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1부 35화 끝없는 수련 (Feat.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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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35화 끝없는 수련 (Feat. 레나)
'채린이가 이번에는 내 꿈속으로 올 수도 있다고 했으니 기대를 해봐도 되는 건가.'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으로 진입해 방문을 열고 나오니 푸릇푸릇한 풀 내음이 나를 반겼다.
'상쾌해... 좋다.. 잠깐만, 근데 저게 뭐지?'
풀 내음에 취해 이리저리 꿈속 세상을 거닐고 있을 때 익숙하면서도 왠지 무언가 낯선듯한 낚시터가 보였다.
'레나를 지원하러 내 꿈속으로 침입했었던 감시자들 때문에 내가 분명히 낚시터를 없앴는데.. 도대체 뭐지..?"
의구심을 가지고 낚시터 안으로 숨을 죽이고는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침입자가 낚시터를 구현할 일은 없을 텐데... 그렇다면.. 채린이가 돌아온 건가?"
"우와! 또 낚았어! 나 정말 소질 있나 봐."
누군가 물고기를 낚아서 기뻐하는 목소리가 낚시터에 울려 퍼졌고, 비록 메아리로 전해들은 목소리였지만, 낚시터에 있는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채린이가 온 게 틀림없어! 며칠이 걸린다더니 서프라이즈로 나타나려고 장난친 거였군.'
반가운 마음에 인기척이 느껴진 곳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채, 채린아!!"
"응?"
가까이 가보니 채린이가 아닌 며칠 전 내가 흑협으로 구해주었던 레나가 낚시터 의자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레, 레나?"
'아차차.. 레나가 감시자면 채린이를 알 수도 있을 텐데..'
레나는 자신을 다른 여자와 착각한 것이 꽤나 불쾌한지 잡은 물고기를 한 손으로 휙휙 돌리더니 이내 나에게 내팽개치듯이 던져버렸다.
"깜짝아. 왜 그러는 거야.."
"채린? 같은 프란 식구인가 보네요.."
"하하, 내 친구야."
'다행히 레나는 채린이를 모르고 있구나.'
"저는 불청객이라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그런데 갑자기 내 꿈속으로 방문하다니 무슨일이 생긴거야?"
레나는 낚시터 의자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서는 나를 응시하며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당신의 꿈속 리듬이 규칙적으로 움직여서 제가 감시 차원에서 방문 한 겁니다."
"뭔 소리야. 나는 방금 꿈속으로 들어왔는데.."
그러자 레나는 당황을 하며 연신 헛기침을 하더니 나를 다그쳤다.
"에헴!!! 예방 차원 모르세요? 나 말고 다른 감시자들이 당신의 꿈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내가 예방 차원으로 들어와 준 거잖아요!"
"아... 그러니까 내 걱정을 해서 와줬다는 거야?"
내 물음에 레나는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걱정이 아니라! 감시자 입장에서 당신은 위험인물이니까 제가 특별 감시를 하는 거죠!"
"아이고... 영광입니다. 레나 감시자님."
"흐흐... 영광인 줄 알면 됐어요.'
'비꼬는 줄도 모르고 쟤는 항상 해맑어..'
"그건 그렇고 내가 구현한 것처럼 깔끔하게 낚시터를 재 구현해놨네."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감시자한테 자각력을 들키기 전까지는 구현하는 재미로 꿈속 세상을 살아왔으니까요."
"근데 생각보다 감시자가 제법 꿀보직인가 보네?"
"꿀보직이라니요! 남의 꿈을 감시하는 게 얼마나 고달픈지 아세요? 보고서도 하루에 한 번씩 작성해야 한다고요!"
"미안하다. 근데 나는 수련을 해야 하는데.. 너는 여기 계속 있을 거야?"
"방해된다는 뜻인가요...?"
"아니,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풀이를 하냐.."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세요. 저는 타인의 꿈속을 다니면서 한 번씩 당신 꿈속으로 들어와 감시자로서 할 일을 할 테니."
'이거... 뭔가 짐짝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인데?'
그렇게 한 달 동안 감시자 레나와 내 꿈속에서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되었다.
수련에 매진하다가 꿈속으로 레나가 한 번씩 들어오면 같이 낚시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휴식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꿈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내 수련에 방해되는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
"라이덴 소드 생성!"
((뇌신의 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였습니다.))
((물과 관련된 물리 공격과 마법에 대한 대응력이 증가합니다.))
"치유의 투구 생성!"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성스러운 회복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후, 오늘 수련은 이 정도면 됐고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하루의 수련이 끝나갈 때쯤에 스킬을 미친 듯이 시전해 내 체력의 한계의 끝을 보고는 수련의 마무리를 짓곤 한다.
오늘도 여지없이 수련의 마무리를 짓기 위하여 라이덴 소드를 손에 쥐었다.
라이덴소드를 꺼내들고 한손으로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봤다. 처음에는 두손으로 들기도 버거웠지만, 거듭 된 수련을 통해 지금은 나뭇가지를 휘두르듯 자유롭고 탄력넘치게 다루고 있었다.
"뇌신의 격!"
지지직 펑!
라이덴 소드의 뇌신의 격을 내 모든 체력을 끌어모아 연속적으로 시전했다.
"뇌신의 격!"
지지직 펑!
체력의 한계에 끝까지 도달하자 손에 힘이 빠져 라이덴 소드를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왔다.
'아홉 번이라... 처음에는 스킬을 두 번만 써도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이 정도면 많이 발전한 건가?'
턱까지 올라온 숨을 천천히 고르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내 주위에 있는 나무와 바위들이 마치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잔상이 남아있었다.
'나무와 바위에 잔상이..? 위력이 그만큼 강해진 건가?'
확실히 뇌신의 격을 시전하는 횟수도 늘었지만 그만큼 위력도 몰라보게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괴도루팡, 오늘도 고생했다."
"귀령 도령도 수고했소."
"괴도루팡,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
'후.. 그건 그렇고 내 꼴이 말이 아니군.'
"성스러운 회복!"
((성스러운 기운이 당신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성스러운 회복을 써 몸 상태를 되돌려 놓고 착용하고 있었던 라이덴 소드와 치유의 투구를 인벤토리창에 넣었다.
'일단 설정창가서 경험치랑 체,마력 수치, 사역마 스킬 레벨을 확인해봐야겠군.'
경험치 [79/100]
체력 [522/522]
마력 [861/861]
스킬 훔치기 Lv1
정신 훔치기 Lv1
아이템 복사 Lv3
돌진의 풍파 Lv1
화룡의 포효 Lv3
지각변동 Lv3
쉐도우 스턴 Lv3
'음, 역시 실전에 비해서 많이 오르지는 않군. 그래도 괴도루팡의 주요 스킬들을 레벨이 1단계씩 올랐어.'
스텟을 확인한 후 바위를 의자 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메세지가 나타났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아주 이제는 자기네 집처럼 드나 드는군.'
메세지가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나가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났다.
"흐흐... 구령 오빠! 레나가 왔어요!"
"자꾸 구령이라고 부를래? 귀령이라고."
레나가 내 꿈속을 자주 오면서 알게 된 점은 현실 세계의 나이로는 내가 두 살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레나는 나에게 꼬박꼬박 오빠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감시자로써 조금은 나에게 차갑게 굴었던 레나의 모습은 어느새부턴가 귀여운 여동생처럼 바뀌어 가고 있었다.
"구령 오빠... 이게 나는 입에 달라붙는데.."
"구리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일부러 그렇게 부르는 거지?"
"제 순수한 마음을 모독하지 말아주세요."
"됐고, 오늘은 또 뭐하러 온 거야?"
"새삼스럽게 뭘 묻고 그래요. 그냥 놀러 온거지."
"와... 이제는 놀러 온다고 대놓고 얘기하네. 언제는 특별감시니 뭐니 온갖 변명은 다 붙이고 오더니만."
"그때는 오빠가 진짜 위험 대상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지금은 혼자서 미친 듯이 수련하는 변태 같은 오빠라는 것을 알았죠."
"그냥 갈래?"
"장난이에요, 근데 제가 본부에서 배웠을 때는 프란들은 다 같이 모여서 수련을 한다던데.. 오빠는 왜 혼자서 수련하시는 거죠?"
"그, 그거야. 내가 강하기 때문이지."
"강하기 때문에? 하긴.. 내가 수면상태에 빠졌을 때 순식간에 C급 흑협 두 명을 해치운 것 보면 약하지는 않겠죠."
"뭘 또 해치웠다고 표현하냐. 그냥 교화 시켜준 거지."
"그, 그래요. 교화... 맞다! 흑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것 때문에 사실 골치가 아파요."
"왜?"
"본부에서 지배석을 분석하던 도중에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 같더라고요."
"이상한 점?"
"그때 오빠가 교화시켰던 흑협 애들 중에 파블로라고 있었는데 그 녀석의 귀속 아이템이 음소거 반지였거든요."
"응."
'알고 있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들과 전투했었을 때 예상은 했었지만 음소거 반지의 스킬이 내 신비의 연주를 100% 차단할 수 있었던 방어 계열의 스킬이었더라고요."
"아.. 그래서 문제가 생긴 거야?"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자꾸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다행히 쿨타임이 있는 스킬이라 상황에 잘 맞게 신비의 연주를 썼다고 둘러대긴 했는데 의문이 드는지 자꾸 내 뒷조사를 하는 느낌이 들어요."
"거참, 본부도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다니나 보네. 흑협들을 처리했으면 잘 했다고 포상이나 줄 것이지 말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근데 네 뒷조사를 한다면 내 꿈속으로 들어오는 게 위험한 것 아니야?"
레나는 마치 내가 던질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어깨를 한껏 으쓱 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흐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줄 알고 일주일동안 타인의 꿈속을 넘나들며 루트를 꼬고 또 꼬으면서 구령 오빠 꿈속으로 놀러 오는 거니까요!"
"정성이.. 대단하다.."
"그 정성을 알면 꿈속으로 들어올 때 환영 좀 해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 레나는 벌써 내 꿈속으로 네 번째 방문했다. 수련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꿈속으로 들어와, 귀속 아이템을 허겁지겁 숨기느라 당황을 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렇게 수련이 끝나고 타이밍 좋을 때 찾아와서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고는 한다.
"근데 네 사역마는 언제쯤 보여줄 거야?"
"구령 오빠한테는 뭔가 보여주기 싫어요."
"왜...?"
"모르겠어요.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요."
레나의 사역마를 보고 싶기도 했고, 감시자의 사역마라면 스킬 자체도 훌륭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레나가 내 꿈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사역마 이야기를 꺼냈으나, 너무 초롱초롱 했던 나의 눈빛이 화근이었던 걸까 레나는 자신의 사역마를 보여주는 것을 꺼려 했다.
'젠장.. 감 하나는 SS 급이구만..'
"그럼 이번에도 낚시나 할까?"
"낚시가 아무리 재밌어도 가끔씩 해야지 재밌는 거죠. 나중에 현실 세계에서 여자친구 생기면 그런 행동 절대 하지 마세요. 한두번 해야 재밌는 거지.."
"하하. 당연하지. 설마 내가 현실 세계에서도 이럴까 봐..?"
'오늘도 꿈속에서 좋은 정보를 얻었어.'
"그럴 것 같은데??"
"내가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그럼 너는 뭐 좋은 수라도 있어?"
"있죠. 구령 오빠가 백화점을 아주 섬세하게 구현을 해주시면 그곳에서 제가 쇼핑을 하는거죠. 어때요?"
"섬세한 구현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오솔길 산책 어때? 구현을 하면서 산책을 할 수도 있으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역시.. 애 늙은이신가.. 낚시에.. 이번에는 산책이에요?" 구령 오빠, 현실 세계에서 인기 많다는 말 거짓말이죠?"
"하하...."
'역시, 감 하나는 SS급이구만.'
레나와 이야기를 하며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꿈속의 메세지가 나에게 날아 들어왔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뭐지..? 레나는 지금 같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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