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82화 (82/161)

##82 21. 부탁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면서 강준은 상당한 갈등을 해야만 했다.

‘밀러는 구해야만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밀러를 구출하려는 생각이었다. 밀러가 죽었다면 그의 복수를 할 것이었고 살았다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포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그 것이 무척이나 미련한 생각이고 행동임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너무 무모했다.

강준 자신이 꽤나 감각이 예민해지고 자신의 한계도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결국 인간일 뿐이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할지라도 둘을 이기기는 힘들었고 셋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 것도 누군가를 구출해야 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하등에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미셸도 살려야만 한다. 문제는 미셸을 돌봐 줄 사람이 없다.’

강준은 자신의 목숨 따위는 이미 내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켜야만 할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죽어서는 안 되었지만 세상 일은 자신의 마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총알은 강준이라고 해서 피해가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강준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도 충분히 감안을 해야만 했다.

아니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속이 편할 것이었다.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 동안 계속해서 그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계속해 오던 강준이었지만 향하고 있는 방향은 한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이 도착을 한 곳은 다름 아닌 엘리의 파티였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강준의 행동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미셸을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진다.

그리고 미셸이 과거처럼 혼자 버틸 수 있다고 할지라도 타이머가 작동을 하는 이상 그 타이머가 끝이 난다면 미셸은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미셸이 사냥을 살 것이라고는 믿지 못하는 이상 미셸의 죽음은 결국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강준은 미셸이 데일리처럼 폭사를 해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니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강준 자신은 결코 신이 아니었다.

‘나 혼자는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타인의 손을 빌리는 수 밖에….’

강준은 도둑 고양이처럼 숨을 죽인 채로 엘리의 파티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엘리의 파티도 벤의 파티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울타리와 집처럼 지어놓은 시설물들이 존재했다.

떠돌아다니면서 체력의 상실을 하느니 안정적인 휴식처를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이런 방식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커서 적이 노리기가 쉽다는 점이었다.

물론 자신들을 노리는 적들보다 압도적인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다면 비교적 안전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엘리의 파티는 벤의 파티 이외에는 이 근처에서는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단 다섯 명 만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파티였지만 말이었다.

그렇게 24시간 경계를 돌아가면서 서는 사람이 있는 엘리의 파티는 비교적 안전하게 다른 동료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있었다.

‘엘리.’

강준은 자신들 딴에는 꽤나 은밀하게 숨어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강준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발각이 된 경계병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지금 마지막 경계를 엘리가 서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 위에 올라 앉아서는 권총을 들고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엘리는 강준이 처음 만났을 때의 어리고 연약한 여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손으로 몇 명인가의 사람을 죽여 본 상태였고 생존을 위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타이머를 보며 대충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깨워야 겠네. 그리고 타이머의 시간도 다 되어 가는 구나.’

시간을 알 수 있는 도구가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타이머의 줄어드는 시간으로 대충이나마 시간을 알아보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이 점점 줄어가는 것으로 시간을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한 일이었지만 다들 그렇게 가장 편한 방식으로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부스럭!

“응?”

엘리는 나무 위에서 내려가려고 하다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 긴장을 한 채로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만약 침입자라면 즉시 종료들에게 알려서 침입자를 제거하거나 쫓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소리가 들리던 곳을 바라보자 반쯤은 무방비 상태로 서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들켰다?’

엘리는 자신의 위치가 들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분명 자신을 향하고 있었고 엘리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던 것이었다.

나뭇잎 사이로 잘 숨는다고 숨었지만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엘리는 두 눈을 부릅 뜬 채로 자신이 본 남자를 보고서는 경악을 해야만 했다.

“강준?”

자신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그 남자였다.

사랑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 주엇던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들을 위해 헌신을 하고 있던 중에 자신들이 예기치 못한 이의 습격으로 강준을 버려두고 도망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아! 강준!”

그 때의 미안함은 그녀에게 엄청난 죄책감을 주기에 충분 했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버린 것처럼 그녀의 마음을 지금까지도 뒤흔들고 있었고 제발 살아만 있어 준다면 그리고 다시 그의 앞에 나설 수만 있다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무릎 꿇고 사과를 해 주고만 싶었다.

하루 하루 두렵기만 하고 외로움이 가득한 시간 동안 점점 강준만이 떠오르는 엘리에게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착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뚝뚝한 표정에 잔득 경계를 하고 있는 눈빛.

그런 강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엘리였다.

“아!”

엘리는 강준의 모습이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에 탄성을 터트리다가 이대로면 강준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급히 나무에서 내려가기 시작을 했다.

‘안 돼! 이렇게 강준을 떠나보내면 안 돼!’

엘리는 자신이 어떻게 나무에서 내려왔는지도 모른 채로 강준이 보였던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을 했다.

“응? 엘리?”

잠결에 엘 리가 수풀 속으로 뛰어가는 것을 본 데이브는 놀란 눈으로 엘리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뛰어가는 엘리였고 데이브는 곧 무언가 잘못이 되었다는 것을 절감했다.

“어디 가는 거야?”

해가 뜨고 있는 상태였기에 마지막 불침번인 엘리였다.

나머지 동료들을 깨우면 오늘의 일과를 시작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고 어디론가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멍하게 엘리의 사라진 방향을 데이브가 바라보고 있을 때 엘리는 강준이 있었던 곳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가…강준! 강준! 어디 있어! 강준!”

엘리는 강준을 부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도무지 강준은 모습을 들어 내지 않았다.

점점 숨이 가파지고 심장이 요동을 치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엘리였다.

지금이라도 강준에게 달려가 가슴에 안기고 싶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버티면서 힘들었던 것을 전부 다 이야기 하고 위로를 받고만 싶었다.

“흐윽! 강준! 강준! 어디 있어! 강준!”

눈물이 솟구치는 엘리는 자신이 어쩌면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자신의 망막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세겨진 강준의 모습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강준!”

그렇게 강준을 다시금 불러보며 강준이 사라진 정글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는 엘리였다.

그리고 그 때 엘리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우악스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으읍!”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뒤에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은 완전히 제압이 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총은 이미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목덜미에 굵은 팔뚝을 걸고 있는 남자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너무나도 빠르고 능숙한 솜씨에 엘리는 자신으로서는 대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은 죽을 수는 없었다.

자신은 죽더라도 동료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막아야만 했다,

그 것이 파티의 리더가 된 엘리의 마지막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목을 조르는 남자의 팔뚝을 이로 물으려는 찰라 엘리는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엘리.”

그다지 따뜻한 느낌을 내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목소리였다.

엘리는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그 사람임을 알고서는 눈이 푸옇게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아! 강준.”

서러움이 물 밀듯이 밀려오면서 엘리는 가슴이 너무나도 시리도록 아픈 것에 어쩔 줄을 몰랐다.

“왜 이제 와. 알았으면 좀 빨리 왔으면 좋았잖아! 흑! 나 사람을 죽였어! 사람을 죽였다고! 나 집으로 보내 준다며! 그런데 왜 이제 오냐고! 흐으윽! 흐으!”

강준은 자신의 팔에 매달려서는 흐느끼는 엘리를 보며 안쓰러운 듯이 엘리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그리고 나온 강준의 목소리에 엘리는 지금까지 응어리 져 있던 마음이 한 순간에 풀려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잘못이었지만 응석을 부릴 상대가 필요했던 엘리는 강준의 사과가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그리고는 문득 강준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 안아줘!”

“에…엘리?”

엘리는 힘 없이 풀리는 강준의 팔뚝을 풀며 강준의 입에 입술을 맞췄다.

까칠까칠한 수염이 조금 따가웠지만 그 것은 그녀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엘리는 강준의 약간은 놀란 눈을 보며 강준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몸에 걸친 옷을 벗으며 강준의 옷을 벗기기 시작을 했다.

“…….”

데이브는 엘리를 쫓아왔다가 엘리가 어떤 남자에게 붙잡히는 것을 보고서는 뛰어들려다가 상대가 강준임을 알아보고는 이내 뜨거운 폭풍이 몰아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서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슬쩍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쩝! 강준이라면 어쩔 수 없지.’

데이브는 오늘 따라 무척이나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그 것이 강준과 엘리의 신음에 잔득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서는 문득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멍하니 보고서는 인상을 구겼다.

“제길!”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힘들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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