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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35화 (35/136)

〈 35화 〉 1부 34화 루팡이의 얼굴에는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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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34화 루팡이의 얼굴에는 꽃이 피었다

그렇게 조회시간은 끝이 났고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주말을 보낸 뒤 체감상으로는 3개월 만의 수업이라 적응을 하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차츰 현실 세계의 리듬에 맞춰지고 있었다.

종례시간이 끝나고 교무실로 찾아가 담임선생님에게 자원봉사자 지원서를 제출하고 승만이를 정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괴도루팡 때문에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그때 채린이가 정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지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귀령!!!!"

"여기서는 웬만하면 내 이름을 부르지?"

"은근히 천귀령이라는 닉네임 창피해 한다??"

"아무튼, 현실에서는 내 이름을 불러."

"그래. 생각 한 번 해보고!"

"에휴, 근데 오늘 최 집사님은 안 오셨어?"

"아, 오늘 지은이랑 학교 끝나고 약속이 있거든."

"지은이?"

"응. 너 없었을 때 지은이가 내 번호 물어봐서 그때부터 서로 연락하고 지냈어."

"아, 그렇구나."

"그리고 오늘 지은이가 자기 단짝 친구 소개해 준다고 해서 같이 만나기로 했어."

"단짝 친구?"

'승연이는 병원에 있을 텐데..'

"응. 근데 친구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라고... 나도 몸이 허약해서 그 마음을 알잖아! 그래서 병원에 지은이랑 같이 가기로 했지!"

"아, 그래. 잘 됐네."

채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때마침 지은이가 정문 앞으로 나왔다.

"종찬!!"

"응, 청아랑 같이 승연이 병문안 가기로 했다면서?"

"응. 너도 갈 거지?"

"아.. 오늘 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병원에는 저녁에 갈게."

"알겠어. 오늘도 승연이 병원에서 잘 거니까 오기 전에 전화해 줘. 청아야 우리 먼저 가자!"

"응!"

지은이와 채린이는 나와 인사를 나눈 뒤 사이좋게 학교 정문 밖을 빠져 나갔다.

'여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며칠 전까지 분명 서로 으르렁대는 분위기였는데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그렇게 의아해하면서 지은이와 채린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승만이가 서 있었다.

"종찬아, 많이 기다렸지? 선생님께 내일 봉사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미안하다."

"아, 너도 내일 봉사활동 가는 거야?"

"응. 너도 지원했어?"

"뭐, 지원 비슷하기는 하지."

'자의든 타의든.. 결국 내가 지원서를 써서 선생님한테 냈으니까..'

"잘 됐네. 내일 나랑 같이 봉사활동하러 가면 되겠다."

"그래. 나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위로가 되겠지."

"하하. 같이 뜻깊은 일을 하는 건 좋은 일이지."

"그, 그렇긴 하지. 아참! 그건 그렇고 할 이야기가 뭐야?"

"아, 네가 승연이랑 지은이랑 친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지은이가 종찬이 네 이야기를 나한테 많이 했었거든."

"아, 그래. 나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승연이 치료비를 내준 것은 정말 고마워."

"아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 나 또한 승연이랑 같은반 친구니까."

"그, 그래."

승만이는 나한테 할 이야기가 더 남은 듯 보였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나는 어색한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할 이야기라는 게 이게 끝이야?"

"아, 그게.. 이렇게 처음 이야기하면서 부탁하기 난감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괜찮으니까 말해 봐."

"오늘 소개팅을 내가 주선하기로 했는데, 남자 쪽에서 어저께 갑작스럽게 약속을 펑크 내버려서.. 내가 주선자라 상황이 조금 난처해졌거든..."

"소개팅??"

'나, 나이스...'

"아... 조금 그런가?"

"아, 아니야! 그래서 그 소개팅을 대신 나가달라고 말하는 거지?"

"응."

"잘 됐다. 내 친구 중에 한 명이 여자 소개를 엄청 받고 싶어 했거든."

"정말? 우리 학교 학생이야?"

"아, 그건 아니고.. 그냥 동네 친구."

"그래. 아무렴 어때. 그럼 일곱시에 그 친구랑 나와."

"알겠어!"

승만이와 핸드폰 번호를 주고받고, 옷을 갈아입기 위하여 집으로 향했다. 소개팅의 엄청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다녀왔습니다."

집에 아무도 계시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괴도루팡을 현실 세계로 소환했다.

"나와라. 사역마!"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

괴도루팡은 기분이 좋은지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야, 엉덩이는 치우지?"

"아, 미안하오. 흥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만..."

"됐고, 일단 옷이나 갈아 입자."

"옷을.. 말이오?"

"그렇게 튀는 옷을 입고 갈 수는 없잖아."

현실 세계와 맞지 않는 괴도루팡의 옷을 내 옷으로 갈아입혔다. 다행히 사이즈는 맞았지만, 괴도루팡은 내 옷을 입고는 마음에 안 드는지 휘파람을 불고 있던 신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입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

"귀령 도령은.... 됐소. 내가 말을 말겠소."

'그냥 옷이 형편없다고 말해. 이 자식아!'

약속 시간에 맞게 회기역 사거리를 도착하여 승만이에게 전화를 걸으려는 찰나, 건너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승만이 모습이 보였다.

"승만!!!"

"응. 종찬아~ 얘가 네가 아까 말했던 그 친구?"

"반갑소. 편하게 루팡이라고 부르시오."

"루팡? 이름이 특이하네.. 나는 박승만이야."

"아, 이 녀석이 외국에서 살다가 뒤늦게 한국어를 청학동에서 배워가지고 말투가 이런 거니까 이해해 줘."

"특이한 친구구나,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약속 장소인 카페를 가보니, 정말 어여쁜 여학생이 앉아 있었고 승만이는 그 여학생한테 다가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괴도루팡에게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했다.

"루팡, 나는 여기 앉아서 지켜볼 테니까 실수는 하지 말고."

"알았소. 걱정 마시오."

제법 간격을 두고 자리에 홀로 앉아 루팡의 소개팅을 지켜보았다. 승만이의 주도하에 소개팅은 무난히 진행되는 듯 보였다.

'이렇게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밖에 외출을 하는 게 얼마 만인지...'

30분 정도 흘렀을까?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카페 창가에 앉아 뷰를 만끽하고 있을 때 루팡이 다급한 목소리로 내 자리로 찾아왔다.

"귀령 도령."

"응. 왜?"

"이곳 세계에 소환되어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몇 분 안 남은 것 같소."

"뭐야? 현실 세계에서도 사역마 소환 시간이 있는 거야?"

"그런 것 같소. 존재감이 점점 약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소."

"그러면 소개받은 여자한테 간다고 인사는 하고 와야지."

"벌써 양해를 구하고 왔소."

"그러면.. 여기는 보는 눈이 제법 있으니까 일단 화장실로 가자."

그렇게 화장실로 가서 괴도루팡을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시키고 집으로 가려고 할 때 승만이가 나를 붙잡았다.

"종찬아, 루팡이가 생각보다 일찍 갔잖아."

"응."

"오늘 내가 주선해 준 여자친구의 친구 한 명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온다고 했거든. 시간 괜찮으면 같이 얘기 좀 하다가 가자. 혼자 있기는 뻘쭘해서.."

승만이의 부탁에 나도 모르게 내 본심이 튀어나왔다.

"고맙다."

"응?"

"아, 아니야. 네가 뻘쭘하다면 같이 있어 주는 게 도리지! 루팡이 일로 고마운 것도 있고!"

"그래."

승만이가 있는 자리로 옮겨, 루팡이 소개받았던 여학생에 인사를 나누고 얼마 가지 않아, 근처에 있다던 여학생의 친구도 카페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권종찬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지경이고, 지금 온 제 친구는 백지희라고 해요."

((지경 낭자한테 눈독 들이시면 용서치 않겠소.))

'에휴..'

처음 겪는 분위기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날따라 내 입이 모터를 단듯 날아올라 분위기를 띄었고,

여학생들도 내 농담에 엄청난 리액션으로 반응했다. 저녁 아홉시가 넘어서야 자리가 끝이 났고 카페 앞에서 인사를 나누며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호, 종찬아, 승만아 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래, 나도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

"응. 다음에 승만이 만날 때같이 나와! 아 참! 청학동 선생님도!"

"청학동 선생님?? 아... 루팡!? 그래. 알겠어."

승만이와 나는 집으로 가는 여학생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배웅하고 있었을 때 뒤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권종찬.."

"채.. 아, 청아.. 지은.. 승연아..?"

뒤를 돌아보니 채린이와 지은이었고, 승연이는 잠깐 병원에서 외출을 한 것인지 병원복에 외투를 걸쳐 입고 있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심장이 쿵쾅거리지..'

"승연이 병문안보다 급한 일이 여자들이랑 데이트였구나?"

"아, 그게 아니라 승만이의 친구가 약속을 펑크 냈다고 상황이 난처해졌다고 해서 내가 도와준 거였어. 그렇지 승만아?"

"아, 응. 종찬이 말이 맞아.."

"그리고, 빨리 상황 정리하고 승연이한테 가려 했지.."

지은이는 생각보다 밝은 표정으로 나와 승만이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됐어. 이제 곧 열시인데. 우리도 승연이가 바깥바람도 쐬고 싶고 팥빙수도 먹고 싶다고 해서 청아도 집에 데려다줄 겸 잠깐 나온 거야."

"아, 그래? 청아야 늦었는데 내가 데려다줄까?"

"아니, 이쪽으로 곧 최 집사님이 오시기로 했어."

채린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차가운 공기를 내뿜고는 나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분명히 아까 교문 앞에서는 괜찮았었는데... 자기랑 같이 안 놀았다고 삐진 건가.."

얼마 후 최 집사님이 채린이를 데리러 오셨고, 나는 친구들과 모두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승연이 병원에 갔다 왔니?"

"다른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놀다 보니 늦었어요."

"그래? 꽤 늦었네."

"승연이는 잠깐 보기는 했어요."

"그래. 잘했어! 승연이 몸은 많이 나아졌니?"

"네. 며칠 있으면 퇴원할 것 같아요."

"늦었으니 어서 방에 들어가서 자렴. 내일 학교 가야지."

"아, 알겠습니다. 내일은 수업 끝나고 학교에서 봉사활동 갔다 와야 해서 늦을 것 같아요."

엄마는 내 말을 듣고는 잠시 말이 없으시더니, 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우리 아들, 요새 많이 활발해져서 보기 좋은데, 너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엄마는 솔직히 겁나."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여도 학교 갔다 집에만 틀어박혀있던 히키코모리가 친구들과 밖에서 늦게까지 노는 모습에 엄마는 기쁜듯했지만 내심 겁이 나셨던 모양이었다.

"엄마, 이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에 재미를 붙인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믿는다. 우리 아들!"

엄마를 안심시켜드린 다음 샤워를 마치고는 방안에 들어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채린이가 이번에는 내 꿈속으로 올 수도 있다고 했으니 기대를 해봐도 되는 건가.'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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