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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87화 (87/136)

〈 87화 〉 2부 34화 호태의 일기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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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34화 호태의 일기장 (1)

"엄마!"

"누가 찾아왔어?"

"엄마, 아빠 친구 중에 권기범이라고 있어요?"

"권기범..?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남성은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너 뭐냐고?"

나는 현관문 앞에서 땅이 꺼질 듯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후~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제 핸드폰 번호가 적힌 종이를 드릴 테니 하실 말씀이 생기시거나 어머님이 제 아버지를 기억하신다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하... 네. 그냥 가세요."

남성은 상대하기도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입장이 바뀌었어도 나도 저 사람처럼 미친놈 취급했겠지.. 반응을 봐서는 진짜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것 같은데..'

발길을 돌리려고 할 때 무언가 생각이 났고, 가방에 종이를 꺼내 메모를 한 뒤 이정수 씨의 현관문 앞에 붙여놓았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붙여놓고 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희망인 김종대씨의 가족을 찾아갔다. 주소를 보고 찾아간 김종대 씨의 가족이 사는 집은 지은 지 오래된 허름한 빌라였다.

'이거 벨도 고장 난 것 같은데..'

벨을 눌렀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질 않자, 나는 현관문을 두드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쾅­ 쾅­

"계십니까? 계십니까?"

쾅­ 쾅­

"계십니까? 계십니까?

'집에 아무도 안 계신 건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우리 할아버지보다 연세가 더 들어 보이시는 할머니가 힘겹게 현관문을 열고 나를 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김종대 씨 친구 아들입니다.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할머니는 내 입에서 김종대라는 이름이 나오자, 현관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아.. 들어오세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소파에 앉아 기다리며 내 시선이 멈춘 곳은 TV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액자였다. 할머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한 캔을 들고는 내 옆에 앉았다.

"뭐.. 드릴 게 없어서 이거라도 드세요."

"아닙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음료수를 건네받자 할머니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제 아들이에요. 잘생겼죠?"

"아.. 저 사진 속에 있는 분이요?"

"네. 저와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이죠. 종대가 사진 찍는걸 유난히 싫어했거든요."

"아하..."

"오랜만에 우리 아들을 아는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져서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

"아, 아닙니다.."

"그래요. 우리 종대 친구의 아들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학생, 아버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권기범 씨입니다. 사회에서 알게 되신 친구라 할머님이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네요. 근데 무엇을 물어보시려고 찾아오신 건가요?"

"아.. 사실.. 할머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아버지도 김종대 씨와 같은 날 돌아가셨습니다."

"어,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서.. 혹시 김종대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던 날 특이한 점이 없었나 해서요."

"저도 종대가 그렇게 되고 나서 분명 자살을 할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건을 맡은 경찰에게 자세히 알아봐달라고 사정을 했어요. 그런데.. 회사 내부에 있는 CCTV에 종대가 옥상으로 혼자 올라가는 것이 찍혀있더라고요."

"CCTV요?"

"종대가 다니고 있던 회사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어요. 종대 말고는 옥상에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이 없었고요."

'흠... 진짜 우연의 일치인가..?'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어요."

"그게 뭐죠?"

"종대는 아침잠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늘 아침밥을 차려놓고 종대를 깨우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방문을 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어나 있더라고요."

"아.. 네."

"제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고 침대에 앉아 뭐라고 중얼거리길래 뭐라고 하는지 옆에서 들어봤더니.."

"들어봤더니..?"

"시간은 오래됐지만, 우리 종대가 했던 행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거든요."

'책망..?'

'왜 책망을...'

"그리고는 금지구역이라는 말을 했는데.."

"금지구역이요?"

머릿속은 어지러웠고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금지구역이라는 말을 확실히 꺼냈나요?"

"네. 금지구역이요. 근데 어디에 있는 금지구역인지 모르고. CCTV 증거로 종대 사건이 종결되었으니까.. 마음에 걸렸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어요."

나는 널브러져 있는 퍼즐 조각을 지금까지 얻은 정보만으로 억지로 맞춰보았다.

'우리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타살을..? 말도 안 돼...'

내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자, 할머니는 내게 물었다.

"학생, 혹시 금지구역이라는게 뭔지 아는 건가요?"

"아, 아니요.. 저도 처음 들어봤어요. 혹시 그것 말고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나요?"

할머니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TV 위에 있는 자신과 아들이 같이 찍은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네. 그러고선 회사로 출근을 하고 저녁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죠..."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기억을 꺼내게 만들었네요."

"아니에요. 학생이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에 대한 일도 궁금해하고 기특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저도 덕분에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좋았어요."

"제가 혹시 물어볼 게 더 생기면 연락 드려도 되나요?"

"그럼요."

나는 할머니에게 연락처를 받은 뒤 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4시인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안 지났네.'

비록 학교를 가지 못했지만, 그만큼 성과도 있었다. 금지구역에 아버지가 연관되어 있다면, 더 이상 이 일은 채린이의 일만은 아니었다.

'후.. 뭐가 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집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아까 봤던 이정수 씨 아들 이윤석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저희 가족한테는 아버지의 대한 일이 아픈 기억이거든요."

"당연히 이해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남기고 가신 메모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아 보셨나요?"

"네.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테라와 저번에 갔었던 카페에서 이윤석을 기다렸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자그마한 노트를 손에 들고 이윤석이 카페에 도착했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니에요."

"사실.. 메모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 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모를 남겼습니다."

사실 이정수의 집 앞에 적어 두고 간 메모는 '리카엘을 혹시 아십니까?'라는 말과 내 연락처를 적어두고 갔다.

"혹시 리카엘이라는 분이 학생 아버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아버님의 존함이 리카엘이신가요?"

"아, 그건 아니고... 일종의 별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제가 아버님을 뵐 수 있을까요?"

"저희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근데 저희 아버지의 별명을 어디서 들어보신 건가요?"

이윤석은 자신이 들고 왔던 노트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가요?"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저희 아버지가 쓰신 일기장 같은 소설입니다."

"소설이요?"

"네. 여기에 리카엘이라는 사람이 등장하거든요."

"저희 아버지가요?"

"네. 저도 3년 전에 아버지의 유품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건데.. 처음에는 날짜도 적혀 있어서 일기장인 줄 알았는데 이상한 용어들도 막 적혀 있어서..."

"제가 한 번 읽어볼 수 있을까요?"

"집에 가져가셔서 읽으셔도 됩니다. 아까 무례하게 행동한 것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이윤석은 학생인 나한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마지막까지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빨리 집에 가서 읽어봐야겠다.'

나는 집에 도착해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 2007년 1월 17일

오늘부터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리카엘님과 일렉이는 내가 일기를 쓴다고 하니 비웃었지만, 일기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오래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드디어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리카엘님과 일렉이와 드림관리재단에 본부 소속으로 일하게 되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제 자각력을 잃을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되었다. 본부 소속으로 들어갈 생각에 설렘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처음으로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해야겠다.

# 2007년 2월 21일

역시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건 타인들과 약속보다 지키기 어렵다. 매일 쓰려고 했던 일기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니.. 내 자신이 정말 한심스럽다. 이제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써봐야겠다. 그간의 일들을 말하자면 리카엘님과 일렉과 같이 정예부대로 소속을 배정받고 꿈속 세상에서 쉴새 없이 달려왔다.

이번에도 리카엘님의 조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뻤다. 이번 꿈속세상에서는 넘버원님이 SS급으로 승급을 하셔서 넘버원님 꿈속에서 승급 파티를 즐겼다. 먼저 SS급으로 승급하신 화타님과 제논님도 만날 수 있었다. 화타님과 제논님은 실제로는 처음 뵈었는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정말 범상치 않았다.

공명님은 자신의 제자가 SS급으로 승급을 하셔서 기분이 좋으신지 승급 파티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 계셨다. 그런 공명님을 보고는 리카엘님은 자신의 아버지를 뺏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으셨는지, 표정 관리가 잘 안되셔서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2007년 2월 27일

회사 일이 너무 고달파서 오늘도 일기를 쓰지 않으려 했지만, 집에 오니 어느 정도 피로감이 회복되어 이렇게 펜을 들었다. 이번 꿈속에서는 넘버원님과 같이 특급수배자 해리킴을 잡았다. 비록 넘버원님이 지원 오시기 전까지 고전을 했지만 말이다.

보상으로 무엇을 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일렉이가 현실 세계에서 어머니가 아프셔서 많이 힘들어한다. 병문안을 가고 싶었지만, 아직 우리 모두 S급이 되질 않아서 현실 세계의 신상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이럴 때는 드림관리재단의 법이 참으로 야속하다. 언젠가 S급을 넘어 SS급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나는 잠을 청한다.

2007년 3월 15일

결국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쓰기로 했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이번 꿈속 세상에서는 S급이 되면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S급이 되면 신상정보를 본부에 보고를 하고 현실 세계의 드림관리재단에 들어갈 수 있다.

연봉은 어느 대기업 과장보다 더한 연봉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일 좋아한 사람은 일렉이었다. 게을렀던 일렉이 수련을 열심히 하니 정말 적응이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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