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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클리어 공식-69화 (51/201)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69화 수색 (2)

마공의 장점은 명백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성취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단점도 명확했다.

불문과 도가 계열의 무공에 취약하다는 것.

“무당이더냐?”

조령안이 통하지 않았으니, 여인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헛다리를 짚은 격이었다.

그녀가 조령안을 펼쳤을 때, 시후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내공을 끌어올리는 것조차도.

시후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거리며 창을 앞으로 뻗었다.

“내게 조령안만 있다고 생각하느냐?”

날 선 목소리.

여인은 앞으로 손을 뻗었고, 남자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손 전체가 검게 물들었다.

시후와 남궁천과의 경지 차이는 크지 않았다.

소림에서 비무를 치르며 발전했다고 한들, 그 간격이 쉽게 벌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깐.

하지만, 시후의 여전히 입가에는 비웃음이 어려 있었고, 창끝을 까딱거리며 들어오라는 듯 도발했다.

“희매! 잠깐······.”

시후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서 불안감을 느낀 남자가 만류했지만, 여인은 도저히 참기 어려웠는지 앞으로 달려들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

시후는 마치 파리 내쫓듯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너무나도 무성의한 태도에 여인은 잠시 움찔했으나, 상체를 낮추며 날이 번뜩이는 창날 대신 창대를 잡았다.

하지만, 그건 시후가 가장 원하던 결과였다.

그녀의 손이 달군 쇠에 닿은 눈덩이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끼아아악!”

여인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미친 듯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뭍에 올라온 물고기가 따로 없었다.

펄떡임은 그래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에 거품을 물더니 그대로 기절했으니깐.

시후는 그대로 남자를 돌아봤다.

“너도?”

사람은 알 수 없는 현상에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 공포의 대상이 자신을 향한다면 더욱이.

남자는 자신을 향해 겨눠진 창을 보더니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현명한 판단이야.”

남궁천과 창의검대가 나서서 엎드린 남자와 기절한 여인의 마혈을 제압하였다.

그 사이, 시후는 손에 들린 자운유성창을 내려다봤다.

[100일 치성을 드린 천령목의 기운으로 사특한 기운이 감히 침범하지 못합니다.]

자운유성창은 모든 사술과 마공에 관한 절대적인 포식자의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천령목의 힘이 가장 강성한 곳은 창날이 아닌 창대다.

그녀로선 죽지 않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차 아우, 이게 무슨 일인가?”

“이 창이 마공이나 사공을 익힌 놈들에겐 극독이나 다름없거든요.”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건 알았지만······.”

남궁천은 겁도 없이 손을 뻗어 창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창의검대는 몸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마공과 사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한들, 닿자마자 사람의 손을 녹여 버린 신물을 곧장 만진다는 건 쉬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들 남궁천의 배포에 놀라는 사이, 시후는 마혈을 제압당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우리 대화 좀 나눌까?”

* * *

당장에 배교 총타로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후가 위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정의맹의 전력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잔가지를 꺾어 내지 않고 쳐들어갔다간, 사방에 배교의 잔당이 남아서 더욱 일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총타를 치기 전에 놈들의 팔다리를 모조리 잘라 내야 했다.

물론, 남자는 고독이 신경을 갉아 먹지 않는 수준의 정보만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했다.

긴가민가한 정보들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으니깐.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 상당수 일치하는 거로 봐선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남자가 전해 준 정보 중 거짓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남자의 이야기엔 개방에서도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가 다수 있었다.

궁혁의 대답에 남궁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배웅했다.

“그럼, 궁 소협께서 수고해 주시구려.”

“예. 혹시라도 더 찾으시는 게 있으시거든 연락 주십시오.”

궁혁은 창의검대와 같이 남자를 이끌고 막간산을 내려갔다.

그는 더 찾아볼 게 있는지 둘러보겠다던 시후를 의심스럽게 쳐다봤지만, 봉분을 다지고 있는 시후의 표정에선 무엇 하나 읽어 낼 수가 없었다.

시후는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다음에야 허리를 폈다.

“그보다, 마공을 익힌 자들에겐 그 창만큼 무서운 무기도 없겠군.”

“그렇긴 한데, 적수공권으로 덤비지 않는다면 별 의미 없죠. 뭐, 사술 같은 거에 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봉분은 자운유성창을 잡았던 희매라는 여인의 것이었다.

그녀는 거품을 물고 기절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창을 붙잡은 것만으로도 지독한 내상을 동반하였고, 마공 특유의 파괴적인 내공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뭘 더 찾아보겠다는 건가?”

두 사람이 머물렀던 곳은 이미 샅샅이 뒤졌다.

어설프게 지어진 집을 포함해 발자취가 닿아 있는 모든 곳을 확인했지만, 남자가 실토했던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거지 두 번, 세 번까지 어려운 건 아니었다.

희매라는 여인이 죽기 전까지는 남자도 고집을 피우려고 했지만, 그녀가 주화입마로 인해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 가는 걸 보고 나선 모든 걸 털어놓았다.

게다가 혹여나 모를 보복 걱정에 신변 보호까지 요청했으니, 남자가 말한 내용에는 거짓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하는 일이 있었다.

“다르게 위장하는 방법도 많을 텐데, 왜 저들은 쓸데없이 산에 숨은 대장장이들로 위장했을까요?”

시후는 남궁천에게 질문을 던졌다.

매사에 진중하고 신중한 성격답게 남궁천은 한참이나 생각한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그야, 남가장에서부터 쇠를 두들기던 노비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무릇 위장을 할 때는 자신들의 익숙한 것으로 해야 티가 덜 나는 법이지.”

“그렇긴 해도 이렇게 산중에 젊은 대장장이 부부가 있었다면, 수상히 여기는 시선이 쏠릴 텐데요?”

“차 아우의 말은 저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게 더 있다는 말인가?”

“저 남자는 다 말했겠죠.”

남궁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곧 그는 나지막이 쌓아 올린 봉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이곳에 있는지도 이유를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 말은 두 사람 중 머리와 꼬리를 나눈다면 남자는 꼬리라고 할 수 있겠죠.”

“으음······.”

남궁천의 낮은 신음을 흘리며 은근슬쩍 자운유성창을 바라보았다.

비난이나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아쉬운 감정이 잔뜩 묻어나오는 눈빛이었다.

보통은 저런 시선을 받는다면 으레 미안한 표정이라도 지을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시후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그 당당한 모습에 의문이 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차 아우, 뭔가 아는 게 있는 건가?”

남궁천의 질문에 시후는 손가락을 아래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방금 흙을 다진 봉분만이 외로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손끝을 자세히 따라간다면 봉분이 아니라 그냥 땅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후는 지금 서 있는 막간산을 가리킨 것이다.

“이곳이 어디죠?”

“절강의 막간산이지.”

“이곳이 왜 막간산이라고 불리는지 알아요?”

시후의 연이은 질문에 남궁천은 잠시 멈칫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대답할 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었다.

그는 신중히 생각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르겠군.”

마치 정답을 맞힐 듯 분위기를 잡아 놓고, 모르겠다고 말했기에 다소 김이 빠졌다.

하긴, 안휘도 아닌데 그가 어떻게 알겠는가.

시후는 결정적인 단서를 던져 줬다.

“이 산의 이름에 쓰인 막(莫)과 간(干)은 어느 유명한 물건의 이름과 같죠.”

“막과 간이라······.”

남궁천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전과 달리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는 곧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가리켰고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답을 맞혔음에도 남궁천의 표정을 밝아질 줄을 몰랐다.

너무나도 아득히 먼 과거의 이야기였다.

시후가 거론한 물건의 이야기하자면, 자운유성창이 만들어진 삼국시대보다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했으니깐.

“간장과 막야 이야기가 왜 나온다는 말인가?”

“그에 얽힌 이야기는 알고 계시죠?”

“물론이지.”

절세의 두 보검은 패권을 두고 끊임없이 싸우고 피가 강을 이루던 춘추시대에 만들어졌다.

사실 검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오나라의 왕 합려는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월나라에서 세 자루의 검을 선물 받자, 이를 못마땅히 여겨 간장에게 절세의 보검을 만들라 명한 것이다.

간장은 각고의 노력 끝에 암수 쌍검을 만들었지만, 왕이 내렸던 기한은 넘겼음을 알고 죽음을 직감했고, 수검인 간장검은 숨겨둔 채 암검인 막야검만 왕에게 진상하여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후, 자식인 적비가 자신의 목을 바쳐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자, 여기서 문제. 그런데 그 검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무래도 합려의 아들이 가지고 있지 않았겠나.”

“그의 아들이 즉위하고 얼마 뒤에 오나라가 망했는데, 그다음에는 어디로 갔을까요?”

시후의 연이은 질문에 남궁천이 삐쭉삐쭉 솟아난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차 아우는 그 검이 이곳에 있을 거란 말인가?”

남궁천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문제는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기에 남궁천과 이곳을 찾은 것이다.

원래 시후가 흑백선자의 머리를 남궁세가에 전해 주지 않았다면, 남궁천은 중원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그 배후를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때 얻는 무기가 바로 이 간장검이었다.

훗날을 생각한다면 남궁천은 간장을 손에 넣어야 했다.

시후는 어떻게든 남궁천이 찾아 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남궁천은 썩 반기는 얼굴이 아니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어떻게 찾겠나? 게다가 아우의 말만 믿고 뒤지기엔 이 산은······.”

막간산은 단둘이 뒤지기엔 터무니없이 넓었다.

아무리 좁게 잡아도 족히 사방 이십 리가 훌쩍 넘는 크기였다.

어디 신줏단지 모시듯 놔둔 게 아니라면, 몇 날 며칠을 헤매도 찾지 못할 공산이 높았다.

남궁천은 시작도 전에 포기하지는 않지만, 무모한 것을 즐기는 성격 또한 아니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이 물건은 남궁천이 얻어야 했다.

시후는 어떻게 그를 설득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가 가장 바라는 이야기를 섞어 주기로 했다.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검, 간장검을 만들 때의 간장은 온 힘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때문에, 검에는 그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그 검에 가장 먼저 목이 달아난 건 그 자신이라는 걸 아시죠? 그래서 그 검에는 간장의 원한이 어려 있다고 전해지죠.”

“그럼 더 얻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굳이 원한이 어린 검을······.”

“그런데 말이죠. 이 간장의 원한은 자신의 원수를 상대할 때 힘을 빌려준다고 하는데······. 형님, 복수를 남에게 미룰 겁니까?”

시후의 질문에 남궁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의 몸에서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살기가 자신을 향하지 않았음에도, 시후는 뼈마디를 송곳처럼 시큰하게 찌르는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남궁천은 숨 막히는 살기를 뿜어내다가 숨을 길게 토하며 살기를 거뒀다.

“그렇지. 그 녀석이 죽었다고 형님의 복수가 끝난 것은 아니지.”

맞장구를 칠까 싶었지만, 한창 분위기를 잡는 도중에 어설픈 맞장구는 그의 결의만 꺾을 듯해서 관두었다.

대신, 시후도 억지로 눈에 힘을 주며 남궁천과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남궁천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 뒤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찾으면 되겠나?”

- 70화에 계속 -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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