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9. 베이스 캠프
강준은 미묘하지만 바뀐 입구를 보며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냥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데….’
자신의 베이스 캠프에 들인 공이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사람만 있다면 모르지만 여러 명이 있다면 힘들 수도 있어.’
강준이 아무리 일반인보다 강하다고는 하지만 수적 열세를 뒤집을 정도로 무력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격투기 선수라도 일대 다수의 싸움이 된다면 거기에다가 상대방이 무기까지 쥐고 있다면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강준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입구가 보이는 곳에서 숨어서는 주시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숨어 있는다고는 하지만 노출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장기간 외부로 들어나 있는 것은 위험했다.
결국 강준은 30여분 정도 기다려도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지하 구멍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서는 입구 쪽의 반대편을 향해 다가갔다.
‘위에서 살짝 한 번 봐야 겠어.’
처음부터 구덩이 같은 구멍이었기에 위에서 본다면 내부가 보인다.
그렇게 내부의 상황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강준으로서는 도무지 이 안락한 피신처를 버리기가 아까웠다.
‘죽여야 한다면 죽인다.’
강준의 눈빛에서 살기가 띄었다.
팔루에게서 붙잡히기 전이었다면 이렇게 사람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언제 자신이 죽을지 알 수 없다는 공포에 잔인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있기도 했지만 그 것은 점차 작아지고 약해지고 있었다.
힐끔!
마치 카멜레온이나 나무 늘보가 움직이듯이 아주 천천히 움직인 강준의 머리는 구덩이 내부를 바라보았다.
‘여자?’
강준은 그 구덩이의 내부에 금발의 여자 한 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두워서 잘은 조이지 않았지만 잠에 빠져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무기는 없는 것 같은데.’
고작해야 5미터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구덩이이기에 내부를 확인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기에 안심을 하지 않았지만 여자가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에 강준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다시 동료를 만들어야 하나?’
집단이 아닌 홀로 남겨진 사람이라면 동료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자신이 그렇게 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신뢰만 준다면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는 이들은 쉽게 넘어오기도 했다.
강준은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타이머가 아직은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시 한 번 모험을 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강준은 권총을 빼어들고서는 자신이 만든 입구를 통해 빠르게 구덩이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곧바로 쓰러져 있는 여자의 머리를 겨누었다.
하지만 강준이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는 그녀였다.
강준은 빠르게 그녀의 몸을 더듬으며 혹여라도 무기가 있는지를 확인하다가 그녀의 몸이 생각 이상으로 뜨거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이 봐요! 정신 차려요! 이 봐요!”
강준은 그녀가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인의 약한 몸으로 오지에서 버티는 것이 그리 쉬울 리는 없었다.
남자의 몸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거의 일주일간을 버텼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이미 한계에 가까워져 왔다는 것이었다.
강준은 불덩이 같은 여자의 몸에 그녀를 흔들어 깨웠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제길! 해열제도 없는데.”
강준은 하다 못해 해열제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될 터인데 그런 기본적인 해열제조차도 구할 수 없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뭔가. 정신을 차리게 할 것이 필요해! 일단 열을 식혀야만 해. 열을!”
강준은 그녀의 열을 식혀야 한다는 것에 방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당장 물도 없는 곳이었다.
“물! 그래. 물이 필요한데. 개울까지 가야 하나?”
강준은 자신이 목을 축인 개울까지 그녀를 엎고 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강준의 눈에 자신의 전투 배낭이 보였다.
강준은 허겁지겁 전투 배낭을 풀어서는 바닥에 내용물들을 쏟아내었다.
“생수!”
그리고 500ml 짜리 생수 통을 보자 강준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강준은 생수통을 들고서는 쓰러져 있는 여자의 상체를 들어 올려서는 입가에 조금씩 붙기 시작을 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물을 섭취하지 못한 것인지 그녀의 입가는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전형적인 탈수 증상이었다.
남자 보다 여성이 음식 섭취를 하지 않고 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다. 그 것은 몸 자체가 남자보다 여성이 지방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정도는 버텨 낼 수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는 물에 관해서는 아무리 지방에서 수분을 머금고 있어도 그리 오래 버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으아! 아!”
목구멍 속으로 물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물을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시원한 물이었다.
얼마 만에 마셔 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갈증이 심각했다.
몇 일 전에 비가 내려서 어느 정도 목마름을 해결했지만 그 것으로는 부족했다.
오히려 더욱 더 갈증이 심해졌던 그녀였다.
배고픔보다 더 심한 갈증은 미칠 것 같은 고통과 통증으로 다가왔다.
“흐윽! 흑! 으허허헝!”
그녀는 울었다. 이미 몇 번이나 이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몰랐다. 첫날부터 울고 울던 그녀였기에 나중에 가서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시원한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자 다시금 서러운 울음이 토해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흐릿한 시야 속에 왠 남자가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을 먹여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구조대인가를 떠올린 그녀는 자신의 몸을 보듬고 있는 강준을 꼬옥 붙잡았다.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붙잡고 있는 그녀에 강준은 그녀가 다행히 정신을 차렸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보세요! 괜찮아요?”
강준은 아까운 물을 전부 그녀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흐느끼는 여자의 울음에 강한 보호 본능을 느끼는 강준이었다.
인간의 신체나 정신은 재미있게도 남성과 여성 모두가 가장 강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 바로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본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면 다른 그 어떤 소리보다 빠르게 자극을 받게 된다.
그 자극은 인간의 신경 세포의 반응시간보다 빠르다고 연구 결과가 들어나 있었다.
한마디로 인간의 신경 세포의 전달 속도 이상으로 어린 아기들의 울음소리에 반응을 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남성은 그런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 만큼이나 반응을 하는 것이 여성의 울음소리였다.
여자를 지켜야 한다는 남성의 본능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자를 지켜야 자신의 씨를 퍼트릴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 때문에 여자의 구조 요청에 이성보다 빠르게 먼저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이런 생존이 위협을 받는 절박한 상황에서는 더욱 더 원시시대의 본능이 이성보다 먼저 발현이 되었다.
“흐으윽! 흑! 살…사려주세요. 흑! 흑!”
여자는 강준의 몸에 매달려 살려 달라고 흐느꼈다. 그런 여자의 울음에 강준은 그녀를 품에 안고서는 등을 토닥이며 안심을 시켰다.
“괜찮아요. 이제 괜찮습니다. 안심하세요.”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안심시키는 강준에 그녀는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스르륵 눈을 감았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잠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잠에 빠져들면서도 강준의 몸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강준은 그녀가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한숨을 쉬면서 그녀를 내려놓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몸을 움켜쥐고 있는 것에 어쩔 수 없이 자신도 같이 그녀와 함께 낙엽 바닥에 누워야만 했다.
‘조금 있다가 풀고 움직여야 겠네.’
지금 당장 몸을 풀었다가는 혼란 상태에 빠져들어 갈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강준은 남은 팔 하나로 주변의 낙엽들을 자신과 그녀의 몸 위로 덮어서 위장을 했다.
그리고서는 꿈틀거리는 애벌레 몇 마리를 잡아서는 그녀의 입 안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물을 섭취하기는 했지만 몸 안에 칼로리를 보충해 주지 않으면 몸 상태가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꿈틀! 꿈틀!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가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에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키스를 해 오는 것 같은 꿈을 꾸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에 그녀는 그 것을 받아 들였다.
혀를 놀려서 남자의 혀라고 생각되는 것을 감싸고 빨았다.
그리고서는 이를 이용해서 남자의 혀를 깨물었다.
그런데 그 것이 잘게 부스러지면서 목구멍 안 쪽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무척이나 놀랐지만 식도를 넘어가는 남자의 혀에 포만감이 드는 것에 더욱 더 이와 혀를 놀렸다.
‘부드럽다.’
지금까지 느껴본 것 중에 가장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기분 좋은 포만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는 강준의 몸을 더욱 더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자신의 몸에 밀착을 시켰다.
강준의 몸에서 나는 남자의 땀 냄새에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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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
좀 더 재미있는 소설이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