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1부 38화 악연 아니면 필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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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38화 악연 아니면 필연 (2)
테라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자각력을 잃게 만든 죄책감이 조금씩 씻겨 나가는 듯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테라에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방식으로 내 꿈속을 들어온거야?"
"드림홀을 생성하고 초대 코드 없이 랜덤으로 진입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거지."
"랜덤으로? 그러면 높은 등급에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갈 확률도 있는 거잖아."
"그래. 그때 당시 나는 꿈속 세상에 미련이 없었다."
테라의 표정과 침착한 말투는 지금 테라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꿈속 세상에 미련이 없었다라... 그럼 너는 어쩌다가 흑협에 들어가서 남의 꿈속에서 침입해 지배석을 빼앗었던 거지?"
내 물음에 밝았던 테라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졌다.
'실수한 건가...?'
"인간은 말이야. 너무 욕심이 과해."
"욕심?"
"자신들이 얼마나 복에 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생활들에 익숙해져서 투덜대기나 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거랑 지배석을 빼앗은 거랑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테라는 천천히 자신의 손으로 휠체어를 끌고 내 앞으로 다가와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초등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하고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다가 중학교에 휠체어를 타며 처음 등교했지. 그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간고사가 있는 날이었어."
'중학교 등교 첫날부터 시험.. 끔찍하군.'
"시험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우리 담임이 나보다 평균 점수가 적은 학생들을 교실 뒤에 세워 놓고는 어떻게 한 줄 알아?"
"어떻게 했지?"
"때리면서 나를 가리키고는 이러더군 '쟤보다 평균 점수가 낮은 것이 말이 되냐? 반성해라!' 라고 말이야."
"그런 선생님이..."
"그때 생각했어. '내가 이 반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내 인생은 정말 X됐구나.' 라고 말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 꿈을 자각하게 된 거야."
나는 바닥에 앉아 테라가 하는 말을 묵묵히 경청했다.
"내가 그때 당시 꿈이 걷는 거였고, 소원이 달리는 거였어. 근데 꿈속을 자각하게 되니 하늘을 날 수도 있더군."
"그렇지.."
"어느 날 흑협들이 내 꿈속을 찾아와 나를 각성 시키고 수련을 시작하면서 체력이 현실 세계로 전이가 되기 시작했지... 그때는 혹시나 현실 세계에서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어."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각성을 하면 꿈속 세상에서 체력이 현실 세계로 전이가 되니까."
"하지만 여전히 내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지. 알고 보니 현실 세계에서 얻은 질병이나 장애는 고칠 수 없다더군. 그래도 나름 만족하면서 살았어."
"만족했다면서 도대체 왜.."
"그런데 감시자 새끼들이 내 꿈을 방해하려 들잖아!!! 나에게는 남은 것은 꿈속 세상뿐인데.. 이것마저 뺏어가려고 하잖아!"
"그건..."
"신은 내게서 다리를 가져갔지. 근데 그들은 신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내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가져 가려고 하는 거지?"
"......"
"그래서 그들에게 벌을 주고 싶었어. 하나뿐인 내 희망을 짓밟으려는 놈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복에 겨워 사는 것도 모르고 뭘 또 얻어 보겠다고 꿈속 세상을 배회하는 족속들을 말이야."
테라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동요되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테라에게 다시 물었다.
"하지만 흑협이라는곳은... 온갖 쓰레기 짓을 다 하는 집단이잖아."
"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어. 같이 모여 다니는 것도 경멸했지. 그냥 혼자 남의 꿈속을 돌아다니며 지배석을 빼앗고 심판을 내렸던 것뿐이야."
"이제 그렇게 심판을 내리지 못하니 자살시도를 했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심판을 내리면서 나 또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나는 신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내 자신에게 심판을 내렸던 거지."
테라는 휠체어에 앉은 채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그런데 이 저주받은 몸뚱아리는 죽고 싶어도 마음대로 죽어지지가 않더라."
"죽지 않았다는 건 무언가 다 뜻이 있다는 거야."
"그래. 네 말이 맞아. 아직 나에게는 할 일이 남아있었던 거야. 이제부터 희망을 뺏어가려는 사람을 짓밟는 짓은 안 할 거야."
"할 수가 없는 거잖아."
테라는 내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정확하게 말하면 할 수가 없게 되니 깨달은 거지. 내가 진작에 해야만 했던일을 말이야."
"진작에 해야만 했던일?"
"나만 할 수 있는일이지.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꿈을 자각하게 됐을 때 더 이상 희망을 빼앗기지 않도록 도움을 줄 거야."
"도대체 어떤 식으로?"
내가 너무 테라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 걸까? 아니면 테라가 생각보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 걸까? 테라는 나를 보며 한바탕 크게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크하하하!! 애송이는 모르는 게 약이지."
"뭐를 모른다는 거야?"
"재단이 왜 꿈속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거야.. 역사가 그러니까..."
"크하하하!! 그러니까 아직 애송이라는 거야."
"도대체 무슨..."
"문득 궁금해졌지, 도대체 그 새끼들은 왜 그렇게 꿈을 자각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 단순히 현실 세계의 삶이 피폐해질까 봐?"
"그게 아니라면?"
"그것이 궁금해져 미친듯이 정보를 파고들었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흑협들은 나를 '정보의 왕' 이라고 부르고 있더군."
"그래서 재단에서 그렇게 꿈속을 자각하는 것을 막는 게 도대체 뭔데?"
"내가 너 같은 애송이에게 왜 알려줘야 하는 거지?"
'이 자식.. 자각력을 잃고 정신이 나간 건가?'
테라가 자각력을 잃고 미쳐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불구인 것은 안쓰러웠지만, 테라는 결국 내 꿈속을 침범했던 놈이었고, 내 지배석을 빼앗으려 했던 놈이었다.
'이 녀석이랑 이야기를 오래 하는건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군.'
"그래. 그렇게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는 너의 인생에도 목표가 생길 거야."
"애송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는건가?"
"네 말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사실이니까... 미안하지만, 오늘 방 청소는 못하겠다. 가볼게."
더 이상 테라의 방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 지으며 자리에 일어서 방문을 나가려 할 때 테라의 말이 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채린이가 감시자한테 쫓기는 이유를 알고 싶지?"
"뭐, 뭐라고?"
"뭘 또 들었으면서 새삼스럽게 묻고 그래. 채린이 말이야."
'이러다가 테라의 블러핑에 휘말리겠군'
"그건 나중에 채린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테라는 내 말을 듣고는 다시 큰 소리로 웃어댔다.
"크하하하! 네가 채린이랑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너를 원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원수?"
"그 이야기를 듣게 된 사람도 감시자한테 평생 쫓겨 살테고, 게다가 현실 세계까지 추적해 목숨을 끊으려 할 텐데 원수가 아닌 이상 이야기를 할 리가 있곘어?"
테라의 말을 듣고 흥분해 휠체어에 타고 있는 테라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우웁.. 이보게 애송이 진정하라고. 자네 봉사활동 하러 온 것 아닌가?"
"지금 채린이가 현실세계에서도 위험하다는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걸 봐서 채린이가 널 많이 아끼나 보군."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이봐, 죽으려 했던 사람한테 지금 목숨 가지고 협박을 하는 거야?"
"크흑.."
"침착하라고, 너도 꿈속 세계에서 환락을 즐기며 그냥 그렇게 인생을 살면 되는 거야."
"이 자식이.."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고 나는 황급히 두 손으로 들어 올렸던 테라의 몸을 휠체어에 다시 내려놓았다.
"종찬아, 바깥 청소는 마무리 지었는데. 인사드리고 슬슬 가자."
"아, 알겠어요."
선생님은 방안에 들어와 나와 같이 테라에게 인사를 건넸고, 테라는 나를 향해 웃으며 우리의 인사를 받아줬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과 테라의 집 밖으로 나왔다.
"아까는 인사도 안 받으시더니 마지막에는 웃으시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 너도 그렇지?"
"네. 선생님."
"거드름 피울 줄 알았더니, 정말 청소를 열심히 하던 걸? 선생님은 종찬이를 다시 봤어."
"하하..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이곳으로 올 때 타고 왔었던 미니버스가 세워져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선생님은 내내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미 모든 신경은 테라에게 향하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결국 나는 버스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
"무슨일이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선생님."
"응?"
"아무래도 제가 핸드폰을 청소했던 집안에 놔두고 온 것 같은데 금방 갔다 올게요."
"그래.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다녀와."
"네."
그렇게 다시 테라의 집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집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어보니, 테라는 휠체어에 앉아 책상에서 또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방문을 여는 소리에 인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뭐야? 정말 나를 죽이기라도 하려고?"
"아니, 너에게 제안을 하려 왔어."
테라는 책상으로 향했던 자신의 휠체어를 나를 향해 돌려세우며 말을 이어갔다.
"크하하하! 재벌 아들이라도 되는 거냐?"
"네가 원하는 게 돈이야?"
"그건 아니지,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돈 말고 타협점을 찾기 어렵잖아."
"너는 채린이가 감시자한테 쫓기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거야?"
"자세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채린이가 감시자한테 쫓기는 이유, 그리고 흑협과 드림관리재단 네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원해."
"제안이라는 것이 말이야. 언제부터 한쪽에만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었지? 나는 너한테 얻고 싶은 정보가 없어."
"내일까지 내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는 잘 생각해."
"미리 말해 두겠는데, 괜히 내일 헛걸음 하지 말라고!"
"아니, 너는 흥미로워 할 거야."
"뭐를 흥미로워 한다는 거지?"
나는 테라를 향해 웃음을 짓고는 가까이 다가가 테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심장이 약하지는 않지?"
"뭔 소리야?"
"아니,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심장마비나 걸리지 말라고."
"도대체, 무슨.."
"라이덴 소드 생성!"
((뇌 신의 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였습니다.))
((물과 관련된 물리 공격과 마법에 대한 대응력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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