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18화 (118/161)

##118 파국으로 향하는

강준이 쓰러졌다.

오한으로 덜덜 떨리는 몸과는 달리 머리의 열은 펄펄 끓고 있었다.

“하아! 하아!”

과로와 함께 정신적인 충격이 더해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한계도 강준의 상태를 심화시키기는 했지만 엘리의 죽음과 자신이 믿었던 이들이 떠나간 충격이 방아쇠가 되어서 결국 터져 버린 것이었다.

“강준!”

“열이 너무 심하잖아!”

그런 강준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은 다들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그래서 자신들이 의지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던 이가 쓰러진 것에 대한 불안감은 생각보다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일반 사회에서였다면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상대에 대한 걱정만을 하면 될 뿐 불안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다들 걱정보다는 불안감과 막막함을 더욱 더 강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큼 강준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강했다는 의미였고 남은 이들의 정신이 그만큼 한계 상황까지 도달을 해 있다는 의미였다.

인간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시켜줄 초월적인 존재를 바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 초월적인 존재보다는 눈 앞에 있는 의지할 수 있는 이에 대해 그 초월적인 존재를 투영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강준에게 투영된 단단한 이미지가 지금 이렇게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그런 믿음은 강준이 실제로 단단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오직 그들이 강철을 통해 만드는 이미지인 것이었다.

“아저씨! 정신 차려요! 아저씨!”

미셸은 강준이 쓰러지고 나자 가장 먼저 울먹이며 강준을 애타게 흔들었다.

마치 강준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덜덜 떠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강준이 있을 때에나 자신과 연관이 되는 이들이지 강준이 없다면 언제든 서로의 목숨을 노릴 적들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언제 자신을 죽이려고 할지 모르는 불안한 동거인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준 조차도 언제든 자신들의 목숨을 노릴 수 있는 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며 의지할 그 어떤 것도 없다고 한다면 버텨내질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들 강준 만큼은 이라는 비이성적인 판단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이 쓰러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들이 커져나가기 시작을 했다.

덜! 덜! 덜!

그리고 그 것은 아그네스가 가장 컸다.

‘이제 어쩌지? 저 사람마저 없으면.’

비록 강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자신들의 리더였던 엘리가 항상 강준이라면 믿을 수 있다며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데이브까지도 강준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을 했기에 데이브와 데런이 떠났을 때에도 남아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렇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쓰러져 버렸으니 그녀가 느끼는 공포는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강준! 괜찮아요? 강준씨!”

선혜는 강준의 뜨거운 몸에 화들짝 놀라면서 강준이 덜덜 떨리는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추…추워.”

나름 국정원에서 응급조치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선혜였기에 강준의 상태에 대해서 다른 이들보다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던 선혜였다.

사회에서였다면 별 것 아닌 몸살감기일 수도 있었지만 이 척박하고 영양상태가 부실 할 수 밖에 없으며 의약품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제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적들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심각할 수도 있었다.

“일단 보온을 할 수 있는 옷이나 천 등이 필요해요. 그리고 깨끗한 물도 필요하구요. 급하니까 준비 좀 해 주세요.”

“아…알았어요.”

밀러는 선혜가 강철의 상태를 확인하고서는 급히 필요한 것들을 말하는 것에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근처에는 옷이나 천은 넉넉했다.

그 이유가 그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 죽여 온 이들의 옷을 전부 벗겨 놓은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 옷이나 천은 대단히 유용한 도구였다.

활용도가 무척이나 좋기에 죽은 이에게 마냥 입혀 놓기에는 아까울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동물의 가죽을 벗기 듯이 죽은 이들이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겨서는 챙겨 둔 것이었다.

그만큼 비이성적인 사고가 가득하게 되어 버린 세계였다.

그렇게 한 쪽 구석에서 모아 놓은 아그네스에 의해 잘 빨려져 있던 옷들을 선혜는 거두어서는 강준을 바라보았다.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좋을 거야.’

땀과 흙으로 더러워져 있던 강준의 옷을 보고서는 일단 강준의 옷을 벗기기 시작을 했다.

“……!”

미셸은 그런 선혜의 행동에 얼굴이 붉어져서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선혜의 행동에 따라 강준이 알몸이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혜로서는 그런 미셸을 그냥 놔두기에는 그녀의 몸도 힘겨웠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미셸이었지만 그녀의 도움이 아쉬울 정도로 절박했다.

“고개 돌리지 말고 도와! 강준이 최대한 빨리 깨어나게 하려면 말이야.”

“예? 예! 알았어요.”

몸을 닦아 주고 편안하게 한다고 해서 병이 낫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체가 빠르게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특히나 의약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뿐이었기에 선혜는 강준의 옷을 다 벗기고서는 천에 물을 묻히고서는 강준의 몸의 땀들을 닦아 내고서는 몸에 난 상처들을 확인하기 시작을 했다.

온통 더러워져 있는 몸에는 강준 자신의 피인지 타인의 피인지 알 수 없는 핏자국도 제법 많이 보였다.

“상처.”

그리고 이내 선혜는 강준의 몸에 난 상당한 상처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런 상처들이 주가 되지는 않을지도 몰랐지만 지금 상태를 더욱 더 악화시킬만할 정도였다.

결국 선혜는 열이 펄펄 끊으면서도 추위에 덜덜 떠는 강준의 온 몸을 끓인 물이 묻은 천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닦아내기 시작을 했다.

성인 남자의 몸을 보며 얼굴이 붉어질 만도 했지만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선혜였다.

그렇게 강준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 낸 다음에야 깨끗한 옷을 입히고서는 최대한 보온이 될 수 있도록 옷들로 몸을 덮어 주고서는 찬물을 천에 묻히고서는 강철의 이마에 대주며 간호를 하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강준에게 실망을 한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모든 신경을 강준에게 돌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금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그렇게 그녀까지도 다른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게 되자 다들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 채로 파편처럼 흩어져 버리게 되었다.

다만 강준을 바라보고 있던 밀러만이 혼자 남은 남자로서 책임감이라는 것을 가지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준. 일어날 때까지 내가 너를 지켜 줄게. 반드시.’

밀러는 미셸이나 선혜 그리고 아그네스에 대해서는 전혀 두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강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사시 위험이 닥친다면 오직 강준만을 살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밀러가 보았던 위험스러운 이들을 떠올리면서 자신만으로는 다른 이들까지 지켜 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생기지 않고 있었다.

강준의 구심점이 없다면 지금 모여 있는 이들은 서로가 아무런 접점도 없는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밀러는 자신이 강준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할 아무런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각자가 자신들만의 생각에 빠져 있게 되었고 유리 파편마냥 산산이 깨어진 상태 그대로 따로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하아! 하아!”

이 유리 조각들을 붙이기 위해서는 강준이라는 접착제가 있어야만 했지만 그 접착제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 있던 이들을 지켜보는 존재는 강준의 파티가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품 후기]

아! 정말 죄송합니다.

119편이 다른 글이 올라갔었네요

이제야 확인을 해서 삭제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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