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42화 (42/210)

< -- 42 회: 부족한 재정을 벌충하기 위한 묘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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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물(貢物)제도에 관한한 다음에 논의하기로 하고 오늘은 화폐 발행 건에 대해서만 논의합시다. 이 화폐를 발행하면 요즘과 같은 춘궁기에도 물가를 잡을 수 있는 효험이 있소. 즉 사서인(士庶人)들에게도 희소식이지요.”

여기서 사서인(士庶人)은 공경대부의 반대말로 사(士)는 박봉의 5품 이하의 관료를 지칭하고, 서인(庶人)은 품계를 받지 못한 양인을 말한다.

“아니더라도 춘궁기라 곡식 값이 뛰는데다 상인들의 농간까지 겹쳐, 이 봄철만 되면 쌀값이 폭등을 하는데, 쌀 한 말에 1전으로 고정을 해보오. 매점매석을 해놨던 상인들이 벼락을 맞는 것이지. 물론 화폐 발행초기에 한한 일이고, 나중에는 시장의 물가에 연동되겠지만, 초년에는 그런 장점도 있단 말이오. 하고 환곡제도의 폐단도 일정부분은 막을 수 있소.”

“나라에서 정식으로 빌려주는 환곡의 법정이자는 연 2할 아니오? 봄철에 쌀 한 말을 빌려주고 추수절인 가을철에 한 말 두 되로 갚게 되어 있는 것 아니오? 그런데 현실은 어떻소? 중간에 관리들의 농간으로 연 5할의 이자가 되지요? 실제는 봄에 빌려 가을에 갚으니, 그 기간이 7·8개월 남짓인 점을 따지면, 연 7할에 해당되는 이자 아니요? 그렇지만 나라에서 돈을 출원하여 은행을 만들면 항시 2할만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오.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약은 사람들은 가을철에 돈을 빌려, 쌀이 풍부할 때 봄철 식량까지 미리 사놓지 않겠소?”

“이렇게 되면 빚을 갚지 못해 노비로 전락되는 양인들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으니, 여러분들이 걱정하는 세원 확보도 되는 셈 아니오. 일거양득이죠. 뿐만 아니라 생계 수단이 마땅치 않은 사람은 돈을 빌려 장사를 할 수도 있고요. 이 말고도 여러 폐단을 막을 수 있으니, 지루하겠지만 더 들어보시오.”

“과인은 이 화폐 발행으로 인해 생기는 차익으로 제일 먼저 아전들과 방군수포제(放軍收布制)에 의해 운용되는 병사, 수사, 첨사, 만호, 권관(權管)들에게 녹봉을 지급하고 싶소. 나라 일을 시키고도 나라에서는 아전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지 못하니, 이는 나라에서 이들에게 도적질을 하라고 정식으로 면허를 내준 것이나 뭐가 다르오. 또한 나라를 지키라고 벼슬은 내려놓고는 그들에게는 전혀 녹봉을 지급 못하니........ 병사에서 권관에게 이르기까지 진을 지켜야할 군사들을 방귀(放歸)시키고, 대신 베 3필을 받아 이들의 녹봉으로 지급하는 것 아니겠소? 이런 한심한 꼴이 어디 있소.”

“이러니 중간에 규정상 있어야할 군사들마저 전부 집으로 돌려보내 놓고(放歸), 이들로부터 받은 베를 착복하지 않는 놈이 없나, 나라는 나라대로 군사가 없으니 외적의 침입이라도 받을 라 치면, 그때는 아예 결단이 나는 것이지요. 이런 폐단도 과인은 화폐 발행으로 제일 먼저 막겠단 말이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거 아무나 물 좀 가져오너라. 과인 혼자 떠드니 갈증이 너무 난다.”

“네, 전하!”

물을 가져올 때까지 잠시 쉰 이진은 금란이 가져온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입을 열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화폐를 발행함에 있어서 과인은 이를 철전이 아닌 동(銅) 즉 구리로 발행하려 하오.”

“하오나 전하.........!”

“무슨 말인지 잘 아니 호판은 과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오.”

“우리나라에서 동이 나지 않는 것은 과인도 잘 아오. 그래서 대부분을 왜에서 수입해서 쓰는 것도 잘 알고 있소. 해서 이미 과인은 이에 대비해 상당량의 구리를 확보해둔 상태요. 물론 철로도 발행을 할 수 있으나, 이는 주조 비용이 너무 들어 화폐로서의 가치가 떨어지오. 왜냐? 실제 철 값은 구리보다 싸지만, 몇 해 안가 녹이 슬어, 버려야 하는 화폐가 태반일 것이니, 반영구적인 동에 비할 바가 못 되지요.”

“아무튼 구리로 화폐를 주조하는데, 이 화폐의 종류도 다양해야 된다고 과인은 생각하고 있소. 즉 1문(一紋)서부터 5문, 1전(一錢), 5전, 1냥(一兩), 1관(一貫) 등 말이오. 왜냐? 그 전에 과인이 호판에게 한 가지 물어봅시다. 요즘 시중에서 탕건 하나의 시세가 얼마인지 아오?”

“그것은.........?”

“대충이라도 좋소.”

“소신 잘 모르겠사옵니다. 전하!”

“할 수 없지요. 과인이 오늘 발언을 위해 상인에게 물어본 바로는, 탕건 하나에 5냥 즈음이오. 시세에 따라 약간의 변동 폭이 있단 말이오. 어쨌든 이 탕건 하나를 사는 것으로 예를 들어봅시다.”

“만일 개국 초의 태조대왕 때나 세종대왕 때와 같이 전부 1문짜리 단일 화폐만 발행된다면 어떤 현상이 생기겠소. 지금 예로 든 탕건 하나를 사자면 자그마치 엽전 500개 필요할 것이오. 하면 과연 이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근 1관에 육박할 것이오. 또 500개를 세는 동안 손님들이 밀려들어오면 장사가 제대로 되겠소? 그럼 약은 사람들은 아마 저울로 달아 계량할 것이니, 어디 정확한 셈이라 할 수 있겠소?”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고액권이 발행되어야 한단 말이오.”

“하오나 전하! 그렇게 되면 사치를 조장하는 바, 이는 검약을 으뜸으로 치는 성리학의 경전에 반하는 바이고, 또한 위폐 발행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또한 이는 도둑의 창궐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허허........! 호판 대감께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료. 과인이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죠. 사치를 조장한다고요? 즉 소비가 느는 것을 걱정한다는 말인데, 나라가 부강하려면 소비가 늘면 늘수록 나라 경제는 발전하게 되어 있소. 무슨 해괴한 소리냐고? 좀 더 들어보시오.”

“좀 전의 탕건을 계속해서 예로 들어봅시다. 만약 탕건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 칩시다. 이 장인에게 소비가 느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오. 그만큼 많이 만들어도 된다는 소리고, 돈을 번다는 소리요. 그렇게 되면 이 탕건 업자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터를 늘리고 직공을 더 두겠지요. 그렇게 되면 이 탕건으로 인해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소리고, 또한 돈을 번다는 소문이 나면 너도 나도 이 직종에 뛰어들 것이오.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생산의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할 것이요. 그러면 소비자는 더 싼값에 탕건을 사 쓸 수 있는 이점이 있겠지요. 또 다른 경우로 다른 탕건업자는 더 늘리기도 싫지만 돈은 계속 번단 말이죠. 이 사람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나라에서 운영하는 은행을 이용하게 될 것이오. 번 돈을 그냥 집에 놓아둔다고 돈이 불어나는 것은 아니니, 2할의 이자, 아니죠. 이 사람은 맡기는 사람이니 대충 1할 5푼의 이자라도 받고 은행에 맡기려 할 것이오. 그러면 이 늘어난 돈으로 은행에서는 필요한 사람에게 대부를 해주고, 이 사람은 이 돈으로 거대한 배도 지어 사무역이라도 한다면, 나라의 부가 또 증가하는 길이오. 허 이거 오늘..........”

또 다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갈증을 해소한 이진이 경제관념 제로인 이 시대의 관료들을 상대로 재차 경제교육에 나섰다.

“또 위폐범을 걱정하셨는데, 위폐는 정말 중대한 범죄고 나라로 보면 큰일이지요. 해서 과인은 위폐범은 3족을 멸하고, 유통시킨 자들도 그 가문은 아예 박살을 낼 참이오. 다음으로 도둑의 창궐문제는 나라 살림이 늘어나는 만큼, 포졸들도 더 고용하여 치안에도 만전을 기할 생각이오.”

“하오나 전하! 근본적인 대책이 빠진 것 같사옵니다. 지금 당장 화폐를 발행한다 치고, 1문에 쌀 1되로 치환되었다고 가정할 때, 한 냥이면 쌀 1가마입니다. 하면 누가 구리돈 1잎을 받고 선뜻 쌀 한 가마를 내주겠습니까? 이와 같이 초기에는 백성들의 인식도 재고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사옵니다.”

“흐흠.........! 호판대담 말씀 아주 잘 하셨소. 그래서 과인은 1냥은 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아니 좀 더 돈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은화로, 1관은 금화로 발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소. 물론 그 이하는 구리돈이지만, 그 엽전에 액면가를 확실히 표시하려 하오. 1문, 5문, 1전, 당오전과 같이, 어떻소? 그러면 아무래도 백성들의 신뢰가 높아지지 않겠소?”

“그렇게 하면 좀 더 정착시키는데 나을 것 같습니다. 하오나 또 한 가지 근심이 있사옵니다. 동을 왜에서 수입한다고 하셨는데, 만약 종전에 우리가 논의한대로 전쟁이라도 발발하면 동의 수급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또한 백 번을 양보하여 평시라도 왜국의 동 값이 올라가면 그 만큼 차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폭등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오히려 찍으면 찍을   수록 손해가 나는 수도..........”

“말씀 잘 하셨소. 물론 그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세워놓아야겠지요. 해서 과인은 이미 동 광산 개발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금은 광 심지어 철광 개발도 시작했소.”

“하옵시면 명국의 진상 요구를...........”

“좀 더 들어보시오. 과인은 이렇게 개발을 해도 금은은 충분하나 동은 부족할 듯싶소. 조선은 동이 얼마 부존되어 있질 않소. 해서 이는 왜와 같이 화산분출이 심한 습곡지대에 많이 묻혀 있는바, 이런 나라를 찾자고 좀 더 멀리 나가면, 유구 밑의 나라들 즉 과인은 이를 동남아시아라고 부르고 싶은데, 이들 나라들로 상당히 많이 매장되어 있는 바, 이들과의 교역을 통해서라도 동을 충분히 확보할 것이고, 명국의 진상요구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부담이오. 왜냐? 전비가 모자라 나라가 망해 없어지는 것보다는 낫고, 또한 이를 과인은 숨김없이 뜯겼다고 조보에 게재할 생각이오. 언제부터 우리가 명의 횡포에 시달려야 했소? 과인은 통분을 금할 수가 없소. 우리가 이런저런 개혁정책으로 나라가 좀 더 부강해지면 절대 명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만은 않은 것이오. 해볼 테면 해보라는 것이지. 그렇다고 전쟁을 벌이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험, 험......... 아무튼 우선 발등의 불부터 끄고 봅시다.”

“전비 마련을 위해 촉발된 이야기니 다시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과인이 계산한 바, 1문을 쌀 1되로 치환 법정 통화로 삼으면, 5홉5푼의 이문을 남길 것 같소. 즉 1문을 제조하는데 4할5푼의 비용이 소모된다는 이야기이고 5할5푼(55%)의 이문을 남긴다는 이야기요. 하니 일문이 이럴 진데 5문, 1전 더 나아가 1냥, 1관의 고액권에서는 얼마나 많은 이문이 발생하겠소. 물론 고액권일수록 그 발행을 1/10로 줄여나갈 생각이지만, 그 이익은 아마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이오. 이 돈으로 전비를 마련하고, 아전과 낮은 관리들의 월급도 충당하고, 포졸도 늘리고, 가장 중요한 군수물자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왜구들이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게 합시다. 과인의 말에 이의 있소?”

“...........”

아무 대답이 없는 제 대신들이었다.

“좋은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찬성도 하고 그러오. 그래야 과인이 반 시진 이상 떠든 보람이 있질 않겠소. 어떻소? 찬성이오?”

“네, 전하!”

“좋소! 모처럼 조정대신들의 의견이 일치하니 얼마나 보기가 좋소. 자, 이제 시행 시기만 남았는데, 과인은 대충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이를 금년 6월 달부터 시행하여, 완전 정착시키는데, 1년이 소요되리라 보고 있소. 하니 그렇게 알고 있되, 가장 중요한 이 화폐의 발행과 정착을 위해 이를 상평창(常平倉)에 두려하오. 물론 상평창의 조직을 대폭 확대해야만 하겠지요. 해서 이 중요한 조직의 수장으로 과인은, 현 승정원의 도승지 유성룡 대감을 정2품으로 특차시켜 보임하려 하오.”

“전하.........! 소신 지식 천박하여........!”

“됐소! 과인이 명을 내리면 일단 해보고 나중에 정 못할 것 같으면 그때 가서 서직을 하던지 하고, 일단은 소임을 받아들이시오.”

“네, 전하!”

마지못해 응하는 유성룡의 풀 죽은 음성이나, 그 속내는 알 수 없었다.

“자, 오늘 조회는 이것으로 파하는 것으로 하고, 호판대감과 신임 상평창 제조는 그 자리에 남아, 좀 더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합시다.”

“네, 전하!”

복명한 대신들이 차례로 물러가자 이진은 남모르게 긴 한숨을 불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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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즐겁고 유쾌한 날들 되세요!^^

성원에 감사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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