이곳에도 문관들을 파견해 통치를 하게 할 작정이오. 이게 무슨 말인지 알지요? 그 만큼 문신들이 나아갈 관직이 많아진다는 소리요. 하니 너무 이 좁은 땅덩이에 연연해서 치고 박고 싸우지 말고, 이제는 이 드넓은 세계로 논을 돌립시다. 아니래도 이제 관직은 많고 할 일 투성이가 될 게요. 아시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진의 끄드김에 일제히 부복하여 이진의 은혜를 기리는 제 대신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찼다. 뿐만 아니라 고개를 드는 제 대신들의 안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진 또한 슬며시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방부터가 육진(六鎭)이다 어쩌고 해서 얽매일 것이 아니라, 국경을 더 위로 끌어올려야 하오. 다툼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니 우선 과인은 만주인들이 해삼이 많이 난다고 붙인 이름인 ‘하이션와이(海蔘巍)’를 조선말로 옮겨, 해삼진(海蔘鎭)이라 하고, 그곳부터 개척하려 하오. 지금의 두만강 너머 지금은 작은 어촌 부락에 지나지 않을 것 이오만, 이곳의 중요한 용도가 있소. 바다 건너 왜의 북쪽 땅인 북해도(北海島)를 오가는 전진기지로 삼으려 하오.”

이진이 해삼진(海蔘鎭)이라 명명한 이 땅의 지금 이름은 블라디보스토크였다.

“신립 장군 게 있는가?”

“네, 전하!”

갑작스런 지명에 신립이 급히 부복해 대답했다.

“장군은 2사단 전체를 이끌고 가 이곳을 기점으로 꾸준히 북진하여 아국의 영토를 넓히시오. 하다보면 소수의 야인부족과 어쩔 수 없이 다툼이 생길 것이오. 하면 이들을 모두 아국 민으로 편입시키고, 이들을 또한 군의 가용자원으로 부려 2만 명 정원을 채우되, 1만 명은 이들의 특색인 기병(騎兵)으로 편성하시오. 특히 해삼진을 잘 관리하시오. 앞으로 그곳에 북해도로 나가는 한 거점 해상기지가 될 터. 차질이 없어야 하오. 아시겠소?”

“신 신립 명 받자옵니다. 전하!”

“좋소!”

“이순신 장군은 들으시오.”

“네, 전하!”

이진의 말에 급히 부복하는 이순신이었다.

“장군은 병사들의 여독이 풀리는 대로 다시 차질 없이 준비하여 북해도를 점령하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급적 원주민들과 마찰을 피하시오. 이들도 우리의 백성이 되는 것인즉 차근차근 동화시키기로 하고,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도록 하오. 하고 그들이 저항을 한다면 일벌백계로 단호한 맛을 보여주도록 하오.”

“신 이순신 명받자옵니다. 전하!”

따뜻한 미소를 짓던 이진이 돌연 엄숙한 얼굴로 좌중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일 장군 게 있는가?”

“신 이일 대령이옵니다. 전하!”

이진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깜짝 놀란 이일이 급히 부복해 아뢰었다.

“장군은 준비가 되는 대로 신립 장군과 합류해 병사들을 이끌고 해삼진으로 가시오. 그곳에 가서 무얼 하는가 하면 그 곳에 아국의 병선 천여 척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를 만드는 동시에 수군 훈련을 하는 것이오. 즉 원양 항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오. 이는 이순신 장군이 북해도를 점령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1사단이 현지에 주둔할 터인즉 그런지 아시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점령군 행세를 해 난폭하게 구는 일이 없도록 하고, 가급적 그들을 우리의 앞선 문명에 동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들 전사 1만을 뽑아 사단 체제를 완성하도록 하오. 그렇다고 항구적으로 주둔하는 것은 아니고, 치안이 안정되면 문관을 파견하고 철수할 것인즉, 그런지 알고 이를 시행하되 전함은 이 장군께 지원받도록 하오. 왜에서 나포한 선박이 많을 것이오. 아시겠소?”

“신 이일 명 받자옵니다. 전하!”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진의 머릿속에는 딴 생각으로 가득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항구를 건설한다는 것은 당연히 경제성이 없는 짓이다. 아무리 현 러시아에서는 부동항이라고 어쩌고 하지만 한 겨울만 되면 쇄빙선을 동원해 얼음 조각을 부숴야만 항구 기능을 하는 곳에 항구 건설이라니.

경제성이 없는 짓이었다. 그 밑에 얼지 않는 바다를 많이 가지고 있는 조선으로서는 더욱 그런 것이다. 조금 먼 거리를 항해하면 그 뿐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곳에 항구를 건설한다니 어찌하는 것은, 조선중신들에게 그곳도 우리의 영토라는 개념을 심어주기 위한 고육책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튼 이진이 이번에는 제 대신들을 둘러보고 말했다. 아니 지구의를 반 바퀴 돌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이 나오도록 한 다음 말을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 조선이 지금에 와서야 세계로 눈을 돌리지만 이곳을 보시오.”

좌중의 모든 인물들의 시선을 모은 이진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곳이 우리가 말하는 소위 ‘양이(洋夷)’들이 몰려 사는 땅이오. 이들은 일찍이 대양(大洋)으로 눈을 돌려 수만리 떨어진 이 땅을 점령했소. 그런 이들이 작금 무엇을 하는지 아오?  이곳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검은 인종을 이곳으로 실어 날라, 작금은 목화를 재배하고 사탕수수를 재배해, 단 것을 많이 생산하는 것은 물론, 은도 수없이 많이 캐내오. 그런 은을 우리 쪽으로 싣고 와 도자기며 생사를 사가고 있는 것이오. 그러니 앞으로 선박의 크기가 커지고 항해술이 발달 할수록, 우리의 면포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소. 이렇게 세계의 조류를 미리 미리 알아야 타국에 뒤지지 않고 대처가 가능한 것이오. 그러니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좁은 이 조선 땅에 안주하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라도 세계로 눈을 돌려 세계와 경쟁하고, 아직 주인이 없는 땅이라면 우리가 차지해, 우리의 영토를 넓힘은 물론, 많은 백성들을 거느려 종국에는 명과 쟁패하는, 세계 유수의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오. 명심하도록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비로소 이 세계에 대해 조금 눈을 뜨는 제 대신들이었다. 고산국 점령으로 촉발된 이진의 본격적인 세계 경영이 이들을 바다 한 가운데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세계의 한가운데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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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많은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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