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처절한 생존
‘그 여자다.’
이미 한 차례 보았던 여인이었다.
자신의 성을 무기로 남자를 유혹해서 죽이던 여인이었다.
강준은 그 모습을 처음 보고서는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다가가면 죽는다.’
강준은 인상을 찡그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분명 자신의 힘이라면 눈 앞의 여인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강준은 자신이 그녀에게 다가가면 반드시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육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기가 막힐 일이었지만 그 것은 사실이었다.
‘미약인가? 아니면 환각 계통의 약물인가?’
지금도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강준의 이성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녀의 바로 앞에서 죽어 나자빠져 있는 남자는 그리 조심성이 없거나 별 볼 일이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
지금가지 살아남은 것이나 그 남자의 역량을 본다면 강준에게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제법 정글에 잘 적응을 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로서도 눈 앞의 독거미같은 여인에게는 사냥감에 불과할 뿐이었다.
어떻게 얻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이성을 유혹하는 강렬한 페르몬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 것은 결코 인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강준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강준은 어떤 약물을 그녀가 가지게 되었거나 아니면 정글에서 찾아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강준도 자신의 성기가 잔득 흥분이 된 채로 그녀의 치명적인 몸으로 뛰어들어가라고 외치는 것을 안간힘을 다해 억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후후! 이걸 원하나 보군요.”
의문의 여인.
제니퍼는 자신이 죽은 남자가 자기고 있던 무거워 보이는 저격용 소총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들고 가기에는 무리인 무기였다.
일단 자신의 육체로 저런 무겁디 무거운 총을 들고 다니지도 못하지만 들고 다니더라도 사용 방법을 알지 못했다.
차라리 권총이었다면 좋으련만 소총류는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했기에 제니퍼 스스로도 이내 포기를 해 버렸다.
오히려 PSG-1보다는 남자가 가지고 있던 전투 배낭에 더욱 더 관심이 가는 제니퍼였다.
그리고 그녀 또한 강준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약물에 중독이 안되었다면 대단한 자라는 건데 말이야.’
여성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몸에 잔득 발려진 항정신계 액체는 남성의 이성을 마비 시킬 정도로 극도의 성적 흥분을 주는 물질이었다.
식물 학자이자 의학 박사이기도 한 제니퍼는 처음 이 죽음의 게임이 시작이 되자 절망을 했지만 우연찮게 발견한 식물을 보고서는 자신이 생존을 할 수 있는 최강의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 또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제니퍼 그녀를 강간하는 남자에 분노한 나머지 이 약물을 터트렸고 그 남자가 이성을 잃었을 때 죽일 수 있었다.
그렇게 첫 살인의 추억은 그녀의 이성을 기이하게 바꿔 버려서 남자들을 사냥하는 독거미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자신의 약물에 유혹이 되지 않는 강준의 모습을 보자 제니퍼는 상당히 흥미를 느끼기 시작을 했다.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자야.’
제니퍼는 결국에는 자신의 먹잇감에 불과할 뿐인 남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흥분시킨다는 것에 짜릿함을 느꼈다.
‘먹고 싶다.’
그녀는 진심으로 강준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궁 속에 강준의 씨를 넣어 자신의 자손을 퍼트리고 싶다는 조금은 이해 할 수 없는 생각을 했다.
종족 보존의 욕구는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 또한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려고 하는 욕구는 가지고 있었고 더욱이 여성은 자신의 유전자가 더욱 강력하게 세상에 살아남기를 남자들보다 더 원했다.
그 때문에 고대에는 강인한 전사에게 끌렸고 지금은 돈이 많고 권력이 강한 존재에게 끌리는 것이었다.
그녀 또한 죽음은 비켜 날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후손을 남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후손을 남기는 것은 자신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에게 쉽게 잡아 먹히는 약해 빠진 유전자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강한 유전자.
자신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유전자가 눈 앞에 있었다.
제니퍼는 그런 유전자를 원했지만 그 유전자를 가진 존재는 딱히 자신에게는 관심이 엇어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거미 줄에 걸릴 때까지 기다려야지.’
제니퍼는 몸을 일으키고서는 죽어나자빠져 있는 남자의 전투배낭을 메고서는 커다란 저격 소총의 총구를 대충 손으로 잡고서는 강준에게로 집어 던지려고 했다.
자신에게는 필요엇는 물건이라며 강준에게 우호의 선물을 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강준이 그 총을 가지자 말자 자신에게 쏠지도 모르기에 적당한 곳으로 던져 넣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준에게 있어서 그런 행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던지지 마!”
움찔!
강준이 던지지 말라는 말에 논란 눈을 한 채로 강준을 바라보는 제니퍼였다.
강준은 딱히 제니퍼를 죽이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딱히 나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 뿐이었기에 그녀를 비난할 마음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멋 모르고 PSG-1을 자신의 방향을 향해 던지려는 것에 급히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
“고장난다.”
“에?”
강준의 말에 제니퍼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강준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드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풋! 크크큭!”
설마 고장이 난다고 총을 던지지 말라고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치 전사같은 느낌이 드는 강준에 어지간한 일은 눈 깜짝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설마 총 고장 난다고 정색을 하는 것이 웃긴 것이었다.
‘제길! 진짜인데.’
강준은 웃음을 터트리는 제니퍼에 창피스러움이 느껴졌지만 PSG-1의 내구성은 정말이지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형편없는 물건이었다.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높은 확률로 고장이 나는 물건이었기에 지금처럼 제니퍼가 집어던졌다면 십 중 다섯이나 여섯은 고장이 나버릴 것이었다.
그러니 강준으로서는 던지지 말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흐음! 좋아요. 총은 어차피 내가 사용도 못하니까 여기 놓고 갈게요. 하지만 한 가지 당신은 나에게 짐이 있다는 것 알아 두셨으면 좋겠네요.”
제니퍼는 간만에 웃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는 것과 함께 강준에게 마음의 짐을 올려놓았다.
물론 그런 것 따위가 강제성을 띌 일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제니퍼는 강준이라면 자신을 한 번 정도는 도와 줄 것이라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잊지 않지.”
강준도 그런 제니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잊지 않겠다고 대답을 했다.
결국에 가서는 제니퍼와 사생 결단을 내야만 할 터였지만 한 번쯤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그럼 다음에 봐요. 후훗!”
그렇게 제니퍼가 사라지고 난 뒤에 강준은 감각을 끌어올려 제니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고서는 천천히 총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철컥!
그리고서는 총기의 상태를 보기 위해 매만지던 강준의 얼굴은 일그러져 버렸다.
“제길! 총알이 없잖아!”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져 버렸다.
기껏 고생을 해서는 시간낭비를 했다는 것이었다.
남자의 몸을 뒤져봐도 총알은 없었고 결국 죽어 나자빠져 있던 남자는 빈총을 가지고 다녔다는 소리였다.
“제기랄! 헛수고만 했네.”
강준은 이를 갈면서 죽어 있는 남자를 노려보고서는 몸을 일으켜서는 밀러가 붙잡혀 있는 벤의 아지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을 했다.
더 이상 낭비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
그렇게 강준이 허탈한 한숨을 내쉬고서는 사라지고 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니퍼가 돌아왔다.
“후훗! 빙고!”
제니퍼는 강준이 PSG-1을 만진 것을 확인하고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그녀의 손에 7.62m 나토탄이 들려 있었다.
PSG-1에 사용이 되는 탄환으로 강준을 허탈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고장 안 났을까 모르겠네.”
제니퍼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총기를 능숙하게 만지면서 작동 실험을 해보고서는 미소를 지은 채로 총알을 장전한 뒤로 강준에게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향기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PSG-1에 자신만이 맡을 수 있는 향기의 물질을 묻어 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 향기만을 따라간다면 강준을 놓일 일 따위는 없었다.
‘거미줄에 걸린 상대를 그냥 놔줄 수는 없는 법이잖아. 후후! 매력적인 당신은 내가 먹어 줄테니까,’
그렇게 강준은 자신도 모르게 미행을 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