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 148화
* * *
어두운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건 상태창 뿐이다.
그곳에는 또렷하게 적혀있는 이름. 흑령이 보인다.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따스함은 가슴을 만졌다는 게 확실하다.
당황한 강한윤은 잠시 움찔한 뒤에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읏.."
어둠 속에서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왜 그녀는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그러면서 가슴을 만져지는 걸 감수하는 이유가 뭘까.
호감도로 보아선 그녀가 이런 행위를 좋아할만한 수치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자칫하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이미 저질러버렸다.
아니 저질러버린 게 아니라 당한 거지. 강한윤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슴을 계속 주물렀다.
"...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엄청 좋은 몸이네요."
여기에서 흑령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을 거는 것도 이상하다.
강한윤은 모른 척을 선택하고 가슴을 끈덕지게 주물렀다.
"흐읏..."
젖꼭지가 있을 위치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자 좋은 반응이 나온다.
옷 위로 가슴을 주무르고 있어서 아쉬울 뿐. 옷을 벗기고 만지면 기분이 좋겠지.
그런 수준 높은 가슴이라는 건 옷 위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역시 영웅은 영웅이라는 건가.
"이게 뭐지."
강한윤은 모르는 척하며 혼신의 연기를 했다.
스륵
가슴을 만져지던 흑령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침대에 천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강한윤의 바지에 무언가가 닿았다.
흑령의 손이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바지를 벗기려 한다.
바지의 끈을 풀고 그대로 내리는 것까지 몇 초 걸리지 않는다.
완전히 벗겨진 바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펄럭 소리를 냈다.
바닥에 대충 던져둔 걸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하아. 하아.
그녀의 숨결과 숨소리는 자그맣게 들리고 있다.
강한윤은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있을 법한 위치와 자세와 얼굴 표정을 상상했다.
꽤 흥분한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증명하듯이 그녀의 손이 팬티 위로 닿았다.
움찔
놀란 건지 자지에 닿은 손이 떨리며 곧바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또 다시 자지에 손이 닿는다. 이번에는 만지는 것으로 놀라진 않는다.
스윽 스윽
한술 더 떠서 자지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간지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자극이다.
그렇게 만지다가 만족하지 못한 건지 팬티를 잡고 내렸다.
강한윤의 자지가 바깥으로 드러났다. 시원하게 공기가 닿는 느낌이 나고, 다시 흑령의 손이 닿았다.
자지 기둥 쪽을 붙잡은 손은 부드럽다. 서늘한 손은 기둥 쪽에서부터 위로 슬금 슬금 올라갔다.
바지와 팬티를 능숙하게 벗긴 걸로 보아하니, 그녀는 어둠속에서도 보이는 게 확실하다.
그녀의 손놀림은 자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지는 어떤 촉감인지, 어떤 온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듯이 만지고 비빈다.
자지를 관찰 당한다는 느낌이 강한 애무였다.
'하지만 서툴러.'
흑령이 뭘 바라는지 모르겠지만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을 게 확실하다.
지금의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흑령의 애무는 서투르고 지식도 적어 보인다.
약간의 답답함을 느낀 강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뭘 원하는 거지? 내가 여기 끌려와서 강간당하고 있는데 이거 하나는 대답해줄 수 없나?"
아무런 반응도 없다.
"흑령."
이름이 불리고 나서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제부터 눈치 챈 거야."
"바지를 벗긴 순간부터?"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숨겼다.
"사실 뻔했거든. 내 여자들은 적당한 경험이 있으니까. 이렇게 서투른 애무는 하지 않아. 그리고 색다른 플레이를 하더라도 이런 능력은 없으니까."
간단한 추론이다. 이런 특수한 능력은 아무도 없다.
분명히 침실이라는 것도 알고 침대의 감촉도 느껴지지만,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수인들이 사용하는 공간 장악의 일종임에 틀림없다. 묘하게 몸도 나른한 게 전투기술이겠지.
이런 생각을 담아서 말하자 흑령 쪽에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네가 나쁜 거야."
"뭐? 내가?"
"..네가 그걸 주지만 않았더라면."
"그거? 아."
낮에 줬던 물건. 묘족용 캣닢이 떠올랐다.
별 생각 없이 줬는데. 그게 무슨 문제를 만들어버린 걸까.
"하필이면... 발정기인 타이밍에 그런 걸 줘서... 에리엘로 참고 있었는데... 읏..."
그녀의 목소리에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거기에 에리엘은 네가 뺏어갔잖아. 희미하지만 네 몸에서 에리엘의 냄새가 나. 확실하게 배어있어."
몸에 약간이지만 흑령의 코가 닿는다.
에리엘의 냄새가 난다는 걸 확인 하듯이 다시 냄새를 킁킁 맡았다.
"지금도 나고 있어."
흑령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인가.
혹시나 싶어서 몸의 냄새를 맡은 강한윤이었지만, 애매한 땀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세리스의 냄새가 섞여있을 뿐. 에리엘과 비슷한 냄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너 때문에 에리엘과 함께 할 시간이 적어졌어..."
목소리에 원망이 담겨있다. 약간의 살기에 강한윤은 닭살이 돋았다.
"그럴 바엔 같이 있을 거야."
마침 흑령에게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에리엘의 애인인 강한윤과 짝짓기를 하는 것.
그렇게 된다면 에리엘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물론. 에리엘과 더 가까워지는 것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여럿이서 짝짓기를 한다면, 에리엘과 같이 할 기회가 온다.
그에겐 여러 명의 암컷 냄새가 섞여있으니까. 여럿이서 짝짓기를 한다는 사실도 눈치 챌 수 있었다.
"에리엘과 친해지고 싶으니까. 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
에리엘에 대한 집념 하나만으로 이렇게 되는 건가. 강한윤은 진심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러면 계속 할 거야?"
"..계속?"
"섹스까지 할 거냐고."
"...그 ... 아이가 생기는..."
"그렇지."
섹스를 하고 질내사정하면 당연히 아이가 생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부끄러워하는 흑령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뭔가 풋풋하네.
조용한 공간 속에서 강한윤은 무언가 답답함을 느꼈다.
"근데. 그렇게 하려면 서로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굳이?"
"굳이가 아니라 섹스를 하려면 나도 뭔가 보여야 하지. 남자는 시각적인 자극이 없으면 섹스하기 힘들거든."
사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로만 가능하지만, 성지식이 부족해 보이는 흑령이다. 알 턱이 없지.
"...알았어."
한참을 고민하던 흑령이 대답했다.
거무튀튀하던 공간들이 옅어지고 흑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딱 달라붙은 타이즈를 입은 흑령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무튼 빨리 해."
흑령은 무릎을 꿇은 어중간한 자세로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그녀가 따라주지 않으면 힘든데.
강한윤은 반항기가 가득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뭔데?"
"지금 발정기가 온 거 아냐. 근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거고."
"읏..."
정곡을 찔렸다는 듯이 그녀가 반응한다. 숨결이 거칠고 흥분한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른다.
"일단 이리 와봐."
"이상한 짓을 하면 가만 안 놔둘 거야."
그녀의 기준에서 이상한 짓이 뭘까. 손목을 잡고 끌자, 순순히 다가온다.
품에 안긴 흑령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야한 몸이고 좋은 향기도 난다.
'일단 기초적인 것부터 해볼까.'
강한윤은 방금 전까지 만졌던 것처럼 가슴을 만졌다.
"읏..."
밑가슴을 톡 건드리자 좋은 반응이 튀어나온다.
옷이 달라붙어서 가슴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가슴을 바깥으로 꺼내기 위해 지퍼를 손으로 잡았다.
"이상한 짓을 하면 가만히 안 놔둔다고 했을 텐데?"
살을 드러내는 것도 이상한 짓에 속하는 건가. 그렇다고 옷을 입은 채로 할 수는 없다.
"섹스를 하려는 거 아니었어? 네가 원하는 대로. 성욕도 해소할 겸. 에리엘과 친해지려고 말이야."
지이익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면서 지퍼를 슬며시 내린다.
반항이 줄어들면서 쇄골과 새하얀 윗가슴이 바깥으로 노출되었다.
"그거랑 무슨 상관..."
"섹스를 하려면 몸을 드러내야 하니까.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어."
흑령의 반항이 줄어든 틈을 타서 가슴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지퍼를 내렸다.
새하얗고 예쁜 물방울 모양의 가슴이 드러난다.
가슴에 손을 대자 그녀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윽, 흐윽 ... 읏.. 하으... 흐읏..."
가슴이 민감한 건지. 만질 때마다 신음이 흘러나온다.
정작 가장 예민한 부위는 건드리지도 않은 상태였다.
"흐읏?!"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자 그녀의 허리가 휘었다.
"이상한 짓 하지마라고 했어..."
으르렁 거리듯이 말하지만.
"그래?"
"흐읏..."
이미 다른 손으로 젖꼭지를 애무하고 있었다.
그녀도 기분 좋은 신음을 내뱉으면서 몸을 바르르 떤다.
미약한 오르가즘을 느낀 모양.
처음인데 젖꼭지만으로 가버리는 건 소질이 꽤나 있다.
"에리엘과 친해지기 위해서. 발정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잖아."
"흐읏.. 그.. 그렇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흑령이 말한다.
쾌락을 느끼고 있다는 게 마치 죄라도 되는 것 마냥 평정을 가장 하지만.
"흐윽!"
젖꼭지를 이렇게 누르고 비틀면 신음이 흘러나온다.
입을 틀어막지만 그녀의 기분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히약?!"
매끈매끈한 배를 스륵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귀여운 신음을 흘리니까.
"이...이상한 짓 하지...."
"에리엘을 위해서잖아? 싫어?"
"그으읏.."
에리엘이라는 좋은 핑계를 말하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군살 하나 없는 배를 슥슥 쓸어만지다가 배꼽을 톡 건드렸다.
"꺄앗! 거기를 왜!"
"그러게."
왜 만졌지. 근데 반응이 좋다. 배꼽을 톡 톡 건드릴 때마다 몸을 비튼다.
흑령의 반응에 계속해서 건드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배꼽을 만지던 손은 더욱 아래로 향했다.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를 지나서, 옷에 감춰져있는 곳까지 손을 침투시켰다.
"흐읏.."
에리엘을 위해서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퍼를 끝까지 내려도 드러나지 않는 속살. 허벅지 사이로 손이 들어간다.
"아으... 으읏... 만지는 거 이상한데..."
따뜻하면서 습기를 띄고 있다. 대음순은 애액으로 이미 미끈미끈한 상태.
발정이 난 상태라 홍수가 난 것처럼 젖어있다.
젖어있는 균열 사이로 손가락을 넣고 비볐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끈적끈적한 애액이 묻어나오며 야한 소리가 들린다.
"흐읏... 하아... 하아... 흣, 으읏.."
흑령의 소소한 반항. 다리를 오므리며 손가락의 침투를 막아보지만, 클리토리스를 건드리는 건 멈추지 않는다.
흑령의 소소한 반항에도 무시하고 애무를 계속했다.
"흐윽...! 흣, 흥.. 흐윽..."
흑령의 허리가 들썩인다. 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손가락이 더욱 축축해졌다.
손을 꺼내니 애액이 흘러내릴 정도로 손가락이 젖어있다.
힘이 빠져서 완전히 몸을 기대오는 흑령. 그녀의 몸이 닿으면서 부드러운 것도 함께 닿았다.
요리저리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이건 좀 귀엽네.
"하읏?! 거긴 만지지 마...!"
꼬리를 붙잡자 흑령의 반응이 거칠다. 끄트머리를 비비듯이 만지자. 흐읏, 하고 좋은 반응이 터져나온다.
예민해서 이런 반응을 내보이는 건가보다.
강한윤은 꼬리를 만지며 흑령의 몸을 주물렀다.
발정으로 예민해진 몸에 실전 경험도 없고 자세한 지식도 없다.
가르치는 보람이 가득한 흑령의 몸에 실전 경험을 넣어줄 시간이었다.
"일단 기분 좋았으니까. 내 것도 기분 좋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왜?"
"서로 기분 좋아지는 게 섹스니까. 그리고 에리엘과 가까워지고 싶다며?"
흑령의 얼굴에 자지를 들이밀었다. 코에 살짝 닿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 표정도 얼마가지 않았다.
킁킁. 냄새를 맡자 하복부가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흥미가 생겨난 그녀는 새침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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