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73화 (73/161)

##73 18. 사라진 흔적

익숙하지 않은 지형 덕분에 강준은 한참을 헤매고 다녀야만 했다.

비록 미셸이 자신이 숨어 있던 곳까지 끌고 온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강준은 기억 속에 전혀 없던 지형이라 방향을 잡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결국 한참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겨우 하천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탈수로 인해 목이 무척이나 말랐지만 흙탕물인 하천의 물을 그냥 마실 수는 없었다.

마땅한 정화 기구도 없는데다가 사람들이 흔히들 물을 정화하는데 사용하는 방식들은 실제 정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맑아 보이게만 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것을 강준은 잘 알고 있었다.

서바이벌 교재 등에 보면 물을 정화하는데 모래나 자갈 그리고 숯 등으로 물을 정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지만 그런 것으로는 그리 물이 정화가 되지 않는다.

실제 물이 정화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 동안 흐르고 흘러서 물 속의 각종 오물들이 걸러져야만 한다.

고작해야 10cm에서 30cm 정도 되는 여과기 따위로는 물만 맑아 보이게 하는 정도 이외에는 별 다른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오염된 물을 그냥 섭취하게 된다면 열이면 아홉은 그냥 쓰러져 버린다는 사실이었다.

몸이 그 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몸 속의 수분까지 같이 오염이 되어 버려서 식중독에 걸리거나 각종 질병에 걸려서 더 심한 탈수 증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탈수 증상으로 목이 마르더라도 더러운 하천의 물에 뛰어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피라니아가 살고 있는 곳이기에 뛰어들 생각도 없었지만 강준은 더 이상의 탈수 증상이 일어나면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물을 찾을 수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조금만이라도 목을 축일 수만 있으면 된다. 많은 양은 필요 없어.’

인간의 육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이라는 수분이었다.

그 신체의 수분 함량이 단 1%만 부족하더라도 탈수 증상이 일어나며 자칫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하늘은 비가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다.

그렇게 물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던 강준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도무지 물을 구할 수 있을법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시간만 주어진다면 강준의 머리 속에 물을 구하는 방법은 충분히 많이 있었다.

오염되어 있기는 하지만 하천에서 일미터 정도 되는 거리의 땅을 파들어가면 여과가 되어 조금씩 물이 고이기 시작을 한다.

그 물이 맑아져 오면 한 번 더 걸러서 마시는 방법이 있었지만 역시나 그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 것도 아니라면 활엽수의 나무 가지에 비닐 등으로 감싸 놓으면 비닐의 아랫 부분에 물이 고이게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역시나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선혜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난 뒤에 미셸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강준으로서는 쉽게 선택을 할 수가 없는 방법들이었다.

결국 강준은 참자며 이를 악물고서는 하천을 따라 나무 기둥이 보이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너무 좋지 않아.’

오지에서는 갈증을 느낀 때 최대한 빨리 그 갈증을 해소해 주어야만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자신이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모르게 되면 늦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것이 오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자신의 신체가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요구하는 것을 신체가 잃어버리는 상태.

그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강준이 조금이라도 물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후우! 후우!”

입을 벌리며 숨을 쉬는 것으로도 수분이 날아가기에 최대한 코로 숨을 내쉬며 수분의 증발을 억제하던 강준은 마침내 쓰러진 나무 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혜?”

나무 다리 주변에는 온통 난장판인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선혜의 화살로 보이는 화살들이 나무들에 박혀 있기도 했고 무언가 커다란 것이 나무 다리 주변을 후려치기라도 한 듯이 날카로운 상처가 나 있었다.

하지만 선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피다.”

강준은 나무 다리의 주변에서 상당 양의 핏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서는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제법 오래 된 상태인지 수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땅바닥에 매말러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 것이 선혜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은 주변의 상황을 통해 자신이 떠나고 난 뒤에 흑표가 이 곳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길!”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흑표였다.

하지만 선혜에게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기 싫었다는 것이 더 나은 표현일 것이었다.

정말이지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는 강준이었지만 시간을 되돌릴 능력은 강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차라리 나에게 덤빌 것이지!’

강준은 선혜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강준 자신으로서는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을 터였지만 살아남은 자의 후회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이내 선혜의 시체가 없다는 것에 일말의 기대를 했다.

핏자국이 계속 이어져 있었지만 그 것이 선혜의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었고 어쩌면 마지막에 들렸던 총소리에서 선혜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생각을 했다.

물론 지극히 희망적인 생각일 뿐이었지만 선혜가 살아있다면 구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들고 있었다.

‘일단 찾아 보자.’

강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선혜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강준이 놓아두고 간 여러 가지 물건들은 근처에 그대로 놓여 있어서 강준은 그 것을 챙겨서는 먼저 핏자국이 나 있는 방향을 중점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이 건.’

핏자국을 따라 움직인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강준은 절대 선혜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인간이 아닌 커다란 발자국들은 흑표의 것이었다.

그 흑표의 발자국과 함께 이어진 핏자국들은 그 것이 흑표가 당한 핏자국들인지 아니면 선혜를 물고 움직이면서 난 핏자국들인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제발!”

강준은 더욱 빠르게 그 핏자국들을 따라 뛰기 시작을 했고 그럴 수록 점차 신체는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탈수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그리고 마침내 강준은 한참을 정글 속으로 들어가고 난 뒤에 거대한 몸을 땅바닥에 눕히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흑표를 볼 수 있었다.

크르릉! 크릉!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은 움직일 힘이 없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는 흑표였고 강준은 그 모습을 보며 허탈한 듯이 멍하니 흑표의 주변에 있던 피가 묻은 옷가지를 볼 수 있었다.

선혜의 육신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지만 선혜의 옷으로 보이는 천조각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미 흑표에게 먹힌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었다.

“제길! 제길!”

강준은 선혜의 피가 묻은 옷가지를 가지고 있던 흑표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흑표 또한 죽어가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미 죽어 버린 선혜를 다시 되찾기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강준은 분노한 나머지 날카롭게 깎여진 나무 창을 들고서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흑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 버릴 테다!”

크르릉!

흑표는 강준의 목소리에 고개를 힘겹게 들어 올려서는 바라보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선혜로부터 눈을 화살로 관통이 된 상태였던데 다가 마지막에 맞은 권총 탄환이 몸 속에 박혀서는 몸 상태를 지금까지 악화 시켜 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강준의 나무창이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자 고통스러운 울부짖음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죽어! 죽어! 죽어 버리란 말이다!”

크르릉! 크앙!

강준은 사력을 다해서 나무 창으로 흑표의 몸에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흑표가 몸을 뒤틀며 반항을 했지만 강준의 행동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하아! 하아!”

그렇게 강준은 몇 번이고 나무창을 박았다가 빼내면서 흑표의 내장이라는 내장은 전부 뭉게 버리고서는 그 행동을 멈추었다.

이미 흑표의 숨은 끊어져 있는 상태였다.

“…….”

그리고 그 때 강준은 흑표의 뭉게진 뱃속에서 사람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을 했다.

“우웩!”

강준은 순간 적으로 목구멍에서 나오려는 헛구역질에 흑표의 앞에서 구토를 하기 시작을 했다.

사람의 시체는 몇 번이고 본 상태였고 이보다 더 심한 것도 본 상태였지만 참을 수 없는 구토감에 몸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지 않고서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토하고 난 뒤에 강준은 수풀 사이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시체 하나를 볼 수 있었다.

“…….”

너무나 훼손되어 있어서 그 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강준은 그 시체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삐삑!

그리고 강준은 자신의 타이머가 리셋이 되는 것을 알면서 두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제길! 제기랄!”

땅바닥에 손이 부서져라 주먹을 내리쳐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결국 강준은 한참동안 절규를 하다가 그 시체나마 살점 하나하나를 보아서 땅에 묻어 주었다.

“돌아가자.”

강준은 그렇게 선혜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서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셸에게고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기 시작을 했다.

그녀까지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발을 바쁘게 놀렸지만 몸은 그렇게 쉽게 움직여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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