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2부 9화 다시 만난 채린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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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9화 다시 만난 채린이 (2)
테라와 통화를 끊고 아침 겸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선 승만이네 집으로 향했다.
"엇. 벌써 왔네?"
"느림보냐!"
승만이네 집에 도착하니 채린이는 거실 의자에 앉아 승만이가 준비해논 주전부리를 먹고 있었다. 채린이는 그릇에 마지막 남은 과자 조각을 먹어 치우고는 빈 그릇을 손에 들고 승만이를 불렀다.
"야, 박승만!"
"응?"
"과자 좀 더 가져와!"
"아, 알겠어."
승만이는 채린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청아, 쟤 원래 저런 성격이야?"
"응. 어차피 성격 곧 까발려질 거 이판사판인가 보네."
"과자 가져오라고!!!"
"알았어."
승만이가 과자를 가져오고 자리에 앉자 채린이는 승만이를 향해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호기심이라지만, 우리 종찬이를 네가! 협박을 해!!??"
"미, 미안합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는 승만이지만, 리얼 맹수 같은 채린이 앞에서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고 있었다.
"꿈을 자각하려면 꿈 일기 쓰는 것도 잊지 말고!!"
"응."
"낮잠을 잘 때 완전 피곤한 상태가 아니니까, 꿈속인 걸 인지하기 훨씬 쉬워."
"아....."
"내가 너의 꿈속으로 들어가서 왔다 갔다 하며 너의 자각력을 깨워줄게."
"고마워."
채린이는 승만이에게 호통과 교육을 동시에 속사포처럼 내뱉고 있었다.
'이럴 거면 내가 올 필요가 없잖아...'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승만이가 약속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자, 그제서야 채린이의 호통과 교육은 멈췄다.
"그럼 간다."
"승만아, 나도 갈게."
"응... 빨리.. 아니 잘 가."
승만이네 집 앞으로 최 집사님이 오셨고, 나는 채린이를 배웅을 하고는 집으로 귀가했다.
'저녁에 테라랑 약속만 없었다면 승만이의 귀에서 피가 나는 걸 목격할 수 있었을 텐데..."
집에 도착해 할아버지의 방문을 두드렸지만, 할아버지는 오늘도 회사에서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꿈속에서 봤으니까 그걸로 된 건가?'
방안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꿈속 세상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 세상으로 들어오니 숨이 막힐듯한 초록 내음으로 가득 차 있는 숲속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 좋다!'
숲속의 향기를 맡으며 행복에 젖어 있을 때 채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그런 변태 같은 표정은?"
"깜빡이 좀 키고 들어오지?"
"내가 먼저 들어왔거든?"
"여기 내 꿈속 세상이거든?"
"죽을래?"
"후... 아니?"
채린이는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자신의 푸른색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한 달은 바쁘니까, 나 찾지 마."
"왜??"
"나나의 꿈속을 놀러도 가야 하고, 찬휘의 승급파티도 못 갔으니 얼굴 한번 보러 가야 하고, 약속대로 승만이의 꿈속도 가끔씩 들어가서 자각력을 일깨워줘야지. 그리고 틈나는 대로 수련도 해야 하니까."
"뭔가 엄청 바빠 보인다.."
"바빠 보이는 게 아니라 바쁜 거야!"
"알겠어. 그럼 그때 동안 수련이나 하지 뭐."
채린이는 인사를 한 뒤 드림홀을 생성해 떠났고, 나는 어김없이 수련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침입메세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셋이면... 3인 1조일 가능성도 있겠네? 그렇다는 건 흑협인가?'
구현해놨던 벤치에 앉아 한참동안 침입자를 기다리고 있자, 멀리서 굉장히 낯익은 실루엣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저.... 실루엣.. 낯이 익는데?? 어디서 봤지?'
점점 가까워지자 낯익은 실루엣은 저번에 할아버지들과 같이 내 꿈속으로 왔던 할아버지의 제자들이었다.
'왜 온 거지..? 게다가 할아버지는 같이 안 오신 것 같은데..?'
할아버지의 제자 중 우범이라는 녀석이 내 닉네임을 부르며 내 앞에 다가왔다.
"어이!! 천귀령이!!"
"무슨 일로 내 꿈속으로 들어온 거지?"
내가 살짝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번에는 최희가 나를 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미래의 서방님 얼굴 보러 온 게 잘못이야?"
"그, 그건 할아버지가 마음대로 정하신 거라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야."
"나 지금 저런 애한테 까인거야? 나, 참 기분 참 더럽네."
심기가 불편해진 나는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우범은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며 시비를 걸었다.
"공명님을 믿고 너무 나대는 것 아니야? 소속도 없는 부랑아 주제에 말이야."
"지금 시비 걸려고 내 꿈속 세상에 침입한 거야?"
"침입? 네가 감시자로 들어온다면 네 선배님이 될 사람들인데 침입? 하... 기가 막힌다."
"후....."
"내 앞에서 한숨을 쉬어? 너는 공명님만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뒤졌어. 알아?"
언제 싸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자, 보다 못한 효진이라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동료인 우범이를 말렸다.
"우범아, 이제 가자. 공명님의 손자분이신데 이렇게 하는 건 공명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내가 그러니까 너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이 자식이 나한테 반말 찍찍 하는 거 안 보여?"
"그건 네가 먼저 반말을 했잖아."
"아무리 공명님의 손자라도 말이야. 공명님은 공명님이고 쟤는 쟤야. 후배 교육은 선배가 해야지."
"우범아..."
효진이가 우범이를 말리고 있자, 이번에는 최희가 내 앞에 다가왔다.
"공명님이 잘생겼다고 그렇게 손자 자랑을 해서 조금은 기대를 했는데, 허우대만 멀쩡하고 이렇게 허접한 놈일 줄이야."
최희가 할아버지와 있을 때는 얼마나 가식적인 연기를 펼쳤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없는 자리에서는 가면을 벗은 최희의 모습은 가히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왜?? 할 말 없어? 공명님 계실 때처럼 눈이라도 부라려 보지그래?"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가라."
"호호, 겁먹은 주제에 끝까지 허세를 떠는 거 봐."
손가락 마디마디가 떨릴 정도로 분노 했지만, 할아버지의 제자들이었기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드림 관리재단에 위장 잠입을 하게 된다면 정말 나에게 선배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꾹 참고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내가 예의 없게 한 것 미안해."
그러자, 최희는 신이 났는지 내 앞에 자신의 발을 갖다 대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 잘못했어? 그럼 핥아봐."
"뭐?"
효진이는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고, 우범은 최희에 행동에 신이 났는지 팔짱을 끼고는 구경을 했다.
"최희말 못 들었어? 미안하면 핥아보라잖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최희와 우범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애들아, 적당히 좀 하자."
"적당히 안 하면 어쩔 껀데?"
"후....."
"공명님도 불쌍하다. 저런 애를 손자라고 둬서.. 풉.."
나는 당황해하고 있는 효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효진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효진님이 사과드릴 건 없고요.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못 본 척 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 구경만 하시라고요."
내가 뭔가 하려는 듯한 액션을 취하자, 우범과 최희는 나를 향해 더욱더 도발을 해왔다.
"가오충 새끼.. 지금 나랑 싸워보게?"
"어이구.. 무서워...."
나는 주저 없이 아이템을 생성했다.
"라이덴 소드 생성!"
((전기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였습니다.))
((물과 관련된 물리 공격과 마법에 대한 대응력이 증가합니다.))
((뇌신의 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우범도 나를 따라서 자신의 아이템을 생성했다.
"애욕의 밧줄 생성!"
"천백의 창 생성!!"
최희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하나뿐인 귀속 아이템을 생성했다.
"여왕의 지팡이 생성!"
아이템을 생성하고 여유롭게 있던 우범과 최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듯 보였다.
"너.... 그때 생성했었던 아이템과 다르잖아...?"
"나는 너네한테 D급이라고 말한 적 없어. 어둠의 그림자 망토 생성!"
((스킬 회피력이 증가합니다.))
((감지 스킬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그림자 은신술의 스킬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세 번째 아이템을 생성하자, 우범과 최희 얼굴은 노랗게 변했다.
"세... 세 번째....아..이.ㅌ.."
"그림자 은신술!"
그림자 은신술 스킬을 시전하고 은신 상태로 우범과 최희를 공격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이미 그들은 전투의지를 상실한 듯 보였다.
'이 자식들 자기보다 등급이 높다고 생각하니까 바로 꼬리를 내려버리네.'
우범은 내가 시야에서 안 보이자,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움직임이 거슬린 나는 라이덴소드를 우범의 목에 갖다 댔다.
"어허, 움직이지마. 조금만 허튼짓 하면 목 날아간다."
내 경고 메세지를 들은 우범은 곧 자신의 자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자신의 바지에 암모니아를 적셔버렸다. 은신 상태를 유지하며 라이덴 소드를 들어 이번에는 최희에 목에 갖다 대자 최희는 마른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할아버지 때문에 참은 건 허접한 너희가 아니라 바로 나야. 알아들어?"
잔뜩 겁을 먹은 우범과 효진은 내 말의 대답도 못 한 채 서로 눈치만 살펴보고 있을 때 효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투명한 반지 생성!"
효진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의 동료들을 잃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듯했다.
"퍼펙트 디텍션!!!"
((은신 상태가 풀립니다.))
'이런... 감지 계열인가?'
효진은 스킬을 쓰고 내가 은신 상태가 풀리자, 나에게 다시 한번 거듭 사과를 했다.
"천귀령님 제 동료들이 몰라뵙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공명님을 봐서라도 너그러운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할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라이덴 소드를 내려놓자, 은신 상태가 풀려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정신이 돌아왔는지 우범은 효진에게 소리쳤다.
"우리 세 명이면 이 정도 S급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소속이 없는 돌연변이일 뿐이라고!"
"하... 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다, 닥쳐.. S급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효진아! 도와줘!!!"
내가 효진을 쳐다보자, 자신의 동료를 배신할 수 없어서인지 우범과 최희를 도와주기로 마음을 굳힌 듯했다.
'아.. 성가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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