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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73화 (73/163)

〈 73화 〉 70화

* * *

"어떻게 된 일이지?"

"공중에서 마법이 폭발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쇳조각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폭발하며 튕겨져 나온 것 같습니다."

"튕겨져 나왔다고? 쇳조각이?

"예. 마법사들의 조사결과입니다."

콰와아아앙­!

'이런.'

집사 게이브에게 보고를 듣는 와중에도 또 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대략 3분에 한 번씩 공격당하는 중이었다.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듯이 폭발음이 여러 번 들릴 때도 있었고, 짧은 시간동안 폭발음이 꾸준히 들릴 때도 있었다.

이안 베르첼에겐 마치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다면 테스트를 하는 게 기본이니까.

하지만 그 타이밍이 왜 하필이면 지금이란 말인가.

그는 의자 팔걸이를 부서져라 쥐며 집사를 쳐다보았다.

"상대는 어디에서 공격하고 있지?"

"그게.. 안다이얄 거점입니다."

"거기에서 여기까지 공격을 해올 수 있다고?"

"날아오는 물체에 가속 마법이 걸려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 마석에 반응 폭발 마법이 걸려있을 거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2중 마법 스크롤이라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는 정보를 하나 하나 종합해나갔다.

"마법 스크롤을 2개 사용하는 건 안 되는 건가?"

"예. 마법 스크롤을 2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스크롤끼리 충돌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2중 마법 스크롤이라."

이안 베르첼에겐 북부의 마탑주가 떠올랐다.

던전으로 정찰을 나가서 사라진 마탑주.

적군에서 갑자기 등장한 2중 마법 스크롤.

그는 이 두개의 정보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2중 마법 스크롤의 등장은 갑작스러웠으니까.

물론, 스크롤에 관한 이야기는 저번에도 있었다.

안다이얄을 뺏겼을 당시 3중 마법 스크롤이라고 몇몇 마법사들이 주장했다.

하지만 결론은 3중 마법 스크롤이 아니라, 아티팩트를 이용했다는 결론이 났다.

대륙에 3중 마법 스크롤을 실전에 사용할 만큼 뛰어난 마법사는 없었으니까.

북부의 상인 길드를 장악하고 있는 이안 베르첼이 듣지 못한 소문이라면, 없는 이야기라고 할법했으니까.

그는 결정을 내렸다.

"오늘 자정에 진군한다. 안다이얄 거점을 탈환할 생각이다."

"예. 알겠습니다."

집사 게이브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바깥으로 나갔다.

기사단장들과 용병대장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결정을 내렸으니 공격해야 한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싸워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공격하기 애매하지만 반대로 이만한 타이밍이 없었다.

이 견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내일? 모레? 아니면 한 달? 두 달?

그보다 더 오래갈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땐 공격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배리어 바깥으로 쇳조각들이 폭발하면서 무역을 하는 상인들을 공격 할 테고, 그 피해는 서서히 쌓인다.

점점 활동 반경이 좁아질 거란 생각이었다.

'거기에 이 소리를 밤중에 계속 듣는다면 모두 신경쇠약에 걸리고도 남는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소음이다.

푸니아 거점에 있는 병력들과 시민들이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게 된다면 영향이 심할 터였다.

'그래 이게 맞는 판단이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그는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바깥으로 나갔다.

*

콰아아앙­

배리어 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자, 병사 하나가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이명이 들리며 귀가 먹먹해진다.

주변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상은 어두워졌지만, 병사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와 열을 맞춰서 정렬해 서있었다.

모두가 긴장하며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있자, 제1 기사단장이 모두의 앞에서 소리쳤다.

"오늘 우리는 안다이얄 거점을 향해서 진격한다! 이에 불만이 있는 놈이 있나?"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싸늘한 적막이 맴돌았다.

"누군가는 두렵고 누군가는 기대를 하겠지. 전쟁이라는 건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서 모였고 같이 행동한다!

패배하더라도 1기사단장 레오폴드의 이름을 걸고서 내가 너희들의 시체를 고향으로 보내주겠다!

이긴다면 모두에게 축배를 들게 하겠다!

이래도 같이 싸우지 않을 녀석이 있다면 앞으로 나와라! 군기가 아주 빠진 놈은 엉덩이를 걷어 차줄 테니까!"

기사단장의 말에 병사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그는 병사들의 얼굴을 쭉 둘러보았다. 적당히 긴장이 풀리고 사기가 오른 모습이었다.

"모두 움직여라! 안다이얄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 시간이다!"

병사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우리도 뒤따라서 출발 하자고."

조용히 지켜보던 용병대 대장들이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다시 배리어에 폭발이 일어난다.

병사들은 배리어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정제된 3급 마석 큐브를 꺼냈다.

마법사 하나가 큐브를 붙잡자 새로운 배리어가 생겨났다.

병력들을 전부 감쌀 수 있는 크기의 배리어였다.

"임시방편이지만 갈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겁니다."

마법사의 얘기에 기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을 서서 움직였다.

안다이얄을 점령하기 위해서.

빼앗긴 고지를 다시 탈환할 시간이었다.

콰아앙­

푸니아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이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적들이 눈치를 챘겠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많은 숫자로 밀고 들어 가다보면 거점은 함락되기 마련이니까.

투둑­

투두두둑­

쏴아아아아­

산맥을 넘어가는 병사들의 위로 작은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 내린다.

소나기는 점점 굵은 비가 되고,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땅은 철퍽거리는 진흙이 되었지만, 병사들은 멈추지 않는다. 지쳐지는 인원도 없었다.

이런 악조건 따위에 지지 않도록 훈련을 해왔으니까.

철제 방어구로 몸이 무겁지만 걷고 또 걷는다.

쇠가 부딪히는 딱딱한 소리와 얕은 숨소리만이 들린다.

안다이얄로 이어지는 험준한 협곡에 도착하고서 기사단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마나를 주위에 넓게 퍼트리려고 해도 빗방울에 가로막히고 방해받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다.'

마치 무슨 일이 터지기 전인 것처럼 말이다.

최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해도 보이는 것은 없다.

강행돌파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을 내린 제1 기사단장 레오폴드는 협곡으로 발을 내딛었다.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이제는 앞을 뚫고 싸워서 이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안다이얄까지 남은 거리는 단 2km 정도다.'

레오폴드는 주변 지병을 최대한 읽으면서 남은 거리를 가늠했다.

이 곳은 수도 없이 와본 곳이라 낯이 익는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간다면 안다이얄이 보이는 지점이건만.

콰아앙­

콰아아앙­

주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푸니아 거점에 쏟아지던 공격을 이곳으로 돌린 건가?'

아니다.

그렇기엔 폭발음이 너무 작다.

"크아아악! 내... 내 발이...!"

"빨리 사제를 데리고 와!"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를 불러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레오폴드가 칼을 뽑으며 소리쳤다.

"지뢰다! 망할! 마나지뢰가 있다!"

발견하기 힘든 마나 지뢰다.

하필이면 비까지 내려서 확인하지도 못하다니.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쉬이이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반응한 레오폴드는 검을 치켜세웠다. 티잉! 하고 화살이 튕겨져 나갔다. 손목이 저릿하다. 실력이 있는 자가 쏜 화살임이 틀림없었다.

"젠장...! 기습이다! 적의 기습이다!"

그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병사들은 화살에 한 둘씩 쓰러지는 중이다.

"움직여라!"

훈련 때처럼 모두가 분주히 움직인다.

모두가 산개하면서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방패를 치켜 올린 병사가 선두에 서고 마법사들은 후열에서 주문을 외웠다.

용병단들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서 거치적거리지 않는 위치로 이동했다.

배리어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후미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형태가 되었다.

화살이 쏟아지는 와중에 레오폴드를 향해 누군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콰아아앙­!

땅이 울릴 정도의 일격.

바닥에 박힌 전투 도끼를 가볍게 들어낸 여인이 레오폴드를 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이야 오늘은 싸울 일이 아주 많아 보이네?"

"에우제니아..."

"야. 오랜만이다?"

"젠장! 기니그! 샤우니온! 팍스! 이쪽으로 붙어라!"

혼자서 그녀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은 버틸 수 있다.

다른 소드마스터들과 협공을 한다면 저 괴물을 이길 방법이 생길지 모른다.

레오폴드는 검에 마나를 불어넣고 에우제니아를 향해 휘둘렀다.

한편, 후미의 인원들도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선두에서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는 와중에, 동쪽에서도 다른 적군이 나타났다.

"젠장! 동쪽에 매복이다! 매복이 있다!"

"용병단들은 전부 동쪽으로! 저 녀석들을 막아야 한다!"

누군가의 외침에 용병들이 동쪽으로 이동했다.

매복하고 있던 병력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용병단들이 떼거지로 모여들었다. 매복조의 숫자는 기껏 해봐야 수백이다.

천 명이 넘는 용병들이 매복조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흐흐! 오랜만에 싸울만한 녀석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구만!"

"헨리크 공작. 빨리 처리하고 하이벤 산맥으로 돌아가야 한다."

"즐길 줄을 모르는 건가. 에리엘. 즐길 때 즐기지 못한다면 남자가 싫어한다네."

"... 하아"

에리엘은 한숨을 내쉬고서 검을 뽑았다.

"헨리크 공작. 자네는 말이 너무 많아."

"크하하!즐길 줄 아는 거라고 말해주면 좋겠네!"

헨리크 공작은 웃으면서 땅을 박찼다.

그의 검이 누구보다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

'역시 싸우러 오네.'

최고와 최악의 수를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신경을 쏟아야할 곳이 많았다.

전선의 상황, 전투의 유불리, 보급 등등부터 시작해서 상대 지휘관의 심리를 어떻게 건들 것인지.

그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이안 베르첼이 전면전을 할 거라는 정보는 많이 주어져 있었다.

푸니아 거점으로 몰리는 물자와 인원들.

중부에서의 소란스러운 움직임 포착.

정찰대의 잦은 소규모 교전과 인간 세력의 정찰 횟수 증가. 등등.

언제든지 전면전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서 상대가 싸울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혹시 몰라 에리엘과 헨리크 공작까지 매복시켜놨더니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전면전을 대비해서 마사지를 하고 왔지.'

노아와 에우제니아에게 애무 겸 마사지로 한 번씩 절정을 보내버리고 나왔다.

라이라는 부끄럽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인지, 아무도 없는 막사에서 스르륵 나왔다.

다만, 강한윤은 에리엘에게는 마사지를 해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 전투의 경험치가 얼마인데.'

경험치 버프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특히, 이런 총력전에서는 더더욱 크게 작용한다.

강한윤은 매복조로 편성된 에리엘을 몰래 만나서 마사지를 할까 했지만. 그러진 못했다. 그에게도 할 일이 있었으니까.

강한윤은 전투에서 벗어나서 라이라와 따로 움직였다.

그가 있는 곳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협곡의 북서쪽.

인적이 드문 곳을 최대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다가 멈춘 곳은 푸니아 거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굴이었다.

"라이라. 몰래 들어갈 수 있지?"

"식은 죽 먹기죠."

라이라에게서 검은색 연기가 흘러나오며 몸을 감쌌다.

강한윤의 몸이 주변과 동화되면서 보이지 않게 변했다.

"소드마스터 중급 이상의 고수가 아니라면 알아채진 못할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 강한윤은 라이라를 따라 푸니아 거점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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