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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클리어 공식-194화 (176/201)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194화 수세 (2)

쩌어엉!!

족히 사십 근은 됨직한 대도가 산산이 박살 나며, 고막을 찢어발길 듯 비명을 질러 댔다.

다만, 그 주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시후는 그의 가슴에 틀어박힌 자운유성창을 뽑아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작게는 생존을 위해.

나아가 옆의 동료를 지키기 위하여 상대의 목숨을 취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할수록 메말랐던 땅은 피로 물들었다.

“차 소협!”

시후는 운허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손을 움직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자운유성창이 상대의 목을 꿰뚫었다.

은밀히 옆구리를 찔러 오던 녀석의 손에서 기형도 한 자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굽이굽이 물결친 모양을 보니, 찔렀을 때 출혈을 극대화하기 위한 무기로 보였다.

시후는 기형도를 툭 걷어차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정도에 당할 정도로 허술하진 않아요.”

“그게 아니라, 이쪽은 괜찮으니 다른 쪽을 도와주게.”

“아······.”

시후는 운허의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급한 불은 껐다.

자신이 빠지더라도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질 것이다.

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자, 운허의 사제인 운량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어디를 도와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시후는 창을 거꾸로 쥐었다.

그리곤 창끝을 땅에 꽂으며 장대 뛰기를 하듯 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가장 고점에 다다랐을 때 창끝에 내공을 모아 폭발시켰다.

콰앙!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을 더 높이 띄우기엔 충분했다.

십여 장까지 솟구치는 동안, 시후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마교보다 적은 숫자로 인해 전선은 둘러싸인 듯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나쁘지 않다.’

곡선을 이룬다는 말은 비등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깐.

물론, 승기를 붙잡은 건 아니었다.

시후는 그 승기를 안겨 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잘못 본 건가 싶었다.

시후는 땅에 내려선 뒤, 다시 바닥에 창을 찔러 넣었다.

재차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조금 전 본 광경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시후는 땅에 내려선 뒤 얼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천마는 강하다.

팔황 중 그 누구도 단독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넷이면 다르다.

그를 충분히 억제할 힘이 생긴다.

여섯이면?

억제를 넘어, 천마도 고전할 것이다.

하물며 여덟이라면 제아무리 천마라도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후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분명 천마는 여덟을 상대로 되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물론, 죽은 명일이나 여전히 실종 상태인 적풍의 빈자리를 적시걸과 연설련으로 채우기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두 사람 역시 팔황에 버금가는 고수였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일단.”

시후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웠다.

지금 필요한 건, 천마가 어떻게 강해졌는지 추측하는 게 아니었다.

저들을 도와야 했다.

일원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땅을 박찼다.

시후는 한 줄기 광풍을 남기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철사장’을 극한으로 단련한 손은 한 치 두께의 쇠판마저 뚫을 수 있으며, ‘금강포신’을 한계까지 익힌 몸은 날붙이가 파고드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철사장은 쇠판 두께가 한 치를 넘어 그 두 배만 되어도 뚫지 못하며, 제아무리 금강포신을 극한까지 익히더라도 내공을 두르지 않고서 검기를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듯, 육체를 단련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내공은 그렇지 않다.

“미쳤네.”

시후는 천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혀를 내둘렀다.

1갑자와 2갑자의 내공 총량은 정확히 두 배다.

하지만, 익힌바 심법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힘의 차이를 따지면, 대충 4~5배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2갑자와 3갑자의 차이도 그 정도냐?

절대 아니다.

족히 열 배는 차이가 난다.

그 위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커졌다.

시후는 천마에게서 느껴지는 내공의 양을 가늠해 보았다.

“내가 3갑자가 조금 넘으니깐······. 저 정도면 4갑자 반 정도 되겠네.”

시후의 3갑자도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그런데 4갑자라니.

분명 천마는, 시후의 자운유성창과 쓸데없는 내력 대결을 하려다가 내공에 큰 손실을 보았다.

그리고 팔황을 상대로도 적잖은 내공을 사용했을 텐데, 느껴지는 내공의 양은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복잡했다.

시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싸움을 조금 더 지켜보았다.

“어떻게 도와야 하지?”

시후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딱히 개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멀리서 지켜볼 때와 달리, 팔문금쇄진은 아직 견고했다.

어설픈 개입으로 조화를 깨트리느니, 차라리 뒤를 받쳐 줄 방법을 떠올리는 게 나아 보였다.

시후는 기척을 드러내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제갈마혁은 다가오는 시후를 보더니 고개를 거칠게 가로저었다.

“놈이 흡성대법을 익혔으니 접근하지 말고, 주변에 다가오는 놈들만 막아 주게!”

그의 말에 시후는 걸음을 멈췄다.

‘흡성대법?’

그제야 바닥에 쓰러진 검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신은 나무토막처럼 비쩍 마른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서둘러 시신을 살폈다.

아니다.

흡성대법이 아니었다.

시후는 주먹을 쥐어 제 머리를 두들겼다.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목가가 왜 멸문했는지를 떠올렸어야 했다.

그리고, 목주림이 어떻게 이리도 빨리 철혈대주라는 자리를 꿰찼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목주림을 죽이기 직전까지, 그가 진심으로 마교에 협력할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깐.

“시기를 본다면······. 북원에서 돌아갔을 때쯤 넘겼으려나? 아마도 그렇겠지. 그 전에 넘겼으면 북원이라는 변방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니깐. 그럼 길어야 육 개월인데······.”

시후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천마를 관찰했다.

마교에서 목가를 노린 이유는 간단했다.

목가의 내공심법은 그의 무공을 완성할 수 있는 단초를 쥐고 있었으니깐.

목주림을 제외한 이들을 죄다 죽이면서 빼앗은 목가의 내공심법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북명신공(北明神功)’은 완성되었다.

일원신공과 마찬가지로, 북명신공은 신화 등급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일원신공의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여 유일 등급으로 올렸듯, 천마 또한 목주림에게서 정수를 얻어 유일 등급에 올랐을 것이다.

유일 등급의 무공은 특징이 있었다.

일원신공 같은 경우는 ‘기사회생’이었다.

물론, 죽은 목숨을 살려내는 게 아니라, 내공이 바닥나면 성취에 따라 내공을 회복할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특전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북명신공 또한 그에 못지않은 특전이 있었다.

다소 조건이 있지만, 동류의 무공을 익힌 이에게서 내공을 빼앗아 오는 게 가능했다.

그의 진원진기도 포함해서.

“막지 말라고 해도 막아야 할 판이군.”

같은 내공이라도 천마가 사용하면 효율이 몇 배는 상승한다.

절대 접근을 허용해선 안 된다.

시후는 결의를 다지며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 녀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슴에 수놓아진 천(天)자가 눈에 들어왔다.

“잔혹한 죽음을 선물해 주지.”

놈들을 제물로 삼아, 다른 놈들이 차마 접근할 생각이 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 * *

“후······.”

남궁천은 손목을 휘둘러 간장검에 맺힌 피를 털어 냈다.

적잖은 숫자를 베어 넘겼기에 응혈이 맺힐 법도 했지만, 간장검에는 피가 묻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넷인가.”

남궁천이 베어 넘긴 천마대의 숫자는 벌써 넷에 달했다.

그는 앞으로 더 나아가려 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소가주, 너무 멀리 왔습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그는 몇 안 되는 중소 문파의 고수인 패력금강도 벽오였다.

“어차피 남궁세가는 내가 없더라도 건재할 테지만, 이놈들을 내버려 둔다면 정의맹의 피해가 극심할 것입니다.”

“각 문파의 고수들도 있습니다. 우리도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벽 대협께서는 돌아가십시오. 나는 이 천마대 놈들을 조금 더 찾아야겠습니다.”

남궁천의 고집에 벽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벽오는 안휘의 오대고수였다.

하지만, 가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문파는 일인전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딱히 문규가 있는 건 아니었다.

제자를 키울 돈이 없었을 뿐.

그래서 남궁천이 홀로 움직이자, 얼씨구나 따라붙었다.

혹시라도 위험에 빠진 그를 구한다면 문파를 제대로 일굴 돈을 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깐.

“소가주의 의지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군요. 뒤를 지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궁천은 눈치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도를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 주었다.

자기 문파를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후 두 사람은 천마대를 사냥하며 움직였다.

여기저기 흩어져 정의맹을 흔들던 천마대는 두 사람을 이겨 내지 못했다.

남궁천이 막 한 놈을 더 베어 넘기자, 벽오는 손가락을 뻗어 먼 곳을 가리켰다.

“놈들이 저쪽으로 갑니다.”

“갑시다.”

벽오는 ‘들’이라 했다.

최소 둘 이상이라는 말이었다.

어떤 일을 꾸밀지 모르기에 서둘러 놈들의 뒤를 쫓았다.

“잠깐, 이쪽은?”

앞서 달려가던 벽오가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앞에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기운도 느껴졌다.

이곳은 고작 안휘 오대고수의 수준으로는 와선 안 될 곳이었다.

“소가주, 앞에는 팔황과 천마가······. 소가주!”

남궁천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벽오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으나, 표정을 잔뜩 굳힌 채 그 뒤를 쫓았다.

거침없이 달리던 남궁천의 걸음이 멈췄다.

벽오의 표정이 풀어진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소가주 돌아갑시다. 이곳은······.”

“차 아우.”

“응? 뭐라고 했습니까?”

“차 아우가······.”

벽오는 남궁천의 시선을 쫓았다.

천마대 셋이 달리는 방향에 웬 창을 들고 있는 이가 하나 있었다.

시후였다.

시후는 다가오는 천마대 셋을 바라보다가 무심히 창을 찔렀다.

“와룡등천!!”

자운유성창 주변의 공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공기를 찢어발긴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금빛의 용 한 마리가 허공을 유영했다.

아니,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유영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저, 저게 무슨!”

천마대 셋은 그 자리에서 녹았다.

‘녹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했다.

금빛용에 닿은 부위가 그대로 녹아 사라졌으니깐.

정면에서 막은 놈들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허공에 재빨리 몸을 띄운 녀석은 상체만 남아서 바닥을 기었고, 옆으로 피한 놈은 반인(半人)이 되었다.

시후가 만들어 낸 금빛용은 그로부터 팔십여 장을 더 날아갔다.

아무리 대낮이라도 눈에 안 띨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주변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시후에게 쏠렸다.

“반경 삼백 장 내로 접근하는 놈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시후가 죽음을 선포했다.

하지만, 오만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만’이라는 것은, 행하지 못할 이가 던지는 것이었으니깐.

시후는 실제로 누가 오더라도 죽음을 선사할 힘이 있었다.

압도적인 힘을 보였기 때문일까.

이를 지켜본 마교 놈들의 공세가 약해졌다.

하지만, 남궁천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소주, 왜 그럽니까?”

“차 아우가 저토록 무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남궁천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막기 힘들 테니 우리도 도웁시다.”

“저, 저기를 말입니까?”

시후의 뒤편으로는 천외천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벽오는 저들을 뒤에 둘만큼 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문파를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은 그 두려움을 이겨 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후의 의도를 파악한 이는 남궁천뿐만이 아니었다.

- 195화에 계속 -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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