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0 회: 대마도도 우리 땅, 독도는 더 더욱 우리 땅 -- >
3
한편 이진이 경회루에서 승전을 경축하고 있을 때 왜의 관백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노하여 길길이 날 뛰고 있었다.
“그 말이 참 이더냐, 거짓이 더냐? 똑바로 고하라!”
앞에 선 3만석짜리 영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묻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작태는 금방 뒤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찌 간파쿠(關白) 앞에서 거짓을 고하리까. 사실이옵니다. 간파쿠님!”
“하하하.........! 아주 잘 됐구나! 잘 됐어! 하하하.........! 모두 물고기 밥이 되었단 말이지. 하하하.........!”
한동안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미친놈처럼 웃던 히데요시가 어느 순간, 순간적으로 웃음을 뚝 멎었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냉정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만 나가봐라!”
“네, 간파쿠님!”
소영주가 물러나자 히데요시는 한동안 천정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곁의 시종에게 명했다.
“5다이로(五大老)를 들라하라.”
“네, 합하!”
시종이 물러가자 히데요시는 일본 전토를 통일한 일대의 영걸답게 곧 냉정 침착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무릎이 다 시리게 생겼음이야.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로고. 제 아비는 무능하다고 들었는데, 그 어린 아들이 단 몇 년 사이에 우리의 막강한 군사를 막아낼 줄이야.......”
이때 수석(首席) 다이로 겸 나이다이진(內大臣:내대신)에 임명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중진들이 줄줄이 들어오자 히데요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광폭한 표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당신들도 들었소? 우리 정벌군이 부산 앞바다에서 모두 수장 당했다는 소리를........?”
“네, 합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조용한 음성으로 시인하자 히데요시는 더욱 분노에 사로잡힌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당장 본 태정대신(太政大臣)이 직접 조선으로 출병할 테니, 수석 다이로부터 군사를 내시오.”
“하오나 합하! 병력이야 나고야에도 아직 출진하지 않은 군사 10만이 있고, 우리 가문인들 군사를 못 내겠습니까만은, 당장 병력을 싣고 갈 군선이 없지를 않사옵니까? 합하!”
히데요시와 달리 이에야스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설득하듯 말했다. 이에 조금은 진정이 된 듯한 모습으로 히데요시가 말했다.
“그야 걱정 마시오. 상선이라도 징발하면 될 것이고, 아직 남은 전함도 있으니까. 하하하........! 그것보다도 수석 다이로부터 제대로 된 군사를 내겠소? 다 쭉정이들뿐이겠지. 하니 본 태정대신이 직접 조련하고, 추가로 군선을 더욱 지어, 시일을 두고 출병할 것이니 군사나 내시오.”
자신에게서 군사를 빼앗아 정권의 안정을 기할 셈임을 간파한 이에야스였지만 당장은 그의 뜻을 거슬리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숙고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5만 군사를 내겠습니다. 합하!”
“너무 적소. 10만을 내시오. 지난번에도 아직 발밑이 불안하다고 해서 본 태정대신이 양보한 적이 있질 않소. 허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더 이상은 수석 다이로의 사정을 봐 줄 수가 없소.”
이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이에야스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시는 사당, 닛코의 도쇼구에 있는 마구간 건물에는 산자루[三猿]라는 유명한 조각이 있다. 입을 막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세 마리의 원숭이가 새겨진 것인데. 이것은 말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않으면서 견디는 인내의 처세술을 가르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고난이 가득했고 죽을 위기에 자주 직면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처세가 곧 인내였음을 다시금 일깨우는 조각상이라 하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런 인내를 통해 마침내 일본을 얻었고 자신의 자손들에게도 그 지위를 물려준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지금 큰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의 감은 눈으로 파란만장했던 생애 중에서도 결정적인 고비였던 지난 몇 년간의 세월이 떠올랐다.
전국시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통일전쟁을 치르던 히데요시에게 이에야스의 복종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멀리 규슈까지 원정을 나가기 위해서는 히데요시의 배후 지역에 있던 이에야스를 자기편으로 돌려놓아야만 했던 것이다.
이에야스는 명목상이었지만 오다 노부나가와도 동맹관계였지 신하와 주군의 관계는 맺지 않았다. 그러나 히데요시가 원한 것은 신종(臣從)의 관계였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누이동생을 이에야스의 정실로 들이고 어머니마저 인질로 보내면서까지 이에야스의 복종을 원했다. 결국,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히데요시와 정면으로 싸울 경우 불리한 입장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배후를 안정시킨 뒤 히데요시는 규슈로 원정을 가 승리하였다. 그러나 아직 동쪽에는 호죠씨가 남아 있었다. 오다와라성 호죠씨의 항복을 받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 또한 이에야스였다. 히데요시는 이에야스의 공을 치하하는 척하면서 그가 20년간 다스리던 5개의 영지를 빼앗는 대신 호죠씨가 다스리던 머나먼 동쪽의 낯선 땅을 영지로 내렸다. 사실상 중앙 정치 무대에서 내쫓긴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처분이었다.
하코네를 기준으로 동과 서로 나누어 간토라고 불리던 이 지역은 땅은 넓었지만, 교토로 가는 길이 높은 산으로 가로막혀 중앙 정치 무대와는 심리적 거리감이 매우 컸다. 거기에 이 지역은 최후까지 히데요시에게 저항한 호죠씨가 정치를 잘했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충성심이 컸다. 이런 곳에 히데요시의 부하인 이에야스가 지역 영주로 부임한다는 것은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히데요시가 노린 것이 이것이었다. 중앙의 땅을 몰수하여 이에야스가 돌아올 땅을 없애면서 혼란한 가운데 그를 방치하여 중앙을 쳐다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그의 방책이었던 것이다.
히데요시의 속셈을 잘 아는 이에야스의 가신들은 분노했지만 이에야스는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자신이 다스리던 영지를 서둘러 떠나 동쪽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주 근거지를 비옥한 오다와라에 정하지 않고 뜻밖에 늪지대인 에도로 정했다.
이는 호죠씨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오다와라에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었지만, 일본 최초의 막부인 가마쿠라 막부의 근거지도 아닌 조용한 어촌이었던 에도를 주 근거지로 정한 것은 매우 특이한 선택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는 에도의 늪지대를 메우고 길을 닦고 상인들을 불러 모아 에도를 어엿한 성으로 발전시켜나갔다. 훗날 도쿄 탄생의 초석을 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고 있는 그에게 조선 출병의 군사를 내라고 얼마 전에도 요구했었다.
즉 얼마 전에 패전으로 끝난 조선 정벌전이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아직 영지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았다는 핑계거리를 대며, 유일하게 전쟁에 참가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 군사력을 비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군사력을 다시 내놓으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무릎이 시리니 담요를 내놓으라고 종용하여, 타인도 춥게 만들려는 수작. 자신의 힘을 약화시키려 함을 번연이 알면서도 일단은 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이에야스였다.
지금 그가 대병을 잃었다지만 아직은 그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이에야스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은 총 20만. 그 중 절반을 떼어주면 자신도 위태로울 수 있는 과한 요구이기에, 이에야스는 내놓을 군사 수를 줄이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
“합하의 요구를 못 들어줄 것은 없으나, 하면 우리 가문부터 호죠씨와의 분쟁으로 치달을 터. 이는 기껏 합하께서 이룩해 놓은 전국 일통의 거대한 사업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일. 5만 정도라면 억지로라도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집니다. 합하!”
이에야스의 말에 이번에는 히데요시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히데요시가 전국지배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제일 먼저 추진한 기본 정책이 경작지 조사(檢地:검지)와 무기몰수였다. 철저한 경작지 조사에 의해 전국 토지에 등급을 매기고, 그것에 기초하여 생산고를 산출하고 그 생산고에 따라 연공을 결정하였다.
각급 경지의 연공부과 기준이 되는 수확량을 모두 쌀로 환산하여 석고를 제정하고 석고를 계산하는 도구도 전국적으로 일정하게 하였다. 연공은 일률적으로 전체수확량의 2/3를 납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논의 연공은 금납(金納)을 인정했다.
연공부담자를 검지장에 등록하여 촌락마다 작성하였다. 검지에 의해 촌락의 생산고가 확정되면, 촌락의 크기는 쌀의 생산량인 석고로 표시되고, 다이묘령도 생산량의 단위인 석고로 표시되었다. 석고는 농민에게 연공 부담의 기준이 되며, 다이묘에게는 군역 부담의 기준이 되었다.
검지의 결과, 종래 하나의 토지에 몇 사람이 중복하여 경작권과 수확권을 갖고 있던 복잡한 관계가 정리되어 하나의 경작지에 한 명의 경작인이 있는 원칙이 정해졌다. 히데요시는 장원제적인 지배관계의 흔적을 최종적으로 불식하고 전국적인 검지를 강행함에 따라 통일적인 농민지배와 공조수취체제를 수립했던 것이다.
또한 히데요시는 민중의 무장도 금지하고 무기를 몰수하였다. 무기몰수는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백성, 조닌(町人)에게서 칼, 창, 화살, 조총 등 모든 무기류를 몰수했다. 그리고 무사는 하층 무사라 해도 농민이나 상공업자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이들을 촌락으로부터 분리하여 성 아래의 도시(城下町, 조카마치)에 거주하도록 했다.
이렇게 사, 농, 공 , 상의 신분, 직업, 주소의 구별이 정해져 고정되었고, 또한 병농분리의 원칙도 확립되었다. 병농분리를 완성하고 무사를 도시(城下町, 조카마치)에 집주시켜 신분질서를 확립한 것이다. 이렇게 했으니 무사를 더 충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농민들을 다시 무사로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해서 히데요시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팔만!”
“정 그러시면 칠만 내겠사옵니다. 간파쿠!”
말을 끝내자마자 굳게 다물린 이에야스의 입술이 심상치 않았다. 이에 타협을 하기로 한 히데요시가 말했다.
“좋소. 그렇게 하도록 하고, 각 다이묘들에게는 본 태정대신이 다시 내놓을 무사들을 할당할 것이니, 그런지 아시오. 최소 30만 병력을 재 조련하여 조선은 물론 명국을 기필코 내 손아귀에 넣어야겠소. 하하하..........! 이 일이 잘 풀리면 그 밑의 섬나라들까지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하하하..........! 아 핫핫핫.........!”
비로소 호언장담 잘 하는 평소의 태평한 얼굴로 돌아온 히데요시가 몽상가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동안 취한 듯 몽롱한 꿈에 잠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다시 주변에 인물이 없다는 듯 한동안 광오하게 웃던 히데요시가, 순간적으로 웃음을 뚝 멎고 아주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만들 나가보시오.”
금방이라도 얼음가루가 풀풀 날릴 듯한 냉혹한 음성이었다.
* * *
아무리 즐거운 연회도 끝이 있는 법.
초경이 지나자 연회를 파한 이진은 강녕전 자신의 침소로 들며 개똥에게 시중을 들 것을 명했다.
그동안 전쟁기간 동안은 한동안 금욕을 해온 이진이었다. 국난을 맞아 여인들에게 한 눈을 팔 게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오늘 경축연까지 끝나고 나니 한동안 잊고 있던 음욕이 불같이 일어나는 이진이었다.
이에 평소 성격이 외향적이라 잠자리에서도 자신의 과한 요구를 누구보다도 잘 소화 내는 개똥이를 불렀다. 침소에 들자마자 이진은 자신도 거침없이 옷을 벗으며 개똥에게 명했다.
“벗어라!”
“네, 전하!”
이진의 명에 개똥이 역시 거침없이 옷을 벗더니 스스로 금침 위에 먼저 누웠다.
“빨아!”
“네, 전하!‘
재빨리 몸을 일으킨 개똥이 비스듬히 누워있는 이진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반대로!”
이진의 명에 개똥은 자신의 비부가 환히 보일 수 있는 요염한 자세를 취하며 이진의 것을 덥석 입으로 물었다.
이진 또한 그런 그녀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신 스스로가 반듯하게 눕더니 그녀를 덥석 위로 올려, 그녀의 민감한 부위들을 입으로 애무해 나갔다. 이에 개똥이 흠칫 흠칫 몸을 떨며 무어라 웅얼거리나 이는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징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비부에서 애액이 샘솟듯 솟아나기 시작했다.
곧 그녀를 이진이 그대로 자신의 배 위로 주저앉히니, 이제 스스로 알아서 삽입까지 하는 개똥이었다. 곧 그녀의 풍만한 둔부가 씰룩이며 혼자 널뛰듯 하는 개똥이었다. 그런 개똥이 어느 순간 동작을 우뚝 멎고 하소연하였다.
“아고고........! 전하, 더 이상은........”
스스로 조절한다고 했지만 벌써 사정 일보 직전인 모양이었다. 말없이 몸을 빼낸 이진이 그녀를 앞으로 넘어뜨리자, 자동으로 후위자세를 취하는 개똥이었다.
곧 이진이 그녀의 엎드린 자세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아고고, 전하, 살살 하시옵소서, 천비 죽사옵니다. 전하.........! 아고고.........!”
끝내 이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개똥이었다.
개똥이 절정에 이르자 이진 또한 그동안 참고 참았던 정충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 또한 발사 일보직전임을 알고 급히 빼내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에 정을 토해냈다.
* * *
다음 날 아침.
이진은 언제 과음을 했느냐는 듯 쌩쌩한 얼굴로 항복한 왜장들을 편전으로 불러들였다.
----------------------------------
============================ 작품 후기 ============================
비록 왜인이지만 마음에 들어 이기합니다.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 가질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요, 분노는 적이라고 생각해라. 이기는 것만 알고 정녕 지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 오로지 자신만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마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자기 분수를 알아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 중에서-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후의에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