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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104화 (104/163)

〈 104화 〉 101화

* * *

"문제가 생겼다고?"

"아마 반란 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

반란을 일으킬만한 영웅이 후방에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강한윤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반란이라는 표현이 애매한데.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어지는 길을 봉쇄하고 있다는데? 특히 북부 쪽으로 이어지는 길목은 폐쇄수준이라고 하네."

"왜 하필 북부만 그러는 거야."

"모르지. 지금까지 요구하는 것도 없다고 하는데. 그냥 미친 건가? 어떤 새끼야 도대체."

누가 뭘 했는지도 나와 있지 않고 그저 보급이 멈췄다.

누군가에 의해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

텅 빈 내용만 가득한 보고서에 에우제니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외에 다른 특징은?"

"글쎄. 이상할 만큼 움직임이 없다는 거 정도?"

'마족인가?'

천족이 가져온 보고서를 에우제니아에게 건네받았다.

슥 훑어서 읽어보니 확실히 냄새가 난다. 그것도 마족의 냄새가 말이다.

'누군가 일을 벌였는데 조용하다는 게 말이 안 돼.'

불만이 있어서 일을 터트렸다면 원하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런 목적이 없다면 무차별적으로 일이 터져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확실히 통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띌만한 짓을 하는데 눈에 띄긴 싫어한다.'

모순적이다. 이런 모순적인 행동을 할 만한 것은 마족일 가능성이 높다.

강한윤은 마음속에서 이미 마족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마족하고 상관없이 어쨌든 처리는 해야 돼.'

마족이 있다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

보급을 받으려면 저쪽에서 생긴 문제를 누군가는 해결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얻을 건 많지.'

우리 북부의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기회다.

이번 일을 북부에서 처리한다면 중부에서 찍소리도 못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우리가 움직여서 처리하자."

"굳이 이쪽에서? 가까운 건 중부 쪽인데?"

의아하다는 듯이 에우제니아가 물었다.

북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서부에서 일어난 일이고 가까운 건 중부다.

북부보다 여유가 넘치는 건 중부가 있는 데 굳이 움직여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서부에서 알아서 처리하지 않겠어? 후방 부대에서 그런 거라도 해야지."

서부와 북부, 중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서부에서 알아서 움직이지 않을까.

에우제니아의 의견에 강한윤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해결이 안 된다면?"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여기에서 처리가 안 된다면 계속해서 보급은 멈춘다.

보급이 멈춘다면 신성교단과의 거래는 끊기게 되고 다시 불리한 전황으로 돌아간다.

지금까지의 개고생이 전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연합군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

'등 뒤에 새로운 적이 생겨난 꼴이니까.'

뒤에는 내부의 적. 앞에는 말 그대로의 적이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뒤통수를 맞을 위험이 도사린다.

그런 상황이 오면 위축되고 해야 할 것도 못한다.

"저렇게 계속 남아있으면 공격할 것도 못하고 수비할 것도 못 해."

연합군의 상황이 불안정하니까 다들 공격을 해야 할 지 말아야할 지 애매해진다.

이런 상황을 알아차린다면 무조건 불리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인간 세력이 알아차리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움직이기엔 애매하잖아."

"아니. 오히려 지금이니까 움직여야 해."

에우제니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북부의 전선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공백이 생긴다면 문제가 된다는 거겠지.

하지만 지금이니까 오히려 움직일 수 있다.

북부는 교황에게 붙잡힌 채로 멈춰있고 중부나 동부는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라 움직이지 못한다.

모두가 멈춰있는 이 순간이 아니라면 해결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강한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근데 인원은 어떻게 하게? 병력을 끌고 갈 생각인가?"

"아니 딱 소수로 움직일 생각이야."

병력이 움직인다면 눈에 확 띄기도 하고 별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다.

인원이 많아진다면 보급도 필요하게 되니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일단은 라이라, 노아 대위, 에리엘 소령님, 헨리크님, 베아트리스님, 에우제니아님 그리고 세리스까지 생각하고 있지."

"...저도 가야해요?"

의아하다는 듯이 세리스가 물었다.

오드웰 연합군의 일에 신성교단이 참여해도 되는 걸까.

동맹을 맺었다고 억지로 투입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마족이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마족이요?"

"마족?"

둘 다 놀란 채로 소리친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그래. 그래서 신성력에 특화된 인원이 필요해."

"그래서 제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성기사들도 같이 가야 할까요?"

"아니 괜찮아."

성기사들의 스펙은 나쁜 편이 아니다.

도움이 된다는 건 확실하지만, 일을 마무리하는 데 큰 영향을 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그마한 장점에 비해 단점이 너무 크다.

"그럼 언제 출발해야 할 거야?"

"오늘 바로."

일처리는 빠를수록 좋다.

에우제니아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렇게 서부 쪽으로 가는 것이 결정됐다.

***

수북이 쌓여있는 서류의 산을 떠나서 우리는 서부를 향해 이동했다.

푸니아까지는 단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즉석 포탈 생성기가 있었으니까.

"이건.. 경매장에서 봤던 그 아이템이네요."

포탈 생성기를 본 세리스는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비싼 아이템이잖아요."

"그 대신에 그만한 값을 하니까."

"그렇네요."

세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푸니아와 사티라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작전의 폭이 넓어지니 말이다.

"와.."

처음으로 오드웰 연합군의 지역으로 온 세리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것 치고는 인간이 많이 보이는 편이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푸니아의 거주민들.

그들은 군복을 입고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그 외로 인간들도 보이지만, 그 다음으로 자주 보이는 것은 엘프였다.

"다들 예쁘고 잘생겼네요. 엄청 크고 강인해보이고..."

세리스가 엘프와 오크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서쪽으로 이동하는 내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건 푸니아의 서쪽 문을 넘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일단... 안다이얄로 가자."

안다이얄을 지나쳐서 카브란 산맥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다.

무엇보다 거기까지 갈 체력이 없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노아와 에우제니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편하게 걷고 있고 세리스도 의외로 스탯이 높았다.

[세리스 요한 : 레벨 44]

­힘 : 30

­체력 : 33

­지능 : 20

­재치 : 13

'여기서 체력이 10도 안 되는 사람은 나뿐이네.'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무서운 거라도 본 것처럼 박동한다.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안다이얄까지 참고 걸었다.

"하아.."

그곳에서 반겨주는 건 하얀 날개를 펄럭이는 천족이었다.

"강한윤님! 왜 이렇게 녹초가 된 건가요!"

"...힘들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쉬지도 않고 안다이얄까지 걸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날도 저물었고 휴식을 취해야한다. 눈이 감기려는 것을 최대한 참아낸 뒤 말을 이었다.

"일단.. 쉬고 내일 이동하기로 하죠."

적절한 휴식도 작전을 위해서라면 필수다.

오늘 여기서 더 이동하는 건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막사로 들어가려는 강한윤의 뒤에서 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오늘은 누구랑 잘 거야?"

그녀의 물음에 모두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크흠. 크흠.

에우제니아가 헛기침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당연히 사령관인 나와 잠을 자야하는 게 맞지 않겠나?"

"계급으로 찍어 누르는 게 있나요? 그렇다면 저도 중장이니까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

베아트리스가 날개를 펄럭이면서 얘기를 하고.

"계급이라면... 저도 일단은 성녀라서 꿇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세리스도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냈다.

"당신."

어느새 뒤에 등장한 라이라는 옷을 붙잡은 채였다.

이쪽에게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이다.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

"..."

어느 한 쪽도 지기 싫다는 듯이 서로 의견을 내세웠다.

대놓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대로라면 끝이 안 보이는데. 지금은 피곤해서 그냥 빨리 눕고 싶을 뿐이었다.

그때, 노아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다 같이는 어떨까요?"

"다 같이...?

모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강한윤과 같이 하게 된다면 좋지만, 다른 여인은 쓸쓸하게 밤을 보내야 한다.

누군가의 자리를 뺏어서 즐기는 것.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의외로 괜찮을 것 같은데?"

이런 일에 가장 털털한 에우제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평상시에도 노아와 함께 3P를 즐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 즐기는 걸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저는... 같이 보낼 수 있으면 무조건 좋아요."

소심하게 손을 들어 올린 베아트리스는 주변의 반응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 부끄럽지만, 이왕이면 강한윤과 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머지 둘은요?"

"읏..."

노아의 물음에 세리스가 침음을 흘렸다.

이대로라면 세 명은 강한윤과 함께 보내는 그림이다.

싫다고 말하면 무조건 독수공방을 하게 될 거란 예감이 느껴졌다.

다수가 저쪽에 붙어버린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저는..."

세리스의 말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명이서 즐긴다면 이스타르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혼자서 쓸쓸하게 밤을 보내는 건 더더욱 싫었다.

"저도... 할 게요."

힘들게 결정을 내린 세리스는 대열에 합류했다.

자신의 신 이스타르에게 용서를 빌면서 작게 기도를 했다.

"... 후우"

담배를 피우던 라이라는 조용히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앞으로 며칠은 못하게 될 텐데. 오늘은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어쩔 수 없네.

라이라는 다 피운 담배를 딱밤 치듯이 튕겨서 날려 보냈다.

"가요."

라이라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동의했다.

*

"하암..."

졸려서 연신 하품이 나온다.

피곤하지만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피곤함이었다.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고 있으니, 세리스가 다가와서 등에 손을 올렸다.

"피곤해보이네요."

그녀가 신성력을 몸에 주입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손발까지 쭉 퍼진다.

개운한 느낌과 함께 피로와 졸음이 줄어들었다.

"임시방편이에요. 하다가... 자면 안 되니까요."

"세리스 고마워."

"읏... 알겠어요. 일단 들어가요."

세리스의 허리를 껴안으며 말하니,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손등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는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 버렸다.

"피로가 풀렸으니 오늘은 많이 할 수 있지?"

노아가 웃으면서 팔에 달라붙었다. 오늘 쥐어짤 생각인가보다.

우리는 모여서 부대의 공용 목욕탕을 빌렸다.

남탕을 대절하기엔 여자의 비율이 높아서 여탕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여탕이라니.'

조금 설레네.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니까 멋대로 가슴이 설렌다.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라이라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탈의실부터 공기가 다르다.

남자들이 가득한 텁텁한 냄새와는 다르게 미묘하게 공기가 달짝지근하다.

모두가 탈의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옷이 살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스륵­ 스륵­

옷을 벗는 소리가 적나라하다.

스윽­

나는 귀찮아서 탈의실 입구에 가까운 곳에서 대충 옷을 벗었다.

여자들끼리 뭔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데 끼어들기도 그렇다.

벗은 옷을 옷장에 대충 쑤셔 넣은 뒤 목욕탕으로 향했다.

"강한윤. 기다리고 있었어."

가장 먼저 노아와 눈이 마주쳤다.

초코우유 같은 피부색에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도 눈에 들어오고, 그 옆으로 시선이 향했다.

에우제니아, 베아트리스, 세리스, 라이라 순으로 서있었다.

모델처럼 잘 빠진 몸매들을 구경하자 자연스럽게 발기해버렸다.

"샤워하러 가자. 당연히 샤워만 할 건 아니지?"

색기가 가득 담겨있는 노아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느새 기대하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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