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파국으로 향하는
힘겨운 걸음걸이를 옮기며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을 한 강준은 잔득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불신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지끈!
순간 그런 서로 간의 눈빛을 확인한 강철은 자신의 심장이 지끈거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눈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이 강준은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잘하고만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계속적으로 꼬이는 것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고함을 내지르며 주변의 벽들을 다 부셔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어려웠다.
“데이브씨는 어디 갔죠?”
그 때 강준은 데런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머뭇거렸다.
그리고 그런 머뭇거림에 데런은 전과는 달리 인상을 찡그렸다.
대충 상황이 짐작이 된 것이었다.
그나마 강준의 옷차림에서 싸운 흔적은 없었기에 강준과 데이브가 싸웠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엘리하고 젠트씨가 죽고 데이브씨 마저 떠난 겁니까? 아주 대단하시군요.”
“데…데런 그게 아니야.”
강준은 데런의 불신에 가득한 눈빛과 함께 자신이 오고부터 엉망이 되어가는 이 파티의 상황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니 한숨 정도가 아니라 후회의 감정으로 가득했다.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역시 저 여자를 죽였어야 하는 군요. 그랬다면 데이브씨도 떠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아니다! 데런!”
데런은 밀러의 옆에서 주저앉아서는 머리를 팔 속에 파묻고 있던 선혜를 노려보았다.
움찔!
선혜도 그 말을 들은 것인지 어깨가 움찔 떨렸다.
데런은 지금이라도 당장 죽여 버리겠다는 분위기였지만 선혜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마치 강준에게 결정을 하라고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선혜를 죽이고 떠난 데이브를 설득해 데리고 오라는 강압과도 같았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강요에 강준은 답답함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선혜를 포기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데이브는 설득으로도 데리고 올 수가 없어.’
그런 데런의 말에도 강준은 선혜를 어찌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오해 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더 강했다.
‘이들 중에 사람 하나 죽이지 않은 이들은 없다. 모두가 피해자야. 설령 선혜가 죽였다고 할지라도.’
설령 선혜가 젠트를 죽였다고 할지라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강준은 선혜를 감싸 안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나마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더욱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강준이었다.
강준은 자기 합리화를 하며 주저 앉아서는 울고 있을 선혜를 바라보았다.
살짝 떨리는 그녀의 어깨선을 보면 지금이라도 감싸 안아 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인간성이 말살된 세계에서 기이하게도 더욱 더 인간성을 갈구하는 것이었다.
씨익!
그리고 그런 강준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데런은 조소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강준에게 말을 했다.
“결국 당신도 비겁한 남자였군요. 고작 그런 당신같은 작자를 찾으려고 엘리씨가 그렇게 고생을 했다니 말입니다. 이 상태라면 저도 이 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데런.”
데런의 눈빛은 차가웠다.
강준은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간의 인연을 봐서 지금은 죽이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사력을 다해 도망가십시오.”
“……!”
강준은 온 몸이 오한이 들 정도로 소름이 돋는 느낌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 전에 자신의 목덜미로 날카로운 칼날이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데런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 강준이었다.
하지만 그 건 자신의 오산이었던 듯이 데런에게서 무시 못한 살기를 받아내야만 했다.
그 때문인지 데런이 뒤돌아서서는 자신을 떠나가는 것에 강준은 말릴 수가 없었다.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했지만 몸은 위기감으로 반응을 하지 않았다.
만약 신체의 상태가 온전했다면 데런의 살기에 즉시 반응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반응이라는 것이 우호적인 반응은 결코 아니었을 터였다.
“그리고 엘리씨의 시체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녀의 동료는 당신이 아닌 우리이니까요,”
“데…런.”
강준은 데런이 한 쪽에서 편안히 누워 있던 엘리의 시체를 안아 드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데런의 경멸스럽다는 듯한 눈빛을 받은 강준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데런의 말에 대해서도 반박을 할 수 없었고 그럴기에 엘리의 시체를 되찾아 올 수도 없었다.
그렇게 강준은 엘리의 시체를 안은 데런마저도 떠나가 버린 것에 자괴감으로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를 감싸 안고만 싶었던 강준은 자신에게 네 사람 밖에 남지 않은 것에 허탈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선혜와 밀러 그리고 미셸은 강준 자신의 동료였고 엘리의 동료 중에는 고작 아그네스라는 노인만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 아그네스라는 노인조차 불안함으로 연신 강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데런이나 데이브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몸으로 젊고 건장한 두 사람을 쫓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자신의 운명은 엘리에게서 강준에게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리의 파티 내에서도 조금은 겉돌던 자신이었고 언제 죽어도 하소연 한 번 못해볼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이에게 물건인 마냥 팔리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자신으로서는 강준에게 목숨을 구걸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그네스는 입을 다물은 채로 강준의 뜻에 따라 따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로서는 생존을 위해 이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이었다.
그에 반해 밀러나 선혜 그리고 미셸은 별 다른 부담감이 없었다.
강준을 구심점으로 별 다른 갈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선혜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였지만 목숨이 위협받을 일은 없을 터였다.
그렇게 강준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겨진 이들을 보며 그래도 아직은 희망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몸에서부터 느껴지는 한기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추워. 왜 이렇게 춥지?’
긴장이 풀린 데다가 과로로 인해서 몸 상태가 최악의 상태였다.
점점 한계 상황에 도달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아무리 신체가 강철 같다고 해도 버텨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비틀!
결국 강준은 눈 앞이 흐려지는 느낌과 함께 몸이 비틀거리면서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강준!”
“아저씨!”
강준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리며 얼굴색이 창백해지자 밀러와 미셸이 놀라며 강준에게로 달려와 부축을 했다.
“이 봐! 강준 괜찮아! 강준!”
“아! 아! 어!”
강준은 몸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간다는 느낌과 함께 너무나도 춥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었다.
‘왜 이리 졸립지? 하아! 이럴 시간이 없는데. 나 조금만 잘게 밀러. 그 때까지 만 조금만 부탁을 할게. 잠시 동안만.’
강준은 밀러에게 부탁의 말을 하고자 했지만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강준!”
정신적인 충격으로 주저앉아 있던 선혜조차도 강준이 힘없이 무너져 있는 모습에 놀라서는 강준에게로 다가왔다.
그렇게 다들 걱정을 하며 강준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강준의 몸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점점 분위기는 더 이상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버리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